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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심리학자 전중환 편] ① 『욕망의 진화』로 시작된 인연 본문

(연재) 과학+책+수다

[진화 심리학자 전중환 편] ① 『욕망의 진화』로 시작된 인연

Editor! 2015. 4. 2. 10:11



과학+책+수다 두 번째 이야기

진화 심리학자 전중환 편



책 속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알고 나면 책이 더 재밌어지는 이야기! 한 권의 책을 놓고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모여 수다를 떱니다! 

두 번째로 ‘과학+책+수다’에 오른 책은, 2010년 처음 출간된 이후 한국에 진화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소개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오래된 연장통』! 그리고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진화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거머쥐고 여러 매체들을 통해 진화 심리학의 뜨거운 이슈들을 전하고 계신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를 모시고 수다를 풀기로 했습니다.

사실 이 ‘과학+책+수다’는 몇 개월 전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이루어졌습니다만 담당 편집자의 갑작스러운 공석으로 정리가 늦어졌습니다. 전중환 교수와 담당 편집자의 오랜 인연으로 시작해 알려지지 않은 전중환 교수의 과거까지 샅샅이 파고드는 ‘수다’에 독자 여러분들도 즐겁게 참여해 주셨으면 합니다.








➀ 『욕망의 진화』로 시작된 인연



편집자: 선생님과 ‘과학+책+수다’를 풀려면 사실 『욕망의 진화』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될 것 같아요. 제가 선생님과 처음 작업을 하게 된 게 이 책이었으니까요. 혹시 『욕망의 진화』를 언제 계약했는지 기억하세요? 자료를 뒤적여 보니까 2004년 2월에 계약서를 썼더라고요. 선생님께서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하시던 중 메일로 이 책을 번역해 보고 싶다고 말씀해 주셨죠. 





전중환: ‘번역해 보고 싶다.’라고 한 건 아니고, 지도 교수인 데이비드 버스가 자기가 쓴 『욕망의 진화』가 개정판이 새로 나왔다며 이 개정판이 번역되면 좋겠다고 옆구리를 쿡쿡 찔렀죠. 


편집자: 아, 데이비드 버스가 직접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전중환: 이것도 얘기가 좀 있는데, 『이기적 유전자』 개정판이 88년인가 89년에 나왔을 텐데 리처드 도킨스가 개정판을 내놓으면서 이런 얘기를 해요. ‘어떤 책은 개정판 작업을 하며 본문을 하나하나 뜯어 고치지만, 어떤 책은 본문이 원체 좋아서 하나도 고치지 말고 그대로 보존해야 할 만큼 중요한 책도 있다. 그래서『이기적 유전자』는 초판 내용을 하나도 안 건드리고 뒤에 새로운 장(章) 2개만 붙였다.’라고. 원래 11장 ‘밈’에서 끝나는데, 개정판은 ‘죄수의 딜레마’를 다룬 12장과 13장을 새로 넣었죠. 


편집자: 아, 그럼 제가 대학 때 읽은 『이기적 유전자』는 개정판이었겠네요? 


전중환: 네, 그럴 거예요. 홍영남 선생님께서 번역하셨던 『이기적 유전자』는 개정판이었어요. 그때 책 뒤에 있는 주(註, end note)가 빠져서 나중에 그 부분을 추가해 한국어판 개정판을 내셨죠.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지금은 절판되고 없는, 이용철 선생님께서 번역하셨던 『이기적인 유전자』는 초판이었던 것 같아요. 


편집자: 참, 이용철 선생님께서 번역하신 『이기적인 유전자』도 있었죠!


전중환: 그런데 데이비드 버스가 어느 날 ‘나도 『욕망의 진화』를 『이기적 유전자』처럼 초판 내용을 하나도 안 뜯어 고치고 새로운 내용만 뒤에 두세 장을 덧붙이는 식으로 개정판을 냈다.’고 얘길 한 거죠. 그때 대학원생들끼리 “야, 『이기적 유전자』랑 『욕망의 진화』를 같은 급으로 생각하는 건 너무하지 않냐.”라는 뒷담화를……. 


편집자: (웃음)



David M. Buss


전중환: 아, 물론 우리 지도 교수님이고 훌륭한 학자시지만 (웃음) 이건 참…… 『욕망의 진화』가 『이기적 유전자』랑 동등한 급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우리끼리 얘기했었죠. 차마 본인 입으로는 말을 못했지만 자신의 책도 『이기적 유전자』처럼 초판 내용이 원래 좋기 때문에 내용을 뜯어 고칠 필요가 전혀 없었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편집자: 그래서 내용을 뒤에 덧붙이기만 했다?


전중환: 그렇죠. 어쨌든 개정판이 나왔다고 막 좋아하시면서 번역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이전에 『욕망의 진화』 초판이 한국어판으로 나왔었다는 사실은 데이비드 버스도 알고 있었거든요. 


편집자: 아, 알고 계셨어요? 


전중환: 그렇죠. 근데 그 책은 절판이 되었고 이번에 개정판이 나온 참에 한국어판이 새롭게 나오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데, 눈치가 ‘네가 좀 해 줄래?’였어요. 그래서 제가 하게 된 거죠. 어쩔 수 없이. (웃음)

  

편집자: 그게 2004년 2월이었더라고요. 저도 오래된 일이라 계약서를 찾아보고서는 깜짝 놀랐는데, 제가 2003년 여름에 입사를 했거든요. 아마도 『욕망의 진화』가 제 첫 계약이었던 것 같아요. 책이 출간된 건 2007년이니까 제가 처음 낸 책은 아니지만. 


전중환: 편집자한테 의미가 또 남다른 책이네요.


편집자: 선생님 박사 학위 시절 얘기가 나온 김에 선생님 과거 얘기를 좀 더 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원래 학부에서는 생물학을 전공하셨잖아요. 석사 때는 개미를 하셨고. 독자들은 선생님을 ‘진화 심리학자’ 전중환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개미 연구하시던 얘기를 들려주시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전중환: 역자 소개나 저자 소개에서 늘 개미를 연구했다고 밝혔는데 말이죠. 


편집자: 사실 선생님을 뵈면 도서관에서 책만 볼 것 같은 이미지여서요. (웃음) 야외에서 뭔가 연구를 하셨다는 게 언뜻 매치가 잘 안 됩니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하시게 된 동기 같은 게 있을까요?


전중환: 좋은 질문인데요, 생물학에 흥미는 있었는데 사실 1지망을 치대를 썼다가 떨어지고 재수를 해서는 또 1지망을 의대를 썼다가 떨어지고 결국 2지망으로 생물학과를 가게 됐죠. 그런데 의대를 지망할 때에도 정신과 의사를 하고 싶었어요. 

당시에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신 이시형 박사님이 신문에다 칼럼도 쓰고, 한국인의 화병을 다룬 책도 내고 그랬었거든요. ‘착하게만 살지 말자.’ 그러면서. 어린 마음에 굉장히 멋있게 보이더라고요. 그때에는 그런 분이 잘 안 계시기도 했고. 

 

편집자: 애초에 사람들 마음에 관심이 있으셨던 거네요? 


전중환: 고등학교 때 프로이드 심리학에 관심을 갖고 그랬죠. 그래서 막연하게 의대에 가서 정신과를 전공할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의대를 떨어지고 생물학과에 갔는데 ‘21세기는 생물학의 시대’라고 하면서 생물학이 갑자기 뜨더라고요.  


편집자: 분자 생물학이 막 뜨던 무렵 아닌가요? 


전중환: 그렇죠, 유전 공학, 분자 생물학이 뜬다고 대학들에서 이런 분야를 많이 가르치고 그랬죠. 그런 얘기들이 들려오고 또 주변에서 생물학과 잘 갔다는 말씀들을 하기에 일단 열심히 다녀 보자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별로 저는 재미가 없더라고요. DNA와 유전자만 파고드는 게. 그때 이병훈 교수님 책이 나왔죠. 






편집자: 『유전자들의 전쟁』인가요?


전중환: 이병훈 선생님께서 신문에다 쓰신 칼럼들을 모아 출간한 책이었죠. 아시겠지만 이병훈 선생님은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 생물학’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하신 분이죠. 당시 《한겨레 21》 같은 데서 사회 생물학을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기사도 나오고 그랬습니다. 그런 글들을 읽으며 ‘아, 생물학으로 인문, 사회 과학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할 수 있구나.’ 하며 흥미를 가졌죠. 그리고, 그러던 차에 《조선일보》의 외국 책 소개 기사에 올해의 베스트셀러로 로버트 라이트의 『도덕적 동물』이 실렸어요. 


편집자: 신문에서 해외 베스트셀러로 『도덕적 동물』을 소개해 줬다고요?


전중환: 93년인가 94년쯤이었는데 『도덕적 동물』 기사를 보면서 진화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처음 접했습니다.  


편집자: 거의 진화 심리학 초창기였겠네요. 


전중환: 진화 심리학을 소개하는 대중서인 『도덕적 동물』이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던 때였던 거죠. ‘진화 심리학이란 게 있구나.’ 하면서도 그때는 주로 사회 생물학에 관심을 기울였어요. 진화 심리학이랑 사회 생물학이 사실상 매우 가깝다는 것도 몰랐어요, 그때는.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 생물학』을 학교 도서관에서 찾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편집자: 원서를요?


전중환: 네. 도서관에서 ‘sociobiology’ 해당 서가를 돌아다니면서 우리나라에는 『사회 생물학과 윤리』로 번역된 『The expanding circle』 같은 책들도 읽어 보고 그랬습니다. 실은 학점이 안 좋으니까 뭔가 이런 쪽으로라도 뚫어 봐야겠다는 생각도 어느 정도 있지 않았나……. (웃음)


편집자: 유전 공학은 안 되니까? (웃음)


전중환: 뭐, 유전, 생화학, 유기 화학, 이런 분야들은 다 학점이 텄으니까요. 사회 운동에 관심이 있던 선배들 중에 ‘동물 행동학’을 하면 생물학적으로도 인간에 대해 얘기를 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신 분들도 있었어요. 당시 동물 행동학은 데스먼드 모리스의 『털 없는 원숭이』나 콘라트 로렌츠의 책들을 통해 소개되곤 했지요. “그래서 동물 행동학을 하려면 어디로 가야 되나요?”라고 물으니까 교원대학교에 박시룡 교수님이라고 계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서울대학교 생물학과에 최재천 교수님이 오신 겁니다. 


(진화 심리학, 응답하라 1994! 에서 계속..)



▶ 『오래된 연장통』 [도서정보] 바로가기

▶ 『욕망의 진화』 [도서정보] 바로가기

▶ 『유전자들의 전쟁』 [도서정보] 바로가기

▶ 『도덕적 동물』 [도서정보] 바로가기


과학+책+수다 [진화 심리학자 전중환 편]은 다음과 같은 목차로 진행됩니다.

① 『욕망의 진화』로 시작된 인연

② 진화 심리학, 응답하라 1994! (바로가기)

③ 『오래된 연장통』의 오래된 뒷이야기 (바로가기)

④ 진화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라!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