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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강 여객기의 크기와 반응 본문

(연재) 하늘의 과학

제1강 여객기의 크기와 반응

Editor! 2018.04.06 15:26

하늘의 과학: 장조원의 항공 우주 과학의 정석

제1강 여객기의 크기와 반응


눈에 보이진 않지만 항상 우리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수학적 원리들! 이를 파헤치기 위해 『비행의 시대』 장조원 교수가 돌아왔습니다. 「하늘의 과학」은 독자 여러분이 앞으로 1년간 수학의 언어를 통해 비행기의 모든 것을 마스터할 수 있도록 ㈜사이언스북스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장기 연재 프로젝트입니다. 장조원 교수의 ‘항공 우주 과학의 정석’, 지금 시작합니다.


제1강의 주제는 비행기의 크기에 숨은 비밀입니다. 전투기보다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둔해 보이는 여객기, 실제로는 어떨까요? 또 비행기의 크기에 따라 날개 면적, 공기 저항, 관성 등이 획기적으로 달라진다는데, 이번 기회에 알아볼까요?



「하늘의 과학」 연재를 시작하며


연재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고민을 해 보았다.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항공 우주 과학이란 무엇이고 어떤 의미일까? ​​항공 우주 과학의 근본이 되는 수학과 물리는 단순히 ‘좋은’ 대학교를 가기 위해 공부해야만 하는 과목들에 불과할까? 오죽하면 ‘수포자(수학 포기자)’, ‘무리학(물리학)’이란 말까지 나오게 되었을까도 생각해 보았다. 수학과 물리라는 심오한 학문들이 없었다면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비롯해 인류가 누리고 있는 모든 과학 문명의 이기(利器)들이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첨단 과학을 대표하는 항공 우주 과학에 수학과 물리를 접목해 설명한 본 연재를 통해, 학생을 포함한 독자들이 이 분야에 호기심을 갖고 스스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


본 연재에서는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수학과 물리가 항공 우주 분야에 어떻게 응용되는지를 다룰 예정이다. 어떤 함수들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비교적 최근 학문적 진전을 보인 확률 이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미분과 적분을 비롯해 벡터와 행렬 등이 비행기에 응용된 사례 등을 다룰 것이다. 특히 수학과 물리가 항공 우주 과학, 또는 비행 현상과 어떻게 연관되는지에 대해 교과서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은 내용들도 다룰 것이다.


17세기 중반 수학의 눈부신 발전을 이끌었던 위대한 수학자 피에르 페르마(Pierre Fermat)는 단지 수학이 재미있었을 뿐 업적과 명예를 연구의 목적으로 두지 않았다고 한다. 페르마가 수학 삼매경에 빠져들었듯, 독자들도 최첨단 과학의 산물인 비행기와 그 속에 담긴 수학의 매력에 흠뻑 빠지는 데 본 연재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또 학생들이 친근한 비행기를 매개로 수학과 물리를 재미있게 공부하고 창의적인 사고 능력을 얻는 데 한몫할 수 있으면 좋겠다.


2018년 4월

장조원





「하늘의 과학」 연재 순서


제1강 여객기의 크기와 반응

제2강 항공기 소음과 로그 함수

제3강 항공기의 무게 중심과 안정성

제4강 항공기의 순항 비행

제5강 항공기의 이륙과 상승 비행 

제6강 항공기의 선회 비행과 하중 계수 

제7강 항공기의 하강 비행과 착륙

제8강 측풍 착륙과 벡터

제9강 항공기의 자동 제어 시스템과 관성 항법 장치

제10강 원자 폭탄과 확률

제11강 장사정포 포탄의 탄도 계산

제12강 우주 비행 궤도


※ 상황에 따라 연재 순서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 






여객기가 전투기보다 느리다고?

한 모서리의 길이가 1미터인 정육면체를 생각해 보자. 그럼 한 면의 넓이는 1제곱미터, 부피는 1세제곱미터이다. 이 정육면체의 모서리 길이를 10배인 10미터로 늘이면 한 면의 넓이는 102배인 100제곱미터로 늘어난다. 또 부피는 103배인 1,000세제곱미터로 늘어난다. 다시 말해 길이를 L 배 늘이면, 넓이는 L2 배, 부피는 L3 배 증가한다. 이를 실생활에 적용해 보면 지름이 작은 수박을 여러 개 사는 것보다 큰 수박 1개를 구입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박의 부피는 반지름의 세제곱에 비례하므로(반지름이 r인 구의 부피는 3분의4πr3이다.) 반지름이 1인 수박의 부피는 반지름이 2분의 1인 수박의 부피보다 8배 크다. 보통 큰 수박이 작은 수박보다 가격이 8배까지 비싼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양으로만 따진다면 큰 수박을 구입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우선 길이와 속도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소형 전투기와 대형 여객기가 같은 속도로 비행한다고 생각해 보자. 소형 전투기의 길이는 1이고 대형 여객기의 길이는 그것의 10배인 10이다. 이때 길이에 대한 속도비(속도/길이)를 계산해 보면 소형 전투기는 1/1이고 대형 여객기는 1/10이다. 따라서 두 비행기가 날아가는 속도가 같더라도, 길이가 긴 대형 여객기는 소형 전투기에 비해 속도가 느려 보인다. 실제 소형 전투기인 F-5와 대형 여객기인 보잉 B737의 착륙 접지 속도는 시속 약 270킬로미터로 비슷하지만 시각적 효과 때문에 B737이 더 느리게 접근하는 것처럼 보인다. 공항 근처에서 대형 여객기가 활주로에 착륙 접근을 하는 모습을 볼 때의 속도감은 동체의 길이에 비례한다. 대형 여객기 에어버스 A330이 착륙할 때 접지 속도는 그 당시 항공기 무게에 따라 다르지만 시속 약 250킬로미터 정도로, 시속 약 230~240킬로미터인 FA-50 경공격기보다 더 빠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륙할 때 FA-50 경공격기가 A330보다 더 빨리 접근하는 것처럼 보인다.



저마다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다르다

다음으로 제곱-세제곱 법칙(square-cube law)에 대해 알아보자. 넓이와 부피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이 법칙에 따르면 길이가 L 배 증가하면 넓이는 L2 배, 부피는 L3 배 증가한다. 만약 모양을 그대로 유지한 채 단순히 길이만 늘여 크기를 바꾼다면 제곱-세제곱 법칙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모양을 유지하면서 개미의 크기를 코끼리만큼 확대한다고 생각해 보자. 개미의 길이가 L 배 증가할 때 요구되는 개미 다리의 근력은 L2 배 증가한다. 몸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요구되는 개미 다리의 근력은 근육의 단면적, 즉 L2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반면 개미의 몸무게는 부피, 즉 L3에 비례해 증가한다. 다리 근력과 몸무게의 증가율이 다르기 때문에 모양을 유지하면서 단순히 길이만 늘인 개미의 다리 근력은 늘어난 몸무게를 지탱할 수 없다. 



길이에 따른 넓이 및 부피 변화


또 다른 예로 하늘에서 낙하하는 빗방울을 들 수 있다.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속도는 처음에 증가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일정한 속도를 유지한다. 이 속도를 종단 속도(terminal velocity)라 하는데, 이는 빗방울에 작용하는 공기 저항력의 크기가 중력의 크기와 같아져 더 이상 물체가 가속되지 않을 때의 속도이다. 스카이다이버나 야구공처럼 공기 속에서 빠른 속력으로 운동하는 물체의 공기 저항력은 속력의 제곱에 비례한다. 그러나 빗방울과 같이 작고 느린 물체의 공기 저항력은 지름과 속도에 비례하고 중력은 부피에 비례한다. 따라서 종단 속도는 부피를 지름으로 나눈 지름2에 비례한다. 예를 들어 지름이 2밀리미터인 빗방울의 종단 속도는 초속 9미터 정도다. 지름이 10분의 1인 0.2밀리미터로 줄어든다면 빗방울의 종단 속도는 10분의 1의 제곱인 100분의 1에 해당하는 초속 0.09미터가 된다. 따라서 구름을 형성하고 있는, 지름이 작은 물방울들의 종단 속도는 매우 작기 때문에 거의 떨어지지 않고 공중에 떠 있는 것이다. 


빗방울의 지름에 따른 종단 속도 변화


제곱-세제곱 법칙은 소형 항공기를 초대형 항공기로 제작할 때에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기존 기술이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항공기 또한 대략적으로 제곱-세제곱 법칙을 따른다. 즉 모양을 유지한 채 소형 여객기 B737의 크기를 초대형 여객기 A380만큼 확장시키면, 무게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동체 부피에 비해 날개 면적이 상당히 작아 양력을 충분히 받지 못한다.


A380의 전체 길이는 약 72.7미터로, 39.5미터인 B737보다 1.84배 길다. 그러나 A380의 이륙 중량은 590톤으로, 78.2톤인 B737보다 무려 7.54배나 무겁다. 다시 말하지만 무게는 동체 부피와 직접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B737 날개 면적을 두 비행기의 길이 비율인 1.84배만큼 확장한 ‘초대형 B737’은 무게 증가(7.54배)에 비해 날개 면적이 매우 작아 뜨기 힘들다. 항공기도 제곱-세제곱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초대형 B737의 날개를 아주 크게 제작해야 한다. 실제로 B737과 A380의 날개 면적은 각각 124.6제곱미터, 845.0제곱미터로 무려 6.78배의 차이가 난다. 따라서 그림 1.3에서와 같이 동체 길이에 따른 날개 면적을 비교한다면 A380 날개가 B737 날개에 비해 기형적으로 상당히 큰 것을 볼 수 있다. 


B737


A380


B737(위)와 A380(아래)의 동체 부피에 대한 날개 면적 비율은 부피가 더 큰 A380이 훨씬 크다.

사진: 위키피디아




‘큰놈’이 더 둔하다!

이제 항공기의 회전 운동-회전축에 따라 피칭(pitching), 롤링(rolling), 요잉(yawing) 세 가지로 나뉜다.-에 대한 기체 반응을 알아보자. 조종사가 회전 운동을 조작할 때 항공기가 반응하는 성질은 세제곱-다섯제곱 법칙(cube-fifth power law)을 따른다. 항공기의 공기 역학적 모멘트(피칭, 롤링, 요잉 모멘트)는 길이의 세제곱에 비례하고, 이에 저항하려는 관성 모멘트(moment of inertia)는 길이의 다섯제곱에 비례한다. 관성 모멘트는 물체를 회전시키려 할 때 잘 돌아가지 않으려는 성질로, 질량과 (회전 반지름)2의 곱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A380처럼 항공기가 크면 클수록 공기 역학적 모멘트에 대한 항공기의 반응은 더욱 더 느려진다.


예를 들어 우주 왕복선과 같은 거대한 비행체는 착륙할 때 조종간을 당기면 바로 반응하지 않고 약 2.2초 후에 기수가 올라간다. 따라서 조종사가 조종간을 당겨도 바로 올라가지 않고 아래로 7.62미터 더 떨어진 후 올라가므로 이를 고려해 미리 조작을 해야 한다. 회전 운동에서 관성(물체가 외부의 힘에 저항해 현재의 운동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성질)의 척도인 관성 모멘트로 인해 항공기 기체 반응이 느려지기 때문이다. 소형 여객기를 조종하다가 대형 여객기로 전환한 조종사는 조작에 따른 기체 반응이 느려지는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2011년 미국 플로리다 주 케네디 우주 센터(Kennedy Space Center, KSC)에 착륙하고 있는 우주 왕복선 디스커버리(Discovery) 호.

사진: NASA



이것이 바로 하늘의 과학!

기하학(geometry)은 도형의 기본 요소인 각, 길이, 넓이, 부피 등의 상호 관계뿐만 아니라 공간에 있는 점, 선, 면, 도형들의 치수, 모양, 상대적 위치, 법칙 등을 다루는 수학의 한 분야다. 기하학을 근간으로 한 물리학을 통해 우리는 소형 항공기를 대형 항공기로 확대할 때 단순히 길이만 늘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형 항공기는 제곱-세제곱 법칙에 따라 동체 부피 대비 날개 면적이 아주 커야 뜰 수 있으며, 세제곱-다섯제곱 법칙에 따라 항공기가 크면 클수록 공기 역학적 모멘트에 대한 항공기의 기체 반응은 더욱 더 느려진다. 이것이 바로 하늘의 과학이다.






저자 장조원

공군 사관 학교 항공 우주 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한국 과학 기술원(KAIST)에서 항공 우주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군 사관 학교 항공 우주 공학과 부교수,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 방문 학자, 캐나다 라이어슨 대학교 겸임 교수 등을 지냈다. 한국 항공 운항 학회 부회장, 한국 가시화 정보 학회 편집 이사, 한국 항공 우주 산학 위원회 공력 해석 및 설계 분과 위원장, 대한민국 공군 발전 협회 연구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항공 우주 학회 학술상, 현대자동차그룹 우수 논문상, 한국 항공 대학교 최우수 교수상, 교원 업적 종합 부문 최우수상, 한국 항공 운항 학회 우수 논문상, 한국 가시화 정보 학회 우수 논문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항공 우주 과학을 일반인도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쓴 『하늘에 도전하다』와 『비행의 시대』 등이 있다. 현재 한국 항공 대학교 항공 운항학과 교수, 공군 사관 학교 명예 교수로 있으며, 곤충이나 새와 같은 생체 모방 비행체, 경계층 흐름 제어, 유동 가시화 등을 비롯한 비정상 공기 역학 분야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저서

『비행의 시대』

하늘을 향한 끝없는 열정을 한 권에 담아낸 책으로, 항공 우주 분야 키워드 77개를 통해 인류가 어떻게 하늘을 바꿔 왔는지를 보여 준다. 최신 정보와 원리, 다양한 비행기 기종과 일화를 핵심 단어별로 분류해 빠짐없이 소개하는 본격적인 항공 우주 가이드북이다.


『하늘에 도전하다』

항공우주과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과 일반인을 위한 책으로, 비행기라는 개념의 탄생부터 스텔스 기술이 적용된 최첨단 전투기에 이르기까지 비행기의 중요한 발달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살필 수 있도록 구성했다. 그리고 그 발달의 배경이 되는 과학 이론을 함께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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