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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강)빛에 새겨진 우주의 비밀을 찾아서 본문

완결된 연재/(完) <칼 세이건 살롱> 스케치

(5강)빛에 새겨진 우주의 비밀을 찾아서

Editor! 2016. 11. 8. 10:34

올해, 칼 세이건 서거 20주기를 맞아 사이언스북스와 과학과 사람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칼 세이건 살롱 2016’의 문이 열렸습니다. 우주를 꿈꾸던 뛰어난 천문학자이며,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섰던 세계적인 과학자 칼 세이건. 앞으로 13주 동안 진행될 ‘칼 세이건 살롱 2016’은 그의 과학과 사상, 꿈을 공유하는 특별한 자리가 될 예정입니다. 

팟캐스트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 있네> 진행자 원종우 대표가 메인 호스트로, 천문학자 이명현 박사가 서브 호스트로 참여해 매회 다양한 전문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이번 행사는 9월 30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다큐 「코스모스: 스페이스타임 오디세이」를 한 편씩 보고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빛, 비밀의 문을 열다


‘우리에게 익숙한 세상보다 훨씬 작은 차원에서 일어나는 현상’


「코스모스」 다섯 번째 에피소드 ‘빛의 뒤에서(Hiding in the Light)’에는 빛이 가르쳐 준 우주의 놀라운 진실이 등장합니다. 빛의 비밀을 발견해 낸 위대한 과학자들, 그들을 통해 우주에 더 가까이 가게 된 것이죠. 지난 시간에도 만났던 윌리엄 허셜이 다시 한 번 등장하고, 이어 ‘프라운호퍼 선(Fraunhofer line)’의 주인공 요제프 프라운호퍼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비참한 어린 시절을 보낸 프라운호퍼는 우연한 기회로 선제후(중세 독일에서 황제 선거의 자격을 가진 제후(諸侯)) 막시밀리안 4세 요제프(Maximilian IV Joseph)의 도움을 받아 비로소 연구를 하게 됩니다. 아주 정밀한 스펙트럼을 발견하고 그 안에 검은색 흡수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내지요. 이것이 ‘프라운호퍼 선(Fraunhofer line)’입니다. 놀라운 친절과 뛰어난 통찰이 만나 과학의 새 지평을 여는 순간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감탄스럽습니다. 

‘프라운호퍼 선(Fraunhofer line)’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스펙트럼에 나타나는 검은색 흡수선은 빛의 일부가 어떤 물질에 흡수당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원소들은 저마다 다른 파장의 빛을 흡수하지요. 때문에 이 흡수선을 보면 원소의 종류를 알 수 있게 됩니다. 「코스모스」에서는 이것을 ‘우리에게 익숙한 세상보다 훨씬 작은 차원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표현합니다. 100억 배 작은 원소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들여다보는 것은 우주로 들어가는 비밀의 문을 또 하나 연 것이나 다름없었죠. 이 스펙트럼선을 통해 우리는 우주가 모두 같은 원소들로 이루어졌음을 밝혀냈습니다. 별과 우리를 구성한 원소는 동일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별의 잔해입니다. “same star stuff.” 행성, 별, 은하계,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이 그렇다는 사실, 이 아름다운 대목에서 여러분은 어떤 상상을 하는지 궁금해집니다.



‘칼 세이건 살롱 2016’ 다섯 번째 시간은 서울대 물리 천문학부 윤성철 교수님과 함께 했습니다. 윤성철 교수님은 서울대 구본철 교수님과 함께 2013년, 초신성의 잔해에서 ‘인(P)’을 발견한 연구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윤성철 교수님께 직접 이 연구의 의미를 들어 볼까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에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여섯 가지 원소가 있습니다. 수소, 탄소, 산소, 황, 질소 그리고 인이 있어요. 다른 원소들은 우주 공간에서, 별을 통해 생성된다는 게 명확하게 확인이 되었는데요. 인이 초신성 잔해에서 발견된 것이 처음이었어요. 생명 기원의 단서에 굉장히 중요한 발견이었습니다.”


이어지는 강연에서 우리는 윤성철 교수님과 함께 정보 제공자로써의 빛과 빛의 기만적인 속성, 빛의 성질과 빛을 통해 알아내는 우주의 비밀을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한없이 장대하고, 한없이 멀게만 느껴지는 우주가 조금은 가깝게 느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실재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빛의 과학

빛의 의미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계몽, 신, 정의롭다, 심판하다, 창조 등 “좋은 건 다 갖다 붙이는 게 빛”이라는 재미있는 말로 강의를 연 윤성철 교수님은 특히 “천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은 뭐니 뭐니 해도 빛일 수밖에 없다.”라고 단언했습니다. 별을 연구하는 것이 천문학이라면 별이 보내온 빛을 연구하는 것 역시 천문학에서는 가장 중요한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우주의 진화와 별의 구성, 이 모든 것들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함께 시청한 「코스모스」 다섯 번째 에피소드에는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 사건이 등장합니다. 인류의 지식을 감추려고 저지른 짓이었죠. 그러나 윤성철 교수님의 말처럼 “뭔가를 감추려고 하는 것”은 더 이상 과학이 아닙니다. 과학은 “드러내려고 하고, 비추려고 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한 일이 잘한 일인지 못한 일인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잖아요. 공개해야 합니다. 과학의 발전이 그런 식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과학이 발전한 방식을 이야기할 때 역시 빛은 굉장히 좋은 비유일 수밖에 없습니다. 나를 노출시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죠.”


그러니 윤성철 교수님이 꼽은 빛의 가장 중요한 역할, 그것은 바로 “소통(communication)”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빛 앞에 스스로를 노출시키는 것, 스스로의 방에서 나와 바깥에 있는 동료를 만나는 것, 이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야말로 과학을 하는 일일 겁니다.



“연구를 한다는 것은 기존에 있는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지식을 생산하는 것이거든요.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연구입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소통입니다. 새로운 지식, 새로운 데이터라는 생각이 들면 그것을 일단 다른 사람에게 알려야겠죠. 노출을 시켜야 한다는 이야기예요. 사람들이 빛 앞에 자신을 노출시키기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이 알까봐서인데요. 소통하는 과정을 생략하면 올바른 교정을 받고 그것을 토대로 확고한 지식이 나올 수가 없어요.”


한편 “빛은 기만적”이라는 것이 윤성철 교수님의 이야기였습니다. 빛 앞에 스스로를 노출시켜야 한다, 그것이 과학이다, 라고 말하자마자 이 빛이 사실은 있는 그대로의 진실만을 보여 주지는 않는다고 말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빛이 주는 인상은 때때로 사실을 왜곡한다, 선택적인 정보만을 제공한다, 이런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우리가 어떤 사람을 쳐다봤을 때 잘생겼다, 못생겼다, 이런 가치 판단을 하지만 그것이 실체가 아니라는 거죠. 사실 우리 몸이라는 것, 몸을 구성하는 원자들을 제대로 따져 본다면 텅 빈 공간에 불과합니다.” 


바로 텅 빈 공간입니다. 원자의 구조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원자 안에는 원자핵이 있습니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됩니다. 그리고 원자 주변을 전자들이 돌고 있습니다. 원자의 크기란 전자가 원자를 중심으로 궤도 운동 할 때의 가장 외곽 부분까지를 의미합니다. 원자핵에서 가장 외곽에 돌고 있는 전자까지의 거리, 그 사이는 텅 빈 공간입니다.


“원자핵의 크기와 원자 자체의 크기를 비교해보면 10만 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원자핵이 원자보다 10만 배 작다는 의미입니다. (서울에 있는) 내가 만일 원자핵이라고 가정했을 때 원자의 크기, 다시 말해 내 주변을 돌고 있는 최외각 전자는 대전 어디쯤에 있는 거예요. 그리고 나와 대전 사이에는 그냥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이 있죠. 그러나 우리가 서로를 볼 때 텅 비었다고 느끼지 않잖아요. 왜 가득 차 있다고 느끼는가. 왜냐하면 여러분 피부의 전자들이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역시 기만적인 빛이었습니다. 사람의 외모란 빛이 선택적으로 주는 정보일 뿐 실체가 아닙니다. 이것이 천문학의 숙제라고 윤성철 교수님은 말합니다. 천문학적인 질문은 그러니까 “이 선택적인 정보를 통해서 어떻게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가”가 됩니다. 


클로드 모네의 루앙 성당 연작을 보면 이 위대한 화가가 빛에 따라 변하는 사물의 실체에 다가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빛이 주는 각각 다른 인상을 여러 개의 작품으로 남겼는데요. 같은 루앙 성당이 빛에 따라 놀랍도록 다른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실체에 다다르고자 했던 예술가의 노력이 천문학의 질문과 닿아 있음을 알게 됩니다. 


클로드 모네 루앙 성당 연작 (출처: wiki)


같은 시도를 안드로메다은하에서 해볼까요. 윤성철 교수님은 여러 파장으로 관찰한 안드로메다은하의 모습을 화면에 띄웠습니다. 만일 가시광선 외에도 눈이 반응해 다른 빛의 파장을 볼 수 있다면 안드로메다은하는 어떤 모습일까요?


“예를 들어 X선에 우리 눈이 반응하도록 만들어졌다고 가정한다면 우리가 보는 안드로메다의 모습은 다를 거예요.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안드로메다와는 전혀 다른 안드로메다를 우리 머릿속에 연상시킬 거란 말이죠. 그러니까 우리는 결코 빛이라는 것 그 자체를 통해서 실체를 온전히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고요. 다만 우리는 거기에 따른 어떤 인상을 받을 뿐이죠.”


여러 빛으로 본 우리 은하 ⓒMultiwavelength images of M31, via the Planck mission team; ESA / NASA.


기만적인 빛이 주는 선택적인 인상을 극복하고 실체에 다다르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여기 하나의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는 많은 경우 사물을 “빛”을 통해 관찰한다. 지상에서 보이는 사물은 ‘반사된 빛’이고 우주에서 관측되는 천체들 역시 특정한 파장대에서 빛을 발하며 우리는 선택적인 정보를 얻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빛을 통해 얻은 선택적인 ‘인상’을 통해서 우리는 어떻게 사물의 ‘실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까? 


이것은 한 교양 과목 수업에서 윤성철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낸 질문입니다. 그리고 그중 돋보이는 답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한 가지 한계가 없는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사고’의 부분이다. 인간은 추론의 힘을 가졌다. 오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관찰 기구들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중략) 끊임없이 관찰하고 관찰된 결과를 이론과 비교 대조하여 끊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연결 고리를 추론을 통해 ‘가설로서’ 메우고 실험을 설계해 검증한다. 


“굉장히 좋은 답이에요. 실제로 과학자들이 이런 일을 하고 있거든요. 우리가 받는 정보는 선택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정보가 어떠한 원인을 거쳐 우리에게 왔는지 그 과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그때부터는 과학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무지개를 풀며

빛을 이용해 실체에 접근하기, 바로 과학을 하기 위해서는 빛이 어떤 존재인지 즉 빛의 성질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뉴턴은 스펙트럼을 과학자의 시선으로 연구한 사람입니다. 이전의 사람들이 스펙트럼을 프리즘 안의 물질이 오염되어 나타나는 빛의 오염 현상으로 파악한 것과는 달랐습니다.


“뉴턴은 프리즘 하나를 더 갖다 댔어요. 그랬더니 색이 다시 하나로 합쳐져서 백색광이 만들어진 겁니다. 만일 빛이 프리즘이 오염되었기 때문에 여러 색이 나왔던 것이라고 한다면 프리즘 하나를 또 갖다 댔을 때 다른 색이 나와야 했겠죠. 그게 아니라 다시 백색광이 되었다는 것은 오염 때문이 아니라 빛 자체가 갖는 고유한 성질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빛에 여러 파장이 존재한다는 사실, 이러한 빛의 성질을 알아내자 놀랍게도 우주가 비밀의 문을 엽니다. 다시 한 번 “same star stuff”라는 멋진 말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한 시인은 이렇게 정체를 드러내는 우주의 비밀이 우리에게 낭만을 빼앗는다고 여겼습니다. 윤성철 교수님은 잠시 존 키츠의 시 「라미아(Lamia)」를 보여 주었습니다. 


차가운 철학이 손을 스치기만 해도/ 모든 매력이 달아나지 않는가/ 한때 천국에 있던 못난 무지개가 있다/ 우린 그녀의 소질과 재질을 안다/ 사물의 지루한 목록 속에 그녀가 있다/ 철학은 천사의 날개를 끊고/ 모든 신비를 법칙과 선으로 점령한다/ 음침한 공기와, 동굴 속 도깨비를 몰아내라/ 무지개를 풀어헤쳐라 ….


“뉴턴이 빛의 신비를 다 밝혀 우리가 세세한 것을 다 알게 되니까 더 이상 신비롭지가 않고 아주 건조하고 평범한 지식이 되어 버린 거예요. 과학이 발전하면서 우리가 낭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하나 둘 사라지니까 거기에 대한 어떤 불만을 갖기 시작할 수 있는 것이죠. 더 이상 설레는 것도 없어지고 무미건조한 지식만 남게 되고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 과학이 얼마나 경이로운가를 이야기하기 위해 리처드 도킨스가 『무지개를 풀며』라는 제목의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비밀이 옷을 벗을 때, 그러니까 “차가운 철학이 손을 스치기만 해도” 그 안에는 훨씬 더 경이로운 사실이 숨겨져 있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도킨스는 그러한 과학의 경이를 “무지개를 풀며”라는 말로 반박한 것입니다. 


무지개를 푼 또 한 사람이 등장합니다. 19세기 말의 물리학자 맥스웰입니다. 맥스웰 방정식은 빛이 전자기파라는 사실을 밝혀 무지개를 풀어냄과 동시에 놀라운 진실과 진보를 가져온 “역사를 바꾼 방정식”입니다.


“이것은 전하를 가진 물질이 있으면 그 주변에 전기장이 생기고 전기장이 있으면 그 주변에 자기장이 생긴다, 이런 이야기예요. 그것을 수식화한 것에 불과한데요. 이것을 다시 잘 정리해서 쓰면 파동 방정식이 돼요. 전기장과 자기장이 어떤 식으로 파동처럼 움직이는지를 보여 준 것이에요. 또한 이것들이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는 의미죠. 이 방정식이 중요한 것은 빛이 전자기파다, 라는 것을 이론적으로 확고하게 확립했기 때문이에요. 또 하나는 속도라는 것이 상수로밖에 주어지지 않았어요.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것인데요. 여기서부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등장하기도 하는, 굉장히 중요한 방정식입니다.”


빛에 여러 파장이 존재한다는 사실, 빛이 전자기파라는 사실은 어떤 중요성을 가질까요. 




빛의 정체

“왜 우리 눈은 가시광선 영역에서만 잘 반응하도록 진화했을까요. 당연할 수밖에 없어요. 태양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내뿜는 파장대가 가시광선이기도 하고요. 태양 빛 중에서 대기를 가장 잘 통과하는 영역이 가시광선 영역이에요. 반면 X선과 자외선은 지구 대기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고 대부분 차단이 됩니다. 우리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에요. X선과 자외선은 인체에 유해하기 때문입니다. 또 대기를 잘 통과하는 영역이 전파인데요. 전파는 파장의 길이가 10센티미터에서 10미터까지 이릅니다. 우리 눈이 전파에 반응하도록 진화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합니다. 파장이 굉장히 길어요. 이렇게 긴 파장을 가지고 이미지를 만들려면 눈의 크기가 100미터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웃음) 가시광선은 파장이 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 미터) 이하로 짧아요. 그러니까 얼마든지 이렇게 작은 눈의 크기만으로도 이미지를 만들 수 있어요.”


천문학자들은 이러한 여러 파장으로부터 우주에 대한 정보를 얻어 내고자 합니다. 윤성철 교수님은 다양한 종류의 망원경들을 보여 주었습니다. 우주를 볼 수 있는 눈 즉, 망원경을 통해 우주와 대화를 시도하는 것입니다. 지상에서 관찰하기 어려운 적외선을 관찰하기 위해 우주 공간으로 띄운 망원경, 현재 건설 중인 25미터 지름의 거대 망원경, 자외선을 관찰하기 위해 우주 공간으로 간 우주 망원경 등이 등장했습니다.


다양한 망원경들을 통해 관찰하게 되는 빛, 그런데 빛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이제 빛의 생성을 따져 봅니다. 앞서 빛이 전자기파라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했던 윤성철 교수님의 말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전하를 가진 물질이 진동을 하면 그것이 빛”이기 때문입니다.


“빛을 만드는 건 아주 단순합니다. 전자가 움직이면 전자기파가 방출이 됩니다. 빛이라는 것은 전파를 가진 물질이 가속 운동을 할 때 나오는 것이에요. 여기서부터 굉장히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물질이 빛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의 몸에서도 빛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 몸 안에 있는 전자 역시 진동을 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새삼 신기하기만 합니다(몸에서 나오는 빛은 적외선으로 나오고 있지요.).


전파,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X선, 감마선 등의 전자기파는 얼마나 빨리 움직이느냐로 구분합니다. 빨리 움직일수록 운동 에너지가 크고, 그것은 온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적외선보다 가시광선이, 자외선보다 X선, 더 나아가서는 감마선이 온도가 높습니다.


“예를 들어 주파수가 10의 12승이다, 하면 켈빈(Kelvin) 단위로 100도, 영하 173도 정도가 되고요. 여기에서부터 우리는 과학을 해 볼 수 있어요. 어떤 천체가 가시광선에서 빛을 내고, 어떤 천체가 자외선에서 빛을 방출하고, 어떤 천체는 X선에서 빛을 방출하는지 온도라는 개념만을 가지고도 대략적으로 추정해 볼 수 있어요.”


어떤 천체가 가시광선에서 빛을 낼까요? 바로 태양과 같은 항성입니다. 가시광선에 해당하는 온도, 6,000도~10,000도에 해당하는 천체는 가시광선을 만들어 냅니다. 한편 적외선을 만들어 내는 것은 우주의 먼지도 가능합니다. 20,000도~30,000도에 해당할 정도로 온도가 높은 천체는 자외선을 만들어 냅니다. 무거운 별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질량이 태양의 10배 정도 되는 무거운 천체들입니다.


“무겁다는 얘기는 중력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뜻이거든요. 그런데 별이라는 것은 중력과 압력이 평형을 이루고 있는 천체예요. 무거우면 중력이 강해지는데 압력을 통해 평형 상태가 맞춰지려면 그만큼 압력도 높아져야 한다는 이야기고요. 압력이라는 것은 원자들의 운동이고 원자들의 운동이 활발해야 한다는 이야기니까 온도도 높아져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무거운 별은 온도가 높고 가벼운 별은 온도가 낮습니다.”



빛의 성질을 알고 나니 별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별의 무게와 온도를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은하의 정체도 알 수가 있습니다. 나선 은하와 타원 은하는 어떤 진실을 품고 있을까요. 이 은하들의 색 차이, 모양 차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나선 은하의 색은 좀 더 푸르스름합니다. 타원 은하는 푸른색이 전혀 없죠. 푸른색이 더 많다는 것은 온도가 높다는 의미입니다. 그것은 무거운 별이 더 많다는 이야기고요. 타원 은하에는 무거운 별이 없다는 뜻이에요. 나선 은하에는 태양 질량의 10배 혹은 그 이상 되는 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우리는 이 장면에서 은하의 진화 단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무거운 별은 밝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빠르고, 그런 별은 곧 늙어서 죽습니다. 타원 은하에 푸른색이 없다는 것은 무거운 별이 이미 죽어 사라지고 가벼운 별만 남았다는 의미입니다. 온도가 낮은 타원 은하는 아주 오래된 은하입니다. 색깔만 보아도 나선 은하에서 타원 은하로 가는 은하의 진화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우주의 재발견

스펙트럼선이 우주 먼 곳에 숨죽이고 있는 천체들의 성분을 밝혔다는 것은 앞서 살펴보았습니다. “same star stuff”, 기억하시죠? 뿐만 아니라 스펙트럼선으로 우리는 그 천체들이 다가오고 있는지, 멀어지는지도 밝혀냈습니다. 바로 우주의 팽창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대단한 점은 암흑 물질의 발견일 겁니다.


“암흑 물질이란 말 그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탐색하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이유는 암흑 물질이 만들어 내는 흔적을 빛을 통해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 방법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중력 렌즈 현상’이에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질량이 굉장히 크면 주변의 시공간이 휘어집니다. 빛도 휘어진다는 의미입니다. 휘어진 빛을 관찰할 때는 마치 렌즈와 같은 효과를 만들어 내는 거죠. 그것을 ‘중력 렌즈’라고 합니다.”


‘중력 렌즈 현상’을 자세히 관찰하면 이 현상을 만들어 내는 물질의 질량까지 추정할 수 있습니다. 「코스모스」에서는 이 암흑 물질의 질량이 우리에게 익숙한 코스모스의 6배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알 수 없는 물질로 이루어진 어둠의 어떤 것, 빛을 통해서 그 존재를 알아낸 것입니다. 

암흑 물질 다음은 또 어떤 발견이 따라오게 될지 정말 기다려집니다. 



윤성철 교수님은 스펙트럼선을 좀 더 자세히 살펴봅니다. 또 어떤 비밀이 숨겨 있을 테니까요. 먼저 태양입니다.


“태양은 6,000도 정도 됩니다. 태양의 흡수선을 보면 가장 많은 흡수선을 보여 주는 것이 철, 산소, 칼슘, 마그네슘 등입니다. 이런 원소들이 태양의 흡수선을 만들고 있어요.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이런 흡수선을 보고 태양을 구성하는 물질과 지구를 구성하는 물질이 다르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날에는 태양을 구성하는 물질 대부분이 수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죠. 그리고 헬륨이죠. 그런데 과거 사람들은 이 모습만 보고 판단한 거죠. 이 모습의 인상만 가지고 판단을 한 거예요. 철 흡수선이 굉장히 많으니까 이것 또한 거대한 용암 덩어리이겠구나, 화산에서 나오는 용암 덩어리와 태양이 다르지 않겠구나 생각한 겁니다.”


영국의 천문학자 세실리아 페인은 놀라운 발견을 합니다. 흡수선의 형태가 단순히 물질의 함량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온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를 통해 빛이 주었던 인상은 다시 실체를 드러냅니다.


“10,000도 정도가 되면 수소가 가장 강하게 보이고요. 5,000도 정도 되면 칼슘이 가장 강하게 보입니다. 그런데 중원소가 아무리 적다고 하더라도 온도가 낮으면 수소의 흡수선은 잘 보이지 않고 철, 칼슘 등의 흡수선만 보입니다. 이런 것을 통해서 별을 구성하는 물질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었고요. 더 나아가 이제는 우주의 역사까지도 탐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주의 역사를 탐색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놀랍습니다. 설명은 이렇습니다. 빅뱅 직후에는 수소와 헬륨 외에 중원소가 없었습니다. 스펙트럼선이 깔끔합니다. 점점 다양한 중원소가 증가합니다. 스펙트럼선이 복잡해집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우주의 화학적 진화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빅뱅 우주론에 따르면 초기 우주에는 중원소가 거의 없었습니다. 현재 우주로 올수록 별들의 진화를 통해 더 많은 원소들이 만들어지고 그것을 통해 중원소 함량비가 증가한다는 것을 관측으로 확인한 것입니다.”


빛을 분석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엄청난 우주의 비밀을 알아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윤성철 교수님은 “만일 우리가 이런 과학적 과정을 알지 못하고 그저 ‘우리가 별의 먼지다’라는 낭만적인 이야기만 한다면 ‘모세가 홍해를 갈랐다’고 하는 신화와 과학에는 아무 차이가 없는 것”이라고 말하며 “빛 앞에 나와 혹독한 검증을 받고 많은 실수를 하는 과정을 통해 생산된 지식들을 이해할 때 우리는 우주에 대한 새로운 통찰, 새로운 빛을 얻게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난해하고 의미를 알기 힘든 피카소의 그림이 새로운 통찰을 주는 예술 작품으로 우리에게 의미를 남기는 것처럼 말입니다. 빛은 기만적이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진실을 지독할 정도로 철저하게 파헤치는 것. 참으로 예술적인 작업입니다. 




질의응답 

강의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빛의 정체들. 빛에 대한 질문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빛을 안다는 것, 우주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전파,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X선, 감마선 외에 다른 종류의 빛이 있나요? 

윤성철(이하 ‘윤’): 정의하기 나름이잖아요. 예를 들어 주파수가 특정 값 이상이다, 라고 하면 그것을 감마선이라고 하는데요. 우리가 그렇게 정의를 한 거예요. 가장 에너지가 높은 빛을 감마선이라고 했거든요. 아인슈타인이 ‘E=mc²’이라고 했잖아요. 감마선 정도 되면 ‘mc²’에 해당하는 에너지에 도달하기 시작해요. 그래서 빅뱅 순간에는 감마선이 가득했는데요. 워낙 에너지가 높다 보니 빛이 물질과 반물질이 되고, 물질과 반물질이 합쳐져서 다시 빛이 되고, 그런 상태가 초기에는 있었다고 하거든요. 빛의 에너지가 아주 높아지면 더 이상 빛만 순수하게 남을 수가 없고, 빛과 물질이 함께하는 에너지 유형이 되어 버립니다.


스펙트럼선이 가시광선 이외에서도 나올 수 있나요? 

이명현(이하 ‘이’): 네. 저는 전파 천문학을 전공했는데요. 수소 같은 경우 수소 방출선이 나와요. 먼 우주에서 빛이 오면서 중간 중간 물질에 흡수된다고 했잖아요. 그런 식으로 전파 영역에도 흡수선이 있어요. 가시광선 영역뿐 아니라 적외선 등 모든 파장 영역에서의 메커니즘은 다 똑같아요. 그것이 어떤 빛에서 작동하느냐에 따른 거죠. 

원종우(이하 ‘원’): 그런데 우리가 가시광선에서 나오는 스펙트럼선만으로도 충분히 물질을 확인할 수는 있는 건가요? 

윤: 그건 경우에 따라 다른데요. 초신성 잔해에서 구본철 교수님이 ‘인’을 발견하셨다고 했잖아요. 그것은 적외선에서 발견이 됐어요. 가시광선에서는 ‘인’의 방출선이 굉장히 미약하고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적외선에서 더 잘 보였던 거죠. 천체의 종류에 따라 잘 보이는 선들이 존재합니다. 


지구에서 우주를 향해 빛을 쏜다면 언젠가는 우주의 끝까지 도달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현재까지는 광활한 우주의 규모를 어느 정도로 추정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원리상으로는 그렇지 않겠어요? 빛을 쏘면 빛의 세기가 거리 제곱에 따라 약해지잖아요. 그것은 비율로 나누는 거니까 ‘0’이 될 리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이론으로 보면 없어지지 않고 계속 가는 거죠. 엄청 약하더라도 어딘가에 완전히 흡수되지 않는다면 말이죠. 그렇지만 거리 제곱에 반비례하니까 조금만 가더라도 거의 없는 것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리겠죠. 

: 우주의 규모를 물어보셨는데요. 저는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어요. 우주가 138억 년이 됐으니까 우주의 크기는 138억 광년일 것이라고요. 그런데 실제로는 팽창을 많이 해서 훨씬 크다고 합니다. 확인해 보면 지구를 중심으로 바깥 약 470억 광년쯤 된다고 해요. 

이: 우주가 138억 년 되었잖아요. 만약 어떤 천체가 139억 광년 떨어져 있다 한다면 우리 눈에 안 보이는 거죠. 우주가 생긴 이후로 138억 년밖에 빛이 못 갔으니 앞으로 1억 년을 기다려야 그 천체의 존재를 우리가 알 수 있는 거예요. 그런 게 ‘관측 가능한 우주’인데요. 138억 광년 떨어진 천체라면 138억 년 전에 출발한 빛은 우리가 보고 있다는 의미죠. 그런데 우주가 팽창하고 있잖아요. 그때의 천체가 우리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추론해보면 약 450억~470억 광년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관측 가능한 우주’는 점점 커지는 거죠. 그 바깥에 뭐가 있는지는 추론해야 하는 거고요. 관측할 수가 없으니까요. 


빛이란 물질, 입자의 진동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암흑 물질도 진동을 한다면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가 존재할 수도 있을까요? 

윤: 암흑 물질이 빛을 내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가 거꾸로 추론을 하는 거죠. 암흑 물질이 질량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중력 렌즈 현상을 만들 정도로 빛을 휘게 할 중력을 가진 물질이 있다는 건 질량이 있다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암흑 물질이 전혀 보이지도 않고 다른 빛과 상호 작용한 흔적도 전혀 없죠. 심지어 중력 외에는 다른 물질과 다른 방식으로 상호 작용하는 증거가 아무것도 없어요. 이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중성 미자라는 물질이 그렇습니다. 원자 핵 반응을 통해 많이 방출될 수 있는 물질 중 하나인데요. 태양에서도 엄청나게 많은 중성 미자가 방출되고 있어요. 엄지손가락을 태양 쪽으로 갖다 대면 1초에 수천만 개에서 1억 개의 중성 미자가 지나갑니다. 그런데 전혀 못 느끼잖아요. 그런 것처럼 암흑 물질도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말은 전하가 없다는 거예요. 빛과 물질이 상호 작용하는 이유는 물질들이 전하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빛이 전자기파잖아요. 상호 작용하려면 전하가 있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암흑 물질이 아무리 빠르게 움직여도 거기서 빛이 나온다고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죠. 실제로도 안 나오고요. 


우주의 먼지와 지구상의 먼지가 다른가요?  

이: 성운이라는 게 있잖아요. 오리온자리 대성운, 이런 것을 보면 까맣게 보이는 부분이 있어요. 이런 게 먼지고요. 녹색이나 붉은색으로 보이는 게 가스예요. 말 그대로 가스는 기체고요. 먼지는 고체죠. 지구상에 보이는 먼지가 고체여서 보이는 것처럼 우주 공간에 있는 것들도 그런 식으로 고체인 것을 먼지라고 하고, 기체인 것을 가스라고 부릅니다. 당연히 차이가 있겠죠. 지구의 대기와 화성의 대기가 다르듯, 갖고 있는 성분이 달라요. 성분이 다르면 크기도 다르겠죠. 보통 우주 공간의 먼지가 지구상의 먼지보다 크기가 조금 더 작고요. 

윤: 보충 설명을 하자면요. ‘행성상 성운’을 검색해 보시면 별이 죽어 가는 과정에서 굉장히 아름답게 여러 모양으로 자신의 물질들을 외부로 분출하는 것을 쉽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 과정에서 별 내부에서 만들어진 중원소들이 많이 방출되기 때문에 그러면서 먼지가 잘 만들어져요. 철, 규소, 탄소, 이런 것들이 방출되면서 먼지가 만들어지죠. 초신성 폭발을 할 때도 그 안에서 아주 많은 철이나 규소가 만들어지고 그것들이 식어 가는 과정에서 먼지들이 많이 생성되고요. 



*<칼 세이건 살롱 2016> 7강 ‘깨끗한 방(The Clean Room)’은 11월 11일 금요일 7시에 ‘벙커1’에서 진행됩니다.



글 : 신연선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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