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ScienceBooks

10. 부모는 자녀의 수학 공부에 도움이 될까? 본문

(연재) 나는 생각한다, 고로 수학한다

10. 부모는 자녀의 수학 공부에 도움이 될까?

Editor! 2020. 7. 1. 18:34

오늘날 수학 성적은 대학 입시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또 많은 학생들의 진로를 이과와 문과로 나누는, 인생 갈림길의 핵심 선택 요소 중 하나죠.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수학 성취도를 높이는 방법에 관심을 가집니다. 그런데 부모들의 노력은 의미가 있는 걸까요? 사회 경제적 지위, 그러니까 사회적 계급이나 유전자 같은 생물학적 요소가 자녀의 수학 성적을 결정하는 건 아닐까요? 관련된 최근 연구를 고호관의 수요 수학 에세이에서 살펴봅니다. 독자 여러분의 일독을 권합니다.


고호관의 수요 수학 에세이 10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수학한다

 

부모는 자녀의 수학 공부에 도움이 될까?

 

 

자녀의 수학 공부, 신경 쓰기엔 너무 늦었나?

 

교사는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수학을 가르치는 경험을 조금 했다. 대단히 특이한 경험은 아니다. 대학생 때 과외 아르바이트로 고등학생에게 수학을 가르쳤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많이들 했던 일이다. 교수법 같은 건 배워 본 적이 없으니 체계적으로 가르쳤다고 할 수는 없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라 아직 잊지 않고 있던 공부 요령을 알려주었다는 게 옳을 것이다. 그러다가 지금은 아예 전문 강사가 되어 활동하는 친구도 있지만.

 

고등학교 수학을 다 잊은 지금은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일이 되었고, 이제는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들의 수학 공부를 종종 봐준다. 고등학교 수학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쉬운 내용이지만, 가르치는 게 쉽지는 않다. 수 세기, 자릿값, 덧셈, 뺄셈 같은 것을 가르치는데, 말도 잘 안 들을뿐더러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하는 게 어렵다.

 

내가 당연하게 여기는 개념이 아이에게는 생소하다는 사실은 잊고, 이 쉬운 것을 왜 못 하나 싶어서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다 문득 학교에 가면 어련히 교육 전문가가 알아서 가르쳐 줄 텐데 내가 왜 벌써 이 고생을 하고 있나 싶다. 이러다가 나도 텔레비전 같은 데서 볼 수 있는 극성 학부모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부모는 자녀의 수학 성취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자식에게 아무리 잘해 줘도 소용없다?

 

극성 학부모까지는 아니라도 자녀가 수학을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떤 부모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예전부터 입시에 중요한 주요 과목이었고, 요즘에는 수학을 잘해야 미래에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리니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자녀가 수학을 잘하게 할 수 있을까? 아직 입시를 치르려면 한참 먼 아이를 두고 이런 생각을 하다가 한 외신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제목은 “학위가 있는 부모의 자녀가 수학에 많이 유리하다”였다.

 

제목을 본 순간 예전에 읽었던 『괴짜 경제학』(스티븐 더브너, 스티븐 레빗, 안진환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07년)이라는 책의 한 내용이 떠올랐다. 여러 가지 사회 현상을 통계학적으로 분석해 통념을 깨는 내용을 담고 있어, 출간 당시에 꽤 화제가 됐던 책으로 기억한다. 여기서 떠오른 건 “부모가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력”에 관한 내용이었다.

 

요는 이랬다. 여러 가지 요소와 자녀의 학교 성적 사이의 상관 관계를 짚어 보았는데, 통념과 달리 부모가 자녀에게 해 주는 일은 성적과 별로 상관 관계가 없었다. 자녀를 학원에 보내 주고, 환경이 좋은 곳에서 살게 해 주고, 어디 어디 데려가는 등의 행위는 성적과 별 상관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상관 관계를 보였을까? 부모의 교육 수준, 사회 경제적 지위, 집에 있는 책의 수 등이었다. 즉,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 주는 요소다. 이에 따르면, 자녀의 성적에 중요한 건 부모가 무엇을 해 주느냐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냐는 것이다.

 

 

고학력 부모의 자녀가 수학을 잘한다

 

관심이 가서 기사에 달린 링크를 따라 논문(링크)을 찾아서 읽어 보았다. 영국 서섹스 대학교에서 진행한 것으로, 원래는 초등학교에서 중등학교로 진학하는 시기를 포함해 불안감이나 작업 기억 능력 같은 요인으로 향후 수학 성취를 미리 가늠할 수 있는지를 조사하는 연구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사회 경제적 지위, IQ, 성별, 부모의 교육 수준 같은 다른 잠재적인 요인도 함께 조사했다.

 

그 결과, 가장 큰 관계가 있는 것으로 꼽힌 게 부모의 교육 수준이었다. 부모의 교육 수준이 높으면 자녀가 수학을 더 잘했고, 수학 실력도 더 빨리 늘었다. 논문에서는 중등학교를 졸업한 부모의 자녀와 비교했을 때 학위를 가진 부모의 자녀가 11세일 때 거의 1년 정도 앞서 나간다는 결과를 얻었다. 『괴짜 경제학』에서 이야기한 것과 상통하는 내용으로 보인다.

부모의 학력과 자녀의 수학 성취의 관계를 다룬 연구를 좀 더 찾아보았더니 몇 개 더 나왔다. 2016년에 한 학회에서 발표된 논문(링크)은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PISA)에서 터키가 2009년에 거둔 결과를 분석해 학생의 성별과 부모의 학력, 사회경제적 지위가 수학 성취도에 끼치는 영향을 알아보았다. 그 결과 역시 부모가 고학력일수록 자녀의 수학 성취도가 높았다. 특히 학위가 있는 최상위 학력을 가진 부모의 자녀와 중등학교 이하의 학력을 가진 부모의 자녀 사이에서 격차가 많이 보였다.

 

2011년 학술지 《아카데믹 리더십》에 실린 논문(링크)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에서 이루어진 이 연구는 부모의 학력이 학생의 수학 성취에 끼치는 영향과 부모의 영향을 줄이며 학교 단위의 수학 성취를 높여 주는 학교 내 요인을 찾아보았다.

 

결과를 보니 역시 부모의 학력은 학생의 수학 성취와 큰 상관 관계가 있었다. 학교 내 요인도 학교 단위의 수학 성취와 긍정적인 관련이 있었다. 학교 분위기에 대한 교장의 인지, 출석률이 긍정적인 연관성을 보였다. 하지만 수학 교육에 필요한 자원은 성취도와 별다른 상관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학교 단위의 수학 성취 수준과 상관 관계를 보인 학교 내 요인 중 어떤 것도 부모 학력이 학생의 수학 성취에 끼친 효과를 상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학교 전체의 수학 성취를 끌어올리는 학교 내 요인은 있지만, 그 학교 안에서도 학생 개개인의 성취는 여전히 부모의 학력과 관련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논문은 제목부터가 조금 도발적으로, “학생의 수학 성취에 있어 학부모의 학력: 학교 요인은 중요한가?”다.

 

 

 

정말로 학교보다 부모의 학력이 더 중요한 요인일까?

 

고학력 부모는 뭐가 다를까?

 

사실 부모의 학력과 자녀의 학업 성취도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게 뜻밖의 이야기는 아니다. 전문직이 많이 사는 서울 강남의 아이들이 명문대에 많이 진학한다는 뉴스부터 석박사 학부모가 우글거리는 대덕 연구 단지 근처 학교 학생들이 공부를 잘한다는 ‘카더라’에 이르기까지 그런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이야기는 살면서 많이 듣는다. 설령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해도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까지 있는 정도니 많은 사람이 으레 그렇겠거니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건 여기서부터다. 일단 앞에서 소개한 논문에서 다룬 내용은 어디까지나 상관 관계다. 부모의 학력이 높으면 자녀의 수학 성취도가 높은 경향은 있지만, 부모의 학력이 높기 때문에 자녀가 수학을 잘한다고 생각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녀의 수학 성취도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그것 하나만이 아니라 수도 없이 많다.

 

그렇다면 학력이 높은 부모의 어떤 점이 자녀가 수학을 잘하게 만드는 것일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좋은 주변 환경이다. 부모의 학력이 높으면, 좋은 직업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환경이 좋은 동네에 살 가능성이 크며,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낼 가능성이 크다.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 역시 자녀의 수학 성취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꾸준히 지목받아 온 요인이다.

 

또, 학력이 높은 부모는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 자녀의 수학 교육에 더 많은 관심을 쏟을 수도 있다. 숙제 검사나 좋은 교재를 찾아주기, 아이가 어떻게 공부를 하고 있는지 관찰하기와 같은 일에는 시간이 든다. 자녀에 대한 높은 기대치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리고 집안에 공부하는 분위기가 배어 있다면, 자녀도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는 부모는 자녀의 좋은 본보기가 된다. 2011년 발표된 한 국내 논문(링크)에는 아버지의 학력이 어머니의 학력보다 자녀의 수학 성취도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도 있다. 저자들은 “교육 수준이 높은 아버지일수록 교육의 가치를 중시하고 가족 내 학습 분위기 형성을 지원하는 경향이 강하며, 자녀에 대한 교육적 기대가 높고, 학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크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자녀와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것은 학업 성취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유전자는 얼마나 중요할까?

 

그런데 첫 번째 논문에서는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었다. 통념과 다르게 여기서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수학 성취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면서 저자들은 유전적인 요인을 한 가지 가능성으로 꼽았다. 학력이 높은 부모는 자신의 기질에 따라 자녀에게 더 자극이 되는 환경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자녀에게 그런 환경에서 더 많은 성취를 할 수 있는 기질을 물려줄 수 있다는 가정이다.

 

유전자에까지 생각이 이르면, 과연 부모는 무엇을 할 수 있나 싶기도 하다. 내 자녀가 수학 공부를 얼마나 잘하게 될지가 태어나기도 전에 정해져 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팔자려니 하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수학 성취도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많고, 그에 관한 연구는 제각기 한계를 갖고 있어서 누구도 정답을 안다고는 하기 어렵다.

 

유전자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보자. 어떤 연구에서는 부모가 자녀와 문화 생활을 더 많이 함께할수록 수학 성취도가 높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정도의 노력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부모가 해주는 일의 영향력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고 해도 하나라도 더 해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인 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참고 문헌

Danielle Evans, Darya Gaysina, Andy P. Field, “Internalizing symptoms and working memory as predictors of mathematical attainment trajectories across the primary–secondary education transition,” Royal Society Open Science, May 20, 2020.

Rusli Rusli, “Students’ Mathematics Achievement and Its Relationship with Parents’ Education Level, and Socio-Economic Status In Turkey,” International Conference on Mathematics, Science, Technology, Education and their Applications (ICMSTEA), Oct 3rd-4th, 2016.

Asitha Kodipplili, “Parents' education level in students' mathematics achievement; do school factors matter?,” Academic Leadership, Jan, 2011.

김경희, 김성연, 한기순, 「중등영재아와 일반아의 수학성취도 발달에 대한 가정의 사회적 자본 영향력 분석」, 《중등교육연구》, 2011, 59(4).


고호관

대학에서 건축과 과학사를 공부했다. 《과학동아》 기자, 《수학동아》 편집장으로 일했고, 현재 과학 저술가이자 SF 작가 또는 번역자로 활동 중이다. 『우주로 가는 문 달』을 썼고,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등을 옮겼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세상 모든 비밀을 푸는 수학』 [도서정보]
재난 예측에서 온라인 광고까지 미래 수학의 신세계

 

 

『수학의 파노라마』 [도서정보]
수학을 다시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최고의 비주얼 가이드

 

 

『자연의 패턴』 [도서정보]
우리 시대의 과학 큐레이터가 엄선한 형태학 미술관을 탐험하라

 

 

『세계를 바꾼 17가지 방정식』 [도서정보]
위대한 방정식에 담긴 영감과 통찰

 

 

『수학 학습 심리학』 [도서정보]
수학 학습을 위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가득한 고전

 

 

『정체학』 [도서정보]

수학적 모형화가 세상 문제를 해결한다!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1953-1960』 [도서정보]
경이로운 소설가이자 예언자인 아서 클라크의 걸작 단편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