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ScienceBooks

2차 대전의 끝판왕 탱크: 티거 본문

(연재) 탱크 북 키네마

2차 대전의 끝판왕 탱크: 티거

Editor! 2018.07.12 13:23


2차 대전의 끝판왕 탱크: 티거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퓨리」, 「켈리의 영웅들」, 「화이트 타이거」의 공통점은? 6호 전차 티거(Tiger-I)가 소위 끝판왕으로 등장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는 양말에 폭탄을 우겨넣은 ‘접착식 폭탄’으로 궤도를 박살낸 후 간신히 1대를 제압했지만, 나머지 1대에 의해 몰살을 당할 뻔했다. (결국 하늘에서 머스탱이 내려와 해결해 준다.) 「퓨리」에서는 셔먼 3대가 사망한 후에야 잡았다. 「켈리의 영웅들」에서는 마을을 반쯤 날려 버린 후에 독일군 장교와 골드바로 타협을 봤다. 「화이트 타이거」는 더 절망적이다. 1개 기갑 사단이 투입됐지만, 유령 호랑이를 잡지 못했다. 


「화이트 타이거」에서의 티거. 실제 티거 전차는 「퓨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전쟁사에서 6호 전차 티거는 독일군에게는 전선의 수호자이자 희망이었고, 연합국 장병들에게는 악몽 그 자체였다. 그리고 전쟁사를 쫓는 이들에게 티거는 로망 그 자체다. 



제22차 대전 독일 기갑 부대의 상징

미하일 비트만(Michael Wittmann), 오토 카리우스(Otto Carius), 쿠르트 크니스펠(Kurt Knispel). 전쟁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름들이다. 독일이 자랑했던 전차 에이스들이다. 이들 모두 ‘호랑이’를 탔고, 이 호랑이로 전장을 누볐다. 티거는 영화 속에서 뛰쳐나온 영웅이다.


독일군에게는 희망으로, 연합군에게는 악몽으로 다가왔던 호랑이(Bundesarchiv, Bild 101I-461-0213-34 / Zwirner / CC-BY-SA 3.0)


단기필마로 적진을 헤집고 들어가 수십, 수백의 적병을 쓰러뜨린다. 적군이 쏜 화살이나 총탄에 맞아도 끄떡없다. 잘해봐야 팔다리를 스치는 정도? 정면에 맞아도 화살이나 총탄을 튕겨낸다. 주인공답게 적들에 포위 된 아군을 구하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실제로 티거의 이미지가 그러했다. 차체 전면 100밀리미터, 포탑 전면 120밀리미터, 측면과 후면 80밀리미터의 두꺼운 장갑, 당대 최강의 주포라 할 수 있는 56구경장 88미리 대공포를 탑재, 여기에 칼 자이스(Carl Zeiss) 광학 조준기가 더해지면서 2킬로미터 밖의 전차도 격파하는(이 정도면 ‘저격’ 수준이다.) 신기를 보여 주게 된다.


어떠한 적의 공격도 막아내면서, 이쪽에선 한 방으로 적을 격멸하는 무적의 전차! 이런 이미지가 바로 티거였다. 


T-34 전차. 양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 호랑이 한 마리와 늑대 100마리가 맞붙는다면, 누가 이길까? (By Radomil [GFDL (http://www.gnu.org/copyleft/fdl.html) or CC-BY-SA-3.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from Wikimedia Commons)


전쟁 기간 내내 그 생산량은 겨우 1350여 대 남짓이지만, 지금도 제2차 세계 대전 독일군 탱크라고 하면 제일 첫머리에 꼽히는 게 Tiger-I이다. (1300여 대면 많은 것처럼 보이는데, 당시 소련군의 T-34가 10만여 대가 나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라.) 

이런 이미지가 만들어진 이유가 뭘까? 당연히 그럴 만한 전과와 성능을 보여 줬기에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스타일의 마지막 전차

티거의 시작은 참으로 건실했다. 1935년부터 독일군은 적전선을 돌파할 중(重)전차 개발계획을 세웠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티거의 몸무게는 30톤으로 상정해 놨다. 그러던 것이 소련 침공과 더불어 어그러졌다. T-34 쇼크. 이전까지 탱크라면 독일이었고, 세계 최고의 기술력, 최강의 전술로 전격전의 승리를 이끌어 왔던 것이 독일 기계화 부대였다. 그런데, 독일 전차가 세계 최고의 전차가 아니란 게 확인됐다. 아니, 한 차원 뛰어 넘는 수준의 전차가 등장했다. T-34와 KV-1 전차 같은 괴물들이 툭 튀어나온 것이다. 당시 독일군은 88밀리미터 대공포를 끌고 와 겨우겨우 소련군의 괴물 전차들을 막아냈다. 장애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소련의 ‘자연 환경’은 그 자체로 재앙이었다. 소련의 명물인 동장군과 진흙장군(rasputitsa)은 기계화 부대의 발목을 잡아챘다. 동장군의 경우는 일반인들에게도 이해가 있겠지만, 진흙장군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일상을 영위하고 있는 도심에서는 아스팔트 포장 도로와 배수로 기본 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드넓은 러시아에서 이건 다른 나라 이야기다. 10월 초의 가을 장마와 3월 말의 해빙기에 소련의 야지는 진흙탕, 아니 뻘밭이 된다.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 진짜 ‘뻘’이 된다.)


Zis-3 야포. 역시나 양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http://eng.mil.ru/en/multimedia/photo/gallery.htm?id=5215@cmsPhotoGallery)


이런 상황에서 탱크가 움직일 수 있을까? 이런 경험들이 모여 신형 전차에 대한 요구사항들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첫째, 소련의 강력한 대전차포(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무려 4만 5000문 이상 제작된 ZiS-3를 염두에 뒀다. 야포로도, 대전차포로도 널리 애용됐다.)에 버틸 수 있는 장갑. 

둘째, T-34와 KV-1을 상대할 수 있는 88밀리미터 대공포의 탑재.

셋째, 소련의 열악한 도로 사정을 고려해 접지압 분산을 고려한 설계.


이런 요구 조건들이 모이고 모여 만들어진 게 바로 티거였다. 제2차 세계 대전 때 생산된 독일 전차 중 마지막으로 ‘독일 스타일’을 고수한 전차였기에 더 애착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티거 이후에는 T-34와 같은 경사 장갑을 채용한 설계가 기본이 됐다. 5호 전차 판터와 이후에 등장한 티거 2의 경우는 T-34처럼 경사 장갑으로 만들어졌다. 직선의 수직 장갑은 독일 전차의 상징이었다. 3호 전차부터 시작해 티거까지의 독일 전차의 실루엣은 크기만 좀 다를 뿐 엇비슷하다. 만약 T-34 쇼크가 없었다면, 독일도 경사 장갑을 채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경사 장갑이 좋은 건 인정해야 한다. 방어력 면에서는 수직 장갑에 비해 훨씬 더 유리했으니 당연히 경사 장갑을 채용하는 게 맞다. (그러나 역시 독일 전차하면 수직 장갑이 아닐까?)


티거 2는 전통적인 독일의 수직 장갑 대신 경사 장갑을 택했다.(Bundesarchiv Bild 146-1975-102-14A, Panzer VI (Tiger II, Königstiger)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다

압도적인 성능과 전과를 보여 준 티거지만, 무적은 아니었다. 티거의 발목을 잡은 건 ‘비만’이었다. 최초 30톤으로 시작된 개발 계획은 40톤을 넘어서서 최종적으로는 57톤에 이르게 된다. 현대에 등장한 3세대 전차 급의 무게다. 당시에 이 정도 무게를 가진 연합군 전차는 없었다. (시험 개발용을 제외하고는) ‘방어력’을 위해 장갑을 둘러치다 보니 무게가 늘어난 건 이해할 수 있지만, 비만은 많은 부분에서 문제가 됐다. 


57톤 무게의 전차를 움직이기 위해 700마력급 엔진을 얹어 놨으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M1 에이브럼스가 63톤인데, 1500마력급 엔진을 달았다고 생각해 보라.) 엔진 트러블과 구동 계통 문제는 일상이었고, 극악의 연비는 가뜩이나 부족한 독일군의 연료사정을 생각해 봤을 땐 만성두통과 같은 문제였다. 외부적인 환경도 문제였다. 너무 무거웠기에 교량 통과가 제한되었고 (이 때문에 잠수 도하를 선택해야 했다.) 저지대나 습지, 특히나 지반침하가 우려되는 곳에서는 극히 조심해야 했다. (실제로 지반 붕괴로 손실된 티거의 수가 만만치 않았다.)


이런 기동력 문제는 티거의 ‘임무’와는 배치되는 심각한 문제였다. 제2차 세계 대전 내내 티거는 그 압도적인 화력과 방어력을 무기 삼아 ‘소방수’로 활약했다. 대부분 독립 중전차 대대로 편성돼 전선의 급한 불을 끄러 다녔다. 당연히 기동력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역시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거가 보여 준 압도적인 파괴력과 방어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소방수’로 활약한 게 아닌가? 전선을 뚫고 진격해 들어오는 연합군들 앞에 갑자기 툭 튀어나온 티거 전차! 말 그대로 호랑이였다. 아무리 두들겨도 뚫리지 않는 장갑과 위력적인 88밀리미터 포의 화력은 영화 「퓨리」에서도 잘 보여 주고 있다. 

호랑이의 신화는 계속 덧칠되어 이어질 것 같다. 


『탱크 북』74~75쪽에서 Copyright © Dorling Kindersley





이성주

《딴지일보》 기자를 지내고 드라마 스토리텔러, 잡지 취재 기자,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SERI CEO 강사로 활약했다. 민간 군사 전문가로 활동하며 『펜더의 전쟁견문록(상·하)』와 『영화로 보는 20세기 전쟁』을 썼다. 지은 책에 『러시아 vs 일본 한반도에서 만나다: 전쟁으로 보는 국제정치1』, 『글이 돈이 되는 기적: 글을 써서 먹고산다는 것』, 『실록에서 찾아낸 조선의 민낯 : 인물과 사료로 풀어낸 조선 역사의 진짜 주인공들』, 『아이러니 세계사』, 『역사의 치명적 배후, 성』  등이 있다. 예술인들이 모여 있는 지방으로 이사해 글 쓰는 작업에만 매진하는 삶을 살고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함께 보면 좋은 연재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