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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나는 생각한다, 고로 수학한다

15편 로또, 할까 말까? 비수학적인 로또의 세계

Editor! 2020. 10. 28. 15:49

사이언스북스 독자 여러분 중에 로또를 사시는 분은 몇 분이나 될까요? 다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분들이 800만분의 1이라는 확률에 돈을 날리는 분은 없을 거라 단언하고 싶지만 꼭 그런 건 아니겠죠? 오늘은 로또 이야기입니다. 오늘 로또 사려고 했던 분들, 이 글 읽고 사도 늦지 않을 겁니다. 저도 로또 구입하기 전에 꼭 읽어 보고자 합니다.


고호관의 수요 수학 에세이 15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수학한다

 

로또, 할까 말까? 비수학적인 로또의 세계

 

 

“복권은 수학을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걷는 세금이다.”

 

미국의 작가 앰브로스 비어스(Ambrose G. Bierce)가 한 말이다.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일 테지만, 한번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로또는 45개 숫자 중에서 6개를 고르게 되어 있고, 이 6개를 모두 맞히면 1등으로 당첨금을 받는다. 1등에 당첨될 확률은 다음과 같이 구할 수 있다. 처음 고른 숫자가 당첨 번호 6개 중 하나일 확률은 6/45다. 그다음 숫자가 나머지 당첨 번호 5개 중 하나일 확률은 5/44다. 그다음은 4/43, 그다음은 3/42, ……. 이를 전부 곱하면 814만 5060분의 1이라는 1등 당첨 확률이 나온다. 서로 다른 조합으로 10장을 산다고 하면 1등 당첨 확률은 약 80만 분의 1로 올라가는데, 그래 봤자 80만분의 1이다.

 

당첨금은 그 회차에 로또가 얼마나 팔리느냐, 1등 당첨자가 몇 명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판매액을 모아서 몇 명에게 몰아주는 식이라서 그렇다. 그런데 판매액이 다 당첨금으로 가는 건 아니고 50퍼센트만 당첨금으로 지급한다. 시작부터 절반을 손해 보는 셈이다. 게다가 당첨금에 붙는 세금을 생각하면, 완전 손해다.

 

예를 들어 80억 원 이상을 들여 가능한 모든 조합을 다 산다고 하자. 일주일 안에 800만 장을 일일이 수동으로 표시해 산다는 건 불가능하지만 일단 그렇다고 하자. 그러면 당첨 확률은 100퍼센트가 된다. 로또는 혼자 사는 건 아닐 테니 다른 사람도 고려하자. 요즘 회차별 로또 판매액을 찾아보니 800억 원이 훌쩍 넘는다. 여기에 아까 그 80억 원을 더해서 총 900억 원이라고 하자. 그리고 2, 3, 4 등도 무시하고 1등만 있다고 생각하자.

 

판매액의 50퍼센트가 당첨금이 되니까 총 당첨금은 450억 원. 한 회당 10명 정도가 1등에 당첨되니 10명이 나누어 가진다고 하면 각각 45억 원이 된다. 세금까지 33퍼센트를 떼면, 손에 들어오는 돈은 대략 30억 원. 80억 원 넘게 들여서 30억 원을 벌었으니 역시나 손해가 막심하다.

 

 

한국에서 발행되는 동행복권 로또 6/45. 수학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세금이라는 로또를 사기 위해 오늘도 서민들은 복권 판매점 앞에 줄을 선다. 여러분은?

 

 

기댓값이 무한대인 도박인데 안 한다고?

 

그런데도 사람들은 로또를 산다. 정말 많이 사기 때문에 모든 조합이 다 팔려나가고도 남을 정도로 한 회에 당첨자가 10여 명이 될 정도로 산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가끔 산다. 머리로는 안 될 걸 알면서도 헛된 기대를 품고 사게 된다. 결국 나도 수학을 모르는 사람인 건가…….

 

머리로는 알아도 왠지 행동은 그렇게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확률이 끼어들면 대개 그런 것 같다. 사고 확률을 따지면 비행기가 자동차보다 안전하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비행기를 탈 때 더 긴장되지 않는가. 로또도 비슷하다. 단순히 사는 것을 떠나서 번호를 고를 때도 많은 사람이 수학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어떤 숫자를 찍어도 당첨 확률이 똑같다는 건 알지만 왠지 1, 2, 3, 4, 5, 6을 고르기는 좀 그렇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설’이라는 게 있다. 사람들이 항상 기댓값에 따라 행동하지 않아서 생기는 역설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도박장에 동전 1개를 뒷면에 나올 때까지 던지는 게임이 있다. 첫 번째 시도에 뒷면이 나오면 상금으로 2루블을 받는다. 두 번째 시도에 처음으로 뒷면이 나오면 4루블을 받는다. 세 번째 시도에 처음으로 뒷면이 나오면 8루블을 받는다. 이런 식으로 n번째 시도에 처음으로 뒷면이 나오면 2의 n제곱 루블의 상금을 받는다.

 

만약 이런 게임이 눈앞에 있다면, 우리는 참가비로 얼마까지 낼 수 있을까? 한 번 참가하는 데 1루블이라면, 하는 사람이 있을 법도 하다. 그런데 참가비가 100루블이라면 어떨까? 가만히 머리를 굴려 보면, 6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온 뒤 일곱 번째에 처음으로 뒷면이 나오면 128루블을 받을 수 있어서 이익이다.

 

이 게임의 기댓값을 구해 보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처음에 2루블을 받을 확률은 2분의 1이므로 둘을 곱하면 1이다. 그다음에 4루블을 받을 확률은 4분의 1이므로 곱하면 1이다. 같은 방식으로 구해 모두 더하면 이 게임의 기댓값은 무한대가 나온다.

 

기댓값이 무한대라면, 참가비가 얼마든 간에 게임을 하는 게 이익이라는 소리가 된다. 그런데 실제로 100루블, 1,000루블을 내고 게임에 참가할 수 있을까? 각자 이 게임에 얼마나 낼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기댓값이 낮은 로또는 기꺼이 구입하면서도, 기댓값이 무한대인 이 게임에 큰돈을 내고 참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즉 사람의 의사 결정은 기댓값에 좌지우지되지만은 않는다.

 

 

기댓값이 본전 이상인 도박이라면 하는 게 맞다는 게 수학의 가르침이다.

 

 

 

수학자와 로또

 

수학을 정말 잘 아는 사람이라면 다를까? 수학자라면 기댓값이 낮은 로또를 사지 않고 상트페테르부르크 도박장의 게임에 돈을 내고 참가할까?

 

일일이 물어보지 않는 이상 알 수는 없지만, 수학자라고 해서 전혀 로또를 하지 않는 건 아닌 것 같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통계로 박사 학위를 받은 수학자 존 긴서(Joan R. Ginther)는 20년에 걸쳐 무려 네 번이나 복권에 당첨됐다. 첫 번째는 1993년으로, 540만 달러의 당첨금을 받았다. 2006년에는 200만 달러, 2008년에는 300만 달러, 그리고 마지막으로 2010년에는 1000만 달러를 받아 총 2040만 달러를 복권으로 얻었다.

 

이렇게 될 확률은 무려 18×1042분의 1이라고 한다. 긴서의 전공이 통계학이라는 사실 때문에 복권과 관련된 알고리듬을 파악해 이용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었지만, 아직까지 그런 증거는 없다.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복권으로 돈을 번 사례는 있다. 2005년 MIT에서 수학을 전공하던 제임스 하비(James Harvey)는 매사추세츠 주에만 있는 복권에 관심을 갖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이 복권은 기본적으로는 로또와 비슷했다. 숫자 6개를 맞추면 1등 당첨금을 받고, 5개, 4개 등 맞춘 숫자에 따라 적은 당첨금을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기댓값도 여느 복권과 비슷해 참가자가 손해를 보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차이점이 있었다. 이 복권도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당첨금을 이월하게 되어 있었는데, 누적 당첨금이 200만 달러를 넘어가면 이월하지 않고 2, 3등 등의 하위 당첨자에게 당첨금을 나누어 주는 방식이었다.

 

하비가 연구를 해 보니 하위 당첨자에게 나누어 줄 때는 복권의 기댓값이 크게 올라갔다. 2달러를 주고 한 게임을 하면 적어도 2.3달러를 받기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비는 팀을 구성해 하위 당첨자에게 나누어 주게 되는 경우가 생기면 복권을 대량으로 구입해 수익을 거뒀다. 곧 그와 비슷한 여러 집단이 생겨 이 복권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통계를 이용해 누적 당첨금이 200만 달러를 넘기는 시기를 예측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량으로 구매해 시기를 조절하기도 했다. 조작을 하거나 타인의 당첨 확률을 바꾼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행동은 불법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이 복권은 서서히 인기를 잃었다.

 

물론 이렇게 복권 당첨을 노리는 수학자는 극소수일 것이다. 하지만 도박에서 시작한 복권이 수학자의 흥미를 전혀 끌지 않을 수는 없다. 이런 관심은 때때로 수학 문제로 이어진다.

 

2019년에는 복권과 관련된 50년 묵은 수학 문제가 풀렸다. 이른바 무한 로또 문제다. 영국의 수학자 에이드리언 매시어스(Adrian R. D. Mathias)가 제시한 것으로, 비전공자로서 논문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해설 기사에 따르면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실제 로또는 5~6개의 숫자를 맞히면 당첨이 된다. 만약 로또 용지가 무한히 길어서 모든 조합을 다 표시할 수 있다고 하면, 언제나 당첨이 된다.

 

그런데 당첨 번호를 자연수 전체에서 무한개 고르는 로또가 있다면? 그리고 로또 용지는 무한히 넓어서 자연수 전체로 이루어진 줄이 무한개 있다. 이 경우 언제나 당첨되는 로또가 있을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다는 게 이번에 밝혀진 사실이다.

 

 

사람의 심리가 그렇게 쉽게 바뀌지는 않을 테니 아무리 수학적으로는 안 하는 게 이익이라고 떠들어도 수많은 사람이 계속해서 로또를 살 것이다. 세상이 항상 수학적으로만 돌아가는 건 아니다.

 

 

노력으로 인생 역전할 확률은 800만분의 1보다 높을까?

 

예전에 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학 강연에서 학부모의 뜬금없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수학적으로 로또를 맞을 방법이 있느냐?”였다. 물론, 그런 건 없다. 그런 게 있었으면, 진작에 수학자들이 로또를 쓸어가지 않았을까.

 

비이성적인 믿음을 갖고 로또에 ‘올인’하는 소수를 제외하면, 우리가 로또를 사는 건 희망 때문이다. 5,000~1만 원을 들여서 일주일 동안 위안을 사는 것이다. 로또가 좋은 투자가 아니라는 걸 알지만, 그 돈을 다른 데 들여서 딱히 다른 더 유용한 일을 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당첨 확률은 800만분의 1이지만, 1,000원을 아껴서 그 돈을 벌 확률은 더 낮지 않을까?

 

실제로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 속한다고 느낄 때 그리고 로또는 누구에게나 공정하다고 느낄 때 로또를 더 많이 구매한다는 연구도 있다. 2008년 미국 카네기멜런 대학교 연구진은 미국 피츠버그의 버스 정류장에서 설문 조사에 응하면 5달러를 준다며 사람들을 모집해 실험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설문 조사를 하면서 응답자의 소득 정보를 기입하게 했는데, 사실 설문지는 두 종류였다. 하나는 소득 분류가 “1만 달러 이하/1만~2만 달러/2만~4만 달러/4만~6만 달러/6만 달러 이상”으로 나뉘어 있었고, 다른 하나는 “10만 달러 이하/10만~25만 달러/25만~50만 달러/50만~100만 달러/100만 달러 이상”으로 나뉘어 있었다. 전자를 받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느낄 것이고, 후자를 받은 사람은 낮다고 느낄 터였다.

 

그리고 설문 조사를 마친 뒤 응답자에게 5달러를 주고 그 돈으로 최대 5매까지 살 수 있다며 1달러짜리 복권을 보여 주었다. 그 결과 자신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느낀 사람은 평균 0.67장을 구입했고, 낮다고 느낀 사람은 평균 1.28장을 구입했다. 다른 실험에서는 설문 조사 도중 로또가 다른 것보다 공평하다는 암시를 받은 사람들이 복권을 더 많이 샀다.

 

미국에서 이루어진 한 실험이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우리가 로또를 사는 이유와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사람의 심리가 그렇게 쉽게 바뀌지는 않을 테니 아무리 수학적으로는 안 하는 게 이익이라고 떠들어도 수많은 사람이 계속해서 로또를 살 것이다. 세상이 항상 수학적으로만 돌아가는 건 아니다.

 

 

 

참고 문헌

 

en.wikipedia.org/wiki/Joan_R._Ginther

www.theatlantic.com/business/archive/2016/02/how-mit-students-gamed-the-lottery/470349/

www.newscientist.com/article/2216349-50-year-old-maths-problem-about-an-infinite-lottery-finally-solved/

Emily Haisley, Romel Mostafa, George Loewenstein, “Subjective Relative Income and Lottery Ticket Purchases,” Journal of Behavioral Decision Making (2008).


고호관

대학에서 건축과 과학사를 공부했다. 《과학동아》 기자, 《수학동아》 편집장으로 일했고, 현재 과학 저술가이자 SF 작가 또는 번역자로 활동 중이다. 『우주로 가는 문 달』을 썼고,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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