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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의 발견] 언어의 아이들: 아이와 영어로만 대화하면 과연 영어가 늘까요?

Editor! 2019. 12. 16. 14:05

『언어의 아이들: 아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언어를 배울까?』 전자책 출간 소식을 알리며, 『언어의 아이들』 「과학+책+수다」 네 번째 연재 내용을 소개합니다. 『언어의 아이들』의 저자 조지은 교수의 인터뷰 중 '아이와 영어로만 대화하면 과연 영어가 늘까요?'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을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연재를 읽어보시고, 『언어의 아이들』도 이제 전자책으로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과학+책+수다」 
아이와 영어로만 대화하면 과연 영어가 늘까요?
『언어의 아이들』 : 조지은 편

 

SB: 『언어의 아이들』에서도 쓰셨지만 그냥 영어 CD나 동영상을 틀어 주는 것보다 뭔가 아이와 상호작용 피드백이 있어야지 좋다 하셨는데 부모의 역할이 굉장히 큰 거지요? 만약에 그럴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조지은: 상황이 사람들마다 다 다르잖아요. 예를 들면 외국어에 노출되는 곳에 가서 가족끼리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또 영어를 그렇게 할 수 있는 부모가 있고, 그렇지 않은 부모가 있고요. 우선 노출이 되는 것 자체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요. 저도 아주 어릴 적에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영어 프로그램을 아버지가 들려주셨던 기억이 나요. 제가 기억하는 것은 하나예요. 재미있었다. 말은 이해 못했지만 참 좋았다, 이런 느낌.

그런데 언어는 상호작용을 통해서 배우거든요. 만약에 영어 프로그램을 계속 봐도 아이들이 언어를 습득하지 못하는 이유는 상호작용이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양육자가 영어를 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아주 유창하게 말하는 게 목적이 아니고 내용을 다시 생각해 보고 말을 할 수 있는 대화 파트너가 되어 주는 정도로요. 아이들이 봤거나 들었던 영어 프로그램과 연계해서 대화가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SB: 교사나 부모가 영어에 서툴러도 대화가 될까요?

조지은: 어른들이 아이에게 영어로만 말을 해야 될 필요도 없어요. 영어로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서 내가 아이와 영어로만 말을 하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 부분은 굉장히 큰 사회 문제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이중 언어를 많이 쓰는 외국에서 아이들은 금방 그 언어를 배워요. 그런데 모국어를 잃어버려요. 그러면 부모와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가 없어요. 아이들은 “엄마가 이해를 못해.” 이렇게 말하고 엄마는 정말 이해를 못하는 거예요. 엄마와 아이가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어휘력을 갖춘 한 가지 언어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영어를 공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분들은 보니까 영어가 자리 잡게 하기 위해서 모든 걸 영어로 한대요. 혹은 “내가 못하는데 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이렇게 자기 영어에 대해서 고민하고요.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인터뷰 중인 조지은 교수. ⓒ (주)사이언스북스.

제가 볼 때 가장 좋은 영어 교육 방법은 영어와 한국어를 적절하게 섞어서 가르쳐주는 방법이에요. 한 언어만 전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실패할 확률이 굉장히 높아요. 한국에서 한국 사람들이랑 살고 있는데 어떻게 영어로만 모든 걸 말 할 수 있어요? 단순하고 간단한 대화밖에 할 수 없고 깊이 있는 대화를 못하다 보면 아이들이 영어가 느는 게 아니라 표현력이 떨어져요. 대화가 너무 그냥 얕아요.

그래서 차라리 깊이 있는 대화는 한국말로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내용이나 유익한 내용이 영어로 된 프로그램이 있을 때는 그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편이 좋아요. 프로그램을 보고 듣는 것도 무척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소리에 먼저 뜨이니까. 그렇지만 그다음에 상상의 나래를 펼, 언어의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건 어휘력이거든요. 그건 책을 통해서 배워 나가요. 사실 제 딸이 저보다 영어 단어를 훨씬 많이 알아요. 제 딸이 알고 있는 단어들 대부분이 일곱 살 이후부터는 저나 남편이나 선생님이 가르쳐줘서 아는 단어가 아니고 책 속에 있는 단어들이거든요. 이 단어들은 자기 스스로 읽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문법만 있으면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기본적인 문법을 이해할 수 있는 정도만 되면 책을 읽을 수 있게 해 준 다음부터는 아이들 몫이에요. 어휘력이 자라나는 부분에서는 부모가 큰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되는 거지요. 게다가 제가 알고 있는 단어들, 제 딸이 알고 있는 단어들도 서로 다르고요. 제가 아이의 책을 읽지 않으면 다를 수밖에 없어요.

중요한 것은 저도 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서 서로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가 있다는 거예요. 심도 깊고 사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한국어 단어들을 공유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요. 영어만 가르치고 그 부분을 놓치면 문제가 될 거예요. 깊이 있는 어휘력이나 표현력은 책으로 드러나는 거지, 대화를 통해서 드러나지 않죠. 토플 단어를 막 사용해서 말한다고 아이 머릿속에 그 단어가 쏙 들어가지 않아요. 그런 단어들은 다 책으로 배우는 거거든요. 단어 수업을 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책을 마련해 주고 책 읽는 습관을 익혀 주는 게 필요해요.

SB: 네 알겠습니다. 지난 시간에도 말씀하셨지만 역시 언어를 배우는 데는 자신감과 재미가 중요하네요! 다시 케임브리지까지 멀리 가셔야 하는데 오늘은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편. 영국에 부는 한국어 공부 붐,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한국어 가르치기 [읽으러 가기]
2편. 언어학자의 아이는 어떻게 말을 배울까? [읽으러 가기]
3편. 외국어 울렁증 극복 비결 [읽으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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