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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대학교 윤성철 교수 인터뷰: 『코스모스』, ‘인간과 우주’의 가운데에서 본문

(연재) <칼 세이건 살롱> 스케치

1. 서울 대학교 윤성철 교수 인터뷰: 『코스모스』, ‘인간과 우주’의 가운데에서

Editor! 2018.12.20 17:57

2018년 12월 20일 칼 세이건 서거 22주기를 맞아 「칼 세이건 살롱 특별편: 서울대 ‘코스모스 강의’를 찾아」를 연재합니다. 총 두 차례에 걸쳐서 진행될 이번 특별편에서는 『코스모스』를 주교재로 삼고 있는 서울 대학교 ‘인간과 우주’ 수업 현장을 담을 예정입니다. 첫 번째 편은 ‘인간과 우주’ 수업을 가르치고 있는 윤성철 서울 대학교 물리 천문학부 교수를 만났습니다. 그가 『코스모스』를 통해 학생들에게 전하고자 한 이야기는 무엇이었는지를, 교수 연구실과 강의실 두 곳에서 들어 보고자 했습니다. 뒤이어 ‘인간과 우주’ 수강생 인터뷰 또한 독자 여러분께 차례로 소개할 계획입니다.





칼 세이건 살롱 특별편: 서울대 ‘코스모스 강의’를 찾아

1. 서울 대학교 윤성철 교수 인터뷰: 『코스모스』, ‘인간과 우주’의 가운데에서 



코스모스는 모든 과학 교양서의 원형

서울 대학교 물리 천문학부 윤성철 교수님은 2013년부터 (안식년이었던 2017년을 제외하고는) ‘인간과 우주’라는 교양 과목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빅뱅으로 시작하는 우주의 기원과 은하와 별의 형성과 같은 우주의 진화, 그리고 생명의 탄생과 다중 우주까지 이어지는 현대 천문학의 큰 줄기를 다루는 수업인데요. 서울대 학생들이 졸업을 위해 필수로 수강해야 하는 핵심 교양 영역에 속해 있는 ‘인간과 우주’는 주로 1~2학년, 그중에서도 천문학과가 아닌 타과 학생들이 많이 선택해 수강합니다. 그리고 이 수업에서 윤성철 교수님은 『코스모스』를 주 교재로 채택하고 있죠.


『코스모스』에 대해 “모든 과학 교양서의 원형 같은 책”이라고 말하는 윤성철 교수님과 지난 12월 3일, ‘인간과 우주’ 수업을 세 차례 남겨 둔 시점에 연구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제 막 대학 생활을 시작한 학부생들이 천문학을 이해하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학생들이 공부해야 할 과학적 태도란 어떤 것일까요? 1980년 출간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2018년을 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 우주 안의 인간, 그러니까 ‘인간과 우주’에 관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서울 대학교 물리 천문학부 윤성철 교수.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우주라는 관점으로 우리를 낯설게 보다

“학생들이 처음 과학 교양 과목을 들으러 올 때는 천문학적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수강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요. 제가 원한 것은 다른 거였어요. 우주에 대한 앎을 통해서 우리가 어떻게 인간에 대한 생각을 다르게 해 볼 수 있는지 하는 거였거든요. 그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책이 『코스모스』였죠. 흔히 ‘과학 교양서’ 하면 과학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한 책이라고 생각할 텐데요. 『코스모스』의 목적은 그게 전혀 아니잖아요.”


『코스모스』를 수업 주 교재로 택한 이유에 대해 ‘인간과 우주’라는 교양 수업이 우주를 통해 인간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다고 말하는 윤성철 교수님은 “『코스모스』는 우주의 시작(빅뱅)부터 현재까지 어떤 과정을 통해 인간이 탄생했는지를 이야기한다. 나아가 외계인 이야기까지 하며 인간의 미래, 현대 천문학이 암시하는 인간의 정체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이 강의 목적에 잘 부합했다.”고 답했습니다. 이른바 ‘낯설게 하기’를 통해 우주 안의 나를 성찰할 기회를 주고 싶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우주라는 배경에 인간이 탁 놓이면 갑자기 낯설어지죠. 일상에 익숙해진 우리 자신의 모습에서 살짝 벗어나게 돼요. 천문학이 어떤 의미에서는 위에서 인간을 내려다보는 관점이기도 하거든요. 청소년기에는 어쨌든 국가나 부모, 자신의 점수 등 어떤 틀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했을 텐데요. 그런 데서 벗어나 과학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다시 한번 인간을 생각하게 하려고 했어요. 거기에 우주라는 관점을 주어서 인간을 객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죠.”


우리가 지구 생명의 본질을 알려고 노력하고 외계 생물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애쓰는 것은 실은 하나의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두 개의 방편이다. 그 질문은 바로 ‘우리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이다. ─ 코스모스』, 50쪽


천문학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 볼 기회. 실제로 미학을 전공하던 한 학생은 “이 수업을 들은 후 천문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결심을 하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지금도 계속 공부를 하는지 모르겠지만요. (웃음) 어떤 학생은 19년 동안 나름대로 종교적인 믿음을 갖고 있었는데 이 수업을 듣고 나서 믿음이 깨졌고,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고 있다고 하기도 했어요. 제가 반종교적이란 이야기는 결코 아니에요. (웃음) 다만 자신이 과거에 견지해 왔던 믿음에서 살짝 벗어나 새로운 것을 찾는 과정은 젊을 때 아주 중요한 경험이죠. 다시 종교로 회귀할 수도 있고, 회귀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수업을 통해 그런 과정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제가 나름대로 목적을 달성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38억 년 우주의 역사를 체현한 우리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윤성철 교수님은 2014년 《대학신문》에 기고한 한 칼럼에서 “항상 타자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해 왔던 우리는, 빅뱅 우주론과의 만남에서 그랬던 것처럼 외계 생명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가 누구인지에 관해 또 한 번의 경이로운 혼란을 겪을 것이다.”라고 한 적이 있는데요.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해 과연 천문학은 어떠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함으로써 경이로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일까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인간도 결국은 우주 역사의 일부라는 거예요. 은하, 별만 우주 역사의 일부가 아니에요. 138억 년 우주 역사를 통해 인간이 존재한 거죠. 예를 들면 인체를 구성하는 분자의 70퍼센트가 물 분자잖아요. H2O인데요. 수소라는 분자는 우주 초기에 있었던 빅뱅이라는 현상을 통해 나왔고요. 산소라는 분자는 별이 폭발할 때 초신성에서 나왔죠. 우리 몸의 70퍼센트를 구성하는 분자 안에는 빅뱅도 있고, 별의 초신성도 있는 거예요. DNA의 뼈대가 되는 유기 분자들도 별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는 연구가 굉장히 많거든요. 그런 복합 유기 분자 일부가 이미 우주 공간에서 합성되었다면 우리 몸 안에 별의 진화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인간 존재는 138억 년 우주의 역사를 체현하고 있는 존재예요. 그렇죠?”


윤성철 교수님은 더 나아가 “외계인은 어떤 존재일까를 생각하다 보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더 분명해진다.”고 하면서 사고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많은 질문을 던질 수 있겠죠. 우선 외계인을 구성하는 원소들, 외계인이 존재할 수 있는 행성들은 우리의 조건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예상하거든요. 탄소니, 인이니, 황이니 하는 원소들은 우주 어디에나 존재하고요. 물 분자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분자 중 하나예요. 또 태양이 탄생하고, 태양계가 탄생하는 방식은 우주 어디에나 비슷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방식이고요.


그렇다면 지구와 유사한 행성이 우주에는 보편적으로 많이 존재할 수밖에 없어요.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와 같이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지구형 행성이 우리 은하에만 400억 개가 된다고 하고요. 우리 은하 같은 은하가 수조 개가 있으니까 거기에 생명이 탄생할 확률이 아무리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해도 말이죠. 우주적인 스케일로 따지면 그건 필연이 돼요. 그러니까 어딘가에는 외계 생명이 존재할 것 같고, 그중에서 또 어딘가에는 인간과 같은 고등 생명체가 존재할 것 같다고 유추할 수 있는 거죠.


2014년 발견된 외계 행성 케플러 186f의 상상도. 거주 가능 지역(habitable zone)에 있는 지구형 행성인 케플러 186f는 외계 지적 생명체의 거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주목되고 있습니다. 사진: NASA.


한편 고등 생명체가 진화하는 방식이 인간과 아주 다를 것인가, 생각하면 또 그렇지도 않아요. ‘수렴 진화’라는 게 있거든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더라도 기관의 성능이 비슷해지는 거죠. 문어의 눈과 사람의 눈. 사실 문어와 사람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화했지만 눈의 기능이 너무나 유사하고요. 눈은 또 두 개예요. 눈이 두 개라는 것에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요. 이런 여러 가지를 생각한다면 눈이 두 개고, 팔다리가 두 개인 고등 생명체가 어쩌면 우주가 발견한 가장 보편적인 답이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을 거예요. 더 나아가서는 그렇다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미리 예측되었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을 테고요.”


지구인과 마찬가지로 1014개의 신경 연결 다발을 지닌 지적 생물이 사는 행성들이 외계에 있을 수 있다. 10의 14제곱 개가 아니라 신경 연결 다발의 총수가 10의 24제곱 또는 34제곱 개에 이르는 지적 생물이 사는 행성이 있다면, 그 행성의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우리는 그들과 같은 우주 안에 살고 있기 때문에 상당 부분에서 그들과 우리의 지식에는 공통성이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그들과 접촉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코스모스』, 464쪽


과연 경이로운 이야기입니다. 어딘가에 우리와 같은 고등 생명체가 있다면, 칼 세이건의 말처럼 “만약 우리가 그들과 접촉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결국 『코스모스』를 따라갈 수밖에

다시 『코스모스』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1980년 출간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천문학으로 진입하는 입구가 되어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참 놀라운데요. 그 시간 동안 현대 천문학이 발견해 온 새로운 사실들도 있을 겁니다. 윤성철 교수님께 이 간격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교수님은 먼저 “『코스모스』의 내용을 일일이 따라가진 않는다. 책의 어느 부분을 범위로 정해 주고 여기에서 시험이 나오니까 읽으라, 라고 하고. (웃음) 강의할 때는 내가 정리한 내용으로 한다. 거기에는 최신 천문학 내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아무래도 『코스모스』가 옛날 책이니까 시대에 뒤떨어진 내용들이 없지 않기는 해요. 그런데 『코스모스』가 던지는 메시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아요. 그만큼 보편적인 천문학적 내용이 잘 확립되어 있고요. 최신 천문학 내용을 가지고도 인간이 무엇인지 토의할 때는 결국 󰡔코스모스󰡕의 내용을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되죠. 『코스모스』에서는 현대 천문학이 성취한 것, 그것이 가진 함의 등을 한꺼번에 찾아볼 수 있고요. 그것을 통해 인간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역시 『코스모스』의 미덕은 다만 깊이 있게 천문학적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것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앤 드루얀의 아름다운 문장, 신화와 역사를 아우르는 이야기의 너른 폭은 새로운 이야기를 익숙한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우주에 빠져들 수밖에 없도록 만들죠. 어쩌면 『코스모스』의 가장 훌륭한 점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요. 이른바 ‘코스모스 세대’라고 불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들어 냈고, 시간이 지난 지금도 “결국 『코스모스』의 내용을 따라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가진 책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코스모스』 한국어판.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관련해서 윤성철 교수님의 생각도 궁금했습니다. 연구자로서, 교수로서 이 자장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흥미를 주고, 관심을 갖도록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진 않으신가요? 어쩌면 ‘인간과 우주’라는 교양 과목을 꾸준히 진행하는 것도 그런 고민을 풀어 가는 중요한 노력의 일환일지도 모르겠어요.


“국민의 세금으로 연구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제게는 왜 세금을 이런 천문학 연구에 써야 하는지 설명하고 설득할 의무가 있죠. 대중 강연은 그런 의미에서 의무 같은 것인데요. 일단 과학이라고 하는 것이 진입 장벽이 높잖아요. 그러니까 과학 기술 문명 사회에 살고 있음에도 과학을 외면하는 상황이 발생한 건데요. 제가 자주 하는 농담이 “이렇게 별 얘기를 어렵게 할 필요가 없다. 나의 존재 자체가 별이기 때문에.”이거든요. (웃음) 그런 식으로 접근해요. 거기에는 이유가 있죠. 흔히 뭔가 우주라는 것, 별이라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아인슈타인처럼 탁월한 지능이 필요한 것처럼 생각하잖아요. 대단한 존재나 천재에게서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서울 대학교 물리 천문학부 윤성철 교수.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그런데 오늘날의 진리라는 것은 제 생각에는 그래요. 138억 년의 우주 역사를 통해 우리가 여기에 존재하게 되었다, 이것이 현대 과학이 밝혀낸 진리이고요. 그 138억 년의 우주 역사가 우리 몸 안에 체현되어 있다면 내가 진리잖아요. (웃음) 굳이 스티븐 호킹이나 종교적인 기적을 찾을 필요 없이, 비록 내가 조금 형편없어 보이지만 아름답지 않지만 내 안에 우주 역사가 담겨 있다, 결국 내가 현대 과학이 발견한 진리다, 라고 생각하면 되겠죠. 저는 이런 것들을 더 알려 드리고 싶어요.”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결국 인간과 우주 그리고 인문과 자연의 이야기였던 겁니다. 이것들을 마음대로 넘나든 거예요. 세이건은 대작 『코스모스』를 저술함으로써, 침묵하던 자연이 굳게 다문 입을 열게 해서 스스로 자신의 속사정을 우리에게 들려주게 했던 것입니다. 참 멋져요. 그리하여 『코스모스』가 우주에서의 인류 문명의 현재와 미래를 묻는, 우리네 삶의 근본 문제를 다루는 하나의 고전으로서 스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습니다. ─ 홍승수, 『나의 코스모스』, 71쪽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후 이번 학기 수업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인간과 우주’ 강의실에 함께 참석해 청강을 했습니다. 이날 수업은 다중 우주, 과학과 종교, 인간 본성과 윤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현장이었습니다. 그동안 수업에서 다루었던 주제에 대한 학생들의 질문을 사전에 받아 해당 내용을 현장에서 이야기해 보는 방식이었는데요. 『코스모스』는 수많은 질문을 던지는 책이라는 점에서 이 책을 함께 읽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경험을 하는 학생들이 한편 부럽기도 했습니다.  


‘인간과 우주’ 수업 현장.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특히 과학과 종교의 차이에 대한 부분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이 활발하게 오갔어요. 여기 짧게 학생들 사이에 오간 의견들을 전합니다.


한 학생은 “‘입증하려는 노력이 있는가?’가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은 진리를 믿고 진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기보다 현상을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현상을 입증하려고 노력하는가, 진리를 규정하고 순응하는가가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라고 말합니다. 또 다른 학생은 “가설이 폐기 처분되는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과학은 가설을 제시하지만 그것이 현상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거나 다른 가설로 반박될 수 있다면 완벽하게 폐기된다. 반면 종교는 그 안에서 교리 논쟁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성경이라는 하나의 텍스트 안에서 논쟁하지, 성경이라는 텍스트 자체가 폐기되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여기에 과학과 종교의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본다.”고 하는데요.


한편 다른 의견을 가진 한 학생은 “종교나 과학 어느 한쪽이 우위를 가질 수는 없으며, 둘이 상보적인 특성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이성적인 욕망을 해결해 주는 것이 과학이라면 인간의 감성적인 욕망을 해결해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종교 아닐까.”라고 말합니다. 또 한 학생은 “어원을 따져 보면 과학은 이성을 뜻하는 ‘로고스(logos)’, 종교는 신화를 뜻하는 ‘미토스(mythos)’를 쓴다. 사실 이 용어가 고대 그리스에서는 전혀 상충하지 않았다. 현대로 오면서 상충하게 되었는데. 과학은 실용적인 사회 방식이기도 하고, 환경을 통제하는 새로운 방법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미래 지향적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것은 외적 사실만을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의 슬픔이나 삶의 의미를 설명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본다. 반면 종교는 외적 사실을 넘어 인간의 인식과 이해를 초월하는 존재를 이야기함으로써 각 개인에게 수용되는 진실에 대해 다룬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이 사실은 무엇을 안다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윤성철 교수님의 수업 내용처럼 앎의 ‘바깥’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나의 위치를 점검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과 우주’의 존재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험을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대부분은 디자인된 실험입니다. 이 실험으로 이 지식을 얻겠지, 인 것이죠. 그런데 과학의 발전사를 살펴보면 그렇게 디자인된 실험에서 전혀 예측하지 않은 지식이 갑자기 튀어나온 경우가 많았어요. 모른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실험을 해 보고 ‘아, 우리가 이걸 모른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구나.’ 깨닫게 되는 거죠. 양자 역학 같은 게 그랬는데요.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탐색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인생 역시 실험이라고 한다면 끊임없이 미지의 영역에 발 디딜 때 몰랐던 것을 깨닫는 순간도 올 것이고, 지평이 넓어지는 경험도 하게 될 것입니다.”


동판을 들고 태양을 보고 있는 칼 세이건. 빌 레이가 찍은 사진이다. 『코스모스』 308쪽에서.



칼 세이건이 우주의 별이 된 날

“적어도 향후 10년 이상은 아무리 새로운 과학적인 사실이 나온다고 해도 『코스모스』를 읽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10~20년 후에 정말로 외계 생명이 발견되고 (웃음), 그 정도의 천문학적 발견이 일어난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라는 윤성철 교수님. 이제 또 칼 세이건이 우주의 별이 된 즈음입니다. 함께 책장에 있는 『코스모스』를 펼쳐 볼 때가 온 것 같습니다.




● 다음 편인 「칼 세이건 살롱 특별편: 서울대 ‘코스모스 강의’를 찾아 ② 서울대 학생들과 칼 세이건의 만남」은  2018년 12월 27일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정리: 신연선


윤성철

네덜란드에서 항성 진화 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교, 미국 산타크루즈 대학교, 독일 본 대학교의 연구원을 거쳐 현재 서울 대학교 물리 천문학부 교수로 있다. 저서로 『과학하고 앉아 있네 5: 윤성철의 별의 마지막 모습, 초신성』(공저), 『빛: 렉처 사이언스 KAOS 03』(공저)이 있다.


관련도서

『코스모스』 [도서정보]


 

『나의 코스모스』 [도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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