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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나쁜 사람이 이긴다. 착한 사람들의 집단이 이긴다. 본문

(연재) 협력의 공식 시즌2

6화. 나쁜 사람이 이긴다. 착한 사람들의 집단이 이긴다.

Editor! 2017.06.16 10:00

《과학동아》와 사이언스북스 블로그에 병행 연재되고 있는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로 「협력의 공식」 시즌 2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시즌 1에서는 이타성과 협력이 유전자를 공유하는 친족 사이에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탐구한 진화 과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이 주제였다면 이번 시즌 2부터는 친족이 아닌 존재들 사이에서 이타성과 협력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탐색하는 과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이 주제입니다.

전중환 교수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인류를 ‘지구의 정복자’로 만든 진정한 원동력인 이타성, 협력, 사회성이 어떻게 진화해 나왔는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시즌 2 연재의 첫 번째 주인공은 평범한 문제에서 비범한 해법을 발견해 낸 로버트 트리버스입니다.  



자연 선택은 개체와 집단에 어떻게 작용하는가?

간단한 사고 실험을 해 보자. 여기 ‘선한’ 사람이 있다. 착하고, 이타적이고, 너그럽다. 한편 ‘악한’ 사람도 있다. 나쁘고, 이기적이고, 탐욕스럽다. 이제 문제가 나간다. 선인 한 명과 악인 한 명이 망망대해 무인도에 함께 떨어졌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답은 뻔하다. 악인이 선인을 대놓고 착취하는 바람에 선인은 곧 상어 밥이 될 것이다. 

다음 문제다. 선인들로만 이루어진 집단과 악인들로만 이루어진 집단이 있다. 두 집단이 각기 다른 무인도에 도착했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역시나 답은 뻔하다. 선인들의 집단은 서로 힘을 합쳐 무인도를 탈출하거나, 적어도 화목한 공동체를 이룰 것이다. 악인들의 집단은 매일 다투기만 하다가 함께 멸망할 것이다.

만약 악인 한 명이 혼자 헤엄쳐서 선인들만 사는 섬으로 건너왔다면 어떨까?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은 바로 나오지 않는다. 아마도 악인이 선인들을 착취해 처음에는 큰 성공을 거둘 것이다. 그러나 악인의 얌체 짓을 남들도 다 따라 해서 결국 이 섬은 악인들로 모두 채워질 것이다. 어쨌거나, 이 사고 실험은 큰 울림을 준다. 일정한 조건만 충족된다면, 이타적인 성향은 진화할 수 있다! 착한 사람들의 집단은 나쁜 사람들의 집단을 이긴다. 문제는, 착한 사람들만 있는 집단 내부에 이기적인 얌체가 독버섯처럼 생겨났다면 전부 다 망하기 쉽다는 것이다. 집단 내에서, 나쁜 사람은 착한 사람을 이긴다. 

 

지금껏 우리는 이타주의자로만 구성된 집단은 이처럼 내부에 얌체가 출현하면 와르르 무너지기에 개체 간의 선택과 비교하면 집단 간의 선택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진화 생물학자 조지 윌리엄스의 말을 빌리자면, 집단 선택은 물론 가능하지만 어떤 형질이 이미 개체 선택으로 잘 설명되는 마당에 굳이 집단 선택까지 끌어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집단 선택은 개체 선택보다 약하다고 대충 얼버무리면 곤란하지 않을까? 자연 선택이 개체와 집단 사이에 정확히 어떻게 작용하는지 밝힐 수는 없을까? 그 일을 해낸 것이 프라이스 방정식이었다.



선택은 여러 수준에서 동시에 일어난다

윌리엄 해밀턴은, 조금 과장해서, 집단 선택이라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학자였다. 그런 사람에게 조지 프라이스는 자신이 발견한 방정식이 집단 선택에도 적용된다고 한껏 호기를 부렸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해밀턴은 독자적으로 이 문제를 파고들었다. 결국 해밀턴은 1969년 12월에 마침내 자신이 그 해법을 찾았노라고 프라이스에게 편지를 보냈다. 해밀턴이 보낸 논문의 초고를 읽고, 당황한 프라이스는 말했다. “제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결과들이 많군요. 흥미롭지만, 한 번 더 읽어 보아야 되겠습니다. 나중에 꼭 함께 논의하시죠.” 그러나 그후 이 두 사람이 그 문제를 함께 논의한 적은 없었다. 프라이스에게 다른 일이 점점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해밀턴이 찾은 해법을 들여다보자. 지난 회에 보았듯이, 프라이스 방정식은 어떤 형질의 평균값이 세대를 거치면서 증가할지는 그 형질이 개체의 적합도를 높이는가에 달려 있음을 알려 준다(「협력의 공식」 2-5화 ‘모든 종류의 자연 선택을 설명하는 이상한 수식’ 참조). 이는 어디까지나 부모에서 자식들로 그 형질이 충실하게 전달된다는 가정하에서만 성립된다. 만일 어떤 이유로든지 자식들이 부모의 유전자를 정확히 물려받지 못한다면, 예컨대 키가 180센티미터인 부모가 낳은 자식들의 평균 키가 난데없이 190센티미터라면, 우리는 이처럼 유전 정보가 한쪽으로 치우치며 생기는 변화도 고려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정확한 프라이스 방정식은 사실 [형질의 평균값 변화] = [선택에 의한 변화] + [전달에 의한 변화]가 된다고 했다.  


대부분의 경우, 자식들은 부모의 유전자를 무작위적으로 공평하게 물려받는다. 이를테면, 혈액형이 A형인데 그 유전자형이 이형 접합으로 AO인 남자가 만드는 정자들 가운데 대략 절반은 A, 나머지 절반은 O를 물려받는다. 이렇게 형질이 충실하게 전달된다면, 프라이스 방정식에서 우변의 두 번째 항을 편안하게 생략할 수 있다는 말이다. 만약 부모가 정자/난자를 만들 때 어떤 대립 유전자를 물려주는가가 정자/난자의 생존에 영향을 끼치면 두 번째 항은 생략할 수 없다. 형질이 한쪽으로 치우쳐서 전달되었기에 이 점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달에 의한 형질 변화량을 나타내는 두 번째 항이 프라이스 방정식을 집단 선택에 적용하는 열쇠다. 지금껏 우리는 개체들과 각 개체에 속한 정자/난자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눈을 게슴츠레 뜨고서 높낮이 조절 손잡이를 한 단계 더 올려 보자. 집단들과 각 집단에 속한 개체들이 보이는가? 원래의 프라이스 방정식은 집단 내에서 한 개체가 지니는 어떤 형질 값의 진화를 다룬다. 그뿐만 아니라, 한 단계 더 올려서 여러 집단의 집합 내에서 한 집단이 지니는 어떤 형질 값의 진화를 나타낼 수도 있다.


이때, [형질의 평균값 변화] = [선택에 의한 변화] + [전달에 의한 변화]에서 우변의 첫 번째 항은 한 집단이 지니는 형질의 평균값이 그 집단의 평균 적합도(어느 집단에 속하는 개체들이 얻는 적합도의 평균)를 증가시키는가를 나타낸다. 즉 집단 간 선택을 의미한다. 우변의 두 번째 항은 한 집단이 지니는 형질의 평균값이 그 집단이 생산한 자식들 사이에 무작위적이지 않게, 즉 불공평하게 분포하면서 생기는 변화이다. 즉 집단 내 선택을 의미한다. 프라이스 방정식은 선택은 여러 수준에서 동시에 일어나며, 집단 간 선택이 집단 내 선택을 능가할 때 그 형질의 평균값이 세대를 거치며 증가함을 명확히 보여 준다.  


ⓒ Edd Prince


이타적 행동은 집단 간 선택이 집단 내 선택을 능가할 때 진화한다

어리둥절한 독자를 위해서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자. 이웃을 만나기만 하면 무조건 비용을 감수하며 이득을 주는 협력자들과 남들로부터 받기만 하는 무임승차자들이 존재한다고 하자. 협력자의 전체 빈도는 50퍼센트이고, 따라서 무임승차자의 전체 빈도도 50퍼센트라고 가정한다. 전체 개체군은 여러 소집단으로 나뉘어 그 안에서만 상호 작용이 일어난다. 어떤 집단에서는 협력자가 50퍼센트를 넘고, 어떤 집단에서는 협력자가 50퍼센트보다 적을 수 있다.


협력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집단은 협력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집단보다 전체적으로 더 많은 자식을 만든다. 곧 착한 사람들이 많은 집단은 악한 사람들이 많은 집단을 이긴다. 바로 우변의 첫 번째 항, 즉 집단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이다. 그러나, 언제나 문제는 집단 내의 개체 수준에서 무임승차자는 협력자를 착취해 번성한다는 점이다. 한 집단의 협력자 빈도가 50퍼센트라면, 이 집단이 만드는 자식들 사이에 협력자는 반드시 50퍼센트 미만이고 무임승차자는 반드시 50퍼센트를 초과한다는 말이다. 곧 집단 내에서 나쁜 사람은 착한 사람을 이긴다. 우변의 두 번째 항, 즉 집단 내에서 개체 수준의 선택이다. 


찰스 다윈은 1859년에 낸 『종의 기원』에서 자연 선택이 개체뿐만 아니라 집단 수준에서도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마블링이 잘 된 1++등급의 소는 그 자신은 인간에게 잡아먹히지만 혈연 집단에게는 인간에게 길러지는 이점을 주었기에 마블링이 좋은 육질이 인위 선택되었다고 설명했다. 100여 년이 지난 후, 프라이스는 다윈의 이론을 아름다운 수식으로 요약했다. 선택이 집단 내부에서보다 집단 사이에 더 강하게 작용한다면, 이타적 행동은 진화할 수 있다.


잠깐, 그렇다면 해밀턴의 혈연 선택 이론은 어쩌란 말인가? 지금껏 혈연 선택론을 금과옥조처럼 떠받들더니, 갑자기 태세를 전환해 실은 집단 선택론이 진짜 승자라는 것인가? 사실 혈연 선택론과 다수준 선택론은 수학적으로 동등하다. 이타적 행동의 진화라는 같은 대상을 서로 다른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할 뿐이다.  이 이야기는 아껴 두었다가 나중에 하자.


참고 문헌이 단 하나도 없는 희한한 논문

자연 선택이 개체와 집단 사이에 어떻게 작용하느냐는 문제 외에도 프라이스가 해밀턴에게 내준 ‘숙제’는 더 있었다. 프라이스는 브라질에서 연구를 하던 해밀턴에게 편지를 보내어 자신의 수식을 쓰면 혈연 선택 이론의 결과를 더 분명하게 도출할 수 있다고 힌트를 준 바 있다. 런던에 돌아와 1969년 7월에 프라이스와 통화한 다음, 해밀턴은 우선 이 문제에 매달려 짧은 논문을 완성했다. 프라이스 방정식으로 해밀턴의 규칙을 더 명료하게 도출하고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남에게 손해를 끼치는 악의적인 행동도 이에 따라 설명한 논문이었다. 


해밀턴과 프라이스는 의기투합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지 《네이처》에 도전했다. 우여곡절을 거친 후에, 두 사람의 논문은 모두 《네이처》에 게재되었다. 프라이스의 「선택과 공분산」은 1970년 8월, 해밀턴의 「진화 모델에서 이기적 행동과 악의적 행동」은 그해 12월에 출판되었다.  프라이스 방정식이 완벽하게 새로운 성과임을 내세우려는 듯이, 프라이스의 논문은 참고 문헌을 단 한 편도 인용하지 않은 희한한 논문이었다.


윌리엄 해밀턴, 1996년 브라질에서 ⓒ Luiz Claudio Marigo




※ 사이언스북스 독자들을 위한 특별한 사족 ※

전중환의 「협력의 공식」 시즌 2 연재 계획(변경 가능)


1월직접 상호성의 역사적 맥락: 평범한 발상, 비범한 과학자를 만나다

2월직접 상호성 이론 완전 정복

3월조지 윌리엄스를 통해 보는 적응주의의 맥락과 이론

4월프라이스 등식과 집단 선택론은 어떤 역사적 맥락 속에서 만들어졌는가

5월프라이스 등식과 집단 선택론의 핵심

6월진화 게임 이론의 역사적 맥락

7월진화 게임 이론의 정수를 맛보다

8월이기적 유전자 이전과 이후

9월누가 과연 이기적 유전자 이론을 다 안다고 할 수 있나

10월사회 생물학의 허와 실

11월가족 내 갈등 속에 감춰진 협력의 공식

12월간접 상호성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독자 여러분의 많은 기대와 응원 바랍니다."



※ 관련 도서 ※

『본성이 답이다』 [도서정보]


『오래된 연장통』 [도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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