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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건 물리학자들뿐 본문

완결된 연재/(휴재) 이효석의 과학 페퍼민트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건 물리학자들뿐

Editor! 2016. 7. 5. 11:51


「이효석의 과학 페퍼민트」 첫 번째 이야기


사이언스북스에서는 외신 큐레이션 서비스의 대표 주자 뉴스페퍼민트와 콜라보레이션을 시작합니다. 2016년 7월부터 매주 뉴스페퍼민트와 사이언스북스의 블로그에서 뉴스페퍼민트가 엄선한 최신 과학 정보를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격주로 사이언스북스의 블로그에서 뉴스페퍼민트 대표 이효석 박사님의 「이효석의 과학 페퍼민트」를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톡톡 튀는 과학 기술 관련 통찰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이효석의 과학 페퍼민트」 첫 번째 이야기는 얼마 전 신간 『암흑 물질과 공룡』과 함께 우리나라를 찾은 리사 랜들 이야기입니다.  



미래를 진정 예측할 수 있는 건 물리학자들뿐

리사 랜들의 『암흑 물질과 공룡』에 부쳐


리사 랜들의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1999년이다. 당시 입자 물리 연구실과 같은 방을 쓰던 나는 연구실의 모든 대학원생들이 어느날부터인가 랜들-선드럼이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랜들-선드럼이 한 사람의 이름인 줄 알았다. 그러나 곧 이 이름이 리사 랜들과 라만 선드럼, 두 사람의 이름을 딴 이론을 가리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젊은 여성 물리학자가 모든 학문의 꽃인 그리고 물리학 안에서도 가장 심오하고 철학적인 입자 물리학 분야에서 학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이론을 내놓은 것이다.


그들이 쓴 두 편의 논문은 RS-1과 RS-2로 불리며 1만 번 이상의 인용을 기록했고 두 사람은 슈퍼스타가 되었다. 당시 랜들의 제안으로 공동 연구를 하게 된 선드럼은 보스턴 대학교에서 세 번째 포닥을 마무리하고 있었고 다음 자리를 찾지 못해 금융권으로의 이직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두 편의 논문은 그의 운명을 바꾸었다. 선드럼은 그 논문 이후 일곱 군데 대학에서 자리를 제안받았고 지금 존스 홉킨스 대학교에 재직 중이다.



이들의 이론은 물리학계의 가장 유명한 숙제와 연관된다. 그것은 우주에 존재하는 단 네 가지 기본 힘인 중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을 하나의 이론으로 기술하고자 하는 목표이며, 특히 아인슈타인이 인생의 후반기 30년을 고민한 문제로 더욱 유명하다. 중력을 제외한 세 힘은 여러 물리학자들의 노력으로 오늘날 하나의 이론으로 자리 잡았지만 중력은 다른 세 힘과 매우 다르며, 특히 그 크기가 10의 16제곱만큼 작기 때문에 이를 하나로 기술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였다. 


그러나 대폭발(big bang) 초기의 순간에는 이 네 가지 힘이 하나의 힘이었을 것이라 추정되고 있으며, 왜 중력만이 다른 힘들과 다른 에너지 스케일을 가지는가 하는 소위 계층성 문제(Hierarchy Problem)은 지속적으로 물리학자들을 괴롭혀 왔다. 랜들과 선드럼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획기적인 방법을 도입했다. 그들은 추가적인 차원을 도입하되 그 차원이 주기적으로 말려 있기 때문에 단지 우리의 실제 세계에서는 인지되지 않을 정도록 작다는 가정을 세웠다. 곧, 중력은 우리에게 익숙한 이 3차원 공간이 아닌, 10의 -31제곱으로 접힌 다른 하나의 차원에 주로 존재하며 그 공간에서는 다른 세 힘에 비해 훨씬 강한 힘이지만, 현실의 3차원에서는 다른 세 힘보다 약하게 존재한다는 이론을 발표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이론은 21세기 입자 물리학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이 되었다.


랜들의 학문적 호기심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입자 물리학 분야 내부에서도 테크니칼라 모델, CP 대칭성 깨짐 현상, 플레버 구조, 중입자 생성 문제 등의 다양한 문제에 흥미로운 업적을 남겼다. 특히 그녀는 대중들에게 이를 설명하는 재주 또한 지니고 있어 2005년 처음 저술한 대중서인 『숨겨진 우주』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특히 그녀는 이 책을 읽고 찾아온 작곡가와 함께 2010년 오페라의 대본을 쓰기도 한다. 2011년 후속작으로 출판한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에서 그녀는 최첨단 현대 물리학이 어떻게 진리를 발견해 나가고 있는지를 묘사한다. 



랜들의 새 책 『암흑 물질과 공룡』은 그녀의 다양한 관심사가 자신의 물리적 직관, 특히 가장 작은 세상을 설명하는 이론이 가장 큰 세상을 설명하는 이론이 된 현대 우주론의 매력과 만나 탄생한 역작이다. 또한 이질적인 두 분야, 곧 우주론과 고생물학에서 가장 흥미로운 개념인 ‘암흑 물질’과 ‘공룡’을 연결시켜, 그 이야기를 그럴듯할 뿐 아니라 매우 흥미로운 과학적 과설로 풀어낸 것은 오직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현대 우주론은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가 우리가 사는 이 우주의 9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중력에만 영향을 받으며 전자기력과는 상호작용 하지 않기 때문에, 곧 빛과는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을 직접 볼 수 없다. 단지 중력 렌즈, 곧 중력에 의해 빛이 휘어지는 특별한 상황에서 우리는 이를 관측할 수 있다. 그러나 암흑 물질은 우주 어느 곳에나 존재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몸을 통과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랜들의 가설은 간단히 말하면, 암흑 물질에 의해 공룡이 멸망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가정들을 세워 이 가설을 뒷밤침한다. 우선 우리 은하에 분포하는 암흑 물질은 얇은 원반 형태로 우리 은하에 분포한다. 그리고 우리 태양계는 은하 주위를 상하로 진동하며 돌고 있으며, 따라서 태양계는 주기적으로 암흑 물질과 충돌하게 된다.



한편, 랜들은 암흑 물질이 하나의 입자가 아니라 다양한 입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중 일부는 물질과 상호 작용한다고 가정한다. 이것은 그녀의 매우 흥미로운 가정이다. 사실 암흑 물질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하며, 그녀 역시 이 비밀이 "인류가 아직 풀지 못한 가장 신비한 지식"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녀는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암흑 물질이 한 종류의 입자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라 가정한 데 비해, 암흑 물질이 다양한 입자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일부만이 우리가 아는 이 세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가정함으로써, 아직까지 우리가 암흑 물질을 발견하지 못한 이유 역시 설명한다.


또한 태양계를 구성하는 가장 바깥에는 오르트 구름이라는 혜성들의 구름이 있다. 따라서 태양계가 암흑 물질의 원반과 충돌할 때, 이 오르트 구름의 소행성 중 일부가 태양계 내부로 들어와 태양을 향하게 되며 우리는 이들을 혜성이라고 부른다. 랜들이 제안하는 가설의 핵심은 바로 그 혜성 중 일부가 태양계의 행성들과 충돌하며, 그중 한 혜성이 공룡을 멸망시켰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 이론을 뒷받침 하기 위해, 공룡을 멸망시킨 혜성을 포함한 지구상에 떨어졌던 유성체들의 연대기를 작성했고, 그 결과 3500만 년을 주기로 유성체들이 다수 쏟아졌음을 발견했다. 곧 태양계는 우리 은하계에 얇게 퍼진 암흑 물질의 원반과 3500만 년마다 한 번씩 충돌한다는 것이다.


『암흑 물질과 공룡』은 랜들이 앞서 내놓은 책들과는 몇 가지 면에서 다르다. 지금까지 그녀가 쓴 책들이 학계에서 인정된, 곧 사실에 가까운 보다 확립된 지식을 설명했다면, 이번 책은 가설에 가까우며 물론 그 때문에 더욱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녀의 가설에 따르면, 앞으로 3200만 년 뒤 지구는 대규모의 별똥별 세례를 겪을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모든 지적 생명체의 본성이다. 2016년 우리는 알파고가 가져다 준 충격을 겪으며 수십 년 뒤 다가올 인공지능에 의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수십 년 뒤의 미래를 걱정하는 우리에게 3200만 년 뒤의 미래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 정도 스케일로 지구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이들이란 오직 물리학자들뿐일 것이라는 사실이다.



참조 기사

뉴욕 타임스 [기사보기]

가디언 [기사보기]


이효석

KAIST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양자 광학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자통신연구소(ETRI)에서 연구원으로 LTE 표준화에 참여했고, 미국 하버드 대학 전자과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 의료재활기기 벤처회사인 (주)네오펙트에서 CAO로 데이터 사이언스팀을 맡고 있다. 옮긴책으로 『내일의 경제』가 있으며, 2012년 외신 번역 큐레이션 사이트인 뉴스페퍼민트를 만들어 현재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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