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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영 교수의 CERN 탐방기 ③ 배를 탈 시간이다 본문

완결된 연재/(完) 불멸의 원자를 좇는 모험

이강영 교수의 CERN 탐방기 ③ 배를 탈 시간이다

Editor! 2015. 12. 2. 16:37

이강영 교수님의 CERN 탐방기도 어느새 마지막 편이 되었습니다. 이번 편에서 이강영 교수님은 독자들을 대신해서 CERN 구석구석을 탐방합니다. 정원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도서관을 둘러보기도 하고,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도 합니다.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풍기는 사람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모두 3회에 걸친 연재를 끝까지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드립니다.

곧 출간될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에도 많은 관심 가져 주시면 좋겠습니다.    


③ 배를 탈 시간이다

오후 시간이 남아서 CERN의 몇 가지 모습을 담았다. 우선 도서관.



도서관 모습이야 어디나 마찬가지. 예전에는 영상 자료 등을 모아놓은 방이 있었는데 아마도 자료를 디지털화하면서 없어진 모양이다. 대신 책을 파는 곳이 생겼다.

특이한 것은 도서관 입구의 수많은 빨간 캐비닛.



이 캐비닛은 예전 프리프린트(preprint)를 모아놓은 것이다. 


프리프린트란, 논문을 썼을 때 저널에 투고해서 출판되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미리 돌려 보기 위해 만든 복사본이다. 각 연구소는 주기적으로 그곳에서 나온 논문의 프리프린트를 다른 연구소들에 보낸다. 이는 관련 연구를 빨리 진행할 수 있게 해 주고, 선취권을 확실히 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파울리의 시대에 편지가 그 역할을 했다면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1980년대까지는 프리프린트의 전성기였다.


학생 때 우리 연구실에도 여러 연구소에서 보내 준 프리프린트가 배달되어 왔다. 내가 처음 연구실에 들어갔을 때에는 아무나 대충 뜯어보고 던져 놓아서 방에 프리프린트가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동료들과 그때부터 프리프린트를 저런 식으로 캐비닛에 정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운영하기 시작했다. 연구실이 대전으로 이사할 때 캐비닛이 6개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부분 그냥 논문에 번호를 매기고 복사한 것이지만, 독특한 것들도 좀 있었다. 가장 눈에 띄던 것은 몬드리안의 그림을 컬러로 해서 표지로 쓰던 플로리다 대학교(University of Florida), 그리고 역시 따로 표지를 만들어서 절반은 하늘색으로 인쇄한 이탈리아 국제 이론 물리학 센터(International Center for Theoretical Physics, ICTP), 빨간색 표지의 DESY 연구소 등의 프리프린트였이다. 내가 CERN에 다녀온 1990년대 중반부터는 인터넷을 이용하여 프리프린트를 배포하면서 이렇게 우편으로 프리프린트를 보내는 관습은 사라졌다. 이후의 이야기는 또 한 권의 졸저 『파이온에서 힉스 보손까지』(살림, 2013)의 주석 11번 참조.    



당시에는 프리프린트 열람실이 도서관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신문, 잡지 등을 모아놓은 정기 간행물실처럼 말이다. 우리 연구실이야 받는 곳이 몇 안 되었지만, CERN에는 그야말로 전 세계의 모든 연구소가 프리프린트를 보냈을 테니, 매주 받는 프리프린트를 정리하는 일도 큰일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각 연구소 별로 프리프린트가 모아져 있다.


CERN에는 CERN에서 하는 연구 및 과학 전반에 대해서 대중에게 소개하기 위한 전시관인 마이크로코슴(Microcosm)이 있다. 그런데 하필 공사 중이네.

 


별 수 없이 그 앞에 전시된 대형 전시물들만 소개한다. 마이크로코슴의 마당격인 이곳은 반 호베(Van Hove) 광장이라고 부른다. 레온 반 호베(Leon van Hove)는 1976년에서 1980년까지 CERN의 소장을 지낸 벨기에의 물리학자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전시물은 물론 가가멜이다. 가가멜은 중성미자를 검출하기 위한 거대한 거품 상자이자 실험 팀의 이름이었다. 실험 팀은 collaboration이라고 하는데, 실험 팀의 이름은 보통 이런 식으로 검출기의 이름을 따서 부른다. LHC의 실험 팀들인 ATLAS, CMS, ALICE, LHCb 등도 모두 검출기의 이름이기도 하다. 



 


가가멜은 1963년부터 계획되어 1970년 PS 가속기에 설치되었다. 여기서 얻어진 데이터를  통해 약한 상호 작용의 중성류(neutral current)의 존재가 처음으로 확인되어, 표준 모형이 본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자세한 것은 역시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클릭하면 책 정보를!)



가가멜의 내부.



가가멜 안내판.


가가멜 팀은 2009년에 유럽 물리학회(European Physical Society, EPS)가 수여하는 입자 물리학 상을 받기도 했다. 



어떤 예술가가 가가멜의 부품을 이용해서 만든 작품도 있다.




가가멜을 잔뜩 소개했는데, 다시 말하지만 가가멜은 CERN이 이룩한 최초의 중요한 업적지만 가장 중요한 업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힉스 보손의 발견 이전에 가장 중요한 업적이라면 역시 W와 Z 보손을 발견한 일이다. 그 주역이었던 UA1 검출기는 마이크로코슴 안에 전시되어 있으니, 이번 글에서는 보여 주지 못한다. 대신 2005년에 찍었던 사진을 첨부한다.



이건 검출기 전체는 아니고 적절히 분해한 일부다. LHC의 검출기에 비하면 아기 같아 보이지만 당시로서는 세계 최대의 장치였을 것이다. 특히 양성자-반양성자 충돌 실험은 사실상 이 실험이 최초였으므로 검출기의 설계도 엄청난 모험이었다. 


내가 아는 바로는 UA1이 이 실험에서 쓴 논문에서 처음으로 저자 수가 100명을 넘기 시작했다. 이후 LEP이나 미국 시카고 페르미 연구소의 테바트론(Tevatron)의 실험의 저자 수는 400명에 이르렀고, LHC의 ATLAS와 CMS는 저자가 3000명이 넘는다. 


그 밖에도 반 후베 광장에는 LEP에 사용됐던 가속 장치라든가,




가가멜 이후에 사용된 대형 거품 상자인 BEBC(Big European Bubble Chamber) 등 여러 퇴역한 장치들이 전시되어 있다.




BEBC의 내부와 피스톤.




광장의 전경.




그림자는 물론 나.

다시 본부 건물로 돌아오자. 2층으로 올라가면



곳곳에 이런 기념 명패들이 걸려 있다. 이건 CERN 설립 기념.



이건 LEP 기념.



이건 LHC에 기여한 회사들.



그리고 예전 소장들의 모습.




그냥 몇 가지 풍경. 사실 별로 특이할 것도 없지만.





이렇게 입자 물리학 관련 공고만으로 게시판이 가득 차 있는 곳이 세상에 흔치는 않을 거다.



각종 매체에 소개된 입자 물리학 및 CERN 관련 기사들을 모아놓은 게시판.



CERN에도 LGBT의 .



이렇게 2015년 7월의 CERN 방문을 마쳤다. 저녁을 생 제니에서 먹고 오며 Y, K 교수님들과 한 컷. 뒤에 보이는 찰리스 펍은 22년 전 내가 여기 살 때에도 있던 곳인데 아직도 있을 뿐 아니라 더 번창하고 있는 모양이다. LHC 탓에 여기 사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니 당연하려나. 

당시 저 집은 영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이 한 사람 있었기 때문에 CERN의 연구원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저기서 마신 맥주가 그 얼마던가.



다시 CERN 정문 앞으로 돌아와서. 정문 앞에는 모든 회원국들의 깃발이 게양되어 있다.



이제 돌아가고 나면, SHiP 실험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정말로 배를 탈 시간이다.


세른 로고.


끝.




이강영

서울 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입자 물리학 이론을 전공해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물질의 근본 구조를 어떻게 이해하고 또한 이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가지고 힉스 입자, 여분 차원, 중성미자, 암흑 물질 등에 관련된 현상을 연구해 오고 있으며, 대칭성의 양자 역학적 근본 구조 및 확장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Direct search for heavy gauge bosons at the LHC in the nonuniversal SU(2) model”(2014) 등 6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LHC 현대물리학의 최전선』, 『보이지 않는 세계』, 『파이온에서 힉스 입자까지』 등을 썼으며, 『이것이 힉스다』를 옮겼다. 현재 경상 대학교 물리 교육과 조교수다.


‘[불멸의 원자를 좇는 모험] 이강영 교수의 CERN 탐방기’는 다음과 같은 목차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1. CERN으로 떠난 스파이?! [바로가기]

2. ‘천사와 악마’의 연구소에서 [바로가기]

3. 배를 탈 시간이다 



■ 빌 클린턴과 리처드 도킨스가 동시에 추천하는 단 하나의 물리학 책 


"21세기는 리사 랜들의 세기가 될 것이다!"

-빌 클린턴(전 미국 대통령)



"리사 랜들은 마치 마주보고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위트 넘치는 스타일로 물리학의 복잡한 아이디어들을 매력적으로, 그리고 알기 쉽게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현대 물리학의 최근 발전 경과를 문화적 이슈와 공공 정책적 이슈와 엮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여러분의 생각은 그 근저부터 바뀌어 버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세계와 관련해서 여러분이 더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자극할 것이다." -빌 클린턴(전 미국 대통령)


현대 물리학이 펼치는 새로운 미래의 필독서

비틀린 5차원 우주를 안내하는 새로운 항해도


과학이란 미신과 무지, 또는 사이비 지식인들이 유포하는 반계몽주의에 대항해 마음과 정신을 무기 삼아 도전하는 것이다. 최고 수준의 과학과 명석함 그리고 매력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리사 랜들이 우리 편이라는 사실에 내가 얼마나 감사하는지 모를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이기적 유전자』, 『신은 망상이다』 저자)


리사 랜들은 말 그대로 희귀한 존재이다. 천재 물리학자이면서 그렇지 못한 우리도 이해할 수 있도록 책을 쓰고 강연을 한다. 이 책은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여태껏 접근조차 못 했던 우주의 내부 구조 속으로 안내할 것이다. -로런스 서머스(전 하버드 대학교 대학원 원장)


이 책은 우주의 모든 영역-광대한 우주론에서 미시 세계의 입자 물리학까지-을 탐구한다. LHC의 목적을 이해하고자 하는 열렬한 과학 독자들에게 최고의 안내서가 될 것이다. -엘런 머스크(테슬라 모터스, 스페이스 X CEO, 페이팔 공동 창업자)


현대 물리학 연구의 근본과 최근에 수행되고 있는 실험의 본질을 명확하게 설명해 주고 있는 책이다. 리사 랜들의 해설은 물리학자가 아닌 이들을 위한 최고의 멋진 설명이기도 하다.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만 할 것이다. -크레이그 벤터(최초의 인공 생명 합성자이자 인간 유전체 해독자)


많은 책들이 우리 마음을 고양시킨다. 이 책은 그런 책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적 노력을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 우주에서 가장 빨리, 가장 크게, 그리고 가장 강력하게 일어난 현상을 설명하고자 하고 있으며,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자연의 물리적 실체 대한 가장 깊은 질문에 답하고자 하고 있다.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이제 막 탄생해 형태를 갖춰 가고 있는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명쾌하게 설명하는 리사 랜들의 솜씨는 눈부실 정도로 멋지며 계몽적이다. 과학과 이성을 옹호하고자 하는 그녀의 노력을 나는 환영하는 바이다. 오늘 이 책을 읽는 것은 내일의 과학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스티븐 핑커(『언어 본능』, 『빈 서판』의 저자, 하버드대 교수)


곧 출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