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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포장된 편견을 넘어: 『자연스럽다는 말』 을 먼저 읽고 ② 본문

(연재) 사이언스-오픈-북

과학으로 포장된 편견을 넘어: 『자연스럽다는 말』 을 먼저 읽고 ②

Editor! 2025. 11. 11. 17:14

과학이 세상을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언어가 된 시대, 우리는 종종 그 언어에 기대어 인간과 사회의 문제까지 해석하려 합니다. 그러나 과학이 밝혀낸 사실이 곧 ‘옳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사이언스북스 신간 『자연스럽다는 말』에서 막스 플랑크 인구학 연구소 이수지 박사는 바로 그 지점 —‘자연이 말해 준다’는 믿음의 함정, 즉 자연주의의 문제— 를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진화론, 우생학, 성 역할, 출산과 양육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우리가 얼마나 자주 자연을 근거로 인간의 삶을 규정하고 사회 질서를 정당화하는지를 날카롭게 짚어 내는 이 책을 서울 대학교 생명 과학부 명예교수이자 분자 생물학자로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쌓아 온 노정혜 교수님은 편견을 넘어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로 나아가는 통로가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지금 자연을 둘러싼 익숙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노정혜 교수님의 추천사와 함께 『자연스럽다는 말』이 우리에게 던지는 이야기들을 함께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인간 행동 규범을 자연 현상에 빗대어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과학적 타당성이 있는가? ⓒ (주)사이언스북스

 

 

자연과학을 전공하면서도 '자연스럽다는 말'의 다중성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이수지 박사가 태클을 걸기 전까지는. 자연스러움이 더 본질적이라는 믿음 속에 사회적 인간의 행동 규범을 자연 현상에 빗대어 정당화하려는 여러 시도는 과연 과학적 타당성이 있는가? 이 박사는 조목조목 예를 들며 질문을 던진다. 자연과 그 안의 생물권이 내포하는 복잡성에 비해 인간의 시선은 한없이 단순하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의 문화적 편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아프게 꼬집는다.

진화인류학자인 저자는 인간과 동물, 여성성과 남성성, 출산과 육아, 인종 문제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에서 과학을 빙자한 인간 중심의 사고, 과학으로 포장된 편견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준다. 같은 연구 결과가 사회적 환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예를 통해,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수정을 거듭하는 열린 과학 정신의 중요성도 일깨워 준다.

 

 

혈연이 없음에도 서로의 털을 골라 주고 있는 두 개코원숭이에서 보듯, 친부모가 아이를 가장 잘 키울 수 있다는 기대는 생물학에 대한 지극히 단순한 이해에 기반한다.ⓒ 이수지

 

 

인간이 대형 유인원 중 가장 성공적으로 번식한 요인이 출산한 엄마에게 육아를 전담시키지 않고, 부부와 다양한 친족, 그리고 친구가 함께하는 공동 육아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여러 연구들.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을 집필하며 인간에 대한 당대의 편견에 당당히 맞선 위대한 과학자 다윈. 그 다윈이 같은 저서에서 피부색이 어두운 인종들과 여성을 하등하다고 평가하며 백인 남성으로서의 편견을 내보인 이야기들 등.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곳곳에 담겨있다. 이 책이 많은 독자에게 새로운 깨달음과 즐거움을 선사하길 바란다.

 

 

지구 생명에 대한 이해를 혁신적으로 바꾼 '진화론의 아버지' 다윈 또한 백인 남성이라는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Public domain

 

 

 


노정혜(서울 대학교 생명 과학부 명예교수)

서울 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 대학에서 분자 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 대학교 미생물학과와 생명 과학부에서 36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며 미생물의 유전자 발현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서울 대학교 연구처장, 다양성 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았으며, 한국 연구 재단 이사장, DGIST 이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 과학 미디어 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로레알 여성생명과학상(2002),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2006), 한국과학상(2011) 등을 수상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본성이 답이다』

 

『다윈 지능』

 

『엄마 생물학』

 

『호르몬 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