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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된 연재/(完) 보이지 않는 권력자

미생물의 족보 찾기

Editor! 2020. 5. 12. 11:33

1997년 (주)사이언스북스에서 이재열 경북 대학교 명예 교수의 『보이지 않는 권력자』가 출간되었습니다. 아마 국내 저자가 쓴 책으로는 거의 처음 출간된 미생물 소개 교양 과학서였을 것입니다. 출간 당시 언론과 독자로부터 ‘보이지 않는 권력자’인 미생물의 세계를 흥미롭게 소개한 책으로 관심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한국 시민들은 ‘미생물의 힘’에 익숙해졌습니다. 메르스, 조류 독감, 지카 바이러스 등이 일으킨 소동을 치열하게 겪은 탓이지요. 이재열 교수의 새 연재는 몇 년에 한 번씩 반복되는 ‘보이지 않는 권력자들’이 일으키는 소동의 본질을 꿰뚫는 과학적 통찰을 여러분께 드릴 것입니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찾아올 이 연재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이재열의 「보이지 않는 권력자」 첫 번째 이야기 

미생물의 족보 찾기



주변을 둘러보면 여러 종류의 풀과 나무, 수많은 벌레와 짐승이 생명을 이어받아 삶을 즐기고 있다.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생물들이 한데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의 관계를 설명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이들의 이름조차 잘 모른다. 독자 여러분 중 바로 나무 이름 50개를 대보라면 댈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들판에 핀 꽃 가운데 10종을 제대로 구별할 줄 아는 이도 거의 없을 것이다. 시냇물에 살고 있는 물고기 가운데 5종 이상의 이름을 아는 것도 어렵고, 숲에 사는 작은 새들은 모두 참새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생물들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서로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각각의 생물로서의 특성과 종류가 무엇인지를 이해해야 한다. 그러자면 어쩔 수 없이 생물에 대해서 많은 지식을 축적해야 한다. 생물의 고유한 성질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생물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을 우리는 분류(classification)라고 부른다. 물론 이러한 분류 과정에서는 종마다 서로 다른 이름을 붙여서 구분하는데, 이처럼 이름을 붙이는 방법을 일컬어 명명(nomenclature)이라고 한다. 나라와 지역에 따라 한 생물의 이름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이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이름을 부르면 사람마다 헷갈리기 마련이므로 통일된 하나의 이름을 지을 필요가 있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모두가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다. 사람은 우리 스스로를 부르는 말이지만, 나라마다 다르게 人間, human, le Man, Mensch 등으로 부른다. 그래서 사람을 학술적인 용어로 정의할 때에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고 한다. 여기에서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호모(Homo)는 속(屬, genus) 이름이고, ‘슬기롭다.’라는 뜻을 가진 사피엔스(sapiens)는 종(種, species) 이름이다. 이렇게 속과 종 두 가지 이름을 한데 붙여 생물 이름을 만드는 것을 이명법(binomenclature)이라고 한다. 또 이렇게 이명법을 통해 만들어진 이름을 학술적인 이름이라는 뜻에서 학명(scientific name)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정해진 생물의 학명만 봐도 우리는 그 생물이 어떤 분류 체계에 속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칼 폰 린네 초상.


이렇게 분류 체계와 명명법을 통합해 근대적 생물 분류학을 확립한 이가 스웨덴의 분류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다. 그가 1735년에 펴낸 『자연의 체계(Systema Naturae)』라는 책에서 발표한 이 분류법과 명명법은 지금까지도 생물학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린네가 이명법을 확립하여 사용한 것은 그때까지 알려진 생물의 종류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서 정리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린네가 분류해 놓은 식물 자료만 해도 5,000여 종이었다.  



생물 족보의 출발점은 “종속과목강문계”

생물의 분류 체계는 다양한 종을 속으로 묶고, 속을 보다 높은 단계인 과(科, family)로 묶으며, 이어서 목(目, order), 강(綱, class), 문(門, division 또는 phylum), 계(界, kingdom)라는 순서로 정리한 것이다. 대부분의 동식물을 이 분류 체계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이 분류 체계에 따르면 사람과(Hominidae), 영장목(Primates), 포유강(Mamalia), 척추동물문(Vertebrata)에 속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분류 체계 사이사이에 아목(suborder)이니 아과(subfamily)니 하는 것을 두기도 한다. 이것마저 부족하다면 하목이나 상과 같은 것을 더 만들어 구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영장목 아래에는 유인원아목(Anthropo)이라는 아목이 있다. 그 아래에는 협비류(Catarrhini)라는 하목이 있으며, 이 하목과 사람과 사이에 유인원류(Anthropoidea)라는 상과가 있다.


식물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쌀을 보자. 이 쌀은 벼(Oryza sativa)라는 식물의 나락에서 비롯한 것이다. 속 이름 오리자(Oryza)는 라틴 어로 ‘쌀’ 또는 ‘벼’를 뜻하고, 사티바(sativa)는 ‘재배’를 뜻한다. 야생 벼는 물가나 들판에서 자라고 있었을 터이고, 지금의 피처럼 수확량도 변변찮은 잡초처럼 자랐을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이 야생 벼를 재배 벼로 바꿔 낸 조상들의 끈기와 지혜가 놀랍다. 벼는 볏과(Gramineae)에 속하며, 분류 체계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벼목(Graminales), 피자식물강(Angiospermae), 관속식물문(Tracheophyta), 식물계(Plantae)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과 문 사이에 외떡잎식물을 뜻하는 단자엽식물아강(Monocotyledoneae)이라는 분류를 추가하면 벼의 생물 분류학적 위치를 좀 더 자세하게 나타낼 수 있다.



미생물의 족보 찾기가 열어젖힌 분류학의 새로운 세계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동물과 식물은 우선 그들의 서로 다른 모습의 차이에 따라 구분한다. 그러다가 겉모습이 비슷한 것들은 몸 안의 부분적인 차이를 특징으로 삼아 구분한다. 생물의 세계에서 서로 다른 모습은 서로 다른 기능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기에 이러한 구분 방법은 전혀 이상하지가 않다. 그렇다면 동물이나 식물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은 과연 어떠한 분류 체계를 이루고 있을까? 


미생물이라는 존재가 처음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현미경이라는 기구가 만들어지면서부터였다. 그때까지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작은 생물들의 존재가 비로소 우리에게 나타나면서 사람들은 미생물도 구분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조류(Algae)는 광합성을 하고 균류(곰팡이)는 운동성이 없으며, 세균은 세포막이 있다는 점들 들어 식물계에 포함시켰고, 원생동물은 운동을 한다는 점에서 동물계에 포함시켰다. 


이러한 분류는 1866년 에른스트 헤켈(Ernst Haeckel)이 시도했고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여 이용했다. 그러나 학자들이 미생물 연구를 진행하면서 미생물은 고등 식물과 전혀 다르고, 미생물들끼리 여러 가지 공통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미생물들을 하나로 묶어 식물계와 동물계로부터 독립시키자는 의견이 일어났다. 그래서 생물의 분류는 식물계와 동물계 그리고 미생물계의 3계로 나누는 방법이 자리를 잡아 나갔다. 


생물학의 발전에 힘입어 생물은 원핵세포와 진핵세포로 나뉜다는 사실이 힘을 얻으면서 점차 생물의 분류 체계도 원핵생물 및 진핵생물의 두 가지의 큰 틀로 자리를 잡아 나갔다. 1960년대 말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 생물을 5계로 나누는 분류 체계가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서는 원핵생물을 하나의 계로 잡아 원핵생물계(Monera)로 구분했고, 진핵생물을 4개의 계로 나누어 원생생물계(Protista)와 균계(Mycobiota) 그리고 동물계(Zoobiota)와 식물계(Phytobiota)로 구분했다. 최근에는 원핵생물을 세균계와 고세균계(Archeabacteriobiota)로 구분하는 체계를 이용하기도 한다. 또 급속히 발전한 분자 생물학의 발전에 힘입어 분류학 분야에서도 염기 서열 분석을 바탕으로 이제까지 가장 크다고 알려진 계(kingdom)를 넘어 역(域, domain)의 개념을 끌어와 쓰자고 한다. 그래서 생물의 분류를 세균역, 고세균역, 진핵생물역의 3역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분류 체계의 변천을 나타낸 표. 위키피디아에서.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미생물의 종류에는 곰팡이, 박테리아, 바이러스가 있다. 이 가운데 곰팡이는 완전한 핵을 갖추고 있으므로 진핵생물의 범주에 들어가 균계라는 독립적인 계를 이루고 있다. 우리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페니실린이라는 항생 물질을 생산하는 곰팡이는 페니실륨 노타툼(Penicillium notatum)이다. 동물이나 식물에서와 같이 이명법에 따른 Penicillium은 속의 이름이고 notatum은 종의 이름이다. 이 균은 불완전균류(Fungi Imperfecti)의 한 속이지만, 족보를 따져 올라가 보면 모닐리아과(Moniliaceae)에 이르고, 더 나아가 모닐리아목(Moniliales)에 포함된다. 진균(곰팡이) 가운데 유성 생식 단계가 알려지지 않은 것을 모두 불완전균강(Deutromycetes)으로 구분하는데, 페니실륨도 불완전균류의 하나이므로 여기에 포함된다. 대부분의 곰팡이들은 난균강, 접합균강, 자낭균강, 담자균강 가운데 어느 하나인데, 여기에 속하는 다섯 개의 강은 분류 체계에서 모두가 진균문(Eumycota)에 포함된다. 


곰팡이만큼 유명한 미생물이 세균, 즉 박테리아이다. 세균은 완전한 핵을 갖추지 않은 원핵생물(Prokaryote)로 분류된다. 세균은 분화가 뚜렷하지 못하므로 형태적인 특징만으로 분류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세균이 가진 생리적인 특징을 조사하여 분류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런데 그 조사 결과가 항상 일치하지 않으므로 세균은 확실히 분류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분류하기에 많은 어려움을 가진 원핵생물은 생물의 분류 체계에서 하나의 독립된 계인 원핵생물계(Monera)를 이룬다. 


세균 가운데 우리가 너무나 자주 이름을 듣는 놈으로 대장균(Escherichia coli)이 있다. 대장균은 우리 대장 속에 서식하고 있다. 동시에 보이지 않게 우리 몸을 지켜 주는 세균이다. 대장균의 속 이름인 에셰리키아(Escherichia)는 이 균을 처음 발견한 독일인 의사인 테오도르 에셰리히(T. Escherich)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고, 콜리(coli)는 다른 생물에서와 같이 종 이름을 뜻한다. 대장균의 족보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대장균은 장내세균과(Enterobacteriaceae)에 속하고, 더 올라가면 진정세균목(Eubacteriales)에 속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면 진정세균강(Eubacteriomycetes) 및 세균문(Bacteriophyta)으로 이어진다.  



바이러스의 족보 찾기에서 밝혀진 충격적인 진실

미생물의 또 다른 종류인 바이러스의 경우는 어떠한가? 바이러스는 생물적인 특징은 물론 무생물적인 특징도 갖추고 있다. 하나의 완전한 세포 모습을 갖추지 못한 바이러스는 독립적으로 물질 대사를 해 낼 수가 없다. 그러기에 바이러스는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거나 에너지를 이용해 몸집을 불릴 수도 없다. 그래서 바이러스는 살아 있는 다른 세포 안에 들어 있을 때에만 증식할 수 있다. 세포 바깥에 있을 때에는 아무런 생명 현상을 나타내지 못한다. 이렇게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있는 바이러스도 그럴듯한 족보를 따져 체계적인 분류를 할 수 있을까? 


과학자들의 연구로 여러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그 특징이 알려지면서 바이러스 분류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에 따라 바이러스도 다른 생물의 분류처럼 바이러스의 크기, 유전 정보의 규모, 증식 전략을 바탕으로 과와 속으로 나누자는 분류 기준이 만들어졌지만,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분류 기준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를테면 속의 이름은 ‘∼바이러스(∼virus)’로 하고, 과의 이름은 ‘비리데(∼viridae)’로 하자는 등의 기준이 마련되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명명법을 따르지 않아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지금도 바이러스의 종류를 구분할 때에는 ‘∼바이러스 그룹’이라 부르거나 경우에 따라서 ‘∼비리대’ 같은 이름을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아데노바이러스를 일컬을 때에 ‘아데노바이러스 그룹’이나 ‘아데노비리데(Adenoviridae)’라는 용어 가운데 편한 것을 골라 쓰고 있다. 


최근 바이러스의 분류 체계를 새롭게 정리해 보자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생물의 계통도에는 바이러스의 자리가 빠져 있었다. 바이러스를 생명체로 봐야 하는지 분명치 않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핵산과 단백질 성분만으로 구성된 일종의 물질 ‘입자’라고 볼 수 있다. 자기 복제는 가능하지만 생리 대사 작용은 하지 않아 완전한 생명체로 보기가 어려운 것이다. 게다가 바이러스는 변이도 쉽게 일어나 계통 발생학적인 추적이 어렵다. 이것이 바이러스를 생명 진화의 계통도에 포함시키기 어렵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된다.  


그러나 2015년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의 구스타보 카에타노아놀레스(Gustavo Caetano-Anoll’s)가 바이러스를 포함한 진화 계통도를 제시했다. 그의 연구진은 쉽게 바뀌는 유전자의 염기 서열 정보 대신에 잘 바뀌지 않는 단백질의 접힘 구조(folding)를 기준으로 삼아 바이러스와 세포의 기원과 진화의 역사를 살펴보자는 아이디어를 내놓고, 바이러스 3,460종을 포함한 5.080종의 생물 종의 단백질의 접힘 구조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바이러스와 세포가 공유하는 접힘 구조가 442가지이고, 바이러스만 가지는 접힘 구조가 66가지임을 알아냈다. 바이러스가 세포와 아주 오랫동안 단백질 접힘 구조를 공유해 왔을 뿐만 아니라, 자기만의 접힘 구조를 진화시켜 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바이러스만 가지고 있는 염기 서열도 발견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바이러스의 독자적인 진화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카에타노아놀레스 연구진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바이러스까지도 포함한 그야말로 만물의 진화 계통도를 제시한다. 오랫동안 생명의 나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바이러스에게 자리를 준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한 걸음 더 ‘과감하게’ 나아가 바이러스와 현생 세포 생물의 공통 조상, 즉 원시 바이러스 세포(proto-virocell)가 존재했고, 이 원시 바이러스 세포 중 일부가 현생 바이러스가 되고, 다른 것들은 고세균, 세균, 진행생물 같은 현생 세포 생물이 되었다는 주장까지 내놓는다. 이 주장은 바이러스가 세포들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라는 기존의 가설은 물론이고, 바이러스가 세포보다 먼저 출현했다는 그 반대 가설조차 뒤집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설명은 획기적인 아이디어임은 분명하고 바이러스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진화 과정을 한눈에 보게 해 주는 통합적인 진화 계통도를 제시한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바이러스와 비슷하면서도 단백질을 가지지 않고 핵산으로 이뤄진 RNA만 갖는 ‘바이로이드’에 대한 연구는 결여되어 있어, 이들의 과감한 가설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구스타보 카에타노아놀레스와 그의 연구진이 제시한 바이러스와 세포 생물의 진화 계통도. 위키피디아에서.


우리 민족만큼 ‘족보’에 집착하는 민족도 별로 없을 것이다. 족보를 찾아보면 아버지가 누구이고 어머니가 누구인지, 할아버지 할머니가 누구이고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족보에는 이름은 물론 성과 가문이 잘 정리되어 있고, 어느 집안에 누구누구는 어느 시조의 몇 대손인가가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사이 족보는 사료로서의 가치도 없는 봉건 시대 양반 혈통 증명서 또는 부계 혈통만 강조한 남성 중심주의의 산물이라며 폐물 취급받는다. 그러나 족보 기록을 바탕으로 출생률과 사망률의 변동을 추적해 조선 시대 전염병의 분포와 확산 경로를 해명하거나, 씨족의 유전 형질을 파악하는 연구들이 이뤄지면서 기존 역사 기록의 틈을 메우는 사료로서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생물 분류학은 생물학의 족보 연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학계에서 분류학의 인기는 우리 민족의 ‘족보 집착’과는 달리 높지 않다. 그러나 카에타노아놀레스의 연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분류학은 생명의 기원과 그 역사의 수수께끼를 밝혀낼 최첨단 과학이다. 분류학을 낡은 학문이라고 외면하기 전에 애정을 갖고 한번 더 들여다보기를. 충격적 발견이 그 속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     



 

이재열

서울 대학교 농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기센 대학교에서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막스 플랑크 생화학 연구소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치고 경북 대학교 생명 과학부 교수로 근무했다. 현재 명예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모두들 어렵다고 말하는 과학에 대해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권력자』, 『바이러스는 과연 적인가?』, 『보이지 않는 보물』, 『바이러스, 삶과 죽음 사이』, 『미생물의 세계』, 『우리 몸 미생물 이야기』, 『자연의 지배자들』, 『자연을 닮은 생명 이야기』, 『담장 속의 과학』, 『불상에서 걸어나온 사자』, 『토기: 내 마음의 그릇』 등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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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권력자: 미생물과 인간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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