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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대안 과학 교과서를 찾는다면: 『과학 원리: 인포그래픽 과학 팩트 가이드』 본문

(연재) 사이언스-오픈-북

진정한 대안 과학 교과서를 찾는다면: 『과학 원리: 인포그래픽 과학 팩트 가이드』

Editor! 2019.03.26 16:02

과학은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통합 과학 시대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과학계와 교육계 전문가들은 “자연스러운 과학 도서 독서를 통해 배경 지식을 쌓을 것”을 강조합니다. 물리, 화학, 생물, 지구 과학으로 나뉘어 있던 기존의 과학 개념 115가지를 선별해 한 권으로 엮은  『과학 원리』는 광대한 과학의 세계가 체계적으로 정돈되어 있는, 그야말로 과학적인 책입니다. 지식 큐레이터 강양구 선생님이 이 책을 진정한 대안 과학 교과서라고 꼽는 이유를 함께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진정한 대안 과학 교과서를 찾는다면:

『과학 원리: 인포그래픽 과학 팩트 가이드』



이렇게 훌륭한 대안 과학 교과서가?!

어렸을 때부터 항상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교과서가 중요하다!” 실제로 나는 교과서만 열심히 공부하면 되는 줄 알다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충격을 받았다. 수학 시간에는 교과서 대신 홍성대의 『수학의 정석』을 풀었고, 과학 시간에는 『하이 탑』이라는 참고서가 교재였다.


그때 『수학의 정석』이나 『하이 탑』을 교재로 선택했던 학교의 큰 뜻을 헤아릴 자신은 없다. 다만 교과서만으로는 좋은 교육을 하기 부족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교과서 대신 사용했던 『수학의 정석』이나 『하이 탑』도 수학, 과학에 흥미를 돋우지 못했다. 중학교 때까지 그토록 흥미 있었던 수학, 과학이 지겨운 과목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요즘도 사정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은 모양이다. 학교 현장의 교사나 학생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교과서가 수학이나 과학에 흥미를 일으키는 데에 자극을 줬다는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노력을 기울여 왔을 텐데, 왜 항상 그대로일까?



김홍표 선생님 <역사×과학 특강> 『과학 원리』 강연 사진

 


『과학 원리』, 현대 과학의 모든 것

최근 국내에 소개된 영국 출판사 DK(Dorling Kindersley)의 『과학 원리(How Science Works)』를 보면서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이런 의문이 더욱더 증폭되었다. 이 책은 DK에서 최근 의욕적으로 펴내는 ‘인포그래픽 팩트 가이드’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이다. (신뢰하는 과학자이자 번역가 김홍표 아주 대학교 교수가 번역을 맡았다.)


‘인포그래픽 팩트 가이드’ 중 『인체 원리』, 『돈의 원리』, 『음식 원리』가 국내에 이미 소개되었다. 세 책 모두 내용이 아주 알차서 여럿에게 추천하고 또 잘 보이는 곳에 꽂아 두고 필요할 때마다 요긴하게 이용하고 있었다. 당연히 『과학 원리』도 나오자마자 뒤적뒤적 전체적으로 내용을 살폈다.


<세상의 원리> 시리즈


입이 딱 벌어졌다. 사실 출판사에서 앞서 나온 세 권에 이어서 『과학 원리』를 번역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회의적이었다. 열 권짜리 백과사전으로도 설명하기 모자란 방대한 현대 과학 지식을 250쪽도 안 되는 그림책 한 권으로 정리할 수 있으리라는 시도 자체가 무모해 보였기 때문이다. 막상 책을 보니 내가 틀렸다.


역시 ‘큐레이션’이 문제였다. 여기저기 흩어진 지식을 모아서 우격다짐으로 집어넣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정작 실력이 드러나는 대목은 덜어내는 일이다. 과학 혁명 이후 축적된 수백 년간의 과학 지식을 현재의 맥락에서 재구성해서 핵심만 전달하는 큐레이션! 『과학 원리』는 바로 이런 어려운 일을 해냈다.


전통적인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같은 구분은 무시하고 ‘물질’ ‘에너지와 힘’ ‘생명’ ‘우주’ ‘지구’ 이렇게 다섯 부분으로 나눠서 종횡무진 현대 과학을 횡단한다. 이런 식이다. ‘물질’ 부분은 “물질이란 무엇일까?” 같은 고전적인 질문으로 시작해서 고체, 액체, 기체 그리고 플라스마 같은 “이상한 상태”를 짚고서 입자 물리학의 최신 성과로 이어진다.


『과학 원리』 48~49쪽


‘파동과 입자’에 더해서 양자역학의 의미를 짚고 나서는 화학(혼합물과 화합물, 산과 염기, 촉매 등)으로 넘어간다. 그러다 나중에는 플라스틱, 유리와 세라믹 등의 특징을 짚고서 그래핀 같은 “놀라운 물질”도 보여 준다. 이 모든 항목이 알기 쉬운 인포그래픽으로 정리되어 있어서 이해를 돕는다.


마침 최근 논쟁의 중심에 떠오른 수소도 한 꼭지로 정리가 돼 있다(48~49쪽). 『과학 원리』가 정리한 에너지 자원으로서 수소와 수소 연료 전지 자동차에 대한 과학계의 평가는 이렇다.


“수소는 미래의 청정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지만” “수소를 이용하기 전에는 분리해야 한다.” “증기를 메탄과 반응하면 수소를 얻을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온실 기체가 방출된다.” “물을 산소와 수소로 전기 분해하는 과정에서는 전기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고 에너지 소모가 많다.” “특별한 촉매를 사용해 물을 분해하는 또 다른 방법을 개발 중이다.”

 

“수소는 기체이기 때문에 석유보다 단위 부피당 에너지 함유량이 적어 압축해서 공급해야 한다. 이런 특별한 장비를 유지하는 데에 에너지가 쓰인다.” “자동차 수소 탱크는 5분이면 충전할 수 있고 충전소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고압 탱크와 파이프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는 수소 기체 운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너지란 무엇인가” “살아 있다는 것은” 같은 근본 질문부터 시작하는 ‘에너지와 힘’, ‘생명’ 부분도 마찬가지다. 정전기, 전류, 자기장 같은 기본 개념부터 시작해서 대안 에너지와 컴퓨터의 원리를 짚고 나서 로봇과 자동화나 인공 지능의 기본 원리와 사회적 의미를 짚는다. ‘에너지와 힘’ 부분의 마무리는 상대성 이론, 중력파, 끈 이론이니 더 이상 말해 뭣하랴?


『인체 원리』에서 이미 생명 현상의 핵심을 일목요연하게 보여 주는 데에 장기가 있음을 입증한 DK이니 만큼 ‘생명’ 부분은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간략한 현대 생물학 가이드다. 이 부분을 고스란히 텍스트로 풀어내서 옥스퍼드 대학교의 「베리 쇼트 인트로덕션(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의 ‘생명’으로 펴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특히 뒷부분에 나오는 노화, 유전체, 유전자 치료, 줄기 세포, 클로닝 같은 부분은 복잡한 내용을 인포그래픽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이해를 돕는다. 최신의 생명 과학 성과를 시민에게 전하는 저널리스트라면 이 대목은 꼭 두 번, 세 번 들여다보고 나서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해야 할 것이다.


『과학 원리』 196~197쪽


 

인류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

『과학 원리』를 살펴보면, 당대 과학계가 관심을 가지는 핫 이슈를 일별할 수도 있다. ‘우주’ 부분에서는 “우주엔 우리뿐일까” 같은 질문을 던지며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는 노력을 소개하고, 소행성과 혜성과 같은 ‘근지구 천체(Near-Earth Object)’의 위협으로 관심을 유도한다. (물론, 블랙홀,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 항목도 있다!)


그렇다면 소행성과 혜성 같은 위협으로부터 “우리는 죽음의 충돌을 막을 수 있을까?” 『과학 원리』는 이렇게 말한다(196~197쪽).

 

“혜성에 가루를 뿌리거나 소행성에 석탄 혹은 백토(chalk)를 충돌시켜 태양 복사에 영향을 줘서 궤도를 수정할 수 있다. 혜성이나 소행성 근처에서 폭발물을 폭파시켜 좀 더 빠르게 궤도를 수정할 수도 있다.” (그러니, 혜성이나 소행성에 착륙해서 지하에 핵폭탄을 설치하는 할리우드 영화는 잊어라!)

 

아니나 다를까, ‘지구’ 부분에서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에 방점을 찍는다. 특히 지구 온난화가 초래하는 양의 피드백 효과를 중요하게 묘사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대기와 바다의 온도가 올라가면, 얕은 바다의 퇴적층이 뜨거워진다. 퇴적층 안에 포함된 메탄이 녹아서 나온다. (이산화탄소보다 강력한 온실 효과를 보이는) 메탄이 대기 중에 섞여서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한다. 이렇게 지구가 데워지면 대기와 바다의 온도가 올라가고 퇴적층의 메탄이 더 많이 나온다.”

 

이런 악순환도 있다.

 

“지구가 더워지면 극지방의 얼음이 녹는다.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주는 것은 그린란드 같은 육지의 얼음이다. 북극해의 얼음은 녹아도 해수면 상승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이렇게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 태양광을 반사하는 얼음이 사라지면서 어두운 바다가 많은 열을 흡수한다. 그렇게 데워진 바다는 극지방을 더욱더 따뜻하게 한다.”

 

지금 많은 과학자가 걱정하는 일이 바로 지구 온난화가 초래하는 이런 양의 피드백 현상이다. 당대의 과학계 다수가 합의한 이른바 ‘정설’로만 인정되는 내용을 정리하고 있는 『과학 원리』에서 이런 내용을 비중 있게 실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참고로, 극지방 (육지의) 얼음 층이 녹으면 해수면은 25미터가 높아진다. (런던, 뉴욕, 도쿄, 상하이가 가라앉는다.)


『과학 원리』 100~101쪽



세계 최고의 과학관

『과학 원리』는 지금 과학이 어디까지 왔는지, 또 다양한 과학 지식이 어떻게 상호 작용해서 오늘날의 과학 문명을 만들었는지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보여 주는 책이다. 마치 세계 최고의 과학관에 가서 ‘물질’ ‘에너지와 힘’ ‘생명’ ‘우주’ ‘지구’ 이렇게 다섯 개의 전시를 둘러보는 느낌이랄까. 지금 인류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정확하게 짚고 있는 것도 미덥다.


다시 글머리에서 던진 질문으로 돌아가자. 우리는 왜 좋은 과학 교과서를 만들 수 없을까? 『과학 원리』는 이 질문에 좋은 답이다. 만약 과학을 사랑하는 선생님의 가이드를 받으며 이런 책으로 과학을 공부한다면, 과학이 훨씬 더 흥미진진해지지 않을까? 고리타분한 과학 교과서에 질렸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들, 또 좀 더 나은 과학 교과서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먼저 권한다.




강양구

프리랜서 지식 큐레이터. 연세 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프레시안》에서 과학·환경 담당 기자로 일하면서 부안 사태, 경부 고속 철도 천성산 터널 갈등, 대한 적십자사 혈액 비리, 황우석 사태 등에 대한 기사를 썼다. 특히 황우석 사태 보도로 앰네스티언론상, 녹색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프레시안》 편집부국장, 코리아메디케어의 콘텐츠 본부장(부사장)으로 재직했다.

『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 1, 2』,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과학 수다』(공저), 『밥상 혁명』(공저), 『침묵과 열광』(공저), 『정치의 몰락』(공저),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공저),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공저) 등을 저술했다.



관련 도서


『과학 원리』 [도서정보]



『인체 원리』 [도서정보]


『돈의 원리』 [도서정보]


『음식 원리』 [도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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