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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적으로 보고 생각할 특권을 누리는 시간 : 『날마다 천체 물리』를 읽고 본문

(연재) 사이언스-오픈-북

우주적으로 보고 생각할 특권을 누리는 시간 : 『날마다 천체 물리』를 읽고

Editor! 2018.03.23 07:00
과학책 사놓고 시간 없어 읽지 못하시는 분들 많습니다. 사놓고 못 읽는 죄책감에, 또는 책등 제목만 읽고 다 읽었다는 정신 승리에 젖어 계신 분들을 위해 사이언스북스에서 새로운 연재를 시작해 보려 합니다. ‘사이언스-오픈-북’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할 이 연재를 통해 때로는 전문가의 서평이, 때로는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또 때로는 책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탑처럼, 벽처럼 쌓인 과학책들을 펼쳐 볼 수 있는 시간을 여러분에게 드리는 기획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 새로운 연재의 첫 번째 글은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이 맡아 주셨습니다. 책은 이강환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천체 물리학자인 닐 디그래스 타이슨의 『날마다 천체 물리』입니다. 




[사이언스-오픈-북 1]

우주적으로 보고 생각할 특권을 누리는 시간

『날마다 천체 물리』를 읽고


반갑다. 닐 디그래스 타이슨 선생!

과학은 항상 변화한다. 과학이 항상 변화한다는 사실이야말로 과학의 가장 강력한 장점이다. 과학은 스스로 오류를 수정해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은 현재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자료를 지금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분석하고 종합하여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답을 찾아내는 것이다. 과학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정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다. 과학에 절대 불변의 진리란 없고 과학은 항상 업데이트되어야 한다. 과학을 공부하려는 사람은 언제나 업데이트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내가 학교에 다니던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우주의 나이는 100억 년과 200억 년 사이였다. 이론과 관측의 발전으로 우주의 나이가 137억 년으로 정밀하게 정해지더니 더 정확한 관측 자료가 나오면서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이 되었다. 현재 상황에서는 적어도 당분간은 우주의 나이가 다시 달라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만하면 충분히 업데이트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내가 이 분야에 특히 관심이 있어서 관련된 책도 썼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같은 천문학 분야라 하더라도 특별히 관심이 있는 분야가 아니면 새로운 결과를 꾸준히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관심사가 다양해도 따라갈 수 있는 분야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도 의심스러운 경우가 있다. 그것을 확인하려면 다른 과학자의 설명을 들어보아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이 반갑다.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스티븐 호킹’만큼은 아니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자 중 한 명이다. 특히 2014년에 전 세계에 방영된 「코스모스: 스페이스타임 오디세이」 시리즈의 진행자로 나서면서 명실상부한 ‘칼 세이건의 후계자’가 되었다.


그의 장점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과학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의 장점이기도 하고 그가 주로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하고 재치 있는 SNS 멘트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기도 한다. 그의 말은 얼핏 가벼워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잘 살펴보면 심오한 통찰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가 하는 일은 대중에게 과학을 알리는 일이고, 그는 천문학자이기 때문에 천문학의 많은 분야의 다양한 내용을 잘 알려줄 것이라고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목적이 성공을 거둔다면, 당신은 나의 전문 분야와 관련해 교양인이라면 알아야 할 지식들을 거의 다 얻게 될 것이다.”라는 말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정말? 천문학이 내용이 얼마나 많은데…….



얇기만 한 줄 알았는데, 어쭈!?

빅뱅. 그렇지. 당연히 이 이야기부터 시작해야지. 기본 입자가 만들어지고, 양성자와 중성자가 만들어지고, 핵융합으로 헬륨이 만들어지고, 별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원소가 만들어지고, 태양과 행성이 만들어지고,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하고, 인류가 등장하고……. 가만 있자, 이제 겨우 1장인데? 좋아, 일단 큰 그림부터 그려놓고 시작하겠다는 거군…….


물리 법칙의 보편성? 이게 갑자기 왜 나오지? 아,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 법칙은 우주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렇지 이게 아니고서는 우주를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지. 큰 그림 다음에 기본 원칙을 제시해 준다. 괜찮은데?


다음은……, 우주 배경 복사? 이건 내가 쓴 책의 주제. 이거 쉬운 내용이 아닌데……, 어려운 내용이라고 피해 가지는 않는다. 좋아. 이 정도 분량으로 설명하기가 쉽지는 않을 텐데 그래도 있을 내용은 웬만큼 다 있네. 


은하 얘기도 있어야지.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이 은하니까. 우리 은하, 은하단, 퀘이사, 중력 렌즈. 역시 있을 건 다 있네. 은하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별이 은하에 포함되어 있는 별만큼이나 된다고? 그렇게까지 많은 줄은 나도 몰랐네. 역시 책을 읽어야 배울 수가 있어.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 이것도 재미있는 내용이지. 최근에 관심을 많이 받는 분야라 새로운 내용도 많은데 잘 정리되어 있군. 그러고 보니 내용도 대충 설명하는 게 아니라 꽤 자세히 설명하고 있네. 처음 들어보는 사람도 꽤 이해하겠는데…….


주기율표에 담긴 우주라. 그렇지. 원소들이야 모두 우주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니 당연히 필요한 내용이지. 이 부분은 내가 최근에 관심이 많은 분야니까 자세히 읽어봐야겠네. 생각보다 많은 원소들을 다루고 있네.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고.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더 재밌겠네.


구형 천체와 중력. 이건 당연한 이야긴데, 이걸 가지고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몰랐네. 완벽한 구형을 만드는 법.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빛. 그렇지 이건 할 이야기가 많지. 전파, 적외선, 자외선, 감마선. 가시광선은 빠졌네. 하긴 가시광선은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긴 하지. 뻔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좋아.


행성 이야기……가 아니라 행성과 행성 사이구나. 소행성이랑 위성, 태양계의 작은 천체들. 역시 뻔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그럼 행성 이야기는? 외계 행성 이야기를 하는군. 이것도 요즘 핫한 분야지. 외계 행성과 외계 생명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주제.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우주적으로 보고 우주적으로 생각하라.” 



우주적으로 보고 생각할 특권을 누릴 시간

사실 대충 뻔한 내용의 책일 거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주제도 다양하고 ‘의외로’ 내용도 충실하다. 엄청나게 바쁜 세계적인 유명인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냥 적당히 알만한 내용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핵심을 다루고 있다. 역시 고수는 다르다.


우주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생존을 위한 허덕임에 모든 시간을 바쳐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천문학은 그저 사치로 보일 수도 있다. 천문학은 우주에서의 인간의 위치를 가늠하려는 노력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몇몇 선진국의 국민들이라야 누릴 수 있는 축복이며 특혜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아직 천문학이 사치일 수밖에 없는 나라일까? 우리나라에 먹을 것의 절대량이 부족해서 굶어 죽는 사람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우주적으로 보고 우주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일부 한가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진 특권이 아니다. 이런 생각과 관점은 인간을 겸손하게 만들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해줄 것이다. 우주에 대한 지식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


“나의 목적이 성공을 거둔다면, 당신은 나의 전문 분야와 관련해 교양인이라면 알아야 할 지식들을 거의 다 얻게 될 것이다.”라고 장담한 닐 타이슨의 목적은 꽤 성공적으로 달성되었다. 더 대단한 것은 “내가 정말로 성공적이라면 이 책을 읽고 난 당신의 우주에 대한 갈망은 좀 더 깊어지고, 좀 더 강해질 것이다.”라는 목적까지 충분히 성공적으로 달성했다는 것이다.



이 책의 번역자는 우리나라에서만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학책 가운데 하나인 『코스모스』의 번역자이신 서울 대학교 물리천문학부 명예 교수 홍승수 교수님이다. 교수님은 학교에 계실 때에도 모든 곳에서 조금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는 완벽주의자로 유명하셨다. 『코스모스』는 천문학뿐만 아니라 생물학, 화학, 고생물학, 그리고 동서양의 고대 문화와 같은 다양한 분야의 내용을 포괄하고 있는 책이다. 교수님은 그런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번역하실 분이 아니었다. 관련 분야를 전공한 주변 사람들을 엄청나게 괴롭혔다는 소문을 들었다. 『코스모스』가 몇 개 국어로 번역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한국어 번역만큼 훌륭한 번역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날마다 천체 물리』 역시 문장 하나하나의 완성도와 조금이라도 더 적합한 우리말을 찾으려 한 교수님의 노력이 느껴지는 번역이다. 가끔은 교수님의 ‘음성 지원’이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깜짝 놀랄 때도 있었다.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과 깔끔한 번역. “바쁜 당신을 위한 짧은 천체 물리학 특강”으로 이상적인 조합이다.


이강환(천체 물리학자,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 관련 도서 ※


『날마다 천체 물리』 [도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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