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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보다 한국이 더 춥다고요? 『물속을 나는 새』 : 이원영 편 ① 본문

(연재) 과학+책+수다

남극보다 한국이 더 춥다고요? 『물속을 나는 새』 : 이원영 편 ①

Editor! 2018. 10. 30. 10:19

이번 「과학+책+수다」에서는 『물속을 나는 새: 동물 행동학자의 펭귄 관찰 일지』의 저자 이원영 박사님을 만나봅니다. 극지연구소 선임 연구원이자 동물 행동학자인 이원영 박사님은 극지방의 동물들을 연구하러 떠난 이야기를 담은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2017년)에 이어 『물속을 나는 새』를 쓰셨습니다. 까치 연구자에서 펭귄 연구자로 거듭나신 이원영 박사님은 매년 겨울 남극을 방문해 연구 중이십니다. 남극으로의 또다른 여정이 시작되기에 앞서 이원영 박사님과 나눈 책 이야기와 펭귄 이야기는 3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SB: 사이언스북스 편집부)



「과학+책+수다」 여덟 번째 이야기

남극보다 한국이 더 춥다고요? 『물속을 나는 새』 : 이원영 편 ①



SB : 여름이 워낙 더워 잊으셨겠지만 지난 겨울도 은근히 추웠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원영 선생님께서 트위터에 남극보다 한국이 더 춥다고 쓰신 글이 화제가 되었는데요. 아무래도 남극에서 갓 돌아오신 연구자의 증언이기 때문에 더 신뢰가 가는 트윗이었습니다. 1만 4000회 넘게 리트윗되었는데 알고 계시나요?


이원영 : 리트윗을 많이 해 주셨다고 이야기 들었습니다. 제가 트위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거든요. 이렇게까지 많은 분들 신기해하실 줄 몰랐어요. 남극에 다녀온 사람들끼리는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한국에서 가장 추운 겨울에 남극은 남반구니까 반대로 여름이에요. 게다가 세종기지가 있는 지역은 남극에서도 가장 따뜻한 곳에 속하거든요. 그래서 1월 평균 기온이 영상 1도에서 2도에 어는 날은 10도 가까이 올라갈 정도로 꽤 따뜻하거든요. 그런데 많은 분들은 남극이라고 하니까 거기에 대한 일종의 선입견이 있으셔서 그런지 굉장히 놀라시더라고요. 또 그때가 특히 추웠잖아요. 저는 한국 돌아와서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SB : 지구 온난화 때문에 점점 날씨가 극단적이 되고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남극과 북극을 다 다녀보셨으니까 더 생생한 현장을 보신 셈이죠?


이원영 : 제가 여름에는 북극에 있었거든요. 북극 다산기지에서 북극곰이 조류의 알을 사냥하는 것을 관찰했어요. 북극곰은 북극의 바다 얼음인 해빙에 굉장히 의존적인 동물이라서 특히나 얼음 사이에 있는 작은 구멍을 통해서 사냥을 하거든요. 여름이 되면 해빙이 많이 녹으니까 사냥이 쉽지 않아요. 그래서 먹잇감을 찾아서 육지로 올라오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여름철 해빙이 녹는 속도가 워낙 빨라지다 보니까 북극곰들이 육지에 올라오는 일들이 더 많아졌다고 하더라고요. 더 일찍 올라오기도 하고.


SB : 북극곰은 새나 새 알은 원래 안 먹었나요?


이원영 : 가끔 별식처럼 먹었겠지만 요즘 들어서 굉장히 많이 사냥을 하는 편입니다. 30년 째 네덜란드 연구자가 조사했더니 북극곰이 점점 육지로 올라오는 시기가 일러지고 있고 육지로 빨리 올라온 때는 조류의 번식 성공률이 90퍼센트 이상 감소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2018년 8월에 갔을 때도 북극제비갈매기나 흰뺨기러기 번식 성공률이 제로에 가까웠어요. 왜냐하면 알 단계에서 어미새가 포란을 하는 중에 북극곰들이 와서 어미들을 쫓아내고 알을 다 꺼내 먹은 거예요.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수백 개의 둥지들이 있었는데 다시 가니까 완전히 다 사라졌더라고요. 이게 온난화가 가져온 진짜 비극인데 북극곰한테도 굉장히 힘든 일이겠지요. 그 알 꺼내먹는다고 얼마나 되겠어요?


SB : 원래는 물범을 먹던 곰이죠?


이원영 : 네 그중에서도 고리무늬물범(ringed seal)을 많이 잡아먹는데 워낙 먹이가 부족하고 해빙도 줄어드니 조류나 알을 사냥하기도 하고 육지로 올라오다가 사람을 만나기도 하죠. 제가 있는 기간 동안 스발바르에서 북극곰 한 마리가 사살되는 일도 있었어요. 독일 관광선이 갔다가 만난 북극곰이 공격 행동을 했기 때문에 죽였다고 했는데 사람들은 관광객들을 굉장히 많이 비난했었거든요. 애초에 관광 회사가 북극곰 서식처에 간 게 잘못인 것도 물론 맞지요. 그런데 그 이면에는 북극 해빙의 감소가 숨은 원인이라 할 수 있어요. 현재로서는 2030년과 2050년 사이에 북극 해빙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예측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아마 북극곰도 더 이상은 살기 힘들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을 해봅니다. 아마 보기 힘들 것 같아요.


SB : 물범도 멸종이 진행되고 있는 건가요?


이원영 : 아뇨, 오히려 물범은 북극곰을 피해 다니니까 안 잡아 먹혀서 멸종은 아니에요. 물론 영향은 많이 받지요. 물범도 해빙이 있어야지 그 밑에서 물고기라든지 다른 먹이를 찾거든요. 해빙과 관련된 해빙 의존적인 생태계 자체가 완전히 타격을 받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쇄빙선 아라온호에서 관찰된 북극곰. 얼음이 녹은 바다를 헤엄치고 있다.(극지연구소 제공)


SB : 남극과 북극에서 동시에 비슷한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이원영 : 네, 물론 남극은 곳에 따라서 해빙이 약간 증가하고 있는 곳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남극 반도를 중심으로 서남극 쪽은 온난화가 굉장히 빠르게 일어나고 있고 해빙도 많이 감소하고 있거든요. 그럼 해빙에서 먹이를 찾고 있던 아델리펭귄이나 황제펭귄은 엄청 큰 타격을 받겠지요. 남극 반도에 있는 미국 팔머 기지 근처에서 조사했더니 아델리펭귄 개체군의 수가 80퍼센트 이상 감소를 했대요. 최근 50년 동안 전 세계 황제펭귄 개체군이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한 시뮬레이션에서는 2100년까지 황제펭귄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고요. 우리 자손들은 황제펭귄을 책으로만 봐야 될지도 모르지요.


SB : 펭귄도 종류에 따라서 그 개체수가 변화하는 양상이 다르다고 책에도 쓰셨습니다.


이원영 : 그렇죠. 해빙 의존적인 펭귄들은 굉장히 심한 타격을 받고 있지만 반대로 약간 따뜻한 지역, 아남극권 온대 지방에 있던 펭귄들은 오히려 숫자가 늘어나는 개체군도 있어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봤을 때는 기존 서식지 전부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동물이 책에 나왔던 임금펭귄이랑 젠투펭귄이거든요. 번식지가 팽창하고 있다, 남하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원래 살던 번식지가 또 파괴되고 있으니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SB : 저희가 막 설원 위에서 뛰노는 펭귄만 떠올리는데 이제는 풀밭에 있는 펭귄이 나오는 거군요. 책 표지에 보면 펭귄들이 저희가 흔히 상상하는 뒤뚱거리는 포즈가 아니라 날개를 펼치고 날고 있잖아요. 물속을 나는 새라는 표현을 특별히 사용하신 이유가 있으시다면?


이원영 : 제가 관련된 글을 쓸 때 펭귄 입장에서 많이 생각을 해봤어요. 왜냐하면 사람들은 뒤뚱뒤뚱 걷는 펭귄이 귀엽다 내지는 바보 같다고 흔히 여기지만 사실 펭귄은 삶 전체 시간으로 봤을 때 80퍼센트 이상을 물속에서 지내거든요. 육지에 올라오는 것은 잠깐이에요. 번식을 위해서 잠깐 육지에 올라와서 둥지를 짓고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거죠. 그 기간을 빼놓고는 다 물속에서 지내는, 물고기에 가까운 동물이기 때문에 물속 생활이 더 편할 테고요.


펭귄은 원래 조류지만 약 6,100만 년 전부터 이미 날기 시작했다고 하거든요. 그때부터 잠수에 특화된 동물이었어요. 사실 하늘을 난다는 것도 하늘에 있는 공기를 뚫고 양력을 이용해 공중에 떠서 이동하는 거잖아요.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입자들이 공기냐, 물이냐 그 차이만 있다 뿐이지. 사실 물속에서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 하늘을 나는 것과 거의 비슷해 보일 때가 많거든요. 책 표지 그림처럼 아델리펭귄들이 물속에서 나는 사진들을 보면 정말 아, 새 맞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SB : 그럼 펭귄은 아예 처음부터 물속에서만 살았던 건가요?


이원영 : 물론 펭귄의 더 조상으로 가다보면 하늘을 날던 새였겠지만 현존하는 화석으로 봤을 때는 오랜 조상 때부터 이미 잠수에 특화된 개체들이 진화가 된 것 같아요. 그게 신생대부터 시작이 됐고요.


SB : 남극에 펭귄 화석도 있나요?


이원영 : 뉴질랜드 쪽에서 발견됐습니다. 펭귄 조상은 남반구에 살던 바닷새인 거죠. 남극이 빙하기와 간빙기를 왔다 갔다 하고 있잖아요. 남극 대륙으로 펭귄들이 들어가서 쫙 퍼지기 시작한 때는 마지막 빙하기(Last Glacial Maximum, LGM) 이후거든요. 그 전까지는 사실 남극 대륙 깊이 못 들어갔어요. 그러다가 간빙기가 되면서 녹기 시작한 해빙을 뚫고 들어간 펭귄들은 나름 따뜻해진 기후에 가장 잘 적응한 동물입니다. 그런데 지금 문제가 되는 지구 온난화는 인간의 산업화 때문에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상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펭귄들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다음 편에 계속)



이원영

서울 대학교 행동 생태 및 진화 연구실에서 까치의 양육 행동을 주제로 박사 과정을 마치고 극지연구소 선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남극과 북극을 오가며 펭귄을 비롯한 야생 동물을 연구하고 있다. 동물의 행동을 사진에 담고, 그림으로 남기며 과학적 발견들을 나누는 데 관심이 많아 《한국일보》에 “이원영의 펭귄 뉴스”를 연재하고 팟캐스트 “이원영의 새, 동물, 생태 이야기”, 네이버 오디오클립 “이원영의 남극 일기” 등을 진행하며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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