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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새로운 집단 선택론이란 무엇인가? Ⅱ 본문

(연재) 협력의 공식 시즌3

4. 새로운 집단 선택론이란 무엇인가? Ⅱ

Editor! 2019.06.07 16:47

지난 시간에는 데이비드 슬론 윌슨의 새로운 집단 선택론을 본격적으로 맛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 개체들이 모여 “형질 집단”을 이루고, 그 안에서 개체들이 끼리끼리 어울린다면 이타적인 행동이 선택된다는 새로운 집단 선택론의 결론을 들을 수 있었지요. 그런데 새로운 집단 선택론이 혈연 선택 이론과 일맥상통한다니, 이건 또 무슨 말일까요? 그때 감질나게 미뤄진 “재미있는 이야기”가 바로 오늘 여러분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알파벳이 아닌 숫자(!)로 협력의 공식을 파헤치는 전중환 경희 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의 여정에 동참해 보세요.


 

악인이 선인을 이긴다. 선한 집단이 악한 집단을 이긴다

 

데이비드 슬론 윌슨의 새로운 집단 선택론은 꽤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는 개체 선택이 작동함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자연 선택이 개체뿐만 아니라 집단 수준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이다. 집단 내에서 이타주의자는 이기주의자들에게 이용만 당한 끝에 사라진다. 하지만 이타주의자가 많은 집단은 이기주의자가 많은 집단을 제치고 다음 세대에 널리 퍼져 나간다. 즉 자연 선택은 개체와 집단이라는 두 가지 층위에서 일어난다. 각 수준에서 종종 선택은 반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이타적 형질이 개체군 내에서 선택될지 혹은 제거될지 알고 싶다면, 개체 선택(집단 내 선택)과 집단 간 선택 가운데 무엇이 그 형질에 더 강하게 작용하는지 차분히 따져 보아야 한다. 무조건 집단 선택이라면 귀를 막는 태도는 어리석다고 데이비드 슬론 윌슨은 일침을 놓는다. 2007년에 그가 에드워드 윌슨과 함께 쓴 논문은 이렇게 끝난다. “집단 내에서는 이기성이 이타성을 이긴다. 이타적인 집단은 이기적인 집단을 이긴다. 그 밖에는 다 사족일 뿐이다.”[i]

 

에드워드 윌슨은 말한다. “집단 내에서는 이기성이 이타성을 이긴다. 이타적인 집단은 이기적인 집단을 이긴다. 그 밖에는 다 사족일 뿐이다.”

 

 

신집단 선택 모형: 집단 간 선택이 없는 특수한 경우

 

이쯤 되면 독자는 그동안 몰매 맞아 온 집단 선택론에 짠한 동정심이 들지도 모른다. 혼란을 깨끗이 지우기 위해, 신집단 선택론을 간단한 수식 모형으로 탐구해 보자. 가능한 한 알파벳(?)보다는 숫자로 예시할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한 개체군에 이기주의자와 이타주의자라는 두 유형의 개체들이 있다고 하자. 편의상 개체들은 무성 생식을 한다고 가정한다. 사회적 행동에 따르는 이득과 손실은 모두 적합도(fitness), 즉 어른으로 무사히 자라나는 총 자식 수로 측정된다. 모든 개체는 사회적 상호 작용이 없다면 기본적으로 1이라는 적합도를 얻는다. 이타주의자는 0.1이라는 비용을 감수하면서 상대방에게 0.5만큼 이득을 준다. 이기주의자는 가만히 있으면서 그저 도움을 받기만 한다. 사회적 행동은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이를테면, 이기주의자 1명과 이타주의자 1명이 만났다. 상대로부터 도움을 챙긴 이기주의자는 1+0.5, 즉 1.5라는 적합도를 얻는다. 이타주의자는 상대를 돕느라 손해를 보므로 1-0.1, 즉 0.9라는 적합도를 얻는다. 한편 이타주의자 2명이 만났다고 하자. 각각 상대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므로 1-0.1+0.5, 즉 1.4라는 적합도를 받는다. 물론 이기주의자 2명이 만나면 각각 적합도는 1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 차례이다. 이 개체군이 형질 집단 네 개로 나뉘어 있다고 가정하자. 개체군의 총수는 12명이다. 이중 이타주의자는 4명, 이기주의자는 8명이다. 이타주의자가 전체 개체군에서 차지하는 빈도는 12분의 4, 즉 33.3퍼센트이다. 주목하시라. 우리의 관심사는 형질 집단으로 분할된 한 개체군에서 이타주의자의 빈도가 다음 세대에 더 늘어날지 혹은 줄어들지 따지는 것이다.

 

먼저 각 형질 집단의 유전적 조성이 같아서 집단 간 선택이 작용하지 않는 특수한 경우를 살펴보자. 각 집단이 이타주의자 1명과 이기주의자 2명으로 똑같이 구성되었다고 가정한다. (그림 1-A 참조) 이때 한 형질 집단에서 이타주의자가 차지하는 빈도(33.3퍼센트)는 전체 개체군에서 이타주의자가 차지하는 빈도(33.3퍼센트)와 같다. 집단 내에서 이타주의자는 다른 2명에게 도움을 주어서 1-(0.1×2), 즉 0.8이라는 적합도를 얻는다. 두 이기주의자는 이타주의자 1명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1+0.5, 즉 1.5라는 적합도를 각자 얻는다. 따라서 한 형질 집단에서 전체 개체군에 이바지하는 자식 수는 이기주의자 3명과 이타주의자 0.8명, 모두 3.8명이다. 이타주의자가 있는 덕분에 각 형질 집단의 적합도는 3에서 3.8로 증가했지만, 이기주의자(1→1.5)는 이타주의자(1→0.8)보다 더 이득을 보았다.

 

형질 집단들이 전체 개체군에 이바지한 자식 수를 모두 합치면 개체군의 총 자식 수는 3.8×4, 즉 15.2명이 나온다. 이중 이타주의자의 빈도는 15.2분의 3.2, 즉 21.1퍼센트이다. 이타주의자들 덕분에 전체 개체군의 크기는 증가했지만(9명→15.2명), 이타주의자가 전체 개체군에서 차지하는 빈도는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33.3퍼센트→21.1퍼센트). 따라서 여러 세대가 지나면 이타적 행동을 만드는 유전자는 결국 소멸할 것이다. 요컨대 각 형질 집단에서 이타적 형질이 차지하는 빈도가 같다면, 아무리 형질 집단들로 나뉜 개체군이라도 이타적 형질은 항상 제거됨을 알 수 있다.

 

 

신집단 선택 모형: 여러 수준에서 선택이 작용하는 일반적 경우

 

다음으로, 각 형질 집단에서 이타주의자가 차지하는 빈도가 달라서 집단 간 선택과 집단 내 선택이 함께 작용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그림 1-B 참조) 개체군에는 여전히 이타주의자 4명과 이기주의자 8명이 있다. 하지만 한 집단에는 이타주의자만 3명이 있다. 다른 한 집단에는 이타주의자 1명과 이기주의자 2명이 있다. 나머지 두 집단에는 이기주의자만 3명 있다. 이 경우에 이타주의자가 한 형질 집단 내에서 이타주의자를 만날 확률은 전체 개체군에서 우연히 이타주의자를 만날 확률(33.3퍼센트)보다 더 높게 된다.

 

 

신집단 선택론의 간단한 모형. 파란색 원은 이타주의자, 빨간색 원은 이기주의자를 나타낸다. 각 형질 집단에서 전체 짝짓기 풀로 연결된 화살표의 두께는 각 형질 집단이 만드는 개체 수에 비례한다. 그림 A ∣ 각 형질 집단의 유전적 조성이 동일해 집단 간 선택이 일어나지 않는 특수한 경우. 그림 B ∣ 집단 내 선택뿐만 아니라 집단 간 선택도 일어나는 일반적인 경우.

이타주의자만 있는 형질 집단에서, 각각의 이타주의자는 1-(0.1×2)+(0.5×2), 즉 1.8이라는 적합도를 얻는다. 이 형질 집단은 전체 개체군에 이타주의자만 1.8×3, 즉 5.4명을 이바지한다. 이타주의자 1명과 이기주의자 2명이 있는 형질 집단에서, 이타주의자는 1-(0.1×2), 즉 0.8이라는 적합도를 얻는다. 이기주의자 2명은 각각 1+0.5, 즉 1.5라는 적합도를 얻는다. 이 형질 집단은 전체 개체군에 이타주의자 0.8명과 이기주의자 3명, 도합 3.8명을 이바지한다. 이기주의자만 있는 형질 집단에서, 이기주의자는 각각 적합도 1이다. 이 형질 집단은 전체 개체군에 이기주의자들만 3명 이바지한다.

 

형질 집단들이 전체 개체군에 이바지한 자식 수를 모두 합치면 개체군의 총 자식 수는 5.4+3.8+3+3, 즉 15.2명이 나온다. 이중 이타주의자의 빈도는 (5.4+0.8)÷15.2, 즉 40.8퍼센트이다. 이타주의자들끼리 한 형질 집단에서 어울려서 그 집단의 생산성을 크게 높인 덕분에, 이타주의자가 전체 개체군에서 차지하는 빈도가 결과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33.3퍼센트→40.8퍼센트).

 

주목하시라. 이타주의자와 이기주의자가 혼재된 형질 집단에서, 이타주의자는 이기주의자보다 분명히 더 적은 자식(0.8명<1.5명)을 생산했다. 하지만 이타주의자들로만 구성된 형질 집단은 이기주의자가 포함된 다른 집단들보다 더 많은 자식(5.4명)을 생산했다. 집단 간 선택이 집단 내 선택을 능가해서 이타적 형질이 선택된 것이다. (단 이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이타적 형질의 비용 대비 이득이 다르거나 형질 집단들의 유전적 구성이 다르다면, 형질 집단들로 구조화된 개체군에서 얼마든지 이기성이 선택될 수 있다.)

 

선택은 여러 수준에서 작용할 수 있고, 이타적 형질에 대한 집단 간 선택이 집단 내 선택보다 더 강하다면 이타성이 진화할 수 있다. 바로 다수준 선택론(multilevel selection theory) 혹은 신집단 선택론이다.[ii] 다수준 선택론은 기존의 혈연 선택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타성 혹은 협력을 설명해 주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들썩하게 홍보되었다.[iii] 나중에 다루지만, 이는 과대 광고이다. 다수준 선택과 혈연 선택은 이타성의 진화를 서로 다르게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일 뿐이다.

 

슈뢰더의 계단. 이 2차원 이미지는 1858년 하인리히 슈뢰더가 처음 소개해  ‘슈뢰더의 계단’ 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같은 그림이지만 관점에 따라서 관찰자에 가까운 면이 우측 상단으로 보이기도, 좌측 하단으로 보이기도 한다.

 

 

구집단 선택론과 신집단 선택론의 차이

 

이제 구집단 선택론과 신집단 선택론이 어떻게 다른지 눈에 선명하게 들어올 것이다. 첫째, 구집단 선택론은 여러 개체군 간의 선택에 초점을 맞추지만, 신집단 선택론은 하나의 개체군 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형질 집단” 간의 선택에 초점을 맞춘다. 구집단 선택론에서는 각 개체군의 내부에서만 짝짓기가 진행된다. 즉 각 개체군이 각자 다른 유전자 풀을 이룬다. 개체군 간의 이주는 없거나 극히 드물다고 가정된다. 반면에 신집단 선택론에서 개체들은 일생 중 어느 한 시기에만 형질 집단을 이룰 뿐이다. 이들은 어디까지나 한 유전자 풀을 공유하는 단일 개체군에 속한다.[iv]

 

둘째, 구집단 선택론은 집단이 오래 지속되어 자식 집단을 많이 낳을 수 있게끔 정교하게 설계된 ‘집단 적응(group adaptation)’을 탐구하지만, 신집단 선택론은 형질 집단들로 구조화된 개체군 내에서 개체 수준의 적응―대개 이타적 행동―을 탐구한다. 이전의 예를 다시 들어 보자. 어떤 사슴 집단이 포식자를 피하게끔 총지휘관 사슴, 경계병 사슴, 정찰병 사슴, 의무병 사슴 등으로 기능적인 역할 분담이 잘 이루어져 있다고 하자. 이런 사슴 무리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는 오직 구집단 선택론만이 설명할 수 있는 집단 적응의 예이다. 신집단 선택론은 남을 도와주는 행동처럼 개체 수준의 적응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이다.[v]

 

이처럼 신집단 선택론은 구집단 선택론과 매우 다르다. 안타깝게도, 데이비드 슬론 윌슨처럼 신집단 선택론 진영의 학자들은 신집단 선택이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 지지됨을 역설한 다음에 마치 구집단 선택론을 포함한 집단 선택 전체가 무덤에서 되살아난 것마냥 요란하게 환호했다. 이는 불필요한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만하다. 구집단 선택론에 빨간 펜으로 큰 X자를 긋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

 

 

 

[i] Wilson, D. S., & Wilson, E. O. (2007). Rethinking the theoretical foundation of sociobiology. The Quarterly review of biology82(4), 327-348.

[ii] Wilson, D. S. (1975). A theory of group selectio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72, 143-146.

Wilson, D. S. (1977). Structured demes and the evolution of group advantageous traits. American Naturalist, 111, 157–185.

[iii] Sober, E., & Wilson, D. S. (1999). Unto Others: The Evolution and Psychology of Unselfish Behavior (No. 218). Harvard University Press.

Wilson, D. S. (2007). Evolution for Everyone: How Darwin’s Theory Can Change the Way We Think about Our Lives. New York, NY: Delacorte Press (김영희, 정지영, 이미정 옮김, 『진화론의 유혹』, 북스토리, 2009).

[iv] Bourke, A. F., Franks, N. R., & Franks, N. R. (1995). Social Evolution in Ants. Princeton University Press.

[v] Okasha, S. (2006). Evolution and the Levels of Selection.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West, S. A., Griffin, A. S., & Gardner, A. (2007). Social semantics: altruism, cooperation, mutualism, strong reciprocity and group selection. Journal of Evolutionary Biology, 20(2), 415-432.


 

◆ 관련 도서 ◆

 

『지구의 정복자』 [도서정보]

 

『네이버후드 프로젝트』 [도서정보]

 

『본성이 답이다』 [도서정보]

 

『오래된 연장통』 [도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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