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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대 책 대담 (13) 「LHC, 현대물리학의 최전선」 vs. 「신의 입자를 찾아서」 본문
책 대 책 9월 20일자 대담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vs. 「신의 입자를 찾아서」
신의 입자 지상에 내려오다
과학의 역사에서 이정표가 되었거나 과학 대중화에 지대한 공헌을 한 책을 중심으로 인물 대 인물, 이론 대 이론, 명강의 대 명강의 등 두 권의 책을 비교 분석하는 <책 대 책>. 그 열두 번째 대담회가 APCTP(아태이론물리센터)와 사이언스북스, 채널예스 공동 기획․주관으로 지난 9월 20일(목) 저녁 7시 강남 출판 문화 센터 5층 민음사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2012년 7월 4일, CERN(유럽공동원자핵연구소)의 입자 가속기 LHC(거대 강입자 가속기)에서 활동하는 두 실험 그룹이 각각 독립적으로 125GeV(기가 전자볼트) 근방의 질량을 가진 새로운 입자의 발견을 발표하였다. 이 입자의 성질은 1964년 피터 힉스 등이 예언한 힉스 보존과 거의 일치한다. 힉스 입자는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를 설명하는 이론인 표준 모형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유일한 입자이자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들이 0이 아닌 질량을 갖게 하는 입자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레온 레더만 박사에 의해 ‘신의 입자’라고 이름 붙여졌다.
LHC는 수많은 과학자가 이 ‘신의 입자’를 찾기 위해 50년간 쏟아 부은 노력의 결정체이며 힉스 입자의 발견은 이 거대한 노력의 성공과 표준 모형의 완성을 알리는 역사적 사건이다. 이 실험에 관해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정보를 얻기란 어렵다. 다행히도 실험이 시작될 무렵인 2008년과 2011년 일반 대중에게 힉스와 LHC 실험을 소개하는 책이 한국 물리학자에 의해 출간되었다.
9월 책 대 책 대담회에서는 이 두 책, 『LHC, 현대물리학의 최전선』과 『신의 입자를 찾아서』의 저자 이강영 경상 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와 이종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특별연구원에게 힉스 입자와 이것을 발견하기 위한 시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두 저자가 서로 상대편 책의 서평을 쓰고 대담자로 나섰으며 장상현 건국 대학교 물리학부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대담자와 사회자에 대한 간단한 소개 후, 본격적인 대담이 시작되었다.
장상현(사회자): 안녕하십니까. 사회를 맡은 건국 대학교 물리학과의 장상현이라고 합니다.
그동안은 주로 번역자나 서평을 하신 분들이 국내에 번역 출간된 외국 책을 주제로 토론했는데, 오늘은 직접 책을 쓰신 저자분이 나오셔서 상대방의 책을 주제로 서평을 쓰고 토론하는 좀 특별한 대담입니다. 이 두 분의 책이 교양서적이지만 어려운 책이고 생소한 주제일 수도 있습니다. 먼저 서로 상대편의 책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종필(신의 입자를 찾아서):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은 지금 CERN에서 열심히 실험하고 있는 LHC라는 입자 가속기를 주제로 이게 뭐하는 기계인지, 왜 많은 돈을 들여서 이걸 만들었는지 설명하기 위해서 쓰신 책입니다. 또한 LHC만이 아니라 LHC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과학자들이 만들었던 여러 가속기와 입자 검출기, CERN의 역사, 여러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쓴 책이에요. 보통 이 정도 깊이를 가진 책은 외서뿐이었는데 한국에서 한국 저자가 쓴 이런 책을 한국 독자들이 접하는 것은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강영(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신의 입자를 찾아서』 역시 거대 강입자 가속기가 동기가 되어서 나온 책입니다. 2008년 9월 LHC가 처음 가동을 시작한 시점에 맞춰서 나왔죠. 이 책 역시 LHC로 어떤 물리학을 하고 왜 그런 실험을 하는지를 설명하는데, 그를 위해서 20세기 현대 물리학의 전반, 특히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이라는 두 기초를 아주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그다음 LHC에서 실험하게 될 입자 물리학을 서술하고 있는 책입니다. LHC에 대해서 우리나라에서 한국 사람이 쓴 책으로는 선구자격입니다.
장상현(사회자): 지금 말씀 중에 아마 생소하게 느껴지는 단어가 많을 거예요. 대담자분께서 바로 자세한 내용을 설명해 주실 겁니다. 먼저 이종필 박사님이 두 책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입자 물리학이 무엇인지를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종필(신의 입자를 찾아서): 물리학이란 말을 좀 풀어서 보자면 ‘사물의 이치’입니다.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원리가 뭔지 따져 보는 학문이 물리학이고 조금 넓게 보면 바로 과학의 시작이죠. ‘사이언스’란 말이 나온 것은 17세기 뉴턴 이후이긴 합니다만, 사물의 이치를 따지기 시작한 것은 사실 굉장히 역사가 깁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런 거예요. 우리 눈에 보이는 이 세상이 도대체 뭐로 만들어졌느냐. 이것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 이 질문의 답을 찾는 것이거든요. 현생 인류가 지구에 나타난 지가 500만 년 정도 되잖아요. 제 생각에는 인류가 이 행성에 생겨나서 자각을 가지고 제일 먼저 던졌을 질문 5개 중 하나가 이것이었을 것 같아요.
‘도대체 세상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나?’
나머지 네 개는 뭔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저는 물리학 역사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문자가 없었으니 기록에 남진 않았겠죠. 문헌으로 남은 가장 오래된 고민은 철학의 아버지인 고대 그리스의 텔레스입니다. 기원전 600년경 사람인데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인류 역사로 보면 굉장히 최근의 일이긴 합니다. 탈레스 이후에도 엠페도클레스가 4원소 설을 이야기합니다. 지금 우리 관점에서 보면 만물의 근본이 물이다. 흙, 물, 불, 공기다. 이런 이야기는 좀 어이없어 보이지만 사실 현대 물리학에서도 근본 이치가 뭐냐를 탐구하는 기본 패턴은 똑같아요. 물이나 4원소가 열 몇 가지의 입자로 바뀐 것뿐입니다. 그것으로 세상이 이루어지고 어떤 자연의 원리로 세상이 돌아간다. 이걸 설명하는 것이거든요. 이 모든 과정이 입자 물리학의 역사입니다. 언어가 생기기도 전에 고민해 왔던, 인류가 가장 근본적이고 본원적으로 찾아온 것이 입자 물리학입니다. 그래서 21세기에도 전 세계에서 수많은 과학자가 LHC에 매달리고 10조 원이나 되는 돈을 쏟아 부으면서 가속기를 만드는 겁니다. 가속기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인간이 태어나서 본원적으로 가졌던 그 질문에 궁극적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일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장상현(사회자): 감사합니다. 지금 만물의 근본을 탐구하는 학문이 입자 물리학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두 책의 주제가 사실 LHC거든요. 거대 입자 가속기인데 이 거대 입자 가속기와 이것을 유치하고 있는 CERN이 어떤 기관이고 무엇을 하는지. LHC가 물질의 근본을 탐구하는 데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강영 박사님께 들어 보겠습니다.
이강영(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자연 과학은 인간이 아니라 자연의 원리를 찾는 학문이기 때문에 사람이 자연을 어떻게 보느냐, 어떤 방법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연구하는 분야가 정해집니다. 화학이 발전했던 18세기에는 물질을 태운다든지 섞는 실험을 하면서 그런 현상을 사람들이 많이 보았고 그걸 설명하는 일에서 화학이 발전했습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서는 방사선이라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방사선으로 20세기 초에는 원자의 존재를 알았고 시간이 흘러 원자 속에 있는 원자핵의 존재도 확립되었습니다. 원자 속의 미시 세계를 보기 위해서는 더 높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물건을 만지는 행동보다 훨씬 높은 에너지를 들여야 원자 속에 들어가서 무엇이 있는지를 알 수 있죠. 입자 물리학은 물체의 근본적인 부분을 보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탐구하는 것 중에 가장 높은 에너지의 상태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상현(사회자): 더 작은 것을 쪼개려고 할수록 항상 더 높은 에너지가 필요한가요?
이강영(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낮은 에너지에서 우리는 물질의 겉면만 보게 됩니다. 에너지를 높일수록 그 속까지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핵 이하의 작은 세상을 보기 위해서는 이전 방식의 실험으로는 불가능하고 아주 높은 에너지 상태를 인공적으로 만들 필요가 생기는데 가속기라는 것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가속기로 대상을 가속시켜서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 그 물질은 아주 높은 운동에너지를 갖게 됩니다. 가속된 입자를 물질에 집어넣어서 물질의 속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를 탐구하는 것이 입자 물리학의 가장 보편적인 실험 방법입니다.
가속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먼저 발전했습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유럽에는 그런 대규모 시설이 존재하지 않았죠. 즉 50년대에는 가속기란 미국에만 존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유럽에 남아 있던 학자들, 그리고 전쟁을 피해 미국에 있다가 돌아온 학자들이 다시 모이면서 유럽에서도 이런 대규모 시설을 가질 필요성이 대두합니다. 그런데 시설이 급격하게 대규모가 되니까 각국의 경제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유럽 전체에서 공동의 연구소를 만들어서 대규모 실험을 하자는 움직임이 시작되었고,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 CERN입니다. 중립 지역인 스위스 제네바 근교에 설립되어 이제 유럽은 나라별로는 더는 가속기를 짓지 않고 모두 CERN 중심으로 대규모 가속기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CERN 이후로는 미국과 유럽이 경쟁하는 양상으로 가속기 물리학이 발전했는데 LHC는 그런 가속기를 만들려는 연구가 현재 다다른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LHC는 예전 CERN 옆에 만들어졌던 전자-양성자 가속기인 LEP의 후신입니다. LEP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가속기 중에 가장 큰 가속기인데, 둘레가 약 26.7km입니다. 1970년대에 계획을 해서 1980년대에 건설을 했습니다. 건설할 때부터 이 실험을 마치면 그 터널에다 양성자 가속기를 그대로 만들어서 다음 세대의 실험을 하자는 합의가 이미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LEP 실험은 10년 넘게 계속되었고요. 2000년 들어서 LEP 실험을 그만두고 그 터널에다 새로운 가속기를 설치해서 이전의 어떤 가속기보다도 고에너지의 가속기를 새로 지은 것이 LHC입니다. 원래 설계상으로는 에너지가 14조 전자볼트 수준입니다. 이전에는 그 미국 시카고 페르미 연구소의 2조 전자볼트를 내는 가속기가 제일 컸으니까 7배 정도 큰 에너지를 내도록 설계된 가속기지요.
장상현(사회자): 혹시 지금 이해를 못 하시는 분이 있을 것 같아서 잠시 질문을 드리겠는데요. 가속기에서 가속하는 게 전자가 있고 양성자가 있는데 양성자는 수소 원자의 원자핵입니다. 전자는 그 주변을 도는 더 작은 전하죠. 이 둘을 가속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다른 것을 가속할 수는 없나요?
이강영(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이 세상에는 여러 입자가 존재하지만, 실제로 자연 상태에 두었을 때 안정한 상태로 변하지 않는 입자는 세 가지밖에 없습니다. 전자, 양성자, 빛(광자). 우리가 실험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입자가 그 셋인 셈이죠. 물론 중성자도 있습니다. 중성자는 안정된 원자핵 안에 있을 때는 계속 안정적으로 있는데 따로 떼어 놓으면 몇백 초 정도 지나면 양성자로 붕괴합니다. 어쨌든 중성자도 이런 식으로 (중성자는 가속기라고 하면 이상하지만) 어쨌든 가속기 실험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는 입자는 전자와 양성자이기 때문에 그 두 입자를 가지고 주로 실험을 하죠.
장상현(사회자): 중성자와 광자 이야기가 나와서 말씀을 드리자면 가속기는 기본적으로 전극하고 자석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걸로 가속을 해요. 그러니까 전하가 없는 중성자나 광자는 가속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전자나 양성자만 되는 거죠.
이강영(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광자나 중성자를 가속하려면 이제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죠.
장상현(사회자): 지금까지 입자 물리학과 입자 물리학을 구현하는 최고의 기계, LHC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셨고요. 두 분이 쓰신 책은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하게 딱 두 권이 나와 있는 거예요. 교양과학으로 입자 물리학과 LHC를 다룬 책은요.
이종필(신의 입자를 찾아서): 유이무삼이라고 해야겠네요.
장상현(사회자): 네, 그러네요. 그런데 두 책이 쓰인 시점이 『신의 입자를 찾아서』는 4년이 지났고요.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은 2년이 지났습니다. 그 2년 사이에 엄청난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뉴스를 보셨을 거예요. 신의 입자. 힉스를 찾았다. 그런 기사가 나왔죠. 힉스 입자가 무엇인지 그 짧은 기사로는 이해하기가 힘들 겁니다. 이종필 박사님이 힉스 입자가 무엇인지, 왜 이게 신의 입자라 불리는지 조금 설명을 해 주시죠.
이종필(신의 입자를 찾아서): 텔레스 이후의 사람들이 만물의 근본이 뭐냐. 세상이 뭐로 만들어져 있을까. 계속 밑으로 파고 내려갔어요. 분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게 20세기입니다. 예상이야 19세기에도 했었지만, 분자를 알고 원자를 알고 원자핵을 알게 되니 그 원자핵은 또 양성자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양성자 중성자도 다시 내려가 보니까 하나의 입자가 아니라 안에 뭔가 하부 구조가 있었고요. 그것을 사람들이 쿼크라고 부르기 시작했죠. 지금 우리가 가진 최소 단위가 쿼크입니다. 쿼크가 모여서 양성자나 중성자 같은 원자핵, 핵자를 만들고 그 주변에 음의 전하량을 가진 전자가 있고. 전자는 아직은 하부 구조가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렇게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 입자가 쿼크가 한 6개 있고 전자 같은 놈들이 6개 있어요. 그것이 직접적으로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에요. 현대 물리학에서는 이 입자들이 상호 작용하는데, 양자 역학적 관점에서 이 과정을 기본 입자들이 힘을 매개하는 새로운 입자를 주고받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힘을 매개하는 입자는 4개 정도 알려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빛입니다. 나머지 세 개는 강한 핵력을 매개하는 입자가 있고 약한 핵력을 매개하는 입자가 있습니다. 강한 핵력과 약한 핵력은 20세기 이후에 알려진 힘이에요.
이 16개의 입자에도 뭔가 규칙이 있어요. 과학자들이 자연에 반드시 존재해야만 한다고 믿는 일종의 수학적 대칭이에요. 자연이 아무렇게나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독특한 수학적인 관계가 있어야만 잘 설명된다고 과학자들은 믿습니다. 그런데 대칭 때문에 안 좋은 점이 뭐냐면 이 소립자들이 질량을 가질 수 없어요. 말이 안 되죠. 전자도 아주 작긴 하지만 당장 질량이 있으니까. 실험하고 어긋나요. 그렇다고 수학적인 대칭. 이걸 포기하기에는 또 너무 아까운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어떻게 했냐면 대칭을 살짝 깨뜨리면서 질량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그중 한 분이 피터 힉스에요. 에든버러 대학에 계시고 이제 연세가 여든이 훨씬 넘으신 분인데. 이 분이 대칭성을 깨면서 많은 소립자에 질량을 주는 입자를 새로 도입하는데 그게 힉스 입자입니다. 그 과정은 힉스 메커니즘이라고 합니다.
이름은 힉스 입자지만 관련된 분이 여섯 분 계십니다. 이 입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힉스가 논문을 쓴 게 1964년이고 여섯 명이 논문 쓴 것도 다 1964년 여름이었어요. 그것을 차용해서 세련되게 입자 물리학을 재구성한 논문이 스티븐 와인버그의 손으로 1967년에 나옵니다. 그 이후로 이것을 입자 물리학의 표준 모형이라고 불러요. 1970년대 넘어가면 강한 핵력도 비슷한 수학으로 포섭해서 표준 모형이 완성됩니다. 1970년대 중반부터는 표준 모형의 예측들을 실험으로 확인하는 과정이었고요. 1979년에 와인버그하고 두 사람이 노벨상을 받고. 그렇게 다른 16개 모든 입자를 실험으로 보는데, 마지막 17번째의 힉스 입자가 없었습니다. 50년 동안. 이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고 표준 모형에서 마지막 남은 퍼즐 조각이었기 때문에 LHC를 가동한 가장 큰 이유가 다른 무엇보다도 일단은 힉스 탐색이었죠. 이게 별명이 신의 입자(god particle)라고 하는데 일화가 하나 있어요. 레온 레더만이라고 중성미자 실험을 하는 물리학자가 계십니다. 1988년에 색다른 종류의 중성미자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서 노벨상까지 받은 분인데 이분도 힉스 입자를 당연히 찾고 싶겠죠? 그런데 너무 안 보이니까 열 받잖아요. 열 받아서 1993년에 책을 냅니다. 책 제목을 처음에 『god damn particle』이라고 지었대요. 출판사에서는 이런 이름으로는 안 된다.
장상현(사회자): 제목에 욕이 들어갔으니까.
이종필(신의 입자를 찾아서): 그래서 편집자가 damn을 빼 버립니다. 그래서 신의 입자가 되었어요. 이름을 짓고 보니까 나름 멋있잖아요? 그리고 책 제목에 신이 들어가면 판매량이 좀 올라간대요. 몇 퍼센트 정도. 아무튼 이 신의 입자를 2012년 7월 4일, 약간의 기술적 문제는 있지만 실제 발견한 겁니다. 힉스 논문이 1964년이니까 거의 50년 걸린 거잖아요. 반세기 만에 발견했으니 세계 과학계가 들썩거리는 것이고. 표준 모형이 실험으로도 완성되었다는 겁니다. 올해는 과학사에 기록으로 남는 해가 될 거예요.
장상현(사회자): 지금 표준 모형 이야기가 나왔는데 표준 모형은 입자 물리학의 가장 표준적인 모형이란 뜻이죠. 쿼크와 경입자가 어떻게 이 세상을 구성하는가를 설명하는 이론이에요. 이론 이야기를 하면 너무 딱딱해지니까, 이강영 박사님께 이 이론의 역사적인 배경과 가능하면 피터 힉스가 50년 동안 노벨상을 못 받았는데 왜 나머지 사람들은 상을 받았나 이런 이야기를 설명해 주시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이강영(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말씀하신 대로 표준 모형은 정말로 기본인 입자가 뭐고 그게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말해 주는 이론입니다. 그런데 기본 입자가 뭐냐는 사실 이론이 할 말이 아닙니다. 실험으로 찾아낸 거예요. 현상을 봤더니 전자, 쿼크 그런 것이 기본 입자더라. 실험으로 아는 겁니다. 그 입자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가가 문제가 되겠죠. 그런 상호 작용 이론을 만드는 데 기본이 되는 이론을 게이지 이론이라고 합니다. 게이지 이론은 전자기 이론의 구조에서 온 내용입니다. 전자기 이론은 이미 19세기에 맥스웰이 전자기 방정식으로 정리해 놨어요. 그 안에 보면 게이지 대칭성이란 특별한 성질을 만족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내놓고 다시 전자기 이론을 보니까 그 이론이 다른 것까지 다 만족하는 굉장히 훌륭하고 좋은 이론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950년대쯤 되면 전자기 법칙에 대해서는 우리가 양자 역학적으로 또는 상대성 이론적으로 완전히 이해하는 이론을 쓸 수 있게 됩니다. 워낙 이론이 성공적이니까, 다른 종류의 상호 작용도 이 방법을 본떠서 해 보자는 생각을 합니다. 전자기 상호 작용은 우리 눈에 보이는 현상 대부분을 이루고 있습니다. 원자를 이루는 것 자체가 원자의 핵은 전기적으로 +성질을 띄고 전자는 -성질을 띄고 있어서 순전히 전기적인 힘으로 만들어진 겁니다. 원자끼리 상호 작용해서 물질을 이루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우리 눈에 비치는 모든 현상을 그냥 다 전기적인 현상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원자핵의 존재를 알면서부터 전기적인 현상으로 해석이 안 되는 부분이 나타납니다. +의 성질을 가진 양성자와 중성인 중성자가 원자보다도 훨씬 강하게 뭉쳐 있는 것이 원자핵입니다. +끼리 뭉쳐 놓으면 당연히 엄청난 반발력으로 튕겨 나와야 하는데 아주 작은 크기로 뭉쳐 있으니까 이 핵을 만드는 힘은 전자기력보다 훨씬 강한 무엇이라는 걸 알 수 있죠. 그 힘을 우리는 강한 핵력이라고 합니다. 전기 말고도 새로운 힘이 있는 거죠. 그다음에 지구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닙니다만 물질의 종류가 변하는 현상이 있습니다. 방사성 베타 붕괴란 것이 있는데. 베타 붕괴를 하고 나면 원자가 원자 번호가 바뀌게 됩니다. 중성자가 양성자로 바뀌는 현상인데 그런 식으로 입자의 종류가 바뀌는 일이 있습니다. 이것도 전자기력도 아니고 핵력도 아니고 뭔가 새로운 힘인데 전자기력보다는 굉장히 약합니다. 그래서 약한 핵력이라고 합니다. 이런 이론이 유럽에서 나왔다면 이름이 좀 더 멋있었을 텐데, 미국에서 나오다 보니까 정말로 단순한 이름을 갖게 되었어요.
자, 이런 힘들을 알았으니 이제 약한 상호작용과 강한 상호작용을 게이지 이론이란 형식으로 만들어 보자. 1960년대에 많은 사람이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스티븐 와인버그의 논문에서 약한 상호작용을 게이지 이론으로 만드는 일에 성공합니다. 약한 상호작용은 전자기 상호작용과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그 얽힌 구조까지 정확하게 설명하는 방정식을 썼습니다. 강한 상호작용 공식은 몇 년 뒤에 쿼크를 발견한 머리 겔만이 최종적으로 썼고, 그걸 다 합쳐서 표준 모형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게이지 이론은 본질적으로 입자에 질량이 있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게이지 이론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입자들이 질량을 갖게 하는 방법이 힉스 메커니즘입니다. 이제 이론적으로 1960년대 초에 별개의 방법, 별개의 과정을 거쳐서 알고 있었던 건데 그 이론을 와인버그가 자기 방정식을 쓰면서 성공적으로 부여합니다. 와인버그의 방정식은 전자기와 약한 상호 작용을 하나의 게이지 이론으로 쓰면서 질량은 힉스 메커니즘을 통해서 주는. 그런 방정식입니다. 이 방정식의 구조는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계속 테스트가 되었고, 테스트 될 때마다 점점 더 정밀하게, 그리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알려 줍니다. 최종적으로는 표준 모형의 구조를 이루는 입자들이 다 밝혀지고 그들의 관계가 정확히 방정식에 쓴 그대로임을 확인하게 되었죠. 그때까지 발견되지 않은 유일한 중요 입자가 힉스 입자입니다. 그래서 힉스 입자를 찾는 일이 표준 모형을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남았죠.
장상현(사회자): 표준 모형을 만드는 데 이바지한 거의 10명 넘는 분들이 노벨상을 받았는데요. 힉스 메커니즘을 만든 사람은 한 사람도 못 받았어요. 노벨상을.
이강영(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힉스 메커니즘 자체는 실험으로 확인된 것이 아니니까요.
장상현(사회자): 표준 모형의 다른 부분은 다 실험으로 확인되었는데 그 부분만 안 되었다는 거죠. 지금 정리를 다시 해 보면요. 몇십 년이 지나도록 가장 중요한 입자, 물질을 무겁게 만드는 입자인 힉스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올해까지. 그것을 위해서 사람들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정적인 게 LHC의 건설입니다. 두 분의 책이 나온 때가 『신의 입자를 찾아서』는 건설이 거의 마무리된 2008년이었고요. 사실은 이때 가동을 했어야 했어요. 그런데 고장이 났죠. 큰 고장이 나서 다시 이강영 박사님 책이 나올 때인 2010년에야 비로소 가동되어서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그러니 두 책 다 제대로 실험 결과가 나오기 전에 나왔거든요. 책을 쓰실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어느 정도 예측하셨을 텐데요. 그때 예측이 어떠셨으며 지금 얼마나 잘 맞았다고 생각하세요?
이종필(신의 입자를 찾아서): 제가 2001년에 입자 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학위를 받고 나니까 나는 별로 바뀐 걸 모르겠는데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이 완전히 달라져요. 뭘 물어보면 내가 답을 해줘야 합니다. 입자 물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하니까 주위 사람들이 막 물어보는 거예요. 전공자 말고 같이 모여서 술 먹던 사람들, 서클 선후배들이 막 물어봅니다. 입자 물리학이 뭐냐. 가속기 저게 도대체 앞으로 뭘 하려는 거냐. 그럼 제가 계속 이야기를 해야 하잖아요. “신의 입자라는 게 있는데 말이지. 이게 얼마나 좋은 기계냐면…….” 이러면서 무게 잡고 이야기를 하는데 똑같은 말을 수십 번 하려니까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차라리 이걸 그냥 책으로 써야겠다.
장상현(사회자): 귀찮아서.
이종필(신의 입자를 찾아서): 네. 귀찮으니까 책으로 쓰자. 궁금하면 이거 일단 읽어 봐라. 그런 마음으로 썼어요. 마침 그때 출판사 하는 친구가 너 책 하나 낼 생각 없냐. 그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어요. 그래? 그러면 한번 해 볼까? 결국 다른 출판사에서 하기로 했지만. 다행히 LHC 일정이 계속 늦어져서 저도 원고를 더 가다듬을 여유가 생겼고, 최종적으로 책이 나온 게 2008년 8월 말이었어요. LHC가 공식 가동한 게 2008년 9월 10일이니까 가동 보름 전에 책이 나온 셈이죠. 그때 정확한 예측을 한 건 아닌데 어쨌든 개인적으로 4년 안에 발견되리라고는 생각 안 했어요. 중간에 말씀하셨듯이 가동 열흘 만에 대형 사고가 하나 터져서 1년 동안 가동 중단에 들어가거든요.
장상현(사회자): 대형 사고가 터졌다고 하셨는데요. LHC가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큰 기계 중 하나죠. 게다가 정밀 기계에요. 세상에서 가장 정교한 기계를 27km로 늘여서 만들었으니 이게 사고가 안 나고 그냥 돌아갔으면 기적이었을 겁니다. 1년 만에 고친 것이 오히려 대단할 지경이고요. 그 사고의 자료 수집을 할 무렵에 이강영 박사님의 책이 나왔는데요. 이종필 박사님은 귀찮아서 책을 썼다고 하셨는데. 이강영 박사님께서는 무슨 계기로 책을 쓰게 되셨나요?
이강영(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저는 물어보는 사람이 별로 많지는 않았으니까 귀찮을 건 없는데. 어쨌든 LHC라는 게 그때까지의 입자 물리학을 모두 테스트하는 결정적인 실험이기 때문에 저도 제가 알고 있는 입자 물리학을 정리하는 책을 쓰려고 했습니다. 사실 LHC 가동되면 그런 책이 많이 나오리라고 생각은 했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 누가 쓸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저는 또 박사 과정 때 CERN에서 실험을 1년 정도 한 개인적인 인연이 있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로 LHC가 뭔지를 설명하는 책을 써야겠다고 2006년부터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08년에 이종필 박사님이 책을 쓴다고 하기에, 아 놓쳤구나 생각했죠. 이종필 박사님 책이 나올 때쯤에 한번 상의를 했더니 출판사를 소개해 줘서 제 책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책에서 예언하지는 않았고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냐면 LHC가 정상적으로 가동된다면 질량이건 뭐가 어떻게 되건 10년 안에는 판정이 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보다는 힉스 입자가 훨씬 작은 질량을 가진 걸로 나왔는데, 이렇게 빨리, 일이년 사이에 발견되리라고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지금 모든 성능을 다 내지 못하고 절반 정도 되는 에너지로 가동되는 걸 생각하면 예상보다 기계가 훨씬 잘 돌아가고 있는 거죠.
장상현(사회자): 예상하신 것보다 먼저 발견되었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빨리 발견되었다고는 하지만 50년이 걸렸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10년, 길어야 15년이면 예측을 입증하는데 상당히 괴로웠을 거예요. 이렇게 오래 걸릴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겠죠? 힉스의 질량을 몰랐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걸까요?
이강영(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이론의 구조로부터 예측되는 값이 있고, 구조와 상관없이 우리가 측정해야만 알 수 있는 값이 있는데 힉스의 질량은 후자였습니다. 이론 안에서 예상된 값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측정을 해야만 했죠.
장상현(사회자): 잠깐 궁금한 걸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절반의 에너지로 돌리고 있는데 힉스가 나왔거든요? 이제 곧 LHC는 풀 에너지로 업그레이드를 할 겁니다. 지금은 가동 중단을 했고요. 풀 에너지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짐작되는 게 있으세요? 풀 에너지로 올렸을 때 더 기대할 만한 것이 있는지.
이종필(신의 입자를 찾아서): LHC는 양성자 두 개를 강제로 가속시켜서 충돌시키는 것이거든요. 원래 설계대로라면 한쪽 양성자가 자기 질량의 7천 배, 다른 하나가 자기 질량의 7천 배 에너지. 요렇게 가속시켜서 충돌시키는 거예요. 그런데 사고가 나서 일 년간 수리하고 (2010년 3월 30일로 기억하는데) 최초로 고에너지 충돌을 합니다. 3천 5백 배/ 3천 5백 배 해서 7TeV(테라 전자볼트)로. 원래 설계의 절반이죠. 그렇게 시작했고 7TeV로 계속 하다가 올해 3월부터는 1TeV를 높여서 8TeV로 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올 연말까지 합니다. 그다음에 기계 가동을 중단하고 업그레이드에 들어갑니다. 원래 예상인 14TeV로 무난하게 가동할 수 있게끔 업그레이드할 예정으로 있는데 14TeV로 올라가면 양성자가 이제 에너지가 높아지는 거예요. 아까 말했듯이 양성자는 그냥 단위가 아니거든요. 이 안에 쿼크나 쿼크를 감싸고 있는 접착자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양성자를 두들겨서 양성자가 깨지면 그 안에 있는 쿼크나 접착자들이 튕겨 나옵니다. 그때 고에너지로 튕겨 나와요. 쿼크와 쿼크, 쿼크와 접착자. 아니면 접착자와 접착자가 상호작용해서 뭔가 이벤트가 일어납니다. 그때 힉스든 뭐든 무언가 만들어질 거라고 예상하는 거죠.
장상현(사회자): 부연하자면 힉스의 질량이 양성자의 125배이죠. 그러니까 충돌할 때 에너지가 몇천 배는 되어야 이 힉스가 실제로 튀어나올 수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높은 에너지로 실험하는 겁니다.
이종필(신의 입자를 찾아서): 지금 사실은 과학자가 기대하는 것은 힉스 입자만이 아니거든요. 뭔가 소립자들이, 양성자 말고 소립자들이 1TeV 정도의 에너지를 가질 때. 그러려면 양성자를 충돌시킬 때 훨씬 더 높은 에너지가 필요하겠죠? 소립자들이 1TeV의 에너지로 상호작용할 때 지금까지 예상하지 못했던 내지는 표준 모형에서 설명하지 못하는 뭔가 새로운 물리학이 벌어질 거라고 많이 기대하고 있어요. 새로운 미지의 영역을 보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이거든요. 지금 8TeV 실험은 그냥 표준모형이 잘 맞는다 정도의 결과만 나옵니다. 이번 힉스 입자도 뭐 약간의 논란이 있습니다만 표준 모형과 너무나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그 외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14TeV까지 올리면 소립자들이 더 높은 에너지로 거기서 튀어나올 것이니까 기대를 해 볼 수 있겠죠.
장상현(사회자): 더 높은 에너지 영역을 보면 표준 모형보다 더 우주의 근본을 설명하는 이론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것이군요. 이 내용은 두 분이 쓰신 책에 다 공통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사실 쓰신 걸 보면 두 분이 구성은 상당히 달라요. 이종필 박사님은 양자 역학과 상대론이라는 기본을 바탕으로 쓰셨고 이강영 교수님은 역사적인 관점에서 심지어 한국과 중국 역사까지 비교를 하면서 죽 쓰셨죠. 이렇게 다르면서 또 같은 주제를 다룬 책을 보실 때 서로의 장점과 특징이 어떻다고 보시는지 처음에 잠깐 이야기했지만 간략하게 부탁드립니다.
이종필(신의 입자를 찾아서):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의 장점이라면 역시 디테일이겠네요.
장상현(사회자): 두껍죠.
이종필(신의 입자를 찾아서): 전공자가 봐도 잘 모르는 이런 이야기들이 나와요. 챙겨서 정리해서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거든요. 전공 분야와 관련된 교양을 쌓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가속기 역사가 이게 만만한 주제가 아닌데.
장상현(사회자): 외서에도 별로 없죠?
이종필(신의 입자를 찾아서): 많지는 않아요. 있더라도 굉장히 전문적인 내용인데.
장상현(사회자): 불친절하죠.
이종필(신의 입자를 찾아서): 이렇게 접근성이 높고 디테일이 살아 있으면서 전공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 없어요. 개인적으로도 다 잘 아는 사이이기는 한데 보면 이강영 교수님은 평소에도 디테일이 강하신 분이에요.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디테일이 정말로 강해요. 그 장점이 굉장히 잘 드러난 책입니다. 이것저것 세세한 것까지. 그런 재미가 상당한 거죠. 제가 읽으면서 참 평소하고 똑같네. 좋은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굉장히 유쾌하게 읽었어요. 여러분 주변에도 분명히 그런 분들이 계실 텐데, 캐릭터를 떠올리면서 읽으시면 훨씬 더 생생하게 느껴질 거예요.
장상현(사회자): 힉스가 발견되기 전까지의 역사를 생생하게 알 수 있는 책이군요. 이게 두꺼운 책은 두꺼운 책의 장점이 있고, 얇은 책은 얇은 책의 장점이 있는데. 이강영 박사님은 이종필 박사님 책을 어떻게 보십니까.
이강영(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신의 입자를 찾아서』는 사실 내용의 많은 부분이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을 설명하는 데 들어가 있습니다.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는 책은 사실 여러분이 서점에 가서 죽 봐도 한 보따리 들고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많습니다. 어차피 그런 책은 대부분 설명하는 패턴이 있습니다. 『신의 입자를 찾아서』는 그런 패턴을 안 따른다는 게 아니라 그것을 본인이 소화해서 이야기하는 데 힘쓴 책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나온 책 중에서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을 가장 친근하고 읽기 편하게 설명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상현(사회자): 두 개 다 굉장히 좋은 추천인데요. 사실 이 책들이 주제는 같지만 내용은 거의 다르고 서로 보완이 될 수 있는 책인데 또 다른 공통점이 뭐냐면 다 힉스가 발견되기 전에 쓴 책이라는 거예요. 그렇다면 개정판을 내야 할지 모르는데 만약 서로 개정판을 낼 때 이 것을 좀 보완해 줬으면 좋겠다 하는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종필(신의 입자를 찾아서):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은 분량이 좀 되기 때문에 가필하기가 안 좋을 것 같고, 새로 후속편을 내는 편이 어떨까요. 저 책이 제가 원고 초고를 읽은 뒤로 출판되기까지 2년 넘게 걸렸는데 그 기간이 묘하게도 LHC가 가동되면서 우여곡절을 겪은 시기와 맞물려서 중간중간에 업데이트를 하는 과정을 겪은 책이라 뭘 더하기가 사실 좀 그래요.
제 생각에는 좀 지나고 나면 입자물리학의 역사도 힉스를 발견하기 전과 후가 확연하게 갈릴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은 힉스 발견 이전까지를 완전히 그린 책으로 남고, 이제 힉스가 발견되었으니까 그것을 이어받아 힉스 발견 이후의 물리학을 조망하고 이야기를 해야죠. 물론 지금 책의 기조와 호흡을 유지하면서. 요즘 새로운 가속기 이야기가 많이 나오잖아요?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가 과거 역사를 죽 정리한 완결편이었다면 앞으로 미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이나 한국에서 기여하고 있는 것들에 주안점을 두면서 힉스 발견을 분기점으로 그렇게 구성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장상현(사회자): 힉스 발견 시점에서부터 미래를 쓰는 책으로. 기대해볼 만한데요. 이강영 박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강영(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신의 입자를 찾아서』를 보면 거기에 본인이 후속편을 쓴다고 되어 있습니다. 어떤 내용을 가지고 쓴다고 되어 있으니까.
이종필(신의 입자를 찾아서): 제가 잠깐 설명하자면요. 물리학 하는 사람들은 자기 완결성에 대한 강박이 약간 있어요. 무얼 이야기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다 설명해야 하고. 다른 곳에서 참조를 구하지 않고 그 자체로 완결적인 구조를 갖는. 이강영 교수님도 그런 적이 있을 것이고. 그런 면에서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도 자기 완결적이죠. 저는 제 책의 완결성을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에서부터 구현하려고 했어요. 저한테 현대 입자 물리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결국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이 뭐냐를 물어봅니다. 이 사람들 입을 완전히 틀어막기 위해서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을 일단 제 나름대로 완결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현대 물리학의 가장 큰 기둥이니까. 이 둘을 설명하는 부분에 개인적으로 공을 많이 들였어요.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을 정말 모르는 사람도 이 책 하나로 완전하게 끝낸다. 그것에 기반해서 입자 물리학의 맛을 본다. 이게 의도였는데 그러다 보니까 입자 물리학에 큰 기대를 걸었던 분들에게는 좀 아쉬울지도 모릅니다. 입자 물리학 부분이 전체의 40퍼센트 정도거든요. 원래 계획은 표준 모형까지 하고 후속편에서 표준 모형을 다시 정리하면서 표준 모형을 넘어서는 물리학, 대표적인 게 초대칭 이론인데 그것도 나온 지 40년 됐죠. 아니면 우주론 같은 여러 최신 이론이 많은데 굉장히 과학소설 같은 내용도 있어요. 그런 것을 엮어서 속편을 내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만 하고 지금 못 내고 있어서 굉장히 좀 개인적으로 곤혹스럽고 죄송스럽고 그렇습니다.
장상현(사회자): 지금 말씀하신 것은 상당히 기대할 만한 것 같은데요.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과 『신의 입자를 찾아서』 두 책의 후속편들이 대한민국 대중 과학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는 데 기여하기를 바라면서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9월 책 대 책 대담회는 만물의 근본을 탐구하려는 인간의 노력이 현재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 입자 물리학만을 다룬 교양 과학서의 저자로는 대한민국에서 그야말로 ‘유이무삼한’ 두 물리학자에게 직접 들어보는 자리였다.
두 저자의 장점인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이야기’와 ‘디테일’이 결합한 순간 난해한 입자 물리학의 역사는 물리학자들의 험난하지만 신명난 여정이 되었으며, 세상에서 가장 크고 정밀한 기계로 자연계에서 가장 작은 소립자를 찾아내려는 LHC 실험을 마치 친구와의 대화처럼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다.
물질에 질량을 부여하는 17번째 소립자, 힉스 입자. 아직 CERN의 공식 입장은 “힉스 입자와 부합하는(consistent) 새 입자를 발견했다.”는 정도로 신중하지만, 현실은 입자 물리학자의 ‘성배’가 발견되었음에는 이견이 없고 다음번 노벨 물리학상을 힉스와 누가 받을지가 화제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LHC의 임무는 힉스 발견에서 끝이 아니다. 힉스의 질량은 예상치보다 작았으며 이를 설명해 줄 후보로 입자의 짝을 뜻하는 ‘신의 입자를 넘어선 입자’ 초대칭 입자와 여분 차원 이론이 떠오르고 있다. 이를 위해 LHC는 원래 설계대로인 14TeV의 에너지를 내게끔 업그레이드되어 가동될 예정이며 이후에도 LEP3, Higher-Energy-LHC 등이 그 뒤를 이을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인류의 더 깊은 수준의 근본 탐색을 설명할 후속편을 집필할 것을 다짐하는 대담자의 각오를 듣고, 물리학이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이 역사적 순간에 대한민국의 젊은 과학자들이 함께하는 일에 두 저자의 책이 기여하기를 기원하면서 9월 책 대 책 대담회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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