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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 관장의 마음을 울린 국내 유일의 무지개 과학 책 본문

(연재) 사이언스-오픈-북

털보 관장의 마음을 울린 국내 유일의 무지개 과학 책

Editor! 2023. 3. 2. 16:34

여러분은 무지개를 몇 번이나 보셨나요? 무지개는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 나타나면 아름다운 색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죠. 하지만 금방 사라지는 탓에, 자세히 관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지개를 잘 관찰한다면 놀라운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죠. 이렇게 우리가 몰랐던 무지개의 새로운 모습과 생각을 귀엽고 아기자기한 삽화와 함께 전하는 책, 『김상협의 무지개 연구』가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사이언스북스-오픈-북」에서는 『김상협의 무지개 연구』를 통해 또 다른 무지개의 의미를 발견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 털보 과학관장으로도 유명한 이정모 국립 과천 과학관 관장님이 전하는 추천사입니다. 저자인 김상협 선생님이 직접 그린 삽화와 함께 이정모 관장님의 독서 소감을 살짝 들어볼까요?


 

『김상협의 무지개 연구』 35쪽에서. Ⓒ 김상협.

 

그날 내가 무지개를 처음 봤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날 내가 처음 무지개를 좇아갔다는 겁니다. 여수동 초등학교 운동장. 초등학교 3학년인 내겐 정말 큰 곳이었죠. 그때 의아했습니다. 분명히 내가 다가섰는데 가까워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몇 년 전 성인이 된 딸과 함께 여수동 초등학교를 찾아갔습니다. 이렇게 좁은 곳에서 무지개를 좇아갔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내가 본 무지개는 정문에서 본관을 봤을 때 운동장 왼쪽 끝이었을까요, 오른쪽 끝이었을까요? 기억이 날 리가 없죠. 하지만 이제는 분명히 압니다. 오른쪽 끝이었습니다. 거의 50년이 지난 다음인데 어떻게 아냐고요? 김상협 선생님의 김상협의 무지개 연구를 읽었기 때문입니다.

 

『김상협의 무지개 연구』 본문. Ⓒ (주)사이언스북스.

 

우리는 익숙한 것들에 대해 오히려 잘 모르고, 알아도 잘못 알고 있는 게 더 많습니다. 무지개가 대표적이죠. 강렬한 인상을 주지만 그 강한 인상 때문에 감탄하느라 생각할 틈을 가질 새도 없어지곤 하거든요. 몇 번의 경험으로 탐구하기 어려운 게 바로 무지개입니다. 김상협 선생님은 남들이 깊이 생각할 틈이 없는 무지개를 깊이 탐구한 사람들을 추적했습니다.

 

김상협의 무지개 연구는 짧은 책입니다. 글만 있는 책으로 따지면 90쪽 정도에 불과할 정도죠. 그런데 담긴 내용은 방대합니다. 아마 다른 과학 저술가라면 책을 네 권으로 쓰고 싶었을 겁니다. 무지개에 얽힌 신화와 문화 그리고 무지개의 과학과 과학사로 말입니다. 무지개의 과학 편에는 무지개 관련 실험을 부록으로 담았겠죠. 이 모든 것이 단 한 권에 다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내용이 단출하지가 않습니다. 깊고 넓습니다.

 

『김상협의 무지개 연구』 45쪽에서. Ⓒ 김상협.

 

1무지개에 담긴 이야기에서는 구석기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 문화권에서 무지개를 받아들인 문화와 신화가 소개됩니다. 무지개를 본 사람이라면 시대와 장소와 상관없이 비슷한 감정을 갖게 되었더군요. 역시 모든 현생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같은 종인 게 분명합니다.

 

2무지개에 숨겨진 과학에서는 42도의 비밀을 알려줍니다. 무지개와 무지개가 아닌 것을 구분시켜주고요. 자연스럽게 빛의 굴절과 반사 그리고 분산과 회절을 이해하게 됩니다. 저는 2부를 읽으면서 저자는 학교 선생님이 분명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성실한 교사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았거든요. 교양인으로서 당연히 알아야 할 요소를 빼놓지 않았습니다.

 

3무지개의 비밀을 밝힌 과학자들은 이 책의 백미입니다. 무지개 과학사에 해당하는 챕터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 그로스테스트, 베이컨, 테오도리크, 케플러, 데카르트, 뉴턴, 토머스 영이 차례로 등장합니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은 어떻게 발전하는가를 보여 줍니다. 과학은 절대로 진리가 아니죠. 앞 사람의 어깨에 서서 조금 더 멀리 볼 수 있을 뿐입니다.

 

『김상협의 무지개 연구』 167쪽에서. Ⓒ 김상협.

 

4무지개에 담긴 문화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고 있는 문화 속의 무지개에 대한 의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그저 인상으로 받아들이고 잘못 사용하고 있는 예를 보여 줍니다. 그리고 무지개가 우리 문화 속에서 차지하고 있는 광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무지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깔의 사람과 문화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라고 합니다.

 

1부에 무지개에 두려움을 품었던 한 소년은 4부에 남자로 등장해서 무지개를 정의합니다. “무지개가 지닌 색을 다시 모으면 온전히 햇빛이 된다. 무지개의 아치를 다시 되돌리면 그것 역시 햇빛이 된다. 무지개는 태양인 것이다.”(216)

무지개는 태양의 다른 모습이다. …… 남자가 모두에게 하나의 모습이 아니듯이 태양의 온갖 다른 모습 중 하나는 무지개다. 무지개는 대기에 흩뿌려진 물방울 때문에 간간이 보이는 경이로움이다.”(218)

 

5진짜 무지개를 찾아서는 일상 생활에서 보이는 무지갯빛 현상과 무지개를 구분하면서 우리가 직접 무지개를 만드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줍니다. 교과서를 직접 만들어 본 교사만이 쓸 수 있는 챕터입니다.

 

 

유리 구슬과 플래시를 이용한 무지개 실험 모습. 『김상협의 무지개 연구』 251쪽에서. Ⓒ 김상협.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이것입니다. “각자가 보는 무지개는 모두 다르다. 서울에 무지개가 뜨면 무지개를 보는 서울 사람들의 수만큼 무지개가 있다. 각자 마음속에 상상의 무지개가 하나씩 있는 것처럼 현실의 무지개도 각자의 시야에 하나씩 존재한다.”(72)

 

각자 마음에 품은 무지개가 하나씩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물리적으로 각자 다른 무지개를 본다는 뜻이죠. 어떻게 그런지는 책에 쉽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같은 무지개를 보고 있어도 서로 다른 무지개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누구나 자기의 무지개가 있는 셈이죠.

 

아름다운 무지개를 통해 내 마음을 울린 물리학 책입니다. 여러분과 함께 나누기를 바랍니다.

 

 

 

이정모

연세 대학교 생화학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본 대학교 화학과 박사 과정을 공부했다. 안양 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를 거쳐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 관장, 서울 시립 과학관 관장, 국립 과천 과학관 관장을 지냈다. 과학하고 앉아 있네 1: 이정모의 공룡과 자연사, 달력과 권력, 유전자에 특허를 내겠다고등을 썼고 마법의 용광로, 인간 이력서, 매드 사이언스북등 독일어와 영어로 된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김상협의 무지개 연구』
무지개로 푸는 과학의 원리와 역사

 

『눈이 즐거운 물리』

무지개를 탐구하고 실험하기 전,

열정맨 물리 교사의 신나는 과학 수업이 있었다!

 

『물리의 정석: 특수 상대성 이론과 고전 장론 편』
무지개가 경이로운 과학적인 이유는
상대성 이론이 밝힌 빛의 특성을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물리의 정석: 양자 역학 편』
원자핵 안에도 무지개와 같은 에너지 패턴이 보인다.
무지개와 만난 21세기 양자 역학은 어떤 모습일까?
 

『빛의 핵심』

무지개를 만든 빛은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끊임없이 명멸하는 빛의 의미를 밝히는 책

 『자연의 패턴』

자연 속 기발한 디자인과 다양성을 담은 형태학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