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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푸른 점 사진 40주년을 기념, 『코스모스: 우리 세계와 다른 세계들』 소개 본문

책 이야기

창백한 푸른 점 사진 40주년을 기념, 『코스모스: 우리 세계와 다른 세계들』 소개

Editor! 2020. 2. 14. 15:01

40년 전 발렌타인 데이 날 미국 항공 우주국 NASA는 태양계 밖으로 향하는 보이저 우주선의 카메라를 돌려 64억 킬로미터 너머의 지구를 찍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찍은 지구의 초상화가 유명한 ‘창백한 푸른 점’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아폴로 8호가 찍은 달 위로 떠오르는 지구 사진과 함께 인류의 세계관을 뒤흔든 사진 중 하나로 첫손 꼽힙니다. 며칠 전 NASA는 이 사진을 40년 만에 현대 기술로 보정해 대중에게 공개했죠. 보정된 사진 속에서도 지구는 아슬아슬 아름답게 빛나고 있습니다.

여러 언론에서도 이 보정 사진 공개 소식을 전했죠.

 

더 생생해진 ‘창백한 푸른 점’…30년 만에 재보정

1990년 보이저1호가 60억km 우주에서 찍은 지구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심오한 우주 사진으로 꼽혀 나사, 디지털이미징기술로 선명하고 밝게 업그레이드 세이건 “우리는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 산다”

www.hani.co.kr

창백한 푸른 점 사진 40주년을 기념해, 사이언스북스 독자 분들께 3월에 출간될 책의 한 꼭지를 공개합니다. 창백한 푸른 점 사진을 가능케 했던 주인공, 칼 세이건의 부인 앤 드루얀의 글입니다. 어떤 SF 작가는 과학이 고도로 발전하면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고 했죠. 저희는 창백한 푸른 점 속에서 과학과 예술은 구분할 수 없는 하나의 경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의 의미를 진정으로 깊게 추구한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의 메시지를 잠깐 들어보시죠.

…… 미래로 가는 길이 열렸다. 이튿날 <뉴욕 타임스>는 아인슈타인의 알아듣기 힘든 영어 억양과 웅웅 울리는 앰프 때문에 참석자들은 그의 연설 중 첫 몇 마디만을 들을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런 말이었다.
“과학이 예술처럼 그 사명을 진실되고 온전하게 수행하려면, 대중이 과학의 성취를 그 표면적 내용뿐 아니라 더 깊은 의미까지도 이해해야 합니다.”
저 말은 과거에도 지금도 우리 ‘코스모스’ 프로젝트의 변함없는 꿈이다. 나는 어느 날 밤늦게 유튜브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아인슈타인이 그날 밤 했다는 저 잘 알려지지 않은 말을 우연히 들었을 때, 내가 지난 40년 동안 해온 일을 한마디로 압축한 문장을 얻은 듯했다. 아인슈타인은 우리에게 과학을 둘러싸서 많은 사람들을 배제하거나 겁주는 높은 벽을 무너뜨리라고 촉구했다. 과학의 통찰을 내부자들만이 아는 전문 용어에서 모두가 아는 평범한 언어로 번역하라고 촉구했다. 그럼으로써 모두가 그 통찰을 마음에 새기고 그 통찰이 보여 주는 세상의 경이를 직접 경험함으로써 변할 수 있도록 만들라고 촉구했다.
칼 세이건과 나는 1977년에 미국 항공 우주국(NASA)의 보이저 성간 메시지 작성 작업을 함께하던 중 사랑에 빠졌다. 칼은 그때 이미 유명 천체 물리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였고 보이저 호의 탐사 계획을 짜는 데도 참여한 수석 연구원이었다. 우리는 이전에 다른 텔레비전 작업을 함께한 적 있었다. 그 프로그램은 결국 제작되지 못했지만, 그때 함께 고민했던 경험이 좋았던지 칼이 내게 나중에 골든 레코드라고 불릴 메시지의 기획을 맡아달라고 청했다.
보이저 1호가 한때 외태양계라고도 불렸던 영역에 대한 역사적 정찰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해왕성의 이미지를 보내온 뒤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서 우리를 찍게 하자는 것은 칼의 생각이었다. 칼은 몇 년 동안 NASA를 상대로 혼자 설득 작업을 벌였으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사람들은 그런 사진에 무슨 과학적 가치가 있겠느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칼은 그 이미지에 사람들을 바꿔놓는 충격적인 힘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거절에도 물러설 줄 몰랐다. 결국 보이저 1호가 태양계 공전 궤도면보다 더 높은 지점에 도달했을 때, NASA가 항복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우리 태양계의 행성들이 다 함께 찍힌 가족 사진을 갖게 되었다. 그 속의 지구는 너무 작아서, 눈을 부릅뜨고 찾아봐야만 보인다.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불리는 그 사진과 그 사진에 대한 칼의 글은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사랑 받고 있다. 나는 그것이 과학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희망을 모범적으로 충족시킨 사례라고 본다. 우리 인간은 64억 킬로미터 밖으로 우주선을 보내어 지구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명령할 만큼 똑똑해졌다. 그런 우리의 지구가 광활한 어둠 속 한 점으로만 보이는 모습은 우주에서 우리의 진정한 처지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그 의미는 누구나 즉각 이해할 수 있다. 고급 학위 같은 것은 필요 없다. 그 사진에서는 지난 400년 천문학 연구의 더 깊은 의미가 모두에게 한눈에 밝혀진다. 그 사진은 과학 데이터인 동시에 예술 작품이다. 우리 영혼을 파고들어 의식을 바꿔 놓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여느 훌륭한 책, 영화, 걸작 예술 작품과 다르지 않다. 현실을 부정하려는 마음까지 꿰뚫고, 우리로 하여금 현실을 느끼게 만든다. 설령 우리 중 일부가 오래 저항해 온 현실일지라도.
그토록 작은 세계가 온 우주의 중심일 리 없을 테고, 하물며 창조자의 유일한 관심사일 리 없을 것이다. 창백한 푸른 점은 근본주의자, 국가주의자, 군국주의자, 오염자를 말없이 질책한다. 우리 행성과 그 행성이 이 방대하고 차가운 어둠 속에서 지탱하는 생명을 보호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여기지 않는 모든 이들을 질책한다. 이 과학적 성취의 더 깊은 의미를 외면할 도리는 없다.
……

─ 『코스모스: 우리 세계와 다른 세계들』에서

 

앤 드루얀과 칼 세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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