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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나는 생각한다, 고로 수학한다

14편 수학하지 말고 악기 하나 배울걸?! 음악과 수학의 관계?

Editor! 2020. 10. 7. 16:09

음악은 좋죠. 과학사를 보면 천재 과학자들이 악기 하나쯤은 다뤘다는 얘기를 많이 보셨을 겁니다. 갈릴레오는 음악가의 아들이었고 아인슈타인의 바이올린 연주는 유명하죠. 그럼 반대로 생각해 볼 수 있죠. 음악을 먼저 가르치면 수학을 잘하게 될까? 수학 교육 문제 연구자들이 이 문제를 따져 봤습니다. 사사분기 첫 수요 수학 에세이는 음악과 수학 교육의 문제를 다룹니다. 읽어 보시죠.


고호관의 수요 수학 에세이 14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수학한다

 

수학하지 말고 악기 하나 배울걸?! 음악과 수학의 관계?



살면서 후회하는 일 중 하나가 악기 하나 정도 배워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도 배우려면야 배울 수는 있겠지만, 이제는 손이 굳어서 모든 게 어렸을 때만큼 빨리 몸에 익지 않는다.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여섯 살 난 아들 녀석이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니 역시 어렸을 때 배웠어야 했다는 생각만 커진다.

악기를 못 다룬다고 사는 데 큰 지장이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즐길 수 있는 취미가 하나쯤 더 늘어난다는 건데, 솔직히 젊었을 때 기타라도 쳤으면 이성에게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얄팍한 속셈도 있긴 했다. 그 외에 좋은 게 또 뭐가 있을까? 혹시 공부에 도움이 됐을까?

 

음악을 배우면 수학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통념은 꽤 널리 퍼져 있다.

 

천재 수학자인 동시에 음악가!

 

음악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휘저어 놓는 힘이 있다. 빠르고 경쾌한 음악을 들으면 신이 나다가도 조용하고 느릿한 음악을 들으면 어느덧 마음이 가라앉는다. 과학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은 과거에는 충분히 마술적인 효과를 냈으리라는 생각은 충분히 해 볼 수 있다.

 

아마도 예전에 한참 관심을 끌었던 ‘모차르트 효과’가 이런 경험에서 나왔을 것이다. 모차르트 효과란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 단기적으로 정신적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이론이다. 1990년대에 등장해서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 똑똑해진다.’라는 형태로 한동안 대중 사이에 널리 퍼졌다. 자녀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이야기를 흘려들었을 리가. 여기저기서 모차르트 효과를 주장하는 클래식 음반 같은 게 많이 나왔던 기억이 난다.

 

모차르트 효과는 끝내 검증되지 않았다. 들어서 나쁠 것이야 없겠지만, 여러 실험 결과 사람들이 원하던 지능 향상 효과는 뚜렷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음악이 학습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하기도 뭣하다. 특히 수학은 음악과 연관성이 많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어 이런 이야기를 할 때는 단골로 등장한다. 단순히 음악을 들어서 똑똑해진다는 데서 좀 나아가 음악 공부가 수학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수학 공부에 관한 자료를 찾다 보면 이런 주장을 곧잘 접할 수 있다.

 

몇 년 전에 텔레비전 프로그램 「영재 발굴단」에서도 이런 내용을 다룬 적이 있다. 음악과 수학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음악과 수학 양쪽에서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을 소개했다. 스물여섯 살에 하버드 대학교의 종신 재직권을 딴 천재 수학자이며 음악가로도 활동하는 수학자 놈 엘키스(Noam Elkies) 교수의 사례도 들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로 미국의 한 대학교에서 한 실험을 소개했다. 초등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은 주 2회 피아노 수업을 받게 하고 다른 그룹은 받지 않게 한 뒤 수학 성취도를 측정한 연구였다. 4개월 뒤 시험을 보자 피아노 수업을 받은 그룹이 더 많은 문제를 풀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하버드 대학교 교수이자 체스 선수이기도 한 놈 엘키스. 하버드 글리 클럽(Havard Glee Club)에서 베이스 바리톤 가수이자 피아노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음악가이기도 하다. 사진: 위키피디아에서.

 

음악이 수학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아니라고?

 

방송이 나간 뒤 피아노 학원 등록이 얼마나 늘었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만약 수학 공부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피아노를 배운 학생들이 있다면, 얼마나 효과를 봤을지도 알 수 없다.

 

과연 방송 프로그램에서 암시했던 것처럼 음악 공부가 수학 공부에 도움이 되는지 좀 더 알아보기 위해 관련 연구를 찾아보았다. 많은 논문을 찾을 수 있었는데, 일단 2000년에 나온 한 리뷰 논문을 살펴보았다. (논문 링크)

 

1998년 이전에 이 주제를 다룬 논문을 찾아서 그 결과를 종합해 분석했는데, 여기서 확인하고자 했던 문제는 세 가지였다. 첫째, 자발적으로 음악을 공부한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수학 성취도가 높을까? 둘째, (자발적이지 않아도) 음악 수업을 들은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서학 성취도가 높을까? 셋째,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는 음악을 들으면서 수학 문제를 풀면 문제 풀이 능력이 높아질까?

 

첫 번째 의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였다. 이 논문의 분석에 따르면, 음악 공부는 수학 성취도와 관련이 있었다. 두 번째 의문에 대한 답도 ‘그렇다.’였지만, 분석 대상이 된 논문의 수가 많지 않아 결론을 내리기에는 부족하다고 되어 있다. 세 번째 의문에 대한 답은 더 애매했다. 굳이 따지자면 ‘그렇다.’이긴 한데, 그 정도가 미미한 수준이었다. 세 번째 의문은 음악 공부와는 관련이 없으니 결국 이 논문에 의하면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음악 공부가 비록 정도가 강하지는 않아도 수학 성취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셈이다.

 

여기서 다루지 못한 2000년대 이후의 연구는 어떨까? 연구마다 방법론이 제각기 달라 판단하기 어렵지만, 결론이 제법 갈린다. 2013년 학술지 《음악 교육(Music Educaton)》에 실린 연구(논문 링크)는 미국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음악 수업을 들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수학 능력 평가 시험(SAT) 점수를 비교했다. 그 결과 고등학교 때 음악 수업을 들은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과 별 차이가 없었다. 다른 수학 시험 성적을 가지고 비교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2019년 《교육 심리학 저널(Journal of Educational Psychology)》>에 실린 논문(논문 링크)의 결과는 또 달랐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공립 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초등학교부터 쭉 음악을 배워 온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영어, 수학, 과학에서 나은 성취를 보였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노래보다 악기를 배운 학생에게 더 크게 나타났다.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배워야 효과가 있는 걸까? 2006년에 학술지 《뇌(Brain)》에 실린 논문(논문 링크) 4~6세 아이들을 1년 동안 음악 수업을 들을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로 나누어 관찰한 결과를 담고 있다. 음악 수업을 들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과 다른 두뇌 발달을 보였고, 수학을 비롯한 다른 과목의 학습과 관련 있는 능력이 높아졌다. 그러면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가르쳐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반면, 2020년에 학술지 《기억과 인지(Memory & Cognition)》에 실린 리뷰 논문(논문 링크)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구진은 1986년에서 2019년 사이에 나온 관련 연구를 종합해 분석했고, 음악이 인지 능력이나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데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음악을 공부하면 아이가 똑똑해진다는 통념이 틀렸다는 것이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노래보다는 악기를 배운 학생의 수학 성취도가 더 높았다.

 

그래도 음악은 그 자체로 좋다

 

이쪽에서는 좋다 하고 저쪽에서는 효과 없다고 하니 무슨 말을 믿어야 할까? 또, 가만히 보면 음악이 공부에 효과가 있다고 할 때도 그게 꼭 수학만 해당하는 것 같지 않다. 기억력이나 읽기 같은 건 학습 전반에 도움이 되는 능력이다. 음악 공부가 수학이 아닌 다른 공부에도 똑같이 도움이 된다면, 음악과 수학의 밀접한 관계 같은 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음악을 배우면 머리가 좋아진다.’가 아니라 ‘음악을 배우면 수학을 잘하게 된다.’가 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명확한 인과 관계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어쩌면 수학과 음악에 모두 능한 천재는 원래 그만큼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던 걸지도 모른다. 뭔가를 배워서 잘하게 된 게 아니라 원래 능력이 있어서 여러 가지를 잘하게 된 사람일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수학자가 음악을 배운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앞서 소개한 연구도 상관 관계를 나타낼 뿐 원인과 결과를 알아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학계에서도 명확히 결론 내지 못한 것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부담스럽지만, 비전문가 입장에서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자면 음악을 배우나 안 배우나 수학을 잘하는 데는 큰 차이가 없는 게 아닐까 싶다. 정말로 대단한 효과가 있다면, 확실히 눈에 띌 테니 이렇게 논란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음악을 배우는 건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자신을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고, 마음을 가다듬는 데도 좋다. 수학 공부에 도움이 되는 안 되든 그게 무슨 상관이랴. 이 정도면 배워 볼 만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지금도 심심하면 어떤 악기가 손가락이 굳은 내게 그나마 맞을지 궁리하곤 한다.

 

 

수학 공부에 도움이 되는 안 되든 그게 무슨 상관이랴. 음악은 그 자체로 좋다.

 

 

참고 문헌

 

Kathryn Vaughn, “Music and mathematics: Modest Support for the Oft-Claimed Relationship,” The Journal of Aeshtetic Education (2000).

Kenneth Elpus, “Is it the Music or Is it Selection Bias? A Nationwide Analysis of Music and Non-Music Students’ SAT Scores,” Journal of Research in Music Education (2013).

Martin Guhn, Schott Emerson, Peter Gouzouasis, “A Population-Level Analysis of Associations Between School Music Participation and Academic Achievement,” Journal of Educational Psychology (2020).

Takako Fujioka, Bernhard Ross, Ryusuke Kakigi, Christo Pantev, “One year of musical training affects development of audiory cortical-evoked fields in young children,” Brain (2006).

Giovanni Sala, Fernand Gobet, “Cognitive and Academi Benefits of Music Training with Childred: A Multilevel Meta-Analysis,” Memory&Cognition (2020).


고호관

대학에서 건축과 과학사를 공부했다. 《과학동아》 기자, 《수학동아》 편집장으로 일했고, 현재 과학 저술가이자 SF 작가 또는 번역자로 활동 중이다. 『우주로 가는 문 달』을 썼고,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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