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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몸에서 배우는 생명의 지혜 본문
네이버 책 - 추천 도서 - 릴레이 책 추천 ~ 사이언스북스 편집장의 추천 (2012.10.26)
죽은 몸에서 배우는 생명의 지혜
‘워킹데드’, 살아 있는 시체라는 말과 어울리는 의학, 과학 분약의 학문은 해부학 말고는 없을 것이다. 해부학은 말 그대로 죽은 자들의 몸에서 살아 있는 인체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공부한다. 죽은 자들의 몸이 살아 있는 사람들을 살려 내는 지식과 기술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해부학의 역사는 터부와의 투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죽음과 시체에 대한 오랜 터부를 깨뜨리고, 사람의 몸에 대한 지식의 역사에서 비가역적인 전환점을 만들어 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모든 문명 사회는 죽은 자와 그의 몸에 대한 터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와 갈레노스부터 근세까지, 동양에서는 편작과 화타의 시대부터 최근까지 사람의 몸에 대한 지식은 피부라는 물리적으로 얇은 벽을 뚫지 못하고 상상과 증상 사이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터부의 벽에 메스로 틈을 내고 해부학의 역사를 개척한 이가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이다. 1514년 벨기에서 태어난 베살리우스는 1542년 르네상스 시대 해부학의 대작 [인체의 구조에 관하여(De Humani Corporis Fabrica)]를 펴낸다. 이 책은 인체에 대한 의학과 과학의 역사를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기원후 2세기부터 르네상스 시기까지 서양 사회를 지배해 온 갈레노스주의 의학의 오류를 치밀한 직접 해부를 통해 하나하나 논박하고, 체계적으로 바로잡았다.
당시 서양 의학계를 지배하던 베살리우스의 스승과 선배 들은 반발했지만, 상세한 직접 해부를 바탕으로 한 베살리우스의 대작을 이겨 낼 수는 없었다. 그의 책은 독일과 유럽 전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해부가 의과 대학마다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그의 강연에는 수많은 대중이 모여들었고,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카를 5세는 그를 자신의 시의로 임명했다. 현대의 우리는 베살리우스를 “현대 해부학의 창시자”라고 부른다.
모두 7권으로 이뤄진 베살리우스의 [인체의 구조에 관하여]는 책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살아 있는 증거이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아주 아름다운 책이기도 하다. 마치 신전에 서 있던 신들과 영웅들처럼 당당한 포즈로,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그려진 인체 해부도들은, 시체를 만지작거리며 죽은 자를 욕보인다고 지탄받고 경원시당하던 해부학을 살아 있는 인체에 대한 과학으로 승화시켰다. 현대 서양 의학은 바로 이 책 위에 발을 딛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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