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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클래식』 편: 우주는 아인슈타인을 기다렸다! 본문
제1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1915년 11월 25일 왕립 프러시안 과학 학술원의 학술지에 한 편의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제목은 「중력의 장 방정식(Die Feldgleichungen der Gravitation)」, 저자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그렇습니다. 오늘은 현대 물리학, 우주론의 근간이 되는 일반 상대성 이론의 논문이 발표된 지 11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경이로운 날을 기념해서 이 이론을 “우주를 꿰뚫어 본 이론”으로 평가하고 『물리의 정석: 일반 상대성 이론 편』(링크)을 번역한 이종필 건국대 상허 교양 대학원 교수의 저서 『물리학 클래식』(링크)에서 일반 상대성 이론을 를 발췌 소개합니다. (기간 한정입니다!) 연말을 앞두고 바쁘시겠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읽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915년 겨울에 발표한 「중력의 장 방정식(Die Feldgleichungen der Gravitation)」(논문 링크)은 일반 상대성 이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인슈타인의 장 방정식(field equation)을 완성한 논문이다. 상대론적 중력 이론인 일반 상대성 이론은 아인슈타인이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지 10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이 이론을 통해 수백 년을 이어 온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은 그 권좌에서 내려오게 된다. 일반 상대성 이론 덕분에 과학자들은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고 또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이론적으로 규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1907년과 1915년 사이에 아인슈타인이 거의 혼자 개발해 낸 이론이다. 이 논문은 그 오랜 탐구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으로 1915년 11월 완성되어 같은 달 25일 프러시안 과학 학술원에서 발표되었다. 이 논문을 발표하기 직전 같은 달에 먼저 발표한 논문에서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새로운 중력 이론이 고전 역학의 오래된 골칫거리인 수성 궤도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했음을 알렸다. 이듬해에는 《물리학 연보》에 「일반 상대성 이론의 기초(Die Grundlage der allgemeinen Relativitätstheorie)」라는 논문을 발표해 그간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했다.
1915년 11월 25일자로 발표된 「중력의 장 방정식」은 원래 독일어로 씌어졌다. 일반 상대성 이론을 완성한 논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역사적인 논문은 단 4쪽이다. 이 논문은 같은 달 4일과 11일에 발표한 두 편의 논문을 언급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두 편의 논문은 「일반 상대성 이론에 대하여(Zur allgemeinen Relativitätstheorie)」(1915년 11월 4일)와 그 논문에 대한 「부록(Nachtrag)」(1915년 11월 11일)이다. 이 논문들에 소개된 방정식들은 중력을 기술하는 장 방정식들로서 시공간의 좌표를 임의로 바꾸더라도 그 형태가 변하지 않는, 이른바 ‘공변(共變, covariant)’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공변이란, 말 그대로 방정식을 이루는 모든 요소들이 좌표의 변환에 대해 똑같은 방식으로 변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좌표가 바뀌었을 때 방정식의 개별 항들이 바뀌지만 이 항들 사이의 관계, 즉 방정식의 전체적인 모양은 변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의 장방정식」의 도입부에서 그때까지 어떻게 자신의 이론이 발전해 왔는지를 간략하게 설명한다.
먼저, 나는 뉴턴의 이론을 하나의 근사로 포함하는 방정식들을 발견했다. 이 방정식들은 행렬식이 1인 임의의 변환에 대해 공변이다. 그리고 나는 ‘물질’의 에너지 텐서 스칼라가 0이 되면 이 방정식들이 일반적으로 공변인 방정식들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 -g가 1이 되어야 한다는 간단한 규칙으로 특별한 좌표계를 잡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 이론의 방정식들은 매우 간단해진다. 그러나 그러려면 물질의 에너지 텐서 스칼라가 0이라는 가정을 도입해야만 한다.
아인슈타인이 「중력의 장 방정식」이라는 논문을 쓴 이유는 뒤이어 곧바로 나온다.
나는 아주 최근 물질의 에너지 텐서를 장의 방정식에 약간 다른 식으로 집어넣으면 이런 가정이 없어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아인슈타인은 완전한 장 방정식을 얻었다. 완성된 방정식을 이전의 방정식과 비교해 보면 ‘에너지 텐서 스칼라’라는 항이 추가되었다. 이 항이 추가되면 새로운 방정식에서는 에너지 보존 법칙이 자연스럽게 성립한다.

아인슈타인이 완성된 방정식을 발표하기 닷새 전인 1915년 11월 20일, 괴팅겐의 수학자 다비트 힐베르트(David Hilbert, 1862~1943년)는 자신이 새로운 중력장 방정식을 얻었다고 괴팅겐 학술원에 보고했다. 힐베르트는 변분법(variational method)이라는 수학적 기교를 이용해서 방정식을 얻었는데 본질적으로 아인슈타인의 새로운 방정식과 똑같았다. 당시 아인슈타인과 힐베르트는 비교적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다. 하지만 힐베르트의 연구를 아인슈타인이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결정적인 역할은 하지 않았으리라고 여겨진다. 피츠버그 대학교의 과학사 교수인 존 노턴(John D. Norton)은 아인슈타인에게는 애초에 에너지 텐서 스칼라 양을 넣지 않을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설령 힐베르트의 결과를 보았더라도 그리 쉽게 새로운 항을 추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추론한다.
「중력의 장 방정식」과 함께 일반 상대성 이론의 대표적인 문헌으로 꼽히는 논문이 1916년에 아인슈타인이 정리한 「일반 상대성 이론의 기초」이다. 중력 이론에 관한 최고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스티븐 와인버그의 『중력과 우주론』(1972년)을 보면 상대성 이론의 역사를 서술할 때 「중력의 장 방정식」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일반 상대성 이론의 기초」는 명시적으로 적어 두었다. 이 논문은 그 제목에 걸맞게 그 분량도 풍성할 뿐만 아니라 내용도 알차다. 실제로 이 논문만 봐도 일반 상대성 이론의 ‘기초’를 알 수 있다. 반면에 「중력의 장 방정식」은 4쪽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중력장 방정식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 상대성 이론의 기본 아이디어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일반 상대성 이론의 기초」는 A~E까지 총 5개의 장, 22개의 절로 이루어져 있다. A장은 「상대성 이론의 가설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Prinzipielle Erwägungen zum Postulat der Relativität)」이라는 제하에 1~4절을 담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왜 일반 상대성 이론을 생각하게 되었는지 그 생각의 흐름을 추적해 볼 수 있다. 5~12절을 포함하는 B장은 온통 수학이다. 그래서 B장의 제목도 「일반적인 공변 방정식의 기초에 관한 수학적 도구(Mathematische Hilfsmittel für die Aufstellung allgemein kovarianter Gleichungen)」이다. 굽은 공간의 기하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논하고 있다. 아직 중력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중력은 C장에서 다룬다. 「중력장의 이론(Theorie des Gravitationsfeldes)」이라는 제목의 C장은 13~17절에 걸쳐 있다. 「중력의 장 방정식」의 장 방정식이 드디어 여기 나온다. D장 「‘물질’ 현상(Die ‘Materiellen’ Vorgänge)」에서는 19~20장에 걸쳐 새로운 수학적 틀에서 압력이나 밀도, 전자기 등을 어떻게 기술할 수 있는지를 소개한다. 마지막 장인 E장은 별도의 제목이 없다. 그러나 가장 흥미진진한 장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일반 상대성 이론의 새로운 예측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E장 21절에서는 뉴턴의 중력 이론이 일반 상대성 이론의 극단적인 상황 중 하나로부터 유도됨을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절인 22절에서는 먼저 중력이 시간과 길이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끝으로 태양 중력으로 인한 빛의 휘어짐과 수성의 근일점 이동을 계산해 낸다.
이처럼 「일반 상대성 이론의 기초」는 그 자체만으로도 일반 상대성 이론에 대한 훌륭한 교과서이다. 특히 A장과 B장, 그리고 C장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에 대한 통찰력이 땅을 파서 기초를 다지고, 수학적 도구로 기둥을 세우며, 물리적 직관력으로 들보와 지붕을 얹는 모습들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 이론의 기초」를 통해 하나의 거대한 건축물을 새로 지었으며, 여태껏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설계했다. 그 속에서 후대의 우리는 편안하게 우주의 질서를 만끽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1915년 11월 25일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방정식을 완성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1915년의 「중력의 장 방정식」은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완성한 논문이고 1916년의 「일반 상대성 이론의 기초」는 그간의 노력을 집대성한 논문이다. 여기서는 「중력의 장 방정식」과 함께 「일반 상대성 이론의 기초」를 활용해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추적하기로 한다.
(자세한 내용은 『물리학 클래식』에서 계속)
이종필
서울 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입자 물리학으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 대학교 상허 교양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물리학 클래식』, 『빛의 전쟁』, 『우리의 태도가 과학적일 때』 등이 있고, 번역서로 『물리의 정석: 고전 역학 편』, 『물리의 정석: 양자 역학 편』, 『물리의 정석: 특수 상대성 이론과 고전 장론 편』, 『최종 이론의 꿈』, 『블랙홀 전쟁』 등이 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

10편의 원전 논문으로 순례하는 현대 물리학의 결정적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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