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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몇 개까지 봤니? 영재 학교 교사가 보여 주는 진짜 무지개 본문

(연재) 과학+책+수다

무지개, 몇 개까지 봤니? 영재 학교 교사가 보여 주는 진짜 무지개

Editor! 2023. 3. 9. 16:49

무지개를 닮아 여러 색깔과 매력을 뽐내는 과학책, 『김상협의 무지개 연구: 무지개로 푸는 과학의 원리와 역사』가 (주)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됐습니다. 열정 넘치는 ‘괴짜 과학쌤’, 김상협 선생님이 만든 책인데요. 무지개의 원리가 궁금한 사람부터, 무지개가 아름답다고 생각한 사람, 그리고 무지개에 대한 상상력을 키우고 싶은 사람까지, 모든 사람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무지개의 모든 것’을 담았습니다. 이번 「과학+책+수다」에서는 김상협 선생님을 만나 무지개의 매력과 책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들어보았습니다. 김상협 선생님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김상협 선생님. 사진 ⓒ ㈜사이언스북스.

 

드디어 책이 나왔습니다!!!

 

SB: 안녕하세요, 김상협 선생님! 먼저 축하드립니다. 책이 너무 예쁘죠? 책이 이렇게 귀엽고 예쁘게 나왔는데, 컴퓨터나 태블릿 원고로만 보다가, 직접 책을 보니 소감이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실물 책을 보니 어떠세요?

 

김상협: , 느낌이 정말 다릅니다. 오랫동안 준비한 책이고, 또 저한테 꽤 의미가 있는 책이라서 마음이 뿌듯합니다. 뭉클하고 감개무량하죠. 책의 테두리를 무지개색으로 두른다는 아이디어도 독특하고 너무 좋았어요. 페이지마다 무지개가 차곡차곡 쌓이는 디테일도 그렇고, 많은 사람의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 책이라는 게 느껴집니다.

 

SB: 맞아요, 저희 디자이너께서도 적극적으로 이런 아이디어를 주시고 꼼꼼히 봐주셔서 더 예쁘게 나왔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좋아하셨다고 꼭 전해드리겠습니다.

 

실물 책을 처음 본 김상협 선생님이 유심히 책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 ㈜사이언스북스.

 

김상협: , 특히 표지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어떤 사람들은 이 표지를 보면서 제 이름이 김상욱 교수님과 이름 한 글자만 다르고 똑같다는 점과 표지에 사진을 실은 것을 보고 약간의 패러디가 아니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하하)

사실 저도 사진 촬영을 하면서 이걸 표지에 쓰는 건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보니 과감하게 저자의 얼굴을 드러낸 것이 다른 책들과 다르게 눈에 띄면서 특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SB: 맞습니다. 게다가 편안하고 행복한 표정이 무지개랑 잘 어울려요.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질문을 해 볼까요? 먼저 이 책을 쓰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무지개를 떠올렸을 때 어린이, 동심, 성 소수자 등이 떠오르거나 과학적 측면에서도 특별한 것을 떠올리기 쉽지 않은데요. 선생님께서는 무지개에 관한 책을 어떻게 쓰게 됐나요?

 

 

무지개 덕후에서 무지개 연구, 저자는 성덕’?!

 

김상협: , 먼저 저는 무지개를 좋아하는 무지개 덕후입니다. 사람들은 무지개에 대해서 다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것이 더 많아요. 게다가 무지개에 얽힌 문화적인 맥락부터 과학적 원리가 곡해되고 왜곡되어 사용되는 걸 자주 봤는데, 사람들에게 무지개의 진짜 모습을 알리고 싶었어요. 무지개라는 주제는 탐구하다 보면 재밌는 내용이 굉장히 많이 나와서,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하는 과정도 굉장히 재밌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아이슬란드로 무지개를 보러 갔는데요. 아이슬란드는 습하기도 하고 비도 자주 내리는데, 결정적으로 폭포가 많아요. 높은 곳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햇빛이 낮게 비치니 무지개를 잘 볼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고요. 저는 오로지 무지개만 보기 위해서 갔는데, 실제로 무지개를 보니까 엄청나게 밝은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보는 무지개는 그렇게 밝지 않거든요. 희미해요. 그런데 제가 본 무지개는 너무 밝아서 눈이 부실 정도였어요. 무지개가 태양 빛을 반사해서 일어나는 것임을 몸으로 느꼈던 사건이었고, 실제 독자들에게도 직접 그런 무지개를 보시길 권하고 싶어요.

 

인터뷰 중인 김상협 선생님. 사진 ⓒ ㈜사이언스북스.

 

SB: 무지개가 그렇게 밝다니 상상이 잘 안 됩니다. 나중에 꼭 보고 싶어지네요. 저는 원고를 읽으면서 무지개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나?’ 싶은 재밌는 얘기들이 많았어요. 무지개 박사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인데, 어디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찾았나요?

 

 

논문에서 논문으로, 무지개 연구의 고난길들

 

김상협: 저는 무지개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논문을 많이 찾았어요. 꽤 많은 부분이 감춰져 있더라고요. 논문 속 문장을 읽다 보면 왠지 이 문장이 나오기 위해 더 많은 맥락이 숨어 있을 것 같고, 그걸 다시 파고들었어요. 예를 들면 그런 거죠. ‘옛날 사람들이 무지개를 보고 처음에는 도망을 갔다.’라는 문장을 봤어요. 그런데 왜 도망을 가지?’ 생각이 들었고 이걸 고고학이나 고인류학으로 접근해서 다시 조사하는 거죠. 그 당시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논리적인 사고나 자연을 대하는 자세, 신앙 이런 것들을 봤을 때는 그럴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SB: 그래서 이 책이 이렇게 다양한 내용들을 담을 수 있게 됐군요. 과학뿐만 아니라 신화나 역사, 고고학, 인류학, 예술, 문화 등등 무지개에 얽힌 다채로운 내용들이 버무려져 있는 게 정말 우리나라에는 하나밖에 없는 책인 것 같아요.

 

김상협: 맞아요. 그리고 실제로도 우리나라에는 무지개를 다룬 책이 거의 없어요. 미국이나 일본만 가도 무지개 관련 책들이 꽤 여러 권 나와 있거든요.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무지개에 대해 알려진 것이 많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SB: 우리나라에서 무지개를 다룬 책도 거의 없기는 하지만, 이렇게 저자가 글도 쓰고 삽화도 직접 그린 과학책도 보기 드물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만화 학원까지 다니셨다고 들었는데, 그 정성과 열정이 정말 대단하세요.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그림도 그리겠다고 생각하고 계셨나요?

 

김상협 선생님이 원고 초기에 그렸던 삽화에는 캐릭터의 얼굴과 표정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김상협의 무지개 연구』 185쪽에서. Ⓒ 김상협.

 

무지개 책 만들고자 만화 학원 다니기도

 

김상협: 처음에 무지개를 주제로 과학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과학만 가지고는 읽기가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직접 그려서 내용을 부드럽게 만들고자 했어요. 그림도 여러 번 그렸어요. 처음 그린 그림들은 캐릭터의 얼굴이나 표정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나중에는 전체적인 구도나 맥락을 중요하게 그리게 됐습니다.

 

SB: 과학 선생님이라는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동시에 이야기꾼이자 그림 그리는 삽화가까지, 무지개처럼 정말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무지개라는 주제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다양한 측면으로 글을 써서 책을 만든 것도 그렇고요.

 

김상협: 저도 무지개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이나 심오한 측면들을 이렇게 책을 통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더라고요. 사실 이것은 인문학의 힘인 것 같아요. 근본 원리와 자연의 이치를 탐구하고, 무지개의 과학적인 내용만 바라봤다면 이 책은 분량이 훨씬 늘어났겠지만, 재미가 없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원리를 이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세상을 좀 더 넓게 바라보는 작가의 의도가 책을 더 재미있게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상협의 무지개 연구』 내 문구를 활용한 책갈피.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사진 ⓒ ㈜사이언스북스.

책갈피 이벤트 (링크)

 

 

SB: 그러셨군요. 저는 원고를 읽으면서 모든 사람은 각자 다른 무지개를 보고 있다.”라는 말이 감명 깊었어요. 원고를 읽은 다른 분들도 비슷한 얘기를 하셨고, 또 추천사를 써 주셨던 이정모 국립 과천 과학관 관장님도 그 얘기를 하셨죠. 저는 그 말에 무지개가 각자의 눈앞에서 존재하는 이기 때문이라는 과학적인 원리도 담겨 있고, 또 모든 사람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고유의 존재인 것처럼 무지개도 그러하다는 따듯한 시선이 담긴 것 같아 좋았는데요.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시게 된 건가요?

 

김상협: 사실 그 부분은 제가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거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쓴 문장은 아니었어요. 무지개가 가지고 있는 물리학적 특성이 인간 내면에 받아들여질 때 이런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술술 쓴 것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의 기억에 남다니 뿌듯하죠. 그걸 보면서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두는 부분이 이런 것이구나 느꼈습니다. 오히려 제가 의도적으로 썼다면 글에 힘이 들어가고 부담스럽게 느껴졌을 것 같은데, 자연스럽게 와 닿았다니 저도 기쁘게 생각합니다.

 

SB: 정말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무지개 하나 안에도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는데 다른 자연 현상들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까 생각이 들고요.

 

김상협: 이 책을 통해 제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는 이 책 덕분에 내가 삶의 어떤 아이디어를 얻었다.”라는 말인 것 같아요.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지식을 얻거나 새로운 사실을 아는 것도 좋지만 제가 듣고 싶은 것은 책의 콘텐츠나 그림, 어떤 요소에 의해 독자들의 삶에 영감을 주었다는 말이에요. 예를 들면 이 책의 삽화가 텍스트랑 되게 잘 어울리네. 내가 하는 프로젝트도 이렇게 그림하고 잘 어울리는 그런 글을 넣었으면 좋겠다.’라며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고요. 제가 의도적으로 무지개와 천문학을 연결하려고 한 시도를 보면서 내가 만든 것이 우주에서 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죠.

 

김상협 선생님이 질문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고 있다. ⓒ ㈜사이언스북스.

 

SB: 선생님께서 바랬던 것처럼 실제로 이 책이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원고를 읽으면서 자연의 신비에 대해 생각해 봤던 것처럼 말이에요.

 

 

독자들에게 많은 영감 주기를

 

김상협: 감사합니다. 제가 이 책의 뒷부분에도 썼지만 라디오에서 들은 어떤 노래 한 구절이 떠오르는데요. 기회가 온다면, 죽을힘을 다해 빛나고 싶다는 내용이었어요. 이미 내 마음속에 내면화되어 있어서 표면적으로는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치채지 못했다가, 이 노래를 듣자마자 표면화되고 영감을 주는 소재가 된 것이죠. 독자님들도 제 책을 통해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SB: 그렇다면 어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특별히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김상협: ‘과학 덕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덕후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매우 많은 시간을 쏟아요. 저도 무지개를 연구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기 때문에 무지개 덕후가 됐죠. 덕후의 경지에 오르면 세상은 다 통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책을 쓰면서 무지개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내가 알고 있던 것이 전부가 아니구나를 깨달았고, 또 내가 무지개를 좇았던 행동이나 연구가 내 삶이나 세상에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진정한 덕후란 내가 알고 있는 걸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공유하고 반대편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무지개를 알아가는 독자들에게 무지개 덕후가 되라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덕후가 되면서 느꼈던 열정이나 결과물을 공유하는 기분으로 이 책을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SB: 한 분야에 깊이 빠졌고 그걸 나누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남들이 빠진 새로운 분야에도 호기심을 갖고 받아들일 준비가 된 그런 사람이군요.

 

『김상협의 무지개 연구』와 온라인 서점 경품인 무지개 책갈피. 사진 ⓒ ㈜사이언스북스.

 

김상협: , 그게 일차적인 목표이고 다른 타겟으로는 청소년들이 있죠. 학생들이 과학 공부를 하다 보면 가끔 과학을 공부하는 건지 수학을 공부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문제를 풀고 답을 맞추고, 이 과정은 논리적으로 수식을 전개하는 과정이라 수학과 큰 차이가 없어요. 그래서 수학적으로 풀어내는 것에만 집중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런 아이들에게 수학이라는 언어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을 탐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과학이 아닌 일상의 언어와 다양한 문화적 방식으로 표현한 무지개를 통해서요.

 

SB: 역시 물리 선생님이라 학생들을 많이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책에는 직접 무지개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실험도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실제 수업 시간에 이 실험을 해 보셨나요?

 

김상협: . 실험은 제가 무지개 공부를 하다가 어떻게 하면 무지개를 쉽게 보고, 또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떠올리게 됐어요. 도로를 포장할 때 유리구슬을 까는 것을 보고 유리구슬을 실험 재료로 쓰기로 결심했죠. 처음에는 학교에서 안 사주더라고요. 실험 재료가 아니라 공사용이라고. 학교를 잘 설득해서 구슬을 구하고, 방과 후 활동부터 시작해서 학교에서 실험 수업을 많이 했어요. 이 무지개 실험은 이 책보다 오래된 저의 콘텐츠에요.

 

SB: 그렇군요. 이런 재밌는 실험 덕분에 책이 더욱 풍성해지는 것 같습니다. 또 직접 개발하시고 재료를 구하셔서 만든 실험이라니 그 어떤 책보다도 독특하고 개성이 있고요. 많은 분들이 이 책과 무지개의 매력에 푹 빠져 자신만의 무지개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게 됐어요. 그럼, 앞으로 많은 독자분들이 김상협의 무지개 연구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김상협 선생님과의 과학++수다는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상협

경기 과학 고등학교에서 물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SBS 생활의 달인, 모닝와이드, KBS 신나라 과학나라, 꾸러기 탐험대등에 출연하여 생활 속 과학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기도 했다. 과학 기술부로부터 올해의 과학 교사상(2006)을 수상했고, 교육부에서 우수 과학 교사 표창(2011)을 받았다. , , 고 과학 및 물리학 교과서와 눈이 즐거운 물리(2010) 등 몇 권의 과학 교양 서적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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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로 푸는 과학의 원리와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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