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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의 발견] 명왕성 연대기: 비운의 행성 X를 그리며 본문

사이언스북스의 책/전자책의 발견

[전자책의 발견] 명왕성 연대기: 비운의 행성 X를 그리며

Editor! 2019. 12. 20. 10:42

2006년 이전에 초등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라는 태양계 행성 순서 암기 주문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러나 2006년 8월 24일 국제 천문 연맹 IAU의 명왕성 행성 자격 박탈 결정 이후 여기서 “명”이라는 글자가 빠지게 됐죠. 좀 아쉽지 않으신가요? 명왕성이 태양계 행성 자격을 잃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에는 어떤 천문학적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이 비운의 행성 X의 운명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습니다. 『명왕성 연대기』는 그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이번에 『명왕성 연대기』 전자책이 출간된 것을 기념하여 이 책의 옮긴이 김유제 한국 천문 올림피아드 사무국장의 옮긴이 후기를 옮겨 싣습니다. 『명왕성 연대기』가 어떤 책인지 조금 맛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운의 행성 X를 그리며

『명왕성 연대기』 출간에 부쳐

 

닐 디그래스 타이슨이 이 책에서 절묘한 필치로 그려 낸, 명왕성의 행성 지위를 둘러싸고 벌어진 상황은 때로 코믹하고 황당하면서 어떤 때는 씁쓸하고 가슴 뭉클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의 본문에서 카이퍼대 천체 연구자인 제인 루가 했던 말처럼 명왕성은 우리가 어떻게 분류하든 상관없이 그저 자기 갈 길을 갈 뿐이다.

『명왕성 연대기』 272∼273쪽에서.

2006년 명왕성이 행성 지위를 잃고 왜소 행성으로 전락한 뒤에 2019년 현재 국제 천문 연맹이 인정한 카이퍼대 왜소 행성은 명왕성을 포함하여 모두 네 개가 되었고 그보다 크기가 좀 작은 여섯 개가 후보로 대기 중이다. 최근 들어 명왕성에 대한 연구는 2006년 발사되어 2015년에 명왕성을 스쳐 지나간 뉴 호라이즌스 탐사선으로 인해 장족의 발전이 이루어졌다.

명왕성은 비록 달보다 크기는 작지만, 질소, 메테인, 일산화탄소로 이루어진 희박한 푸른색 대기로 둘러싸여 있다. 명왕성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지형은 명왕성의 발견자인 클라이드 톰보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흰색 하트(심장) 모양의 톰보 지역(Tombaugh Regio)이다. 이 심장의 왼쪽 ‘심엽’에 해당하는 스푸트니크 평원(Sputnik Planitia)은 가히 명왕성이 품고 있는 미스터리의 종합 세트라고 할 만하다.

명왕성의 전체 모습. 오른쪽 아래 하트 모양 지형이 톰보 지역이다. 사진 제공: NASA.

명왕성은 천왕성처럼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서 자전하는데, 스푸트니크 평원이 위치하는 적도 근방에서 평균 온도가 섭씨 –240도로 가장 낮기 때문에 대기 중의 질소가 집중적으로 이 평원에 얼음으로 응결되어 쌓인다. 한편, 명왕성과 카론은 이중 조석 제동(double tidal lock) 관계에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항상 같은 면만 보이게 되는데, 이 평원의 표면에 쌓인 얼음 무게로 인한 중력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카론과 마주 보는 면의 정반대 쪽에 스푸트니크 평원이 자리 잡게 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은, 이 평원에서는 충돌 구덩이가 전혀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표면 나이가 수십만 년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젊음이 유지되는 비결은 평원 아래에 존재할 것으로 추측되는 액체 물의 지하 바다로부터 마치 톰보의 심장이 박동이라도 하는 것처럼 물이 용솟음쳐 올라 지표면을 새로 단장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명왕성을 발견한 미국의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 『명왕성 연대기』 48∼49쪽에서.

그밖에도 명왕성의 표면은 밝기에서뿐 아니라 색깔에 있어서도 목성의 위성 이오처럼 검은색에서 주황색, 흰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인다. 이러한 다양성은 표면이 산악 지역처럼 물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또는 평원처럼 질소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는지와 같은 차이뿐만 아니라, 물이나 암모니아와 같은 주로 극저온의 액체를 뿜어내는 얼음 화산, 또는 빙하의 흐름이나 판구조 활동과 같은 지질학적 활동의 흔적과도 연관되어 있어 보인다.

적외선으로 본 명왕성의 대기 사진. 사진 제공: NASA.
스푸트니크 평원의 다채로운 지형지물. 사진 제공: NASA.

위성인 카론에서도 암모니아 수화물과 얼음물을 뿜어내는 간헐천 활동이 일어나는 듯하다. 특히 카론의 북극 지역에서 발견된 적갈색 극관은 생명체 발생의 구성분일 수 있는 고분자 유기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고되었다.

명왕성의 이러한 지질학적 또는 대기학적 특성은 해왕성의 위성인 트리톤과 상당히 비슷하다. 만약 트리톤이 오래전 해왕성에 포획되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가장 큰 왜소 행성은 명왕성이 아니라 트리톤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트리톤은 적도 지름이 2,706.8킬로미터로 적도 지름이 2,370킬로미터인 명왕성보다 살짝 크다.)

과학적 의미 외에도 명왕성에 대한 향수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는 미국에서는 명왕성 발견 100주년이 되는 2030년에 명왕성에 탐사선을 다시 보내자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시간에 따른 태양계 행성 개수의 변화를 보여 주는 그래프. 고대 그리스 시대로부터 1543년까지 행성의 개수는 일곱 개로 변동이 없었다. 코페르니쿠스의 태양 중심설이 정착하면서 그 수는 여섯 개로 줄어들었고, 한 무리의 소행성 발견과 함께 스물세 개까지 치솟았다가 소행성들이 별도의 무리로 분류되자 도로 여덟 개로 줄어들었다. 그 후 1930년 명왕성의 발견과 더불어 아홉 개로 다시 늘어났다가 2006년 8월 다시 여덟 개로 추락했다. 『명왕성 연대기』 54~55쪽에서.

2019년 올해 국제 천문 연맹은 창립 100주년을 맞아 ‘외계 천체 이름 지어 주기’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것처럼, 영국의 11세 소녀 베네치아 버니가 1930년 어느 날 명왕성에 이름을 지어 준 이래로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이 무생명의 이 천체에 감정 이입을 하면서 울고 웃었다. 어쩌면, 이 광대한 우주에서 지구라는 외딴 작은 섬에 사는 우리 인간에게 이 모든 것은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누군가가 우리의 이름을 불러 주기를 기다리며 파닥이는 작은 몸짓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김유제

서울 대학교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미시간 대학교에서 행성 대기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시간 대학교 박사 후 연구원, (사)한국과학문화재단 객원 선임 연구원, 숙명 여자 대학교, 세종 대학교, 서울 대학교 강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 천문 올림피아드 사무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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