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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수학은 누구에게나 아름답다?! 본문

(연재) 나는 생각한다, 고로 수학한다

4. 수학은 누구에게나 아름답다?!

Editor! 2020. 1. 22. 14:56

수학을 아름답다고 느끼신 분 계신가요? 학창 시절 수학은 고문 아니면 수면제였던 사람들에게 수학을 아름답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친 사람처럼 보일 겁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고호관의 수요 수학 에세이, 오늘은 “약간 미친” 것처럼 보이는 천재 수학자의 얘기로 시작합니다. 여러분은 수학을 아름답다고 생각하시나요?


고호관의 수요 수학 에세이 4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수학한다

수학은 누구에게나 아름답다?!

 

『우리 수학자 모두는 약간 미친 겁니다』(승산, 1999년)로 유명한 헝가리 천재 수학자 에르되시 팔의 말이다.

“왜 수가 아름답냐고? 그건 마치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이 왜 아름답냐고 묻는 것과 같다. 당신이 이유를 모르겠다면, 누구도 알려줄 수 없다. 나는 수가 아름답다는 걸 안다. 만약 수가 아름답지 않다면, 아름다운 건 아무것도 없다.”

“수학자는 커피를 정리로 바꾸는 기계다.“라는 말을 남긴 에르되시 팔.

먼저 공식 하나를 보자.

무엇이 느껴지시는지? 그냥 무슨 수학 공식이구나 할 뿐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고, 수학에 진저리가 나는 사람이라면 쳐다보기도 싫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수학은 잘 몰라도 생긴 것 자체로 눈길을 끌지도 모른다.

단순하지만 어딘가 심오해 보이는 이 식은 18세기의 스위스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의 저서에 실려 있는 오일러 항등식이다. 흔히 수학자들이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공식으로 꼽는 식이다. 수학을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자연 로그(e)의 밑과 원주율(π), 허수(i), 그리고 간단한 정수인 0과 1이 이렇게 단순하고 딱 떨어지는 식을 만들어 낸다는 건 신기하다.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공식으로 인류에게 선물한 레온하르트 오일러.

수학자나 과학자가 공식을 보고 “아름답다.”라고 표현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아무 공식이나 다 아름답다고 하는 건 아니다. 아름다움에도 엄연히 정도가 있다. 2014년 영국의 신경 과학자 세미르 제키 런던대 교수는 수학자 16명에게 수학 공식 60개를 제시한 뒤 아름다운 정도를 점수로 매기게 했다.(링크) 판단 근거는 순전한 주관적 느낌이었다.

각자 주관적으로 점수를 매겼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실험에 참여한 수학자 대부분은 위에 있는 오일러 항등식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부분이 인도 수학자 스리니바사 라마누잔의 무한 급수 공식이 못생겼다(ugly)고 생각했다. 라마누잔의 무한 급수 공식은 다음과 같다. 여러분도 동의하시는지?

연구팀은 2주 뒤에 수학자들에게 똑같은 공식을 보여 주고 점수를 매기게 하면서 이들의 뇌를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 장치(fMRI)로 촬영했다. 그 결과 더 아름다운 공식을 볼수록 뇌의 특정 부분이 더 활성화된다는 현상을 알아냈다. 이 부위는 감정과 연관된 곳으로, 아름다운 그림이나 음악을 접했을 때 일어나는 감정적인 반응과 관련이 있다. 수학 공식을 보고 느끼는 아름다움이 다 빈치의 모나리자나 모차르트의 음악에 대해 느끼는 아름다움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뇌 MRI 영상.

그러나 수학이 예술과 같을 수 있을까? 미술이나 음악을 공부하지 않아도 우리는 예술 작품에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연구팀은 예술과 달리 수학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공식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가정하고 수학자가 아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반복했다. 역시 같은 공식을 봤을 때 일반인은 수학자보다 약한 뇌 반응을 보였다. 공식을 이해하지 못해도 간결함이나 대칭성 같은 요소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참가자도 일부 있었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참가자도 있었다.

 

수학 공식의 아름다움은 수학자만을 위한 것일까?

그런데 최근에 일반인도 「모나리자」를 감상하듯이 수학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데 힘을 실어 주는 연구가 나왔다. 수학자인 새뮤얼 존슨 미국 예일대 교수와 심리학자인 스테판 스타이너버거 영국 바스 경영대 교수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보통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학과 예술에 대한 미적 감각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했다.(링크)

실험은 세 단계로 나뉘었는데, 첫 번째 실험에서는 수학과 풍경화를 비교했다. 참가자에게 수학적 논증 네 개와 풍경화 네 점을 제시한 뒤 미적으로 비슷한 짝을 찾아서 연결하게 했다. 두 번째는 음악이었다. 마찬가지로 수학적 논증 네 개와 클래식 음악 네 곡을 제시한 뒤 똑같이 짝을 만들게 했다.

실험에 사용한 수학적 논증 네 개는 다음과 같다. 제키 교수가 연구에 쓴 공식과는 달리 고등 교육을 마쳤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1. 다음 무한 등비 급수의 합이 1인 것을 증명하라. (주 1)

2. 1부터 100까지 자연수를 더하면 5050이 나온다. 이것을 쉽게 계산하는 가우스식 덧셈 트릭을 증명하라. (주 2)

3. “5명으로 이루어진 집단이 있다면, 이중에 2명은 이 집단 안에 있는 친구의 수가 같다.”라는 비둘기집 원리를 증명하라. (주 3)

 

4. 아래 식처럼 “연속된 홀수 제곱의 합은 언제나 제곱수가 된다.”라는 파울하버 공식을 기하학적으로 증명하라. (주 4)

이 수학적 논증들과 비교하라는 풍경화는 각각 요세미티와 로키 산맥, 서퍽 지역, 안데스 산맥을 그린 그림이다. 다음과 같다.

1. 요세미티:  알베르트 비어슈타트(Albert Bierstadt), 「요세미티 계곡을 내려다보며(Looking Down Yosemite Valley, California)」
2. 로키: 알베르트 비어슈타트, 「로키 산맥의 폭풍(A Storm in the Rocky Mountains, Mt. Rosalie)」

3. 서퍽: 존 컨스테이블(John Constable), 「건초 마차(The Hay Wain)」

4. 안데스: 프레더릭 애드윈 처치,「안데스의 심장(The Heart of the Andes)」

각각 네 가지씩이므로 모두 열여섯 가지 짝이 나온다. 만약 열여섯 가지 짝이 고르게 분포한다면, 참가자가 무작위로 짝을 지은 셈이니 수학적 논증과 미술품 사이에는 별 관련이 없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실험 결과는 우연히 나올 수 없는 경향성을 보였다. 비교적 많은 참가자가 요세미티의 풍경과 무한 등비 급수의 합 구하기가 비슷하고, 서퍽 지역 그림은 파울하버 공식, 가우스의 덧셈 트릭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로키 산맥의 폭풍을 보고 수학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가? 알베르트 비어슈타트의 1866년 작품인 「로키 산맥의 폭풍」.

두 번째로 슈베르트와 바흐, 베토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가지고 실험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참가자들은 베토벤의 음악이 비둘기집 원리와 파울하버 공식과 비슷하고, 바흐는 가우스의 덧셈 트릭, 슈베르트와 쇼스타코비치는 무한 등비 급수 합 구하기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수학적 논증이 어떤 예술 작품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데는 어느 정도 일관적인 경향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참가자를 대상으로 첫 번째 실험에 사용한 수학적 논증과 그림을 무작위 순서로 보여 주며 진지함, 심오함, 명확한, 단순함, 우아함, 정교함 같은 여러 가지 미적 기준에 대해 0에서 10점까지 점수를 매기게 했다. 그리고 연구팀이 이 점수를 가지고 첫 번째 실험의 결과를 예측하니 비슷하게 나왔다. 세 번째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이 어떤 논증과 어떤 그림을 우아하다고 여겼다면, 첫 번째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도 그 두 가지를 짝 지우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결과는 수학의 아름다움을 판단할 때도 예술 작품의 아름다움을 판단할 때와 비슷한 직관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학생들에게 수학적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하려면

수학의 아름다움은 수학을 배우는 데도 중요하다. 수학적인 아름다움을 느끼는 경험이 수학 학습을 위한 동기와 태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제키 교수의 연구처럼 문외한이 고도의 수학 개념을 나타낸 공식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기는 어렵다. 내용에 관한 이해 없이 간결하고 대칭적인 공식의 형태에서만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건 진정한 감상이라고 할 수 없다.

어린 학생들이 수학적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하려면 그에 맞는 문제가 필요하다. 한 사례로 독일 김나지움의 5~8학년(11~14세) 학생과 11~12학년(17~18세) 학생, 그리고 사범대 학생을 대상으로 수학의 아름다움에 관해 조사한 결과를 보자.(링크) 설문 조사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수학 문제의 사례와 아름다운 수학 문제의 특징을 조사했는데, 11~14세의 어린 학생들은 대부분 너무 어렵지 않은 퍼즐 문제를 아름다운 문제의 사례로 들었다. 또, 아름다운 문제가 되려면 풀이가 단순해야 한다고 답했다. 단순하되 너무 쉽거나 반복적이어서는 안 되고,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어려워서는 안 된다.

고학년 학생도 비슷하게 대답했지만,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문제를 아름답게 느낀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사범대 학생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문제가 아름답다고 답했지만, 수학자와 비슷하게 우아한 풀이 방법을 아름다움의 요소로 많이 꼽았다. 학생의 경우 개개인의 성취도에 따라 다르지만, 요약하면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렵지 않고 스스로 생각해서 공식 두 개 이상을 조합해 풀 수 있는 문제를 아름답다고 여긴다.

게임이나 스포츠를 해 봐도 알 수 있듯이 너무 약하거나 너무 강한 상대와 대결하는 건 시시하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봐도 비슷하거나 살짝 강한 상대를 만나 최선을 다할 때 비로소 아름다운 경기가 나오지 않는가.

 

 

참고 문헌

Zeki, S., Romaya., Benincasa D., Atiyah M. (2014) “The experience of mathematical beauty and its neural correlates,”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Feb. 13.

Johnson, S., Steinerberger S. (2019) “Intuitions about mathematical beauty,” Cognition, Aug.

Brinkmann, A., (2009) “Mathematical beauty and its characteristics–A Study on The Student’s Point of View,” The Mathematics Enthusiast Vol. 6, No. 3.

 

 

 

주 1. 무한 등비 급수의 합

는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을 나누는 방식으로 증명할 수 있다.

 

주 2. 1+2+3+…+98+99+100=5050 같은 계산은 다음과 같이 계산하면 쉽게 할 수 있다.

여기서 10100을 2로 나눠서 정답인 5050을 얻는다.

 

주 3. 비둘기집 원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집단 안의 모두와 친구인 누군가 존재한다면, 집단 안의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친구의 수는 1, 2, 3, 4 중 하나다. 그런데 총인원이 5명이므로 네 수 중 하나는 반드시 두 번 나온다. 만약 누구와도 친구가 아닌 사람이 있다면, 집단 안의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친구의 수는 0, 1, 2, 3이 된다. 마찬가지로 하나는 반드시 두 번 나온다.

 

주 4. 파울하버 공식은 아래와 같은 도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


고호관

대학에서 건축과 과학사를 공부했다. 《과학동아》 기자, 《수학동아》 편집장으로 일했고, 현재 과학 저술가이자 SF 작가 또는 번역자로 활동 중이다. 『우주로 가는 문 달』을 썼고,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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