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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방랑] 기억 속의 별 풍경 : 네 번째 별 풍경 본문

완결된 연재/(完) 기억 속의 별 풍경

[별빛방랑] 기억 속의 별 풍경 : 네 번째 별 풍경

Editor! 2015. 1. 20. 10:36


※ 해당 연재에 올라가는 글과 사진은 출간 예정인 천체전문사진가 황인준 작가의 『별빛방랑』 '기억 속의 별 풍경'에서 가지고 왔음을 밝힙니다.



[별빛방랑] 기억 속의 별 풍경

네 번째 별 풍경


글/사진 : 황인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된 막연하며 이유 없는 우주에 대한 동경과 그에 따른 아마추어 천문가 생활이 어느덧 35년이나 되었습니다. 그만한 세월의 별지기 생활은 셀 수 없이 많은 별에 대한 기억과 추억으로 꾸며지게 마련입니다. 별 보는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강렬한 별 풍경이 지금의 나를 지탱해 주고 또 별을 끊임없이 동경하게 해 주는 에너지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당연히 기억 속에는 수많은 밤하늘과 그 아름다움, 관측이나 천체 사진 촬영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아마추어 천문가라면 누구라도 갖고 있을 아름다운 추억들에 대한 회상과 스치듯 머릿속에 박혀 떠날 줄 모르는 수채 풍경화에 대해 써 보고자 합니다.




  아이반호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멜버른에서 7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마을로 30여 호가 있는 아주 작은 마을입니다. 나와 이건호 씨, 이준화 교수는 계획 없이 이곳까지 왔습니다. 맑고 깊고 또 광해 없는 하늘을 찾아서 말입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막 아이반호의 전경 ⓒ 황인준


  이번 여행의 목적 한 가지는 북반구에서 볼 수 없는 남천의 딥스카이 대상들을 보고 느끼고 또 사진 찍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정말로 광해가 없는 그런 하늘은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 해소였습니다. 남천 촬영 여행은 이준화 교수가 안식년으로 오스트레일리아를 택하면서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어렵게 휴가를 낸 이건호 씨와 나는 첫 원정 촬영에 걸맞게 많은 장비를 동원했습니다. 멜버른에 도착해 밀두라에 가서 사진을 찍어 보고자 했지만 날이 받쳐 주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급기야 사막으로 가기로 합니다. 계획에 없던 일정 변경이었지만 목적에 걸맞은 결정이었고 또한 사막의 건조함이 가져다주는 밤하늘은 어떨까 하는 기대에 찬 장거리 이동이었습니다. 지도에서 목표를 정하고 출발해서 하루 종일 달려 도착한 곳은 사막 한가운데 도시인 아이반호. 이곳에서 아주 허름한 만큼 저렴한 컨테이너 숙소를 5일 빌려 앞마당에 장비를 펼쳤습니다. 숙박 여건은 열악했지만 가까운 곳에 식당도 있고 또한 도난 염려도 없는 그곳에서 며칠을 지새우며 낮에는 자고 하는 식으로 남천의 대상들을 하나하나 잡아 나갔습니다. 


  셋째 날인가 우리는 새벽에 사진 촬영 장비를 세팅하고 새벽에 사막으로 갔습니다. 아이반호에서 40여 분 이동하니 360도 지평선이 나오는 곳이 있었습니다. 가는 길에 수많은 캥거루들이 맞아 주었습니다. 어떤 놈들은 길에서 비켜서질 않아 기다리기도 했으며 어떤 놈들은 우리와 나란히 달리기도 했습니다. 크기도 각각이고 어찌나 수가 많던지 우리는 전혀 속력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2006년 12월 오스트레일리아 아이반호의 은하수 ⓒ 황인준


  물론 지나는 차들도 없으니 사막과 곧게 뻗은 아스팔트길은 우리만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는 차의 전조등을 끄고 차에서 내렸습니다. 그러고는 지평선 끝까지 쏟아져 내리는 별들,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의 별빛들에 우리는 매료되었습니다. 아스팔트에 누워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또 별빛에 어렴풋이 비쳐지는 얼굴을 확인하고는 아이들처럼 들뜨고 즐거워하고 기뻐했습니다. 우리는 우주 속에 있는 지구인입니다. 하늘이 갖는, 별빛이 전해 주는 메시지를 듣고 감동하고 느끼느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카메라에서 불과 30초로 표현되는 밤하늘의 은하수, 그리고 별 친구들과의 한때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별 풍경 중 하나입니다. 


  지금도 날만 맑으면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오늘 밤에는 무엇을 찍을까 또 오늘은 밤하늘이 어떨까 기상청 사이트를 보고 촬영 계획을 세우고는 합니다. 30년 넘게 별을 보아 오며 그때 여건이나 환경이 바뀌기는 했어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은 별에 대한 밤하늘에 대한 우주에 대한 동경일 것입니다. 별에 대한 기억과 더불어 함께하는 나와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밤하늘에 대한 기억 속에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내가 별을 보지 않는 사람들에게 가장 전하고픈 것들이기도 합니다.



NGC9023 붓꽃성운 ⓒ 황인준


  세페우스자리의 이 성운은 꽃의 한 종류인 붓꽃을 닮았다고 해서 아이리스 성운(Iris Nebula)이라고도 합니다. 원래 주변의 빛을 흡수하는 밀도 높은 성운이었을 것인데 젊고 밝은 별 때문에 그 빛을 받아 푸른색으로 빛을 냅니다. 겨울 은하수에 속한 지역이라서 관측을 하거나 촬영을 하면 수많은 별들과 다양한 색감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자아냅니다. 세페우스 자리 역시 수많은 성운들과 성단들로 마치 보석을 흩뿌려 놓은 듯합니다. 아이리스 성운의 중심성은 안시 관측을 통해서도 주변시로 푸르스름한 성운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리스 성운은 이곳에서 1300 광년 떨어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