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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나는 생각한다, 고로 수학한다

8. 코로나19, 수학이 막는다!

Editor! 2020. 4. 29. 10:50

코로나19 사태에 맞서 싸우는 인류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무엇일까요? 손씻기, 사회적 거리 두기, 그리고 강력한 자가 격리 등 시민들의 보건 예방 수칙이 있겠죠. 그리고 전 세계 여기저기서 개발되고 있는 치료제와 백신이 그다음이겠죠. 그런데 수학도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고호관의 수요 수학 에세이, 오늘은 코로나19와 싸우는 수학자들 이야기입니다.


고호관의 수요 수학 에세이 8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수학한다

코로나19, 수학이 막는다!

 

“수학은 자연의 언어다.”라는 말이 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한 말인데, 좀 더 정확히는 신이 우주를 쓸 때 쓴 언어가 수학이라고 했다 한다.

자연 과학에서 수학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틀린 말이 아니다. 과학자는 자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모형을 만들고, 그 모형이 실제 자연을 얼마나 잘 나타내는지를 확인하는데, 이때 수학이 아주 중요하게 쓰인다. 만약 신과 같은 능력을 지닌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눈에는 이 세상이 온통 수식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깨달음을 얻은 네오의 눈에 세상을 이루는 코드가 보였듯이.

 

“과학자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abstrusegoose.com에서. (cc) 全玄鴻.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럴 만한 능력이 없고, 영리한 과학자들이 엄청나게 열심히 연구했음에도 아직 세상의 극히 일부만을 수학으로 볼 수 있다. 그것도 대개는 단순화된 형태다. 모든 변수를 반영하기에는 자연이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이다.

자연 과학뿐만이 아니다. 수학적 모형을 사용해 현상을 시뮬레이션하는 방법은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데도 쓰인다. 사회 현상 역시 변수가 많고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자연이든 사회든 수학적 모형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무시할 건 무시하고 현상을 단순화해야 한다. 그럼에도 잘 만든 수학적 모형은 우리에게 의미 있는 설명과 예측을 제공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도 전파 양상을 파악하고, 결과를 예측하고, 정책을 세우는 데 이런 방법이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수학으로 보는 세상

어떤 현상에 관한 수학적 모형을 만들려면 먼저 대상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현재 상황이 어떤지, 대상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는 어떤 게 있는지, 목적이 무엇인지 등등. 그다음에 무시해야 할 변수와 고려해야 할 변수를 구분하고, 현상을 단순하게 만든다. 그러고 난 뒤에 이를 바탕으로 수학적 기호와 표현을 이용해 현상을 나타낸다. 모형을 만들고 나면 현상을 얼마나 정확하게 설명하는지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모형을 수정해 나간다.

수학적 모형을 만드는 과정은 학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흐름을 따른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여러 법칙이니 이론이니 하는 것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든 수학적 모형이다. 뉴턴의 운동 법칙은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하고, 케플러의 법칙은 태양계 행성의 움직임을 설명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기하학을 이용해 나타낸다. 이런 일반적인 원리는 또 더 복잡한 실제 현상을 나타내는 수학적 모형을 만드는 근간이 된다.

아무래도 물리학에서 주로 많이 쓰이다 보니 물리학 사례가 많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데, 오늘날 수학적 모형이 쓰이는 분야는 대단히 많다. 당장 인터넷에 접속해 ‘수학적 모형’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보자. “사람 간 약효 차, 수학적 모형으로 밝혀냈다.”, “수학적 모형으로 세포의 유전자 발현 조절 능력 설명”, “수학 모형 통해 세포 상호 작용 원리 규명”, “굴삭기 엔진의 수학적 모형화”, “파도를 설명하는 수학적 모형”, “주식 시장, 수학적 모형으로 풀다.” 등 몇 번만 클릭해도 수많은 관련 기사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수학적 모형을 만든다는 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만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어렸을 때부터 이런 훈련을 받아 왔다. 일상 생활을 바탕으로 만든 수학 문제를 푸는 과정이 바로 수학적 모형을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성인 2명과 청소년 4명의 버스 요금은 4600원이고, 성인 3명과 청소년 2명의 버스 요금은 4900원이다. 청소년 1명의 버스 요금을 구하라.

예를 들어, 이런 수학 문제가 있다고 하자. 학교 다닐 때 봤을 법한 익숙한 문제다. 지금도 웬만한 사람은 풀 수 있을 것이다. 이 상황을 수학식으로 바꾸면 다음과 같은 연립방정식이 된다.

2x+4y=4600
3x+2y=4900

x는 1300이고, y는 500이므로 성인과 청소년의 버스 요금이 각각 1300원과 500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주 오래됐을 수도 있지만, 배웠던 기억이 나시는지? 이렇게 우리는 모두 전문가 수준은 아니라고 해도 어렸을 때부터 수학적 모형화 훈련을 받은 셈이다.

 

전염병 시대에 사회적 거리 두기는 필수. 출처 픽사베이.

 

전염병 모형의 기본 SIR 모형

코로나19는 자연 현상이자 사회 현상이다.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병이니 자연 현상이지만, 사람들이 이동하면서 전파하는 양상은 사회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바이러스의 전파 양상을 완벽하게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 감염된 사람이 기침했을 때 튀어나온 침방울의 궤적을 일일이 추적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전염병의 양상을 이해하기 위한 수학적 모형은 이를 단순화시켜 사람을 몇 가지 집단으로 나누고 그 집단에 속한 사람의 수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나타낸다. 20세기 초 스코틀랜드의 앤더슨 맥켄드릭과 윌리엄 컬맥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전염병의 확산을 예측하는 이론을 만들었고, 여기서 나온 SIR 모형은 현재 전염병 모형의 기본이 되고 있다.

SIR 모형은 사람을 세 집단으로 구분한다. S(Susceptible)는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 I(Infectious)는 감염된 사람, R(Recovered)는 회복된 사람 혹은 죽은 사람이다. 그러면 S에서 I로 가는 사람, I에서 R로 가는 사람의 비율이 있을 것이다. 그 정도를 변수로 나타낸다. 감염 경로도 고려해야 한다. 공기로 전염되는지, 신체 접촉으로 전염되는지 등도 변수가 된다. 현실에 있는 수많은 요소를 고려할수록 변수가 많아지므로 계산이 복잡해진다.

이 모형은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다. 감기처럼 면역력이 안 생기는 경우에는 I에서 다시 S로 돌아오는 SIS 모형을 쓴다. 잠복기가 있는 경우에는 감염됐지만 전파력은 없는 사람을 나타내는 E(Exposed) 집단을 포함한 SEIR 모형을 쓴다. 잠복기가 있으면서 면역력이 안 생기는 경우에는 SEIS 모형이다. 이번 코로나19처럼 무증상 감염자가 있는 경우에는 E를 잠복기 집단(L)과 무증상 감염자 집단(I)로 나눈 SLIAR 모형을 쓸 수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 정도지만, 실제로는 변수가 많다. 바이러스의 변이, 날씨에 따른 바이러스의 성질, 백신이나 치료제, 격리 정책, 사람들의 행동 패턴, 위생 수준 등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SIS 모형과 SIR 모형.

 

코로나19를 보는 수학 모형

코로나19의 수학적 모형에 관한 뉴스를 검색해 보면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연구가 쏟아져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이러스의 전파뿐만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여러 현상을 수학 모형으로 만들고 있다. 제각기 수학으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모형이 정확할수록 방역 대책을 세우거나 장기적인 정책을 만드는 데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눈에 띄는 몇몇 사례를 살펴보자. 전염병 확산 수학 모형을 꾸준히 연구해 온 정은옥 건국대 교수는 얼마 전 SEIR 모형을 바탕으로 이번 코로나19의 수학적 모형을 만들어 발표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나 인근 동네의 확진자 발생에 따른 행동 변화, 병원 격리 같은 요소를 포함해 모형을 만들었다. 이를 이용해 1차(3월 2일 → 3월 9일), 2차(3월 9일 → 3월 23일), 3차(3월 23일 → 4월 6일) 개학 연기로 1000명 이상의 확진자를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관련 기사 링크)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알레산드로 베스피냐니(Alessandro Vespignani) 교수는 다른 연구진과 함께 수학적 모형으로 여행 제한이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논문 링크) 이 분석에 따르면 여행 제한은 공중 보건 수준을 높이고 개인의 행동 양식이 바뀔 때에만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를 늦춘다. 한편, 베스피냐니 교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정보가 퍼지는 양상을 나타내는 수학적 모형을 만드는 데도 참여했다.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이 서로 만나 정보를 주고받는 현상을 모형화해 정보가 어떻게 퍼지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실린 이 연구는 코로나19를 둘러싼 온갖 가짜 뉴스가 퍼지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논문 링크) 또, 전 세계적으로 실행 중인 사회적 거리 두기의 효과에 관한 모형도 많이 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뉴욕 타임스》가 만든 시각화 사례를 보자. (기사 링크) 기초 감염 재생산 수(R0), 즉 한 감염자가 감염시키는 평균 인원을 2.3으로 놓고 만든 모형으로, 어느 정도의 강도로 어느 시점에 개입하느냐에 따라 총 감염자 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 준다. 독자가 직접 개입 시기를 바꿔 가며 결과를 살펴볼 수 있는 대화형 그래프는 우리 같은 비전문가도 쉽게 체감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정부의 개입 시점, 진단과 확진자 격리 조처의 공격성 정도에 따라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뉴욕 타임스》의 기사. 인터넷 화면 갈무리.

 

수학으로 복잡한 세상을 본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인 건 분명하다. 전염병의 양상은 태양의 남은 수명이나 몇만 년 뒤 지구의 위치 같은 거시적인 현상보다 훨씬 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많은 노력 덕분에 점점 더 좋은 모형이 나오고 있고, 그런 모형 덕분에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다.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참고 문헌

「신종플루, 수학이 막는다!」, 《수학동아》, 2009년 11월.

「무증상 감염, 슈퍼전파… 악재 겹친 코로나19 효과적인 방역 대책은?」, 《수학동아》, 2020년 3월.

「세 차례 개학 연기로 최소 1155명 이상의 환자 줄였다」, 《동아사이언스》, 2020년 4월 6일.

Soyoung Kim, Yae-Jean Kim, Kyong Ran Peck, and Eunok Jung, “School Opening Delay Effect on Transmission Dynamics of Coronavirus Disease 2019 in Korea: Based on Mathematical Modeling and Simulation Study,”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Apr. 2020.

Matteo Chinazzi, Jessica T. Davis, Marco Ajelli, Corrado Gioannini, Maria Litvinova, Stefano Merler, Ana Pastore y Piontti, Kunpeng Mu, Luca Rossi, Kaiyuan Sun, Cécile Viboud, Xinyue Xiong, Hongjie Yu, M. Elizabeth Halloran, Ira M. Longini Jr., Alessandro Vespignani, “The effect of travel restrictions on the spread of the 2019 novel coronavirus (COVID-19) outbreak,” Science, 06 Mar. 2020.

Jessica T. Davis, Nicola Perra, Qian Zhang, Yamir Moreno & Alessandro Vespignani, “Phase transitions in information spreading on structured populations,” Nature Physics, 02 Mar. 2020.

“How Much Worse the Coronavirus Could Get, in Charts,” New York Times, 13 Mar. 2020.


고호관

대학에서 건축과 과학사를 공부했다. 《과학동아》 기자, 《수학동아》 편집장으로 일했고, 현재 과학 저술가이자 SF 작가 또는 번역자로 활동 중이다. 『우주로 가는 문 달』을 썼고,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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