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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가 미래의 식량이다 : 먹을거리의 모든 것 본문

(연재) 사이언스-오픈-북

귀뚜라미가 미래의 식량이다 : 먹을거리의 모든 것

Editor! 2018.05.04 10:48

세상의 원리 번개 강연 두 번째를 장식한 책, 『음식 원리』를 미리 읽어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세상의 원리 번개 패널로 출연하시는 강양구 선생님(지식 큐레이터, 코메디닷컴 부사장)의 『음식 원리』 서평을 소개합니다.



귀뚜라미가 미래의 식량이다

먹을거리의 모든 것



가끔 생활 협동 조합 초청으로 강연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청중 앞에 서면 아득해진다. 주부들이 참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잘하는 요리라고는 라면밖에 없는 내가 앞에서 먹을거리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떠들어야 하는 상황은 얼마나 아이러니인지, 말 그대로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다.


조심스럽게 준비해 온 강연을 하다 보면 꼭 질의 응답 시간에 말문이 막힌다. 생활 현장에서 갈무리해 뒀다 작심하고 쏟아내는 먹을거리에 대한 온갖 질문 대부분이 모르는 것투성이다. 횡설수설하다가 연단에서 내려오면 의혹에 찬 시선이 가득하다. “이 사람 정말로 믿어도 될까?”


이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기에 『음식 원리』(사이언스북스 펴냄)를 읽으면서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는 말 그대로 세상 음식에 대해서 알고 싶은 모든 것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인포그래픽 팩트 가이드’ 시리즈답게 최고 수준의 인포그래픽이 덧붙어 있어서 이해하기도 쉽다. 이 책이 미리 나왔다면 조금 더 똑똑한 강사가 될 수 있었을 텐데!



가장 좋은 식량은 콩, 미래의 식량은 귀뚜라미


『음식 원리』가 다루는 설명의 범위를 맛보기로 살펴보자. 책의 순서와는 거꾸로다. 우선 전 세계 76억 명 인구 가운데 먹을거리를 충분히 얻지 못해 굶주리는 인구수는 몇 명일까? 8억 명이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굶주리는 이웃을 먹이려면 유전자 변형(GM) 작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243쪽). 하지만 이 책에서 강조하는 진실은 다르다. 8억 명이 굶주리는 상황에서 정작 전 세계에서 생산한 곡물의 약 3분의 1 이상이 동물(주로 소) 사료로 쓰인다.


그렇다. 식량 생산이 비약적으로 증가했음에도 여전히 인류가 굶주림을 해결하지 못한 중요한 이유는 육식이다. 고기에 대한 세계적인 수요는 지난 50년간 5배로 늘었다. 서구의 식생활에서 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30퍼센트 정도로 안정됐지만 비서구에서 그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조금 더 적나라한 현실은 이렇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소는 가축용 사료(곡물)를 먹는다. 소 한 마리는 7킬로그램 이상의 곡물을 소비해서 체중을 1킬로그램 늘린다. 소 1킬로그램의 뼈를 발라내고 나면 살코기 약 400그램으로 바뀐다. 결국 곡물 7킬로그램은 고작 2인분의 쇠고기 스테이크가 될 뿐이다(1인당 545칼로리).


반면에 곡물 7킬로그램을 사람이 직접 섭취하면 어떻게 될까? 200그램 쇠고기 스테이크의 칼로리 545칼로리를 기준으로 따져 보면, 곡물 7킬로그램은 11인분의 먹을거리가 된다. 가장 효율적으로 먹을거리를 분배하려면 전 세계적으로 육식을 줄이고 채식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음식 원리』는 가장 지속 가능한 유형의 식량으로 ‘콩’을 꼽고 있다(229쪽).


DK 『음식 원리』, 228~229쪽.


고기 없이는 못 산다고? 지금 새로운 고기 공급원으로 진지하게 검토되는 대안이 바로 곤충이다. 곤충은 오랫동안 여러 국가에서 먹어 온 전통 음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귀뚜라미나 메뚜기를 굽거나 튀겨서 먹었던 기억을 말하는 윗세대가 많다. 그런데 이 곤충은 아주 효율적인 단백질 공급원이 될 수 있다.


소는 식용 가능한 부분이 전체의 40퍼센트에 불과하다. 반면 식용 곤충이 될 자격이 있는 귀뚜라미는 전체의 80퍼센트를 먹을 수 있다. 더구나 귀뚜라미 100그램은 쇠고기 100그램이 비해서 더 많은 단백질이 들어 있다. 세계 곳곳에서 귀뚜라미, 메뚜기 등을 갈아서 단백질 파우더를 만든 다음 먹음직스럽게, 보기 좋게(!) 꾸미는 궁리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수십 년 후에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에서 바퀴벌레를 갈아서 양갱/단백질 바를 만들어 먹는 충격적인 모습이 미래 식량을 예고한 결정적 장면으로 주목받을 수도 있다.



‘간헐적 단식’은 OK! 디톡스는?


단언컨대, 『음식 원리』의 압권은 204쪽과 205쪽이다. 야심차게 「다이어트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이 장은 지금까지 유행한 열세 가지 다이어트 방법을 진지하게 검토한다. ‘저열량’부터 시작해서 ‘구석기 시대’, ‘간헐적 단식’ 심지어 이런 게 있었나 싶은 ‘혈액형’ 다이어트까지 그 내용을 소개하고 효과를 검증한다.


살짝만 들여다보자. 한때 국내에서도 유행했던 간헐적 단식은 “하루 중 특정한 시간이나 일주일에 며칠 동안 열량 섭취를 제한함으로써”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하는 접근 방식이다. 그 효과는 어떨까? 주목하시라! 효과가 있다. 『음식 원리』는 간헐적 단식의 효과를 이렇게 정리한다. (간헐적 단식의 자세한 내용은 200~201쪽에서도 짚고 있다.)


DK 『음식 원리』, 200~201쪽.


“단식이 건강에 이롭다는 증거가 많아지고 있다. 단식하지 않은 날에는 음식을 제한하지 않는 것이 현대인의 바쁜 일상과 잘 맞아 떨어져, 많은 사람이 이 다이어트로 체중 감량에 성공한다.” ─ 『음식 원리』 205쪽


듣도 보도 못한 혈액형 다이어트는 어떨까? “혈액형이 우리가 음식을 소화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이 다이어트법이 건강을 향상시킨다는 증거는 없다.” 그렇다면 설탕 대신 꿀을 먹으라는 ‘깨끗한 먹거리’ 다이어트는? 비논리적이다. “꿀에 들어 있는 당분은 정제 설탕만큼이나” 몸에 나쁘기 때문이다.


『음식 원리』는 철저하게 과학에 기반을 둔 책이다. ‘디톡스’를 언급한 대목도 흥미롭다. 한 마디로 디톡스는 비과학적이다. “동물 연구에서 고수가 중금속 배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증거가 아주 제한적으로 확인되기는 했지만” 중금속 중독은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고수를 먹는 게 아니라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


다른 예도 마찬가지다. “몸 밖으로 독소를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허브 차는 “이뇨 효과가 있어서 소변을 더 많이 보게 만들어 외형상 ‘배출’의 효과를 보일” 뿐이다. 각종 비타민이 들어 있는 건강 보조 식품도 “일부 비타민 결핍의 경우에는 가치가 있겠지만, 해독 효과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 그러니 디톡스 먹을거리에 돈을 낭비할 필요가 없으리라.


비타민 D 같은 보조 식품은 어떨까? 『음식 원리』에 따르면, 꼭 필요한 경우가 있다. 채식주의자라면 믿을 만한 천연 공급원이 고기와 동물성 식품뿐인 비타민 B12나 채식할 때 부족하기 마련인 비타민 D를 보조 식품을 통해서 섭취해야 한다. 위도가 높은 지역에 살아서 햇빛에 노출된 피부에서 비타민 D가 생성되기 어려운 경우도 보조 식품을 섭취할 수 있다.


하지만 보조 식품의 건강상 이점을 놓고는 논쟁이 진행 중이다. 『음식 원리』는 이렇게 논쟁이 진행 중인 사안의 경우에는 비교적 균형 잡힌 시선으로 양쪽의 핵심 주장을 골고루 싣고 있다. 건강 보조 식품의 찬반 논쟁도 마찬가지다(178~179쪽). ‘인포그래픽 팩트 가이드’의 다른 시리즈(『인체 원리』, 『돈의 원리』가 그렇듯이 교육 현장에서 이용하기에 좋은 구성이다.


DK 『음식 원리』, 178~179쪽.



『음식 원리』에 답이 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하고 치워버릴 책이 아니다. 가족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손 잘 닿는 곳에 꽂아두고 두고두고 참고할 책이다. 『음식 원리』만 있으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더 이상 두렵지 않기 때문이다. 통조림은 얼마나 보관할 수 있을까? 필요하다면, 100년 이상 둬도 안전하다(49쪽).


DK 『음식 원리』, 48~49쪽.


이뿐만이 아니다. 하루에 물 여덟 잔을 마셔야 한다는 이야기의 진실은? 비타민 F는 왜 없을까? 전자 레인지와 냉장고의 작동 원리는? 유통 기한 지난 상품을 먹어도 되나? 탄 토스트를 피해야 하는 이유는? 스테이크를 구울 때, 고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요구르트에 들어 있는 성분에는 무슨 비밀이 있을까? 『음식 원리』에 모두 답이 있다.






DK 『음식 원리』 [도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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