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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나는 생각한다, 고로 수학한다

20편 수학으로 특허를 받을 수 있다면?

Editor! 2021. 3. 31. 10:40

고호관의 수요 수학 에세이가 드디어 20편까지 연재되었습니다. 연재를 읽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20편 원고에서는 수학이 발명된 것인지, 발견된 것인지 하는 심오한 문제에서 시작해, 수학적 지식을 돈벌이에 활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마무리합니다. 3월의 마지막 수요일, 수학적 성찰을 해 보시면 어떨까요?


 

고호관의 수요 수학 에세이 20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수학한다

 

20편 수학으로 특허를 받을 수 있다면?

 

 

우리가 수학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수학은 발명일까, 발견일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까? 전문 수학자는 아니지만, 고등학교 때까지 배운 수학을 가지고 생각해 보자.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니 우리 같은 일반인이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 없는 일은 아닐 것이다.

 

수의 개념부터 집합이나 행렬, 미적분, 확률, 통계, 여러 가지 공식이 이르기까지 우리가 배운 수학은 과연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일까? 아니면, 원래 자연의 법칙으로 존재하는 것을 우리가 알아내서 사용하고 있을 뿐일까?

 

만약 발명 쪽에 한 표를 던진다면, 그건 수학을 도구로 여긴다는 뜻이다. 자연 현상을 나타내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 낸 도구. 수학으로 자연 현상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건 그런 목적으로 만든 도구이니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이 사라진다면, 수학도 의미를 잃게 된다. 인간과 무관한 절대불변의 수학적 진리가 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발견이라는 견해에 따르면, 수학은 우주의 근본적인 원리다. 우주는 수학적인 원리에 따라 움직이며, 수학자는 그 비밀을 조금씩 밝혀내는 사람이 된다. 수학적인 진리는 인간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존재한다. 인간이 없던 과거에도, 인간이 멸종한 뒤에도 수학은 언제나 그대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딘가 우주 먼 곳에 수학을 연구하는 외계인이 있어도 표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인간의 수학과 다르지 않아야 한다.

 

참 어려운 문제다. 예를 들어, 수를 생각해 보자. 1, 2, 3, 4 같은 자연수는 원래 존재할까, 인간이 만들 걸까? 돼지가 새끼를 다섯 마리 낳았다고 하면, 인간이 있든 없든 새끼 돼지가 다섯 마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인간이 그걸 보고 하나, , , , 다섯 하고 세어서 나타냈을 뿐. 수를 나타내는 기호인 숫자는 발명품이겠지만, 추상적인 수 개념 자체는 왠지 원래 있었을 것 같긴 하다.

 

그런데 소수를 생각하면 좀 애매해진다. 0.7, 2.8 같은 소수는 원래 있는 걸까? 우리는 사과 0.7개 같은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 물론 사과 하나를 7:3의 비율로 정확히 잘라 놓고 0.7개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부피의 비로 해야 할까, 질량의 비로 해야 할까? 씨와 과육과 껍질은 각각 어떻게 나누어야 할까? 사과 0.7개라는 개념은 아주 모호하다. 그러고 보면 사과 1개라는 개념 자체도 모호해진다. 사과 1개라는 개념 자체가 인간과 무관하게 우주에 존재하는 게 맞는 걸까?

 

 

발명과 발견 둘 다이면 안 될까?

 

소수까지만 생각해 봤는데도, 골치가 아프다. 벌써 이럴진대, 0이나 음수, 유리수, 무리수, 허수까지 갈 생각을 하니 감도 잘 오지 않는다. 공식 같은 건 어떨까? 피타고라스의 법칙이라고, 중학교 때 배우는 공식이 있다. 평면에서 직각삼각형의 빗변 길이의 제곱은 나머지 두 변의 길이의 제곱의 합과 같다는 식이다. 피타고라스가 이 법칙을 알아내기 전에도 이 공식은 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인류가 멸망한 뒤에도 참일 것이다. 그러면 피타고라스의 법칙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미적분 같은 경우에는 흔히 발명했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아인슈타인을 끊임없이 괴롭힌 문제가 수학의 신비로움이었다. “경험과 무관한 인간 사고의 산물인 수학이 물리적 현실과 어쩌면 그렇게 잘 맞아떨어질 수 있을까?”  그리고 인간은 어떻게 그 수학을 할 줄 알게 되었을까?  미국 워싱턴  DC 에 있는 아인슈타인 조각상.

 

 

수학자들도 의견이 제각각인 모양이다. 영국의 수학자로, 필즈 상과 아벨 상을 받은 마이클 아티야는 인간이 수학을 만들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경험과 무관한 인간 사고의 산물인 수학이 물리적 현실과 어쩌면 그렇게 잘 맞아떨어질 수 있을까?”라고 했다. 다비트 힐베르트, 게오르크 칸토어 등도 이쪽 의견이다. 반대로 고드프리 해럴드 하디, 쿠르트 괴델 등은 순수한 수학적인 세계가 실재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꼭 둘 중 하나여야 할까? 세상에는 이것 아니면 저것만 있는 건 아니다. 당연히 둘 다일 수도 있다. 수학 중에서 어떤 것은 인간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법칙이고, 어떤 것은 인간이 만들어 낸 개념일 수 있다. 가령 평면에서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라는 점은 아마 인간과 무관하게 자연에 내재되어 있는 사실이고, 인간은 그 사실을 발견했을 것이다. 이와 달리 제곱하면 음수가 나오는 허수는 이름처럼 실제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인간이 필요에 따라 만들어 낸 개념일 것이다. 물론 애초에 수 자체가 인간이 만들어 낸 개념이라고 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자연에는 존재하지도 않는데, 실제 물리적 현실을 설명하는 데 요긴하게 쓰인다고 생각하면 참 흥미롭다.

 

이런 식으로 수학은 인간과 무관하게 자연에 내재되어 있는 근본 원리와 수학자의 머릿속 세계에만 있는 추상적인 개념이 마구 뒤섞여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일반인과 수학 사이의 거리를 더욱 벌어지게 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건 아마 후자일 것이다. 나름대로 오랫동안 과학과 수학 콘텐츠를 다루어 본 경험에 따르면, 과학은 그래도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면 대강 무엇과 관련된 것이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지만 순수 수학의 경우에는 그런 게 전혀 불가능할 때가 많다.

 

 

모호한 알고리듬 특허의 기준

 

사실 이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건 특허에 관해 생각해 보고 싶어서다. 수학 공식이나 알고리듬에 특허를 낼 수 있어야 하는 걸까?

 

보통 과학자가 알아낸 자연 법칙에는 특허를 낼 수 없다. 만유인력의 법칙이나 대폭발 이론에 특허를 낸다는 생각을 해 보지는 않는다. 중력파를 탐지했다고 해도 중력파에 관한 특허를 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과학적인 원리를 이용해 어떤 유용한 도구를 만들면 특허를 받아 금전적인 이익을 취할 수 있다. 중력파를 이용해 통신을 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고 하면 관련 기술에 특허를 신청할 수 있을 것이다.

 

특허법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수학 개념도 자연 법칙과 마찬가지로 특허를 낼 수 없다. 특허법에서는 수학을 발명이 아니라 발견으로 보는 셈이다. 과거 산업 수학의 여러 사례를 취재할 때도 결과물을 가지고 특허를 내겠다는 수학자는 본 적이 없다. 순수 수학 분야의 수학자라면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소프트웨어도 특허를 인정받을 수 없다. 소프트웨어란 결국 수학 알고리듬이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 법원은 사람이 손으로 풀 수 있는 알고리듬은 정신 활동이므로 특허를 줄 수 없다는 판결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사람이 손으로 풀 수 있다는 기준은 모호할 수밖에 없고 어떤 소프트웨어는 다른 구실을 이용해 특허를 받기도 했다.

 

특허가 있다면, 자연히 분쟁도 생길 수 있다. 몇 년 전에는 게임계에서 알고리듬 특허와 관련한 문제가 생겼다. 2016년에 출시된 노 맨즈 스카이(No Man’s Sky)라는 게임은 은하계의 수많은 행성을 탐사하는 SF 어드벤처 게임으로 출시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무려 1800경 개의 행성을 탐사할 수 있고, 행성마다 독특한 동식물상을 갖추고 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노 맨즈 스카이」에 등장하는 행성. 게임 홈페이지에서.

 

용량에 한계가 있는 게임에서 1800경 개의 행성을 모두 만들어 놓을 수는 없다. 각 행성은 알고리듬에 의해 만들어지게 되어 있다. 이 게임을 개발한 숀 머리(Sean Murray)는 출시 전 한 인터뷰에서 이에 관해 설명하면서 슈퍼포뮬러(superformula)라는 알고리듬을 사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슈퍼포뮬러는 요한 힐리스(Johan Gielis)라는 벨기에의 생물학자가 만든 것으로, 변수에 따라 자연의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는 알고리듬이다. 힐리스는 직접 회사를 세우고 이 알고리듬에 대한 특허를 받았다.

 

게임 출시 직전 힐리스는 노 맨즈 스카이가 슈퍼포뮬러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개발 과정에서 슈퍼포뮬러를 사용한 건 사실이지만, 머리는 게임에 넣지는 않았다고 주장하며 대화를 나누겠다고 밝혔다. 그 뒤로는 언론 보도가 거의 없어 양측이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는 찾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기대와 달리 게임이 출시 뒤에 형편없는 콘텐츠로 혹평을 받으면서 흐지부지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 블로그에서 얼마 전에 슈퍼포뮬러 특허가 만료되었다는 정보를 발견했다.

 

 

요한 힐리스와 그의 슈퍼포뮬러.

 

 

만약 노 맨즈 스카이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엄청난 돈이 걸려 있으니 특허 분쟁은 훨씬 더 격렬해지지 않았을까? 노 맨즈 스카이가 슈퍼포뮬러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해도 그걸 바탕으로 다른 알고리듬을 만들어 사용했다면, 더욱 골치가 아파졌을 것이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 싸움에서 보았듯이, 계속해서 선례를 찾아가는 공방이 계속되었을 수도 있다. 슈퍼포뮬러도 완전히 새로운 게 아니라 기존 공식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니 말이다.

 

수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수학으로 특허를 낼 수 없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아주 다행인 것 같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장치와 소프트웨어의 바탕에 수학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특허료를 내면서 살아야 할까? 수학이 발명인지 발견인지는 모르겠지만, 수학으로부터 혜택을 받고 사는 입장에서는 수학이 누군가 만들어 낸 도구인 것보다는 누군가 새로 알아낸 진리의 한 조각인 게 더 나은 것 같다.

 

 

 

참고 문헌

Mario Livio, “Why Math Works,” Scientific American, Aug. 2011.

https://arstechnica.com/tech-policy/2011/08/appeals-court-says-only-complicated-math-is-patentable/.

https://www.newyorker.com/magazine/2015/05/18/world-without-end-raffi-khatchadourian.

https://nmsspot.com/2020/06/08/does-expired-patent-of-the-superformula-tie-to-rumors-of-more-alien-worlds-in-no-mans-sky/.


고호관

대학에서 건축과 과학사를 공부했다. 과학동아 기자, 수학동아 편집장으로 일했고, 현재 과학 저술가이자 SF 작가 또는 번역자로 활동 중이다. 우주로 가는 문 달을 썼고,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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