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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휘소 클래식 4중주 : 현대 물리학의 정점, 표준 모형을 만든 이휘소의 위대한 논문들 본문

책 이야기

이휘소 클래식 4중주 : 현대 물리학의 정점, 표준 모형을 만든 이휘소의 위대한 논문들

Editor! 2017.06.29 10:33

이휘소 클래식 4중주

현대 물리학의 정점, 표준 모형을 만든 이휘소의 위대한 논문들



이휘소. 많은 이들이 아직 그를 핵물리학자로 기억합니다. 원자 폭탄이나 원자로를 만드는 기술을 가진 이로 여기는 거죠. 그러나 그는 원자핵보다 작은 세계, 원자 폭탄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에너지 너머의 고에너지 세계를 연구하는 입자 물리학자였고, 특히 현대 물리학의 정점이라 할 표준 모형 완성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


힉스 메커니즘, 게이지 이론, 참 쿼크, 그리고 혹시 존재할지도 모를 미지의 중성미자까지 표준 모형 곳곳에 그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서거 40주기를 기념해 표준 모형을 만든 이휘소의 위대한 논문들 4편을 골라 살펴보겠습니다.


훗날 20세기 물리학의 ‘클래식’이라고 불릴 이 논문들을 한번 훑어 보고 나면, 더 이상 이휘소 박사를 핵물리학자라고, 원자 폭탄 개발자라고 부르지 않게 될 겁니다. 


이휘소는 14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물리학 데이터베이스에는 비록 60여 편밖에 수록되지 않았으나 전체 인용 횟수는 1만 회 이상에 이르고 있다. 이론 분야에서 총 1만 회가 넘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논문들의 중요성은 충분히 입증된다. ―『이휘소 평전』, 18-19쪽


이휘소는 표준 모형을 이루는 17종의 입자 중 힉스 보손, W 보손, 참 쿼크, 그리고 중성미자에 관한 연구를 남겼다.

(cc) AffectioNet/ wiki




1

‘신의 입자’ 탐색의 실마리를 잡다!


「자발적 대칭 파괴는 무질량의 입자를 암시하는가?

(Does spontaneous breakdown of symmetry imply zero-mass particles?)」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1964년 3월

논문 링크: https://doi.org/10.1103/PhysRevLett.12.266



입자 물리학에서 힘을 설명할 때, 그것을 전달하는 입자를 상정합니다. 전자기력은 광자, 약력은 W 보손과 Z 보손, 강력은 글루온이 전달하며 이러한 힘 전달 입자를 게이지 보손 또는 게이지 입자라고 부릅니다.


과학자들은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전자기력을 설명하는 이론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약력에 대한 이론을 만들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질량이 0인 광자와 달리 W 보손은 질량을 지니고 있는데, 이것을 이론에 반영하면 대칭성이 깨지기 때문이었습니다. 해결책으로 ‘자연은 대칭성을 깨서라도 더 안정적인 상태를 선택한다.’라는 ‘자발적 대칭 파괴(자발적 대칭 깨짐)’ 이론이 제기되었습니다.


특히 대칭성이 깨지는 이 과정에서 질량이 0인 입자가 발생합니다. 이휘소는 지도 교수 에이브러햄 클라인(Abraham Klein)과 함께 이 입자의 정체를 연구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자발적 대칭 파괴는 무질량의 입자를 암시하는가?」라는 논문이 바로 그것입니다.


피터 힉스(Peter Higgs)가 읽고 이론을 구체화해 힉스 메커니즘 이론을 정립했습니다. 수년 후 이휘소는 논문 「힉스 입자에 미치는 강력의 영향」을 추가로 발표함으로써 이 입자에 ‘힉스’라는 구체적인 명칭을 부여해 학계에 보편화시켰습니다. 


그리고 50년 가까이 지난 2012년 CERN의 LHC(대형 강입자 충돌기)에서 힉스 입자가 발견되었고, 피터 힉스는 업적을 인정받아 201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휘소는) 힉스 입자의 질량 범위를 대략적으로 제시했다. 이는 2012년 힉스 입자를 발견한 CERN의 LHC 설계에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되었으니 이휘소 박사가 당시 입자 물리학의 선도 연구자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김선기(서울 대학교 교수), 『이휘소 평전』, 316쪽


이휘소는 세계 리더급 이론 물리학자였다. 피터 힉스가 힉스 메커니즘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던 학회의 학회장을 맡기도 했다.

제공: 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




2

노벨상 제조기


「게이지 이론(Gauge theories)」

《피직스 리포트(Physics Report)》

1973년 11월

논문 링크: https://doi.org/10.1016/0370-1573(73)90027-6



W 보손이 질량을 지녔다는 사실은, 게이지 이론으로 전자기력과 약력을 통합하는 데에도 큰 장애물이었습니다. W 보손의 질량을 게이지 이론에 반영해 어떤 물리량을 계산하면 결과가 무한대가 되어 이론으로서 쓸모가 없어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재규격화’입니다. 그러나 게이지 이론에 재규격화를 어떻게 적용할지는 풀리지 않는 문제였습니다.


1970년대 초반 대학원생이었던 헤라르뒤스 토프트(Gerardus 'tHooft) 역시 이 문제를 붙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1970년 이휘소의 강의를 듣고 해결의 실마리를 얻었습니다. 결국 그는 지도 교수 마르티뉘스 펠트만(Martinus Veltman)과 함께 게이지 이론의 재규격화 문제를 해결해 냈고, 이휘소 박사가 이 방법을 보다 보편적으로 발전시켜 학계의 호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토프트와 펠트만은 업적을 인정받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휘소는 양―밀스 게이지 이론을 바탕으로 구성된 전자기―약력에 관련된 제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헤라르뒤스 토프트(199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이휘소 평전』, 204쪽


이후 재규격화 문제에 관한 이휘소의 강의록은 논문 「게이지 이론」으로 묶여 학계에 발표되었습니다. 이 논문은 20세기 입자 물리학을 공부했던 대학원생들의 교과서가 되었습니다.


한편 토프트와 이휘소의 문제 해결 덕분에 스티븐 와인버그(Steven Weinberg)와 압두스 살람(Abdus Salam)의 경입자 모형은 입자 물리학의 궁극 이론인 표준 모형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와인버그와 살람 역시 업적을 인정받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휘소는 현대 물리학을 10여 년 앞당긴 천재이다. 그가 있어야 할 자리에 내가 있는 것이 부끄럽다. ―압두스 살람(197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이휘소 평전』, 209쪽


이휘소와 스티븐 와인버그는 서로간의 학문적 교류를 통해 입자 물리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함께 남겼다.

제공: 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




3

나는 전설이다!


「참 입자의 탐색(Search for charm)」

《리뷰 오브 모던 피직스(Review of Modern Physics)》

1975년 4월

논문 링크: https://doi.org/10.1103/RevModPhys.47.277



이휘소는 연구 도중 당시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관찰했습니다. 이를 설명하고자 그는 당시 알려졌던 3종의 쿼크 외에 새로운 쿼크의 존재를 예견하고 그것이 지니고 있을 질량의 범위를 예측했습니다.


이 내용을 담은 이휘소의 논문 「참 입자의 탐색」은 참 쿼크를 포함한 입자, 즉 참 입자의 발견을 위한 실험들의 이정표 역할을 했습니다. 논문이 완성된 지 불과 2개월 후 2명의 과학자들에 의해 실제로 참 입자의 한 종류인 제이/프사이 입자가 발견되었습니다.


이휘소가 제시한 질량 범위 내에서 참 입자를 발견한 버턴 리히터(Burton Richter)와 새뮤얼 팅(Samuel Ting)은 이 공로로 1976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새로운 쿼크가 발견되면서 입자를 분석하는 과학자들의 이해 수준은 극적으로 높아졌습니다. 이후 나머지 쿼크들과 또 다른 미지 입자의 존재를 규명하고자 했던 과학자들에게 이휘소의 논문은 중요한 지침서가 되었습니다.



「참 입자의 탐색」은 고에너지 물리학계의 전설이 되었다. 그리고 물리학계에는, 이론적으로는 알려져 있으나 실험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현상을 탐구하는 ‘×× 입자의 탐색’ 식의 현상론 풍조가 생겨났다. ―『이휘소 평전』, 233쪽


참 쿼크 연구를 통해 표준 모형을 발전시킨 이휘소(맨 왼쪽)와 메리 가이아(Mary Gaillard, 왼쪽에서 두 번째).

제공: 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




4

입자 물리학과 우주론의 융합을 꿈꾸다


「무거운 중성미자 질량의 우주론적 하한선

(Cosmological lower bound on heavy-neutrino masses)」

《피지컬 리뷰 레터스》

1977년 7월

논문 링크: https://doi.org/10.1103/PhysRevLett.39.165



서거 직전 이휘소는 입자 물리학자로서 정점에 서 있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영역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개척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와인버그와 함께 입자 물리학과 천체 물리학을 통합하는 첫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무거운 중성미자 질량의 우주론적 하한선」이라는 논문을 통해 암흑 물질의 정체로서 ‘무거운 중성미자’의 존재를 제안한 것입니다. 

오늘날 ‘윔프(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 WIMP)’라고 부르는 이것은 암흑 물질의 후보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현대 물리학의 두 축인 입자 물리학과 천체 물리학의 융합을 시도했던 이 논문은 안타깝게도 그의 유작이 되었습니다.


우주론과 연결해 가장 많이 탐색하는 암흑 물질의 후보인 윔프 입자의 원조에 해당하는 기념비적인 논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지하 실험실을 구축하고 암흑 물질 탐색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이 그냥 우연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김선기(서울 대학교 교수), 『이휘소 평전』, 316쪽


「무거운 중성미자 질량의 우주론적 하한선」

제공: 강주상(전 고려 대학교 명예 교수)




140편이 넘는 이휘소 박사의 논문들 중 4편만 꼽아 봤습니다. 한 편 한 편이 입자 물리학의 역사를 바꿨고, 노벨상을 쏟아 냈습니다. 이렇게 위대한 물리학자에게 독재자를 위한 핵폭탄 개발자라는 오명을 언제까지 씌워야 할까요.


『이휘소 평전』 [도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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