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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 이상희+윤신영 편] ④ ‘과학+책+수다’ 못 다한 이야기: 과학 저널리즘과 과학 기자 본문

(연재) 과학+책+수다

[『인류의 기원』 이상희+윤신영 편] ④ ‘과학+책+수다’ 못 다한 이야기: 과학 저널리즘과 과학 기자

Editor! 2015. 10. 19. 17:48

과학+책+수다 세 번째 이야기

『인류의 기원』  이상희+윤신영 편

‘과학+책+수다’ 자리를 빌려, 『인류의 기원』의 두 저자 이상희 교수님, 윤신영 기자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이상희 교수님은 아제르바이잔 발굴 현장에서 미국으로 돌아가시는 도중에 짬을 내어 방문하신 터라 『인류의 기원』 출간과 관련한 인터뷰 등으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계셨습니다. 윤신영 기자님도 《과학동아》 마감을 앞두고 무척 바쁘셨지요. 더 오래 얘기를 나누지 못해 모두가 아쉬운 마음을 갖고 ‘과학+책+수다’ 자리는 마쳤습니다. 고인류학자와 과학 기자라는 두 분의 직업 자체가 매우 매력적인 직업이어서 추가로 두 분께 본인들께서 하시는 일을 소개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질문을 메일로 드렸습니다. 『인류의 기원』을 읽고 그리고 이 ‘과학+책+수다’ 편을 보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인류학과 과학 저널리즘에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④ ‘과학+책+수다’ 못 다한 이야기: 과학 저널리즘과 과학 기자


편집자: 《과학동아》 편집장이자 과학 전문 기자로 일하고 계신데요, 아무래도 국내에 과학 전문 기자가 없다 보니 하시는 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윤신영: 뭔가 쑥스럽네요. 일단 저는 그저 ‘운이 좋아서’ 비교적 이른 나이에 과학 잡지의 편집장이 됐어요. 아마 과학과 과학 잡지를 좋아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애정이 있으니까 기자로든 편집장으로든 일하는 게 즐거워요. 

한국에는, 과학 잡지 외에도 다른 언론 매체에 과학 기자가 꽤 있습니다. 그리고 저보다 경험 많고 훌륭한 과학 전문 기자가 여러 분 계시고요. 그 분들을 제가 대표해서 말씀드릴 수는 없고, 그냥 보고 겪은 것만 말씀 드릴게요.


ⓒ 강희진


과학 기자는 일단 과학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기자를 말합니다. 그런데 과학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자는 많지는 않습니다. 일단 과학 전문 매체가 그리 많지 않고, 방송이나 일간에서는 언론사에 따라 한 명 내지 두세 명이 과학을 담당합니다. 대부분은 보건이나 의료, 기상 등을 겸하는 경우가 많아요.

수는 적지만 역할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사회가 각종 사안에 대해 점점 과학적인 해설이라고 할까요. 그런 걸 요청하고 있습니다. 원전 사고가 나도, 구제역이 발생해도, 지진이 나도 혹은 새 인류 화석을 발견해도 심층적인 과학적 해설과 논평을 기다리는 추세입니다. 전에도 안 그러진 않았지만, 점점 더 심층적으로 요청하는 추세 같아요.

이건 반가운 변화 같아요. 사이언스북스가 자주 쓰는 문구가 ‘대중의 과학화, 과학의 대중화’잖아요. 그런데 현장에서 느끼는 게, 생각보다 이 두 가지가 잘 안 되고 있거든요. 따라서 과학을 대중화하고, 반대로 대중에게 과학적 가치관이나 사유 방식을 전하는 일은 점점 더 중요해질 거라고 봅니다.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과학 기자라고 생각하고요. 



ⓒ 안경숙


또 한편, 과학 기자는 과학과 기술의 감시자 역할도 할 수 있겠죠. 현장에서 이뤄지는 연구 방법, 내용, 정책 등에 대해 단순히 전달만 하지 않고 뒤집어 보고 비평해 보면서 보다 건전하게, 공익을 위한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근데 여기까지는 전통적인 혹은 교과서적인 과학 기자의 역할이라고 보고요. 저는 여기에 더해서 조금 더 적극적인 지식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겸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니까 과학을 순간순간 전하는 역할 말고,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발굴되지 않은 심층적인 내용을 전문가로부터 이끌어 내고 전파시키는 역할이지요. 단순 소개가 아니라, 그 주제에 대한 애정과 공부를 바탕으로 내용과 형식에도 적극 개입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이번 『인류의 기원』 작업도 저 나름대로는 그런 시도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편집자: 기사 선택을 주로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요즘은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그리고 많은 해외 과학 뉴스를 접하게 되는데요, 그중에서도 기사로 선택하는 자신만의 ‘눈’, ‘시각’ 같은 게 있으실 것 같아요. 국내 과학 소식도요.

윤신영: 이 부분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독자라는 게 한 덩어리로 묶일 수 있는 균질한 존재인가 하는 회의가 있습니다. 대중적인 소재에서 ‘아!’ 하는 재미난 지식을 얻길 원하는 독자도 있고, 깊이 있는 해설을 원하는 독자도 있고,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실용적인 상식을 좋아하는 독자도 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는 잘 읽지 않지만, 사회나 정책 비판 같은 주제를 다룬 기사 정도는 실려 줘야 높게 쳐 주는(?) 독자도 있습니다. 이들은 다 제각각 다른 지향을 갖고 있어서 정말 한 번에 만족시키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잡지는 글의 분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어요. 짧은 기사는 신문 기사나 온라인 외신 기사 같이 가볍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사는 요즘 같은 모바일 시대에 각광 받죠. 그런데 어떤 과학은 이런 짧은 기사보다는 길고 심층적인 기사를 통해 보다 충분히 전달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나 그런 고민도 있습니다. 소재와 분량, 방법 모두가 다 고민이죠.

저는 잡지의 ‘잡’자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런 내용, 저런 형식이 다 있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볍고 신변잡기적인 것부터 눈 돌아가게 어려운 심층 기사, 시사 기사까지 모든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제 취향은 후자인데…… 그렇게만 지면을 구성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독자들은 발랄한 형식과 다채로운 시사 또는 문화 이슈에도 큰 관심을 보이거든요. 저도 그런 기사를 종종 보면 시선이 많이 가고요.


ⓒ 강희진


내용 면에서는 단순이 나왔던 내용을 리뷰하거나 심층 해설하는 것보다는 새로 발굴한 주제를 좋아합니다. 또는 한 분야를 깊이 이해한 뒤에 나오는 심층 기사도요. 일간보다 시점이 늦은 게 잡지다 보니, 특성상 가장 손쉬운 기사가 나왔던 내용을 해설하는 기사예요. 하지만 그건 배제합니다. 의마가 적으니까요. 이건 전 편집장 때부터 강조하던 원칙이에요. 

마지막으로 제가 편집장이 되며 기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과학과 기술, 그리고 사회의 관계를 꼭 고찰하라는 겁니다. 인공 지능 기술이 단순히 기술적 이슈가 아니잖아요. 사회적 파장이 큰데, 그 내용은 전통적인 과학 기사에서는 주된 관점이 아니었죠. 과학 기자는 과학적 메커니즘이나 기술이 전문 분야라는 통념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잡지에서는 지면이 광활하기 때문에 저는 사회적 부분을 꼭 함께 담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형식적인 실험, 지면을 넘어서는 다른 방식의 기사 연계 방식(오프라인 행사나 팟캐스트, 인터랙티브 기사 등)을 모두 고려합니다. 그런 확장이 가능한 기사도 최근 좋아합니다.

편집자: 혹시 과학 기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윤신영: 과학 기자는 대단히 신나는 직업이에요. 이만큼 매일 새롭고 신기한 소식이 쏟아지는 분야는 흔치 않습니다. 물론 정치나 연예, 스포츠, 경제 경영 같은 분야도 있지만, 학술적이고 지식적인 분야 가운데에서는 꽤 드문 예가 아닐까 해요. 그러니 공부하는 기분도 많이 들고요. 물론 실제 연구자와는 다른 의미에서의 공부입니다. 

과학은 범위도 넓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어요. 전달하고 취재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어렵기 때문에 또 보람도 큽니다. 사회는 앞으로 과학 분야에 대해 더 많은 요청을 할 거예요. 과학 기자가 할 일도 점점 늘지 않을까 합니다. 어쩌면 희망일 수도 있지만요. 


ⓒ 변지민




* 언급된 책 자세히 보기..

『인류의 기원』 [도서정보]


"『인류의 기원』 이상희+윤신영 편"은 다음과 같은 목차로 진행됩니다.

① 인류의 역사를 새로 쓴 ‘환상의 콤비’를 만나다! [바로가기]

② 새로운 구성, 새로운 시각, 새로운 교과서 [바로가기]

③ 인류학자와 과학 기자, 두 전문가의 만남! [바로가기]

④ 과학+책+수다에서 못다한 이야기: 고인류학과 고인류학자 [바로가기]

⑤ 과학+책+수다에서 못다한 이야기: 과학 저널리즘과 과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