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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와 인간, 그리고 나 (2) 본문

완결된 연재/(完) <칼 세이건 살롱> 스케치

『코스모스』와 인간, 그리고 나 (2)

Editor! 2019. 7. 10. 14:06

1969년 7월 20일은 미국의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인류 최초로 달에 첫발을 내디딘 날이지요. 달 착륙은 냉전 시기 미국과 (구)소련 간 경쟁의 산물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향할 인류의 미래를 우리에게 약속한 사건이었습니다. 
2019년 7월, ㈜사이언스북스에서는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해 「『코스모스』와 인간, 그리고 나」 연재를 진행합니다. 네 차례로 나뉘어 소개될 이번 연재는 성균관 대학교 물리학과의 김범준 교수께서 2019년 1학기에 하신 ‘코스모스와 인간’ 강의에서 학생들이 쓴 소감을 모아서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이 소감 하나하나에는 인문학과 사회 과학, 예술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 각자의 맥락에서, 각자의 관점으로 읽은 『코스모스』가 담겨 있습니다. 
여러분이 『코스모스』를 통해 우주로 첫발을 내디딘 때는 언제인가요? 이번 연재가 독자 여러분께 『코스모스』가 존재하는 방식을 다시 한번 궁리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번 학기 성균관 대학교 인문, 사회, 예술 대학 학생들과 칼 세이건(Carl Sagan)의 『코스모스(Cosmos)』를 함께 읽고 토론하는 ‘코스모스와 인간’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읽고, 쓰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책의 내용과 다른 학생들의 생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이로부터 자신만의 생각을 갖도록 하고자 했습니다.

 

인문/사회/경영/예술 등 다양한 학생들과 함께 『코스모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책에서 같은 내용을 읽었어도, 학생들이 제출한 글이 정말 다양하고 흥미로워서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제출한 글을 읽는 것도 좋았습니다. 특히, 조로 나눠 학생들이 토론한 내용이 정말 좋았습니다. 같은 내용이어도, 여러 전공의 학생들이 함께 이야기하면서 토론한 주제가 다양해서 흥미로웠습니다. 우주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에서, 많은 학생들이 인간과 자신의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을 보면서 뿌듯했습니다. 제가 전하고 싶었던 『코스모스』의 주요 메시지들이 학생들이 적은 소감문에 들어 있어서 기뻤습니다.

 

학생들의 동의를 얻어 몇 글을 올립니다. 원 저자는 ‘코스모스와 인간’ 수강생입니다. 제게도 무척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자랑스럽습니다.

 


─ 김범준(성균관 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인간을 알기 위한 책


『코스모스』의 매 장을 읽으면서 나는 인간을 떠올린다. 코스모스』에서도 언급했듯이, 인간이 우주를 알아내려고 하는 것은 인간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일련의 활동이다. 타인과의 비교로써 자신에 대한 이해가 확립되어 가듯이, 인간은 우주와 우주 어딘가에 살고 있을 다른 생명체를 찾아 연구함으로써 인간에 대해 알아 가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모든 학문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도 떠올랐다. 문학과 역사, 철학, 사회학 등 모든 학문은 결국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라는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일련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발 담그고 있는 한문학도 과거 선조들이 인간에 대해 품은 고민을 읽으며 그에 대한 연구를 이어 나간다. 이런 학문들에 대한 내 인식은 코스모스』를 읽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코스모스』를 읽기 전에는 과학이야말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학문이며, 현대 사회에서 가장 요구되는 공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공부하는 인문학 공부가 어쩌면 과학에 비해 대단하지 못하다는 회의에 빠지곤 했다. 하지만 코스모스』는 인간의 모든 활동이 인간을 알기 위함이라는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인간에 대한 그 위대한 연구에 나도 거들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대한 설명이었다. 알렉산드리아 제국의 문화 융합과 지식에 대한 사랑이 현대까지 쭉 이어져 왔다면 어땠을까? 아마 우주의 그 어떤 행성보다 생명체가 살기 좋은 곳이 지구였을 것이고, 우주의 그 어떤 생명보다 더 지혜로운 생명체가 인간이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의 완벽하지 못한 속성이나 수많은 우연의 일치로 만들어 낸 역사적 결과로 우리는 우리의 실수와 함께 성장해 왔다. 그 실수 중 하나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잃은 일이다.

 

『코스모스』 44~45쪽.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있는 대형홀. 고증을 거쳐 복원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래 인류에게 우리의 지식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까? 사실 우리가 여태까지 알아낸 지식은 진리의 바닷가에서 발을 한 번 담근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처음 발을 내딛는 용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다 읽은 것이 올해 한 일 중 가장 뿌듯한 일이 될 것이라고 직감했다. 고등학교 때 문과를 선택한 후에 나에게는 과학을 접할 일이 아예 없었다. 나는 무신론자가 아니지만 종교는 없다. 그래서인지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생각하노라면 나도 모르게 ‘위대한 설계자’에게 내가 상상할 수 없는 부분을 넘기고 말았다. 아마 우주에 대해 잘 모르는 많은 사람이 나와 같은 오류를 무의식적으로 범하고 있을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외계인에 대한 잘못된 상식도 넘쳐나서, 나는 오히려 외계인은 존재하지 않고 모두 인간의 상상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간은 우주에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는 가장 좋은 예시이다. 

『코스모스』를 읽고 우주와 과학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면서, 우리나라 교육 과정에 우주에 대한 공부가 포함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주를 공부하는 것이 막연하게 별들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알기 위한 진리로 향하는 발걸음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았으면 하기 때문이다.


─ 기정원 (한문학과)

 



공허함에서 충만함으로


책이 좋은 것은 그 일부가 나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책이 그러한 영향을 주지는 않을 수 있지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읽는 동안뿐만 아니라 발표하고 학우들과 토론을 하는 동안에도 나에게 작고 큰 다양한 영향을 주었다. 예를 들어 나도 모르게 과학과 관련된 내용에 평소보다 한 번 더 눈길이 간다거나, 내가 공부하고 있는 학문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한다거나 하는 것이다. 코스모스』가 나에게 준 영향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공허함을 거쳐 충만한 마음’을 완성시켜 주었다는 것이다.

명확한 진로를 정하지 않고 대학에 입학하고, 당장 강의에서 들은 내용을 공부하는 것에 익숙해지느라 내가 전공하고 있는 인문학을 어떤 가치관으로 바라볼 것인지,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 나만의 생각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처음 몇 주간 외계인과 행성과 별들, 우주 속 아주 작은 지구에 대한 내용을 읽고서 하는 토론은 내가 이 수업 바로 다음에 듣는 철학 수업과 대조되었다. ‘너무나 작은 존재에 불과한 인간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사춘기 때 했을 법한 생각에 빠져 공허함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우리 존재의 이유와 기원을 알아가면서 비로소 어른이 되어 간다는 내용을 읽어 나가면서, ‘이 작은 존재가 스스로 작음을 아는 것 자체가 대단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무용을 시작해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계속했다. 그때까지 무용은 나의 코스모스였으며 나는 누구보다도 무용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무용을 그만두었는데, 공부를 하면서는 무용을 학문으로도 접하고, 대학에서는 순수 무용이 아닌 스트리트 댄스를 접하면서 내가 알던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크게 느꼈다.

코스모스』는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을 지금 내가 공부하는 인문학에서 느끼게 해 주었다.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을 넘어서는 위치에서 인간을 바라보아야 한다. 비록 코스모스』에서 바라본 인간은 아주 작은 존재이지만, 인간은 자신의 위치를 알고 과거를 반성하며 미래를 그려 나간다. 하위헌스나 갈릴레오, 아인슈타인은 인간을 객관적인 위치에서 바라보고자 했기 때문에 후세에 영향을 미칠 만한 소신과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나에게 코스모스』의 첫인상은 공허함이었다. 그렇지만 그 공허함은 점차 인문학의 가치를 깨닫고, 인문학에 대한 이해와 확신을 갖는 ‘충만함’의 상태로 나를 이끌어 주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고, 코스모스』 마지막 장에 나오듯 지구에서 충실함을 실현시킬 수 있는 인간 법과 질서를 만드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다양한 감정과 사고를 공유할 수 있는 토론의 장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했다. 더 많은 과학책을 접해 이런 기회를 확장해 나가고 싶다.


─ 김한별 (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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