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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튼 대전차 군단의 후예들 : M46에서 M60까지 본문

완결된 연재/(完) 탱크 북 키네마

패튼 대전차 군단의 후예들 : M46에서 M60까지

Editor! 2018.07.24 16:34

패튼 대전차 군단의 후예들:

M46에서 M60까지


‘진지를 고수한다.’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그건 독일 놈이나 할 일이다. 우린 끊임없이 진격할 것이고, 진지가 아닌 적을 움켜 쥘 것이다. 적의 코를 잡고, 엉덩이를 걷어 찰 것이다. 완전히 정신을 빼놓고, 쓰레기를 치우듯 쓸어버릴 것이다!

― 「패튼 대전차 군단」


영화 「패튼 대전차 군단(Patton)」은 전차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봤을 법한 영화다. 패튼 장군(조지 스미스 패튼, George Smith Patton, 1885~1945년)이 빙의했다고 해도 믿을 말한 조지 C. 스콧의 명연기는, 제2차 세계 대전 내내 전장을 종횡무진 휘저었던 패튼 장군의 그것을 그대로 보여 준다. 


패튼 장군 역의 조지 C 스콧. 그의 열연이 없었다면, 패튼 장군에 대한 오늘날의 이미지가 많이 퇴색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놀랍게도 패튼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에 패튼(Patton) 전차가 등장했다. 그것도 철십자 마크를 단 채로 말이다. 롬멜의 아프리카 군단에 패튼 전차가 보급되었다는 말인가? 시공간을 초월한 불가사의한 일이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의 독일군 전차를 구하기 힘들었던 영화 제작진은 쉽게 구할 수 있는 패튼 전차를 독일군 ‘중전차’로 도색해 사용했다. 고증을 찾는 이들에게는 아쉽지만, 패튼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에 패튼 전차가 등장했다는 사실에 위안을 찾는 수밖에 없다.



그 이름만은 지키리라!

미국은 전통적으로 자국 탱크 이름에 장군들의 이름을 사용해 왔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미군의 주력 전차였던 셔먼(윌리엄 테쿰세 셔먼, William Tecumseh Sherman, 1820~1891년)이나 현재 미군의 주력으로 사용 중인 에이브럼스(크레이튼 윌리엄스 에이브럼스 주니어, Creighton Williams Abrams Jr., 1914~1974년)를 보면 알겠지만, 다들 미국의 유명한 장군들이다. 패튼을 베이스로 한 대공 전차였던 서전트 요크(Sergeant York)가 실패했던 이유는, 전차 이름에 하사관(앨빈 요크, Alvin York, 1887~1964년)의 이름이 붙어서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M48 패튼 전차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자주대공포 서전트 요크. (By Brian Stansberry [CC BY 3.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3.0)], from Wikimedia Commons)


제2차 세계 대전 장시 패튼 장군은 이슈 메이커 그 자체였다. 평상시의 모습은 귀족 그 자체였다. 취미로 승마나 요트를 즐겼고, 전투복 하의 대신 승마복 바지에, 손에는 승마용 채찍을 들고 다녔다. 권총은 고색창연하게도 콜트 SAA(Single Action Army, 서부 영화에서 가장 흔하게 나오는 권총)였다. 당연히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는 안 좋았지만, 전투에 나서면 전사로 변해서 적들을 분쇄해 버렸다. 전선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병사들의 사기 진작을 하고, 주변머리 없이 나서기 좋아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는 저돌적인 성격과 달리 작전에 임해서는 상당히 꼼꼼했다. 언제나 정보 분석을 최우선으로 삼았기에 수시로 전선 시찰을 나섰고, 적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현지 상황을 살폈다. 이런 정보 기반 하에서 그는 과감한 기동과 돌격을 감행했고, 신화와 같은 전과를 올렸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 이후 있었던 미 제3군의 전격적인 기동전은 그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 그의 이름을 미군의 주력 전차에 명명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패튼 전차의 시작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한국군과도 인연이 깊은 M48 패튼. 105밀리미터 포를 장착한 M48A5K. (By Rep.of Korea Army [CC BY-SA 2.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0)], via Wikimedia Commons)


패튼 전차의 탄생은 소련과 관련이 깊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소련은 베를린에서 열린 대독 승전 퍼레이드에서 자신들이 자랑하는 JS-3 중전차를 끌고 나온다. 대전 내내 셔먼 하나로 버텼고, 끝 무렵에서야 겨우 M-26 퍼싱 중(重)전차를 생산한 미군으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부랴부랴 신형 전차 개발에 나서게 됐고, 이렇게 나온 게 M46패튼이다. 워낙 급박하게 개발된 탓에 여러 문제점이 등장했고, 개량형인 M47패튼이 나오게 됐지만 역시 신세대 전차와는 거리가 있었다. 결국 전열을 가다듬어 다시 내놓은 것이 그 유명한 M48 패튼 전차다. 패튼 전차하면 생각나는 바로 그 전차가 바로 이 M48 전차로, 생산량도 1만 1000대를 훌쩍 넘어 당시 서방 세계의 표준 전차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M48계열을 아직 굴리고 있다.) 90밀리미터 48구경장 주포에(훗날 많은 국가에서 105밀리미터 L7계열의 강선포로 바꾼다. 한국도 105밀리미터로 ‘업건’한 M48A5K형을 보유하고 있다.) 750마력짜리 디젤 엔진(원래 가솔린 엔진)은 당시로서는 미국이 뽑아낼 수 있는 최선의 기술이었다. 


M48패튼 전차는 우리가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전차 이미지의 마지막 전형이 아닐까 싶다. 지금 전장을 뛰어다니는 3세대 전차의 날렵하고 예리한 이미지와 달리 투박하고 강인한 이미지의 마지막 전차인 셈이다.

태생 자체가 현대 전차의 시작을 말한 것이 바로 M48패튼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지상전의 주역은 전차였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전차는 체급에 따라 중(中)전차와 중(重)전차로 나눠지는, 아직까지는 뭔가 두루뭉술한 상태였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것이 소련의 T-55와 미국의 패튼(영국의 센추리온)이 나오면서 세대 구분이 나오기 시작한다. 


소련에서만 3만 대가 나왔고, 전 세계 70여 개국에 흩뿌려진 진정한 의미의 베스트셀러 T-55. 한때 서방 세계 군 관계자들에게 불안과 공포를 안겨 줬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그 실력은 처참했다. (By J. Żołnierkiewicz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보통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등장한 전차를 1세대 전차로 부른다. 재미있게도 패튼은 1세대, 2세대에 모두 그 이름을 올렸다. M48이 1세대 전차, M60패튼이 2세대 전차였다. 2세대 전차부터는 중(中)전차나 중(重)전차와 같은 개념이 사라지고, 주력 전차(main battle tank) 개념이 등장했다. (3세대 전차는 이후 복합 장갑과 1000마력급 이상 엔진, 정밀한 화기관제 시스템을 장착한다.) 이전까지는 경전차나 중전차 등 체급별로, 임무별로 전차가 생산되고 임무에 투입되던 모든 개념이 일거에 정리된다. 이유는 바로 ‘핵무기’ 때문이다. 핵의 등장으로 개별 특화 임무에 투입하겠다고 만들어진 무거운 중전차가 쓸모없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고, 모든 전차를 단일 차종으로 통일하고 운용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소련의 중전차를 보고 황급히 개발된 패튼은 냉전이 격해지던 상황에서 화생방 방호 능력과 야간 투시 기능을 추가해 2세대 전차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패튼 장군은 평생 적을 쫓았지만, 패튼 전차는 다른 의미로 적의 꽁무니를 쫓았다고 할 수 있겠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과감한 진격을 감행했던 패튼 장군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신화’를 만들었지만, 패튼 전차의 인생은 적을 압도하거나 선도하는 대신 적의 뒤를 쫓아가기 바빴다. 탄생 자체가 소련의 중전차에 대한 충격을 상쇄하기 위함이었고 이후 소련 전차의 위협에 발맞춰 계속 진화해 나갔다. 그 사이 최악의 연비를 자랑하던 가솔린 엔진은 디젤 엔진으로 바뀌었고, 90밀리미터 주포는 105밀리미터 주포로 바뀐다. 


패튼의 이름은 M46에서 시작해 47, 48 종국에 가서는 M60에서 끝난다. 

By User:DanielCD [GFDL (http://www.gnu.org/copyleft/fdl.html) or CC-BY-SA-3.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from Wikimedia Commons


이렇게 소련을 쫓아가기 바빴던 패튼이었지만, 중동 전쟁 내내 라이벌인 소련의 T-55를 실력으로 압도했고(이스라엘 전차병의 우수성이라 말할 수도 있다.) T-62 같은 당시 최신예 전차와 맞붙어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난 냉전 시절 서방을 대표하는 전차로서 엄청나게 제작되었고, “탱크란 이런 거야!”를 보여 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공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물론 지금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전차도 꽤 많이 남아 있다. 그간 찍혀져 나온 수량이 얼마인가? 당장 한국군만 하더라도 당당히 현역으로 남아 있지 않은가? 


이름 그대로 평생 적을 쫓아가기만 했던 전차이지만 3세대 전차와는 다른, 전차 특유의 ‘투박함’을 보여 준 마지막 전차였다. 


『탱크 북』 146~147쪽에서 Copyright © Dorling Kindersley




이성주

《딴지일보》 기자를 지내고 드라마 스토리텔러, 잡지 취재 기자,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SERI CEO 강사로 활약했다. 민간 군사 전문가로 활동하며 『펜더의 전쟁견문록(상·하)』와 『영화로 보는 20세기 전쟁』을 썼다. 지은 책에 『러시아 vs 일본 한반도에서 만나다: 전쟁으로 보는 국제정치1』, 『글이 돈이 되는 기적: 글을 써서 먹고산다는 것』, 『실록에서 찾아낸 조선의 민낯 : 인물과 사료로 풀어낸 조선 역사의 진짜 주인공들』, 『아이러니 세계사』, 『역사의 치명적 배후, 성』  등이 있다. 예술인들이 모여 있는 지방으로 이사해 글 쓰는 작업에만 매진하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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