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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침묵을 깨는 지구인의 속삭임: 『침묵하는 우주』 출간 기념 북토크 ② 본문

책 이야기/사이언스 스케치

섬뜩한 침묵을 깨는 지구인의 속삭임: 『침묵하는 우주』 출간 기념 북토크 ②

Editor! 2019. 7. 30. 11:16

지난 6월 7일(금), 삼청동 과학책방 갈다에서 『침묵하는 우주』의 출간을 기념해 책을 번역하신 문홍규 박사님과 이명현 박사님의 북토크가 진행되었습니다. 한국 천문 연구원에서 근무하며 현재 태양계 소천체 연구와 우주 감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계신 문홍규 박사님은 외계 행성의 여러 조건을 살피며 외계 생명체의 가능성을 살폈습니다. 이어 SETI 연구소 한국 책임자이기도 한 이명현 박사님은 SETI 프로젝트의 과거 패러다임과 최근의 흐름을 개괄하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두 번째 순서, 이명현 박사님의 이야기입니다. 현장 스케치 기사는 프리랜서 라이터 신연선 작가가 작성했습니다.


 

섬뜩한 침묵을 깨는 지구인의 속삭임:

『침묵하는 우주』 출간 기념 북토크 ②

 

 

SETI의 시작,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는 다양한 방법들

 

이명현 박사님은 폴 데이비스 소개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폴 데이비스는 외계 지적 생명체를 탐색하는 SETI 과학자 그룹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라면서 이론 물리학자인 폴 데이비스의 배경을 설명했는데요. 폴 데이비스의 사상가적인 면모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분도 사람이라 되게 편파적이에요. (웃음) 예를 들면 외계 지적 생명체가 언제 발견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주 부정적이거든요. 그런데 유전체 SETI라고 해서 DNA 정보를 이용한 SETI 논의가 있는데, 아무도 관심을 안 갖는 것을 아주 강하게 밀어붙여요. 누구나 그렇듯 몇 가지 고집이 있고요. 어쨌든 SETI 과학자 사이에서도 사상적인 측면을 강조해서 연구하는 것에 강점을 갖는 과학자입니다. SETI 과학자의 좌장 역할을 하는 분이죠.”

 

참고 한 가지. 폴 데이비스 박사는 고도로 발전한 외계 지성체라면 지구인이 20세기 초중반에 발견한 전파 신호를 통해서 메시지를 보낼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전파보다 더 오래, 멀리 전파될 수 있고, 적절한 환경만 갖춰지면 확실하게 증식해 메시지를 자동으로 증포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 같은 생명체의 DNA에 메시지를 넣어 우주에 흩뿌렸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합니다. 지구 생명체의 DNA에 그러한 외계 지성체의 메시지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것을 연구해 봐야 한다고 주장하죠. 이것이 바로 유전체 SETI입니다.

 

세티는 이 논문에서 시작되었다. 주세페 코코니와 필립 모리슨의 1959년 논문. 이명현 강연 자료에서.

이 자료는 1959년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입니다. 이명현 박사님은 “이후 외계 지적 생명체를 탐색하는 방법론이 1959년에서 1961년 사이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줄줄이 나왔다.”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것이 이후 60년 동안 실행된 SETI 과학의 이론적 바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논문은 코넬대 물리학과에 있던 주세페 코코니(Giuseppe Cocconi)와 필립 모리슨(Philp Morrison)이라는 천체 물리학자의 논문입니다. 1959년이라는 시기를 봐야 하는데요. 1945년에 끝난 제2차 세계 대전은 비행기의 싸움이었죠. 비행기를 감시하기 위한 레이더가 있었고요. 레이더가 사실 전파 안테나예요. 전쟁이 끝나자 굉장히 많은 과학자들이 전파 안테나에 익숙해진 상태로 학교에 돌아가서 전파 천문학과 전파 공학을 태동시켜요. 그게 1950년대의 풍경입니다. 전파 안테나가 남아 돌았어요. (웃음) 이것으로 과학자들이 궁리를 한 겁니다.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고 싶은데 너무 멀어요. 달까지는 3일이면 가는데요. 화성까지는 6∼7개월이 족히 걸립니다. 명왕성까지는 9년 넘게 걸리죠. 2006년 뉴 호라이즌스 호가 발사되어서 2015년에 도달했죠. 보이저 1호가 1977년에 발사되었는데 지금 명왕성 거리의 서너 배 정도를 날아가고 있고 아직도 태양계를 벗어나려면 3만 년 남았어요. 이런 식으로 우리가 직접 외계 생명체를 찾아서 가려면 오래 걸리니까 지구에서 어떻게 하면 그 존재를 알 수 있을까 궁리를 했고요. 이 논문이 그 궁리의 한 결과라고 보시면 됩니다.”

 

만약 150년 전에 외계의 천문학자가 지구를 관측했다면 어땠을까요. 지구는 태양의 빛을 반사해서 존재를 드러냅니다.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뿐 아니라 적외선, 자외선, 전파 등도 반사를 하고 있죠. 이때 외계 천문학자들이 전파 망원경을 가지고 지구를 관측한다고 상상해보겠습니다. 150년 전 지구는 아직 라디오나 텔레비전 등 전파를 사용하는 기기가 발명되기 전이니 태양 빛을 반사해서 나오는 자연 전파 신호만 관측될 겁니다. 이 결과를 가지고 “지구에는 생명이 없다.”라거나 “생명은 있지만 무언가를 만들 줄은 모른다.”라고 예측들을 하겠죠. 그러나 지금 그들이 지구를 관측하면 어떻겠습니까. 텔레비전, 휴대 전화 등에서 다양한 전파가 마구 쏟아져 나오는 것을 발견할 겁니다. 그것을 보고 “전파, 빛을 알겠군. 수학, 물리도 잘하겠어.”라고 유추하겠죠. 이것을 역으로 이용해 보자고 하는 것이 이 논문의 대략적인 내용입니다.

 

“어떤 행성을 관측했는데 그 별에서 반사되는 자연적인 전파 신호 외에 남는 전파 신호가 있다면 인공적인 전파 신호라고 의심할 만한 거죠. 그것으로 외계 지적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얘기하자는 거예요. 그게 이 논문의 주제입니다. 이후로 SETI 과학자들이 죽도록(웃음) 망원경 시간을 확보해서 계속 관측을 했어요.”

 

세티 프로젝트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인 프랭크 드레이크. ⓒ 이명현.

아직 지금처럼 많은 외계 행성이 발견되기 전이던 1960년, 프랭크 드레이크(Frank Drake)는 고래자리의 타우별과 에리다누스자리의 엡실론별을 선택해 관측을 합니다. 이 별들은 태양과 비슷하기 때문에 근처에 지구와 비슷한 별이 있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입니다. 드레이크는 이 두 별에서 인공적인 신호가 오는지 관측했는데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인공적인 전파 흔적을 보기 위해 하루 네 시간씩 관측을 했어요. 미국의 그린뱅크 전파 천문대에서 관측을 했는데 하자마자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인공적인 전파가 마구 쏟아졌습니다. 드레이크 박사님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인데요. 너무 기뻤대요. 그리고는 곧 좌절했답니다. 알고 보니까 근처에 있는 공군 기지에서 나오는 레이더 신호였으니까요. 그래서 알게 된 거죠. 지구에서 나오는 인공적인 전파는 빼야 한다, 이렇게요.”

 

사이클롭스 계획. 이명현 강연 자료에서.

SETI 과학자가 전파 망원경을 사용해서 인공적인 전파 신호를 찾는다는 패러다임은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크고, 더 멀리 있는 신호까지 잡아낼 수 있는 전파 망원경이었습니다. ‘사이클롭스 계획(Project Cyclops)’은 이런 맥락에서 세워졌지만 돈을 모으는 데는 실패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냅니다. 다음 이미지는 노벨 물리학상을 받기도 한 찰스 타운스(Charles Townes)가 《네이처》에 게재합니다.

 

“타운스는 전파만이 아니라 눈으로 보이는 광학 영역으로도 관측하자는 내용의 논문을 씁니다. 어떤 것이 광학 영역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명 신호인지를 다루었는데요. 1945년 핵폭탄이 터진 경험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지구에 핵전쟁이 일어납니다. 동시에 핵폭발이 되니까 아주 강력한 섬광이 나타나겠죠. 이것을 역으로 생각해서, 어떤 행성에 자연에서 만들어내기 힘든 강력한 섬광이 보이는지 찾아보자는 거예요. 그렇다면 ‘얘네가 핵무기를 만들 정도로 문명이 발전했다.’(웃음)가 되는 거죠. 이런 식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논문으로 다뤄지던 시기가 이 시기입니다.”

 

1960년 《네이처》에 발표된 로널드 브레이스웰(Ronald N. Bracewell)의 논문에서는 우주의 긴 역사를 생각하면 이미 수많은 우주선이 우주에 떠다니고 있을 것이며 그러다가 지구에 떨어지는 것도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등장합니다. 그러니 지구 어딘가에 묻혀 있을 우주선을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 건도 발견된 것은 없죠. 같은 해 《사이언스》에 발표된 다이슨 구(Dyson Sphere) 논문은 지구 궤도에 구조물을 씌우고, 그 구조물이 흡수한 태양열을 활용하자고 제안합니다. 또한 이러한 구조물을 수색하는 것이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는 방법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SF에 많이 등장하는 ‘링 월드’개념이 여기서 시작되었죠.

 

“폴 데이비스는 지금 말씀드린 이런 방법 외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해 보자고 주장합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의 90퍼센트 이상은 전파 망원경을 사용하는 거예요. 그러나 폴 데이비스는 그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하죠.”

 

SETI 과학자들의 노력은 무의미하지 않았습니다. 외계 지적 생명체의 가능성을 상상하도록 하는 발견이 조금씩 있었는데요. 가령 타운스가 제시한 섬광 관측은 가능성이 높은 후보 별이 꽤 있다고 이명현 박사님은 이야기했습니다. “다만 문제는 그것이 유일하게 외계 지적 생명체가 한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것”이라는 점을 밝혔습니다.

 

 

 

SETI의 현재

 

확대한 WOW 신호. 이명현 강연 자료에서.

문홍규 박사님의 강연에도 등장했던 이미지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이명현 박사님은 “가장 유명한 사례”라고 설명하며 이 자료의 의미를 전해 주었습니다.

 

“숫자들이 전파의 세기입니다. 빈칸은 잡음이고요. 1이나 2에 비해 6이나 7은 아주 강한 세기예요. 9까지 가면 A, B, C 순으로 표현이 됩니다. 그런데 72초 동안 연달아서 굉장히 강력한 신호가 나왔잖아요. 그래서 ‘Wow’라고 쓴 거예요. 하지만 문홍규 박사님의 말씀대로 반복 관측이 안 돼서 해프닝으로 끝났어요.”

 

WOW 신호 분석. 이명현 강연 자료에서.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 SETI 과학자들은 신호가 온 곳을 향해 답장 신호를 보내기도 합니다. “The WOW! Reply”인데요. 하지만 SETI 관측을 위한 전파 망원경 사용은 SETI 과학자들의 바람만큼 속도를 내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 “블랙홀이나 은하는 대상이 있지만 존재 여부도 모르는 것을 찾겠다고 하면 사람들을 설득하기가 힘들다. 또한 반복 관측을 체계적으로 하기도 힘들다. 때문에 많지 않은 전파 망원경으로 겨우 관측을 해나가고 있다.”라며 SETI의 현재를 설명했습니다.

 

“지난 60년 동안 전파 망원경 또는 광학 망원경 등을 가지고 쭉 찾아왔는데요. 후보는 있지만 확실하게 있다는 증거를 발견하진 못했어요. 왜 그럴까요. 찾아야 할 곳은 굉장히 많은데 우리는 아주 작은 영역을 그것도 짧은 시간에 관측할 수밖에 없죠. 우주의 나이를 생각하면 60년은 아직 시작도 안 한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제대로 찾아보기 전에는 없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한편 SETI가 당면한 “아주 철학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전파 신호를 포착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100년이 조금 넘은 문명”이라는 이명현 박사님은 문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 보았습니다.

 

“한 번 생긴 문명이 1만 년, 100만 년 지속될 수 있다면 전파 신호 포착을 쉽게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문명의 속성은 그렇지 않아요. 이제 100년 된 우리 문명이 지구 온난화나 소행성 충돌 등으로 멸종이 되면 어떨까요. 모든 발달한 문명을 건설한 종족의 운명이라는 것이 짧은 시간에 반짝 하고 죽어 버리는 것이라면 신호를 내고 말고 할 것도 없이 포착할 수 없다는 근원적인 문제가 있죠.”

 

SETI가 아니라 SETT로. 외계 지성체는 꼭 생물학적 존재가 아닐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명현 강연 자료에서.

뿐만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존재를 찾아야 할 것인가, 에 대한 고민도 다시 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SETI라는 이름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SETT는 무엇일까요.

 

“SETI는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즉 ‘지적 생명체’를 찾는 건데요. 지적 생명체는 시인이나 철학자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는 지적 생명체가 만들어낸 문명의 이기에서 나오는 인공적인 전파 신호를 찾자는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SETI의 ‘Intelligence’는 수학입니다. 아주 좁고 명확한 의미이죠. 그런데 인공 지능이라든가 로봇이 등장하고 있어요. 우리 몸으로 1만 년, 100만 년을 버틴다는 생각을 하기가 힘들어졌잖아요. 오히려 기계 인간이 되는 게 더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거죠. 그렇다면 우리가 마땅히 찾아야 할 것은 ‘Intelligence’한 것이 아니라 ‘Technology’가 아닐까 하는 거예요. 그래서 SETI를 SETT로 바꾸자는 이야기를 미국에서는 하고 있습니다.”

 

 

 

SETI의 미래는?

 

외계 지성체와의 첫 조우가 언제 이뤄질지에 대한 주요 SETI 과학자들의 예측. 이명현의 강연 자료에서.

SETI 과학자의 한 명인 세스 쇼스탁(Seth Shostak)은 2036년에 외계 지적 생명체를 발견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가용 전파 망원경의 수와 지금까지 발견해낸 외계 행성 중 지구와 유사한 행성의 수를 바탕으로 지적 생명체의 가능성을 추론해 확률로써 시기를 말한 겁니다. 각 과학자가 예측하는 시기에는 차이가 있지만 반복 관측을 통해 외계 지적 생명체를 발견하게 될 거라는 믿음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이명현 박사님은 “폴 데이비스는 이런 예측이 의미가 없다는 입장에서 쇼스탁에 비판적”이라고 전했습니다.

 

한편 최근 이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는 계기가 생겼습니다. 러시아의 유리 밀러라는 기부자의 등장 덕분인데요. 2016년, 유리 밀러는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 프로젝트’에 1억 달러를 기부합니다.

 

“스티븐 호킹, 마틴 리스, 프랭크 드레이크, 앤 드루얀 등과 함께 나와서 발표를 했는데요. 새로운 방법이 아니고요. 1억 달러로 놀고 있는 전파 망원경 사용 시간을 구매하고 반복 관측을 많이 해서 지적 생명체를 발견할 시간을 당길 수 있는 거예요. 또 한 가지는 그것이 합당하게 우리가 나아갈 방향인가를 결정하는 겁니다. 이렇게 10년 동안 했는데 안 된다면 할 만큼 한 거라고 볼 수 있겠죠. 그때는 패러다임 전환을 해야 하는 거죠. 그러기 전에 양껏 해볼 수 있는 돈을 유리 밀러가 낸 거예요.”

 

유리 밀러는 이밖에도 새로운 방식의 프로젝트 시도에도 기부를 합니다. 2016년, 같은 해에 발표한‘브레이크스루 스타샷(Breakthrough Starshot)’ 프로젝트인데요. 이것은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알파 센타우리에 초소형 우주선을 보내는 프로젝트입니다.

태양의 이웃 별들. 브레이크스루 스타샷 프로젝트의 1차 목표들이다. 이명현의 강연 자료에서.

“오르트 구름이 태양계의 끝이라고 보는데요. 빛으로 1년을 가야 하는 거리입니다. 보시면 아까 말씀드렸듯 센타우루스자리 알파별에 별이 세 개가 있습니다. 빛으로 4년 정도 가야 하는데요. 유리 밀러는 여기를 20년 만에 가겠다고 하는 겁니다. 이 프로젝트에 또 1억 달러를 기부했어요. 기부를 하고 놀랍게도 행성이 발견되어 주었습니다. (웃음) ‘프록시마b(Proxima b)’라는 행성인데요. 지구와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도 하고 있지만 확인은 더 해야 할 겁니다.”

 

스타샷 프로젝트에 사용될 스타칩과 라이트셰일. 지상 레이저빔으로 빛의 돛단배를 가속하는 프로젝트다. 이명현의 강연 자료에서.

방법은 이렇습니다. 지구에 엄청나게 강력한 레이저 포인터를 설치합니다. 손바닥만 한 초소형 우주선 3,000개를 큰 돛에 매달아 여기에 레이저를 쏘는 방식으로 우주로 보냅니다. 레이저로 우주선을 밀어 주는 방식인데 태양계를 벗어나 가속을 하면 광속의 약 20퍼센트까지 가속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우주선에 작은 칩을 넣어 보낼 거예요. 이 칩은 송신, 수신, 카메라 장치가 있는 건데요. 물론 내구성이 무척 강해야겠죠. 폴 데이비스는 이 프로젝트에 부정적입니다. 레이저 장치를 만드는 문제도 있고, 정확히 우주선에 레이저를 맞춰서 보낼 수 있느냐 하는 문제도 있으니까요. 지구 대기의 교란도 있고요. 타당합니다. 하지만 달에서 쏘면 되잖아요? 그러면 대기 교란이 없겠죠. 물론 돈이 많이 들겠지만요. 실제로 이런 이야기가 프로젝트 내부에서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칩이 프로토타입으로 개발까지 되어 있고요.”

 

디데이는 2056년입니다. 20년 동안 개발한 후, 20년 동안 보냅니다. 사진을 찍어 보내려면 4년이 걸리겠죠. 이명현 박사님은 이를 통해 “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가능성을 상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959년 코코니와 모리슨의 논문 마지막 문장을 화면에 등장시켰습니다.

 

The probability of success is difficult to estimate; but if we never search, the chance of success is zero.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는다는 것은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존재 여부도 모르니까요. 찾을 확률을 예측하기도 너무 힘들죠. 그렇지만 찾아 나서지 않으면 성공 확률은 영원히 0퍼센트예요. 시작을 해야 확률이 생기잖아요. 이것은 비단 SETI 과학뿐 아니에요. 과학 정신이 이런 게 아닐까 싶고요. 이것이 선구자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연하는 이명현 박사. ⓒ (주)사이언스북스.

 

 

 

질의 응답

 

‘The Eerie Silence’가 원제인데 제목을 『침묵하는 우주』로 결정한 이유가 뭔가요?

문홍규: ‘Eerie’가 ‘섬뜩한’, ‘끔찍한’ 이런 뜻이죠. 그렇게 번역하면 문어적으로 보일 수도 있잖아요.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결정했는데요. 제목만큼 내용도 중요하니까요. 읽어보신다면 ‘그럴 만했다’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브레이크스루 스타샷’ 프로젝트를 설명해주셨는데요. 목표한 행성에 도착하더라도 속도 때문에 찰나만 촬영이 가능할 것 같아요. 그 순간만 촬영을 하려고 보내는 건가요?

이명현: 그래서 수천 개를 보내는 겁니다. 이런 거예요. 거북이가 알을 많이 낳잖아요. 수많은 새끼 거북이가 태어나지만 바다로 가는 동안 다 잡아 먹히죠. 그런 전술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또 날아가는 동안 거의 진공 상태긴 하지만 가다가 티끌 등에 부딪혀 타버릴 수도 있겠죠. 여러 가능성이 있으니까 현재는 물량으로 승부하려는 전략입니다.

 

외계 행성이 많이 발견되고 있는데요. 거기에 생명이 있다고 보세요?

이명현: 없으면 이상할 거라 생각해요. 우리은하 안에 지구와 유사한 행성이 대략 50억 개에서 500억 개 정도 있을 거라 추정되거든요. 100개, 200개가 아니잖아요. 그만큼 흔하다는 이야기죠. 그렇다면 확률을 계산하더라도 생명이 없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요. 없다면 정말 신날 것 같아요. 우리가 알고 있는 게 틀린 거잖아요. (웃음) 하지만 생명은 있을 거라 생각하죠.

 

문홍규: 같은 생각이에요. 얼마 전 뉴스를 보니까 4,000개의 외계 행성이 발견되었는데 시뮬레이션을 해 보니 그 행성들은 대부분 이산화탄소처럼 우리가 호흡하기 좋지 않은 대기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대기가 산소나 질소로 이루어져서 우리가 살 수 있는 곳은 아주 극소수일 겁니다. 그럼에도 고도의 문명을 가진 행성을 잉태한 별이 몇 개쯤 될 것이라는 것을 ‘드레이크 방정식’을 통해 계산할 수 있고요. 그것을 생각해 보면 생명이 없을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인류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못 찾아낸 것이죠.

 

외계 생명체가 우리가 상상하는 개념의 존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기체의 특성을 갖고 있지 않거나 전파를 사용하지 않거나 빛을 사용하지 않아도 우리의 개념과는 다른 문명을 발전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명현: 폴 데이비스도 그렇게 치고 나가는 타입이에요. 물리학자와 생물학자의 의견이 갈리는 것도 그 부분인데요. 물리학자는 무언가가 들어와서 뒤로 나가면 생명이라고 생각하죠. 게다가 외계 생명체를 자꾸 지구 생명체과 비슷한 것으로 상상하고, 그것만 찾으려고 하지만 다른 종류가 많이 있을 수 있는 것이고요.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시도하는 것은 지구 생명체와 닮은 것을 상상하는 것밖에 없어요. 그래서 세스 쇼스탁이 ‘조(Joe)’라는 상상의 외계인을 제시했고요. 이런 거죠.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아요. 그러면 표면 중력도 비슷할 거예요. 거기서 버틸 수 있는 키는 2미터 이상이 되지 않겠죠. 너무 크면 고꾸라지니까요. 눈이 너무 많으면 들어오는 정보가 많아 처리가 힘드니까 눈도 두세 개일 거고요. 손가락은 두 개든 다섯 개든 상관없고요. 서 있으려면 다리도 하나면 안 되겠죠. 그런 식으로 하다 보니 이런 모습의 상상이 가능한 거예요. 지구라는 환경 조건을 찾는다면 의외로 제한되는 게 많을 것이라 이런 상상을 하는 거고요. 전혀 다른 생명체에 대한 것은 상상은 하지만 인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또 있습니다.

 

외계인 조의 상상도. 이명현의 강연 자료에서.

과학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에게 지적 외계 생명체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명현: 의미가 있을까요? (웃음) 동상이몽인 것 같아요. SETI 과학자들은 그냥 외계인의 존재가 궁금한 거죠. 한편 SETI 과학에 굉장히 많은 기업에서 기부를 합니다. 인텔 같은 곳에서 이들이 처음 만든 시제품을 줘요. 테스트를 해 보는 건데 그걸 바탕으로 그 회사들은 상업적인 제품을 만들죠. 서로 좋잖아요. 또 ‘SETI@HOME’에는 거의 1000만 대의 컴퓨터가 물려 있습니다. 가장 큰 분산 컴퓨팅 시스템을 다루는 거죠. 어떤 과학자는 그 재미로 지낸다고 하고요. 다 동상이몽이에요. 누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 각각에게 다 다른 의미가 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재 교과서에 등장하는 내용도 많은데요. 그 외에 더 학생들에게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문홍규: 외계 행성 탐색 시스템을 우리가 갖고 있어요. 남아공, 칠레, 호주에 지름이 6.6미터인 망원경 세 대에 세계에서 몇 번째 안에 드는 카메라가 탑재되어 있는데요. 이것을 통해 한꺼번에 넓은 하늘을 촬영할 수 있는 거죠. 마이크로렌징, 그러니까 아인슈타인이 맨 처음 얘기했던 중력 렌즈 효과 중에서도 작게 일어나는 것, 그것을 이용하면 외계 행성이 딸린 별이 지나가고 있을 때 별빛이 오다가 앞에 있는 무거운 별 때문에 살짝 경로가 휘어지는 걸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제일 집중적으로 이 일을 하는 팀 중 하나고요. 꽤 많은 발견을 한국에서 하고 있거든요. 말씀을 들어보니 그것도 교과서에 좀 실려야겠네요. (웃음)

 

학생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과학적 태도가 있나요?

이명현: 제일 중요한 게 독립적인 사고를 하는 거라 생각해요. 부모님, 선생님 말 듣지 말고요. (웃음) 자기 의견을 표출하고, 자기가 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책임지는 독립적인 태도가 중요하죠. 자꾸 의심하는 태도 같은 것이 기본적으로 중요한 건데요. 그것 역시 훈련이 필요할 거라 생각해요. 우리 교육 환경은 그렇지 못하잖아요. 그럼에도 그런 태도는 아주 중요하다고 봐요.

 

문홍규: 사실 이명현 박사님과 저는 어렸을 때부터 같이 별 보던 친구였어요. 그러다가 같이 천문학을 공부하기도 했고요. 하라는 공부를 전혀 안 한 건 아니지만 딴짓 하던 학생들이었죠.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별을 보러 다녔어요. 어찌 보면 부모님이 잘 이해를 해줘서 지금까지 이 길을 걷는 것일 텐데요. 나중에라도 자녀가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하면 하게 내버려 두세요. (웃음)

 

이 책을 읽고, 독자들이 하늘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세요?

이명현: 폴 데이비스가 엄격하게 얘기하지만 한편으로는 상상을 밀어붙여요. 경계에 있는 걸 되게 잘하시는 분인데요. 그런 태도를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무언가를 강하게 밀어붙이지만 그 근거를 확고하게 잡고 가려는 노력, 같은 것 말이에요. 내용보다도 이런 걸 생각하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문홍규

어려서부터 천문학에 관심이 많아 과학책 읽기와 별 보기를 즐겼다. 연세 대학교에서 천문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1994년부터 한국 천문 연구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2006년부터 유엔 평화적 우주 이용 위원회 근지구 천체 분야 한국 대표로 일하고 있으며, ‘2009 세계 천문의 해’ 한국 위원회 사무국장 겸 대표로 활동했다. 현재 태양계 소천체 연구와 우주 감시 프로젝트에 동시에 참여하고 있다.

 

이명현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 천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9 세계 천문의 해’ 한국 조직 위원회 문화 분과 위원장으로 활동했고 한국형 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SETI KOREA)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했다. 현재 과학 책방 갈다 대표이자 과학 저술가로 활동 중이다. 『빅히스토리 1: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명현의 별헤는 밤』, 『과학하고 앉아 있네 2: 이명현의 외계인과 UFO』, 『과학 수다』(공저) 등을 저술했다.

 

 

◆ 함께 보면 좋은 책 ◆

 

『침묵하는 우주』 [도서정보]

인류 역사상 가장 매혹적인 질문을 다루는 최고의 책.

-미치오 카쿠

 

『코스모스』 [도서정보]

한국 과학자들이 추천하는 과학 도서 1위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