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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우리 아이도 혹시 난산증? 본문

(연재) 나는 생각한다, 고로 수학한다

7. 우리 아이도 혹시 난산증?

Editor! 2020. 3. 25. 18:33

난독증이란 문자를 읽는 어려움을 느끼는 장애입니다. 그런데 수를 읽거나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는 난산증이라는 게 있다는 것도 알고 계셨나요? 100명 중 3∼4명, 그러니까 여러분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 한 반에 한 명 정도는 난산증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여러분의 자녀가 바로 난산증을 가지고 있을지 모릅니다. 수학 못하는 아이, 수학 싫어하는 아이는 난산증으로 고생하는 아이일지도 모릅니다. 고호관의 수요 수학 에세이, 오늘은 난산증 이야기입니다.


고호관의 수요 수학 에세이 7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수학한다

우리 아이도 혹시 난산증?

스티븐 스필버그, 톰 크루즈, 우피 골드버그, 톰 홀랜드, 양현석, 김신영…….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난독증을 겪고 있거나 겪었던 유명인이다. 많이 알려진 이야기라 웬만하면 어디서든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덕분에 난독증이라는 질환도 꽤 알려진 편이다.

하지만 글을 잘 읽지 못하는 증상이라고만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 정확히 어떤 질환인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설전 도중에 상대방에게 난독증이 있냐고 비아냥거리는 것처럼 난독증을 전혀 다른 개념으로 쓰기도 한다.

경계가 모호하지만, 난독증이 있는 사람은 인구의 3~7퍼센트에 달한다. 이들은 문자를 읽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듣고 말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뇌의 처리 방식 때문에 문자 판독이 잘 되지 않을 뿐이다. 난독증이 있는 배우들은 대본을 대신 읽어 주는 사람을 고용한다고도 한다. 난독증이 있다고 해서 지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학습에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지만, 앞에서 든 사례처럼 난독증이 있으면서도 성공한 사례도 많다.

난독증 때문에 대본을 다른 사람이 읽어 주어야 했다는 톰 크루즈. 위키피디아에서.


난독증 말고 난산증도 있다

문자 해독이 어려운 장애가 있다면, 수를 다루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장애도 있을 법하다. 실제로 그렇다. 기본적인 수 개념을 이해하는 게 어려운 사람도 있고, 이런 증상을 계산 장애 또는 난산증(難算症, dyscalculia)이라고 부른다. 난산증이 있는 사람도 인구의 3~6퍼센트나 된다. 양으로만 보면 난독증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난산증은 난독증과 비교하면 인지도가 떨어진다. 관련 연구도 난독증보다 부족하다.

100명 중에 3∼4명의 비율이라고 해도 한 반에 1명씩은 난산증이 있는 셈이다. 그러나 10년 넘게 학교를 다니는 동안 난산증이 있다는 사람을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난독증이든 난산증이든 문제가 있는 것을 굳이 이야기하고 다니지는 않겠지만, 만약 자신이 난산증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계속 교육을 받는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난산증은 평생 삶에 나쁜 영향을 끼치므로 어린 시절에 발견해 치료하는 게 최선이다. 실제로 난산증이 있는 사람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좋은 직업을 갖기 어렵다.

물론 수학 못하는 사람이 다 난산증이 있는 건 아니다. 수학은 분야가 다양하고,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수학을 못한다. 단순히 재능이 없는 사람도 있고, 기호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막히는 사람도 있고, 계산은 잘 해도 도형에는 젬병인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수학을 싫어하거나 수학을 두려워하는 심리적인 이유일 수도 있다. 난산증을 치료하려면, 먼저 선천적으로 난산증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우리 아이가 난산증인지 어떻게 알까?

난산증에 관해서는 아직도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으로, 현재로서는 공통적인 몇 가지 증상을 바탕으로 판단한다. 증상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나타난다. 아날로그 시계를 읽지 못하거나, 두 수 중 어느 것이 큰 수인지 판단하기 어려워한다거나, 대여섯 개 이하의 점이 모여 있을 때 한눈으로 그 개수를 어림하기 어려워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또, 양이나 크기를 어림하기 어려워하고 방향 감각이 떨어지는 증상도 있다.

 

점이 몇 개일까? 난산증이 있는 사람은 점의 개수를 직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해 보통 사람보다 개수를 알아내는 데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영국 난산증 협회의 홈페이지(링크)에는 연령에 따른 난산증 징후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난산증을 의심할 수 있다.

미취학 
- 수 세기를 잘 배우지 못함.
- 수와 물체의 개수를 잘 연관시키지 못함.
- 패턴을 잘 인식하지 못함.
초등학교
- 한 자리 수 덧셈 같은 기초 계산을 잘 하지 못함.
- 손가락으로 수를 셈.
- 3+5와 5+3이 같다는 사실을 계산해 보지 않고는 알지 못함.
- ‘~보다 더 크다.’, ‘~보다 더 작다.’ 같은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함.
중등학교
- 도표나 그래프의 정보를 잘 이해하지 못함.
- 같은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푸는 방법을 잘 찾지 못함.
- 거스름돈 계산 같은 생활에 어려움을 느낌.
성인
- 수를 거꾸로 세는 데 어려움을 느낌.
- 계산이 느림.
- 자릿값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낌.

 

예를 들어 난산증이 있는 사람에게 10부터 1까지 거꾸로 세라고 하면, 잘 못 세거나 1부터 10까지 센 뒤 다시 1부터 9까지 세고, 또 1부터 8까지 세는 식으로 하곤 한다. 80부터 10씩 더해 보라고 했을 때는 80, 90, 100, 200, 300, …처럼 나가기도 한다. 방의 높이를 대략 어림해 보라고 했을 때 수십 미터처럼 황당한 수치를 내놓는 사례도 있다. 그 외에도 나이에 맞는 수 인지 능력을 보여 주지 못한다면 난산증을 의심할 수 있다.

 

7과 8 중 큰 수를 찾는 것과 2와 8중 큰 수를 찾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쉬울까? 보통 사람은 2와 8 중 큰 수를 찾는 문제를 더 쉽게 여기지만, 난산증이 있는 사람은 간격이 작을수록 더 쉽게 여긴다. 직관적인 비교가 되지 않아 두 수 사이의 간격을 세어서 비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에 의한 빠른 치료가 중요

난산증은 성인이 될 때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영국의 난산증 연구자인 브라이언 버터워스 교수는 찰스라는 이름의 난산증이 있는 대학원생에 관한 사연을 소개한 바 있다. (링크) 찰스는 문해력이나 추론 능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한 자릿수 덧셈을 하려면 손가락을 꼽아야 했다. 두 수를 비교하는 간단한 문제도 손가락으로 두 수를 1부터 꼽아서 세어 본 뒤에야 맞힐 수 있었다. 두 수가 같은지 다른지는 판단하는 데만 보통 사람의 10배의 시간이 걸렸고, 세어 보지 않고서는 점 2개를 2라는 수로 인식하지도 못했다. (다음 링크의 논문에서 재인용. 링크)

성인이 되어서도 산수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생활이 매우 곤란해지므로 난산증은 초기에 치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난산증의 증상 자체가 다양하고 난독증이나 ADHD와 같은 다른 증상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표준화된 방법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

2018년 독일 뮌헨 대학교 연구진이 난산증의 진단과 치료에 관한 연구 문헌을 종합해 정리한 논문(링크)에 따르면, 개인의 특정한 증상에 따른 맞춤형 교육이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난산증의 징후를 보이는 유아는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받아야 나중에 수학을 공부하면서 생길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적절한 훈련을 받은 전문가가 교육을 해야 하며, 집단 교육보다는 개인 교육이 더 효과가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난산증이 있다면 반드시 난독증이나 ADHD 검사를 해 볼 것을 권했다. 그 결과 동반 증상이 있다면, 그에 맞는 교육을 받아 증상을 완화해야 한다. 10대 이상의 청소년과 성인의 난산증 치료에 관해서는 탄탄한 교육 프로그램이 없는 실정도 개선해야 할 문제다.

난산증에 대한 낮은 관심으로 미루어 보면, 상당히 많은 사람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괴로워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 수 있다. 수학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커진 오늘날 이들을 찾아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다.

난산증의 징후를 보이는 유아는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받아야 나중에 수학을 공부하면서 생길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참고 문헌

Brian Butterworth, Sashank Varma, Diana Laurillard, “Dyscalculia: from brain to education,” Science, May 27, 2011.

Ann Dowker, “What works for children with mathematical difficulties?,” University of Oxford, Jun 2004.

Stefan Haberstroh, Gerd Schule-Korne, “The diagnosis and treatment of dyscalculia,” Dtsch Arztebl Int., 15 Feb, 2019.


고호관

대학에서 건축과 과학사를 공부했다. 《과학동아》 기자, 《수학동아》 편집장으로 일했고, 현재 과학 저술가이자 SF 작가 또는 번역자로 활동 중이다. 『우주로 가는 문 달』을 썼고,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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