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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물리의 정석』 레너드 서스킨드 서문 : 최소한의 이론

Editor! 2017. 8. 24. 17:55

『물리의 정석』 레너드 서스킨드 서문 :

최소한의 이론


레너드 서스킨드


물리를 설명하는 일은 항상 즐겁다. 나에게는 가르치는 것 이상이다. 생각하는 방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책상에 앉아 연구를 하고 있을 때조차 머릿속에서는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무언가를 설명하는 최선의 방법을 찾다 보면 거의 언제나 그것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약 10년 전에 누가 나에게 대중을 위한 과정을 가르칠 수 있겠냐고 물었다. 마침 스탠퍼드 지역에는 물리학을 한 번쯤 공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만 먹고사는 것이 문제다. 직업도 천차만별이지만 한때 우주의 법칙을 향한 열병을 앓았다는 사실을 결코 잊은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제 직업도 한두 번 바뀌고 나면 그 열병 속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최소한 비전문가적인 수준에서 말이다.


안타깝게도 그런 분들이 교과 과정을 들을 만한 기회는 많지 않았다. 스탠퍼드를 포함한 몇몇 대학교에서는 외부인 수강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게다가 이런 성인들 대다수에게 전업 학생으로서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것은 현실적인 고려 대상이 아니다. 나는 난감했다. 일선 과학자들과 교류함으로써 사람들이 흥미를 키워 나갈 방법이 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하나도 없었다.


그러던 차에 스탠퍼드 대학교 평생 교육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 사회의 비전공자들을 위한 과정이다. 그래서 나는 이 프로그램이 내가 물리학을 설명할 누군가를 찾는 나의 목적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목적에도 꼭 부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현대 물리학 과정을 가르치는 즐거움도 있다. 어쨌든 한 분기짜리 수업이었다.


수업은 즐거웠다. 때로 학부생이나 대학원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방식이라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 학생들은 오직 한 가지 이유 때문에 거기 있었다. 명망을 얻거나 학위를 받거나 시험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배우고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다. 게다가 이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터라 질문하기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학교 수업에서는 종종 찾기 어려운 생생한 울림이 있었다. 그 수업을 또 다시 하기로 결심했다.


분기 수업을 두어 번 하다 보니 내가 가르치는 비전문가 과정에 학생들이 완전히 만족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학생들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을 보는 수준 이상을 원했다. 많은 학생들이 약간의 배경 지식과, 약간의 물리학과, 녹슬긴 했지만 아직 죽지 않은 미적분 지식과, 기술적인 문제를 풀어 보았던 경험도 다소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진정한 것을 스스로 배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방정식들로 말이다. 그 결과 이 학생들을 현대 물리학과 우주론의 최전선에 데려다주기 위한 일련의 과정들이 개설되었다.


운 좋게도 누군가(나는 아니다.) 그 수업들을 비디오로 녹화하자는 기막힌 아이디어를 냈다. 그 내용들은 인터넷에 올라갔고, 매우 인기를 끈 것 같다. 물리학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이 오직 스탠퍼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에서 수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주된 질문 중 하나가 이 강의를 책으로 내지 않겠느냐는 문의였다. 이 책이 그 대답이다.


이 책의 원제인 ‘최소한의 이론(Theoretical Minimum)’이라는 말은 내가 만들어 낸 말이 아니다. 이 말은 러시아의 위대한 물리학자 레프 란다우(Lev Landau)에게서 유래했다. 러시아 어로 최소한의 이론은 란다우 밑에서 연구하기 위해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의미했다. 란다우는 요구 사항이 아주 많은 사람이었다. 란다우의 최소한의 이론은 그저 그가 아는 모든 것을 의미할 뿐이었다. 물론 그 외 어느 누구도 알 가망이 없는 것들이다.


나는 이 단어를 다르게 쓴다. 나에게 최소한의 이론은 여러분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꼭 알아야만 하는 것을 뜻할 뿐이다. 모든 것을 설명하는 백과사전식의 두꺼운 교과서가 아니라 중요한 것들은 모두 다 설명하는 얇은 책이다. 한국어판의 제목은 『물리의 정석』이다. 바둑 용어에서 빌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 공격과 수비가 균형 잡힌 최선의 수(手)라는 정석 개념은 물리학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이론이라는 나의 생각과 통한다. 이 책은 웹에서 찾을 수 있는 인터넷 강의를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제 진짜 물리학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행운을 빈다.


─ 레너드 서스킨드



『물리의 정석』 [도서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