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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야: 『자연스럽다는 말』 을 먼저 읽고 ③ 본문
과학이 세상을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언어가 된 시대, 우리는 종종 그 언어에 기대어 인간과 사회의 문제까지 해석하려 합니다. 그러나 과학이 밝혀낸 사실이 곧 ‘옳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사이언스북스 신간 『자연스럽다는 말』에서 막스 플랑크 인구학 연구소 이수지 박사는 바로 그 지점 —‘자연이 말해 준다’는 믿음의 함정, 즉 자연주의의 문제— 를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진화론, 우생학, 성 역할, 출산과 양육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우리가 얼마나 자주 자연을 근거로 인간의 삶을 규정하고 사회 질서를 정당화하는지를 날카롭게 짚어 내는 이 책을,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의 저자이자 동아 대학교 융합 대학의 과학 기술학자인 임소연 교수님은 정답을 선언하는 대신 독자와 함께 질문을 고쳐 쓰게 하는 여정이라고 평했습니다. 이 짧은 글을 예고편 삼아 『자연스럽다는 말』이 뒤이어 들려줄 더 크고 깊은 이야기 속으로 함께 걸어 들어가 보시길 바랍니다.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자연스럽다는 말』, 자연은 곧 과학의 다른 이름이 아닌가. 과학이 자연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고 자꾸 기대고 싶어 한다. 누군가는 자연의 이름으로 과학을 차별의 도구로 쓰기도 한다. 저자가 가장 경계하는 ‘자연주의의 오류’가 여기에서부터 비롯된다.

그렇다면 자연주의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자연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말하는 과학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아니, 그렇지 않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란 없으니까. 위치 지어진(situated) 몸을 가진 과학자들은 인간의 언어뿐만 아니라 관측 장비를 포함한 다양한 사물과 도구의 매개를 거쳐야 비로소 자연을 대변할 수 있고 또 그렇게 자연을 창조해 왔다. 그러니, 저자도 말하듯 ‘OO이 자연스러운가?’라는 질문에 정답을 줄 ‘자연 그 자체’는 없다. 우리의 질문에 답할 책임을 자연에게 그리고 과학에게 떠넘기지 말자.
이 책은 여자, 남자, 인간 본성, 자연의 질서, 출산, 동물 등에 대해 모두가 궁금해할 10가지 질문을 총망라한다. 그동안 수많은 과학책을 주로 누가 써 왔는지를 생각한다면 이 책의 저자가 여성 과학자라는 사실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과학자만큼이나 자연과 인간, 사회에 관심이 많은 과학 기술학자로서, 과학의 답을 정답이라고 확신하는 과학자가 아니라 함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나아가 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과학자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반갑고 설렌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을 어디선가 만난다면 책에 나온 ‘말’들에 대해서 꼭 함께 이야기해 보고 싶다.

임소연(과학 기술학자,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저자)
페미니즘과 과학 기술학을 만나 과학에 다시 눈뜬 과학 기술학자. 인공 지능 윤리, 포스트휴먼과 몸, 테크놀로지와 젠더, 신유물론 페미니즘 등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서울 대학교 자연과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공과 대학에서 박물관학 석사 학위를, 서울 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 철학 협동 과정에서 과학 기술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성의 관점으로 보는 과학 이야기를 담은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과 서울 강남 성형외과를 실험실로 삼아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를 썼다. 한국 여성의 몸에 관련된 기술과 의학, 문화를 분석한 여러 논문을 《Social Studies of Science》, 《 Medical Anthropology 》, 《 Ethnic and Racial Studies 》, 《 East Asian Science 》 , 《 Technology and Society 》, 《 Asian Women 》 등에 실었다. 현재 동아 대학교 융합 대학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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