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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꿈틀 곤충 이야기 (4) 가을을 알리는 메신저 왕귀뚜라미 본문

완결된 연재/(完) 꿈틀꿈틀 곤충 이야기

꿈틀꿈틀 곤충 이야기 (4) 가을을 알리는 메신저 왕귀뚜라미

Editor! 2014. 10. 22. 10:08

꿈틀꿈틀 곤충 이야기 (4)

가을을 알리는 메신저 왕귀뚜라미


글 / 사진 : 한영식



왕귀뚜라미 암컷 ⓒ한영식


푹푹 찌는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반짝반짝 강렬한 태양이 비치는 가을 하늘 위로 잠자리들이 평화롭게 날아다니고 들판의 곡식들은 누렇게 익어 간다. 뉘엿뉘엿 해가 지면, 귀뚤귀뚤 귀뚜라미들의 연주 소리에 가을은 더욱 깊어진다.


한여름을 날개 없는 약충으로 지내던 왕귀뚜라미는 어느새 어른벌레가 되어 날개를 얻고 그 날개를 서로 마찰시켜 가을을 알리는 메신저가 된다.


왕귀뚜라미 수컷 ⓒ한영식


왕귀뚜라미는 수컷과 암컷이 모두 울 수 있을까? 암컷 매니는 울지 못해서 별명이 벙어리 매미다. 마찬가지로 왕귀뚜라미 암컷도 울지 못하고 단지 수컷의 울음에 반응해서 움직일 뿐이다. 수컷 왕귀뚜라미는 오른쪽 날개가 왼쪽 날개를 덮고 있다. 오른쪽 날개의 거칠거칠한 줄은 바이올린의 활과 같다. 그리고 왼쪽 날개의 마찰편은 바이올린의 줄과 같다. 활로 줄을 문질러서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처럼 왕귀뚜라미는 날개를 서로 비벼서 소리 낸다.


귀뚤귀뚤, 매일 밤 수컷 왕귀뚜라미가 우는 이유는 뭘까? 반딧불이가 불빛을 이용해 의사 소통을 하는 것처럼 왕귀뚜라미는 소리로 대화를 한다. 매우 복잡한 소리 차이를 이용해서 대화를 하게 된다. 특히 왕귀뚜라미가 우는 이유는 자신의 영역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서다. 마치 개나 고양이들이 영역 주장을 위해 오줌과 같은 배설물을 묻히고 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다가 혹시 다른 수컷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면 매우 큰 소리로 흥분하듯 거칠게 울어댄다. 그러나 종종 부드럽게 울 때도 있다. 짝짓기를 위해 암컷을 부르는 왕귀뚜라미의 세레나데는 매우 부드럽고 달콤하다.


왕귀뚜라미 암컷 ⓒ한영식


외국에 사는 어떤 종류 중에는 성실족 귀뚜라미와 얌체족 귀뚜라미가 있다. 성실족은 매우 성실하게 울어서 짝을 부르는 반면, 얌체족은 성실족 옆에서 잘 울지 않고 기다리기만 한다. 한참 뒤 성실족 귀뚜라미의 노래에 매혹되어 암컷이 찾아온다. 그 순간을 얌체족은 놓치지 않는다. 암컷을 보자마자 마구 울어댄다. 그러면 찾아온 암컷은 얌체족이 온 줄 알고 얌체족과 만나 짝짓기하게 된다.


왕귀뚜라미 약충 ⓒ한영식


짝짓기를 다 마친 암컷은 긴 산란관을 흙속에 꽂아서 알을 낳는다. 암수 모두 꼬리털을 2개씩 가지고 있지만 암컷은 긴 산란관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 알로 겨울나기를 하고 봄이 되면 애벌레(약충)로 부화한다. 약충은 먹이를 먹으며 일곱 차례 허물을 벗고 어른벌레가 된다.


귀뚤귀뚤 우는 소리 때문에 귀뚜라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의성어인 '귓돌'과 접사인 '와미(아미)'가 결합한 거다. 하지만 서양 사람들의 귀에는 귀뚤귀뚤이 아니라 '크릭크릭'으로 들렸나 보다. 서양에서 '크리켓(cricket)', '크리케(criquet)'라고 불린다. 중국에서는 '실솔(蟋蟀)'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남북한 모두 귀뚜라미라고 부른다.


왕귀뚜라미(야간 촬영) ⓒ한영식


더듬이로 먹이를 찾은 왕귀뚜라미는 음식찌꺼기, 작은 곤충, 야채 등 뭐든지 가리지 않고 먹어댄다. 심지어는 자신이 벗은 허물까지도 먹을 정도로 잡식성이다. 풀밭 속에서 사는 왕귀뚜라미는 미세한 진동도 감지할 정도로 눈치가 빠르다. 때문에 천적으로부터 잘 도망칠 수 있다.



※ 해당 연재는 『꿈틀꿈틀 곤충 왕국』 '가을을 알리는 메신저 왕귀뚜라미' 편에서 가지고 왔음을 알립니다.

『꿈틀꿈틀 곤충 왕국』 도서정보 ▶ http://sciencebooks.tistory.com/551



글쓴이 : 한영식

곤충 생태 교육 연구소 소장. 강원 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했으며, 1993년 국내 유일 딱정벌레 연구 모임인 비틀스(BEETLES)를 창립하여 본격적인 연구 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출간된 『딱정벌레왕국의 여행자』로 과학 출판에 데뷔했다, 이 책은 KBS 《TV, 책을 말하다》에 2회 방송되는 쾌거를 이뤘다. 그 후 어린이들을 위한 곤충 동화와 그림책에서 숲 해설가나 과학 교사 같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곤충 도감과 정보 과학 책까지 곤충 관련 도서를 여럿 펴내며 곤충 연구가이자 자연 체험 교육자로 정력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KBS 《스펀지》 곤충 관련 자문 위원은 물론, 여러 기관과 잡지의 우수 과학 도서 선정 위원 등으로 활동했고, 청소년 수련관, 지역 문화 센터, 풀뿌리 환경 단체, 도서관 등에서 열리는 자연 체험 교육 강사이자 그 강사들을 교육시키는 교육자로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딱정벌레 왕국의 여행』(환경부 선정 우수 환경 도서),  『반딧불이 통신』, 『남생이 무당벌레의 왕따 여행』, 『곤충들의 살아남기』, 『와글와글 곤충대왕이 지구를 지켜요』, 『물삿갓벌레의 배낭여행』, 『지구생태계의 수호자 곤충 없이는 못 살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곤충 이야기』(초등학교 교과서 국어 읽기책 수록 도서), 『봄·여름·가을·겨울 곤충 도감』, 『곤충 학습 도감』, 『곤충 검색 도감』, 『파브르와 한영식의 곤충 이야기』, 『꿈틀꿈틀 곤충 왕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