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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편 수학으로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본문

(연재) 나는 생각한다, 고로 수학한다

21편 수학으로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Editor! 2021. 5. 5. 11:59

매년 4월 22일은 지구의 날입니다. 1970년 미국에서 처음 선포된 이후 51년간 지구의 환경 위기, 생태 위기, 그리고 기후 위기를 환기시켜 왔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지금, 지구의 날이 좀 더 강력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우리는 전 지구적 위기를 막기 위해 어떤 행동울 할 수 있을까요? 어떤 행동을 해야만 할까요? 당장 무슨 행동을 해야만 할 수도 있지만, 한 발 뒤로 물러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는 일부터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수학이 그 출발점일 수도 있습니다. 2021년 심상치 않은 지구의 날에 고호관 선생님이 보내 준 수요 수학 에세이, 지구를 구할지도 모를 수학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인간이 만든 세상은 어떻게 멸망할까? 불일까, 얼음일까? 그것도 아니면 점진적 쇠퇴일까? 또 그것을 예측할 수 있는 과학은 무엇일까?

 

인간이 만든 세상은 어떻게 멸망할까? 영원할 수는 없을 테니 분명히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인간 세상의 끝을 상상했고, 가능한 시나리오도 여럿 나왔다. 멸망을 다룬 소설이나 영화도 많았다. 예전에는 핵전쟁이나 치명적인 전염병, 소행성 충돌, 기계의 반란 같은 대규모 사건이 멸망의 이유로 많이 등장했고, 태양 표면의 폭발(혹은 태양 광량의 감소)이나 외계인 침공 같은 시나리오도 볼 수 있었다. 혹은 자연스럽게 문명이 쇠퇴하면서 인간 사회가 무너진다거나.

그런데 요즘에는 대세가 정해진 느낌이다. 바로 기후 변화다. 요즘 내가 보고 읽는 많은 이야기에서 인간 사회의 지속을 위험에 빠뜨리는 건 대개 기후 변화다. 예전에도 온난화로 세상이 멸망하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이제는 1순위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

 

아무래도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후 변화 때문에 큰일인 건 분명해 보인다. 폭염이나 한파, 가뭄, 슈퍼 태풍, 산불 등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이 세상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고, 기후 과학자들은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연일 재촉하고 있다. 이상 기후도 가끔 일어날 때나 이상 기후지 지금은 기후가 이상한 게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기후 변화를 돌이키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인제 와서 탄소 배출을 중단한다고 해서 온난화를 돌이킬 수는 없다는 소리다. 정말 그런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사안의 중대함을 고려하면 모두가 지금보다 훨씬 난리를 쳐야 하는 건 맞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이미 늦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여기저기서 탄소 발생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건 알지만, 그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얼마나 많이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들겠다고 하지만,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게 사실이다. 기후 변화를 저지하려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당장 나부터도 온실 기체 배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육식을 포기하지 못할 것 같다.

석기 시대로 돌아갈 게 아니라면 문명을 유지하면서도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그러려면 일단 지구의 현재 상태와 앞으로의 변화에 관해 가능한 한 정확히 알아야 한다. 지구 환경이 어떤 경로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알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여기에 수학이 기여할 수 있다.

 

 

기후 위기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사실 수학이다!  

 

 

지구를 위한 수학

 

2009년 북아메리카 지역의 수학 연구소들은 장기간의 협동 과제 주제를 찾고 있었다. 워크숍과 학회, 교육 활동을 구성해 진행하려는 계획이었는데, 주제로 잡은 게 기후 변화와 지속 가능성이었다. 이 계획은 다음 해에 열린 세계 수학자 대회에서 널리 알려졌고, 2012년에는 유네스코(UNESCO)의 후원을 받았다.

 

그 결과 점점 더 많은 연구 기관이 참여하며 2013년에 세계 여러 곳에서 워크숍, 전시, 대중 강연 등의 다양한 행사가 열렸고, 이 일련의 활동을 지구를 위한 수학 2013(Mathematics of Planet Earth 2013, MPE 2013)’이라고 불렀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세계가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수리 과학이 어떤 방식으로 유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기 위해 만든 계획이다. 나는 2014년에 수학 잡지를 맡으면서 처음 이 계획에 관해 들어보았다. 그리고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마침 기후 변화와 수학에 관해 생각하다가 다시 떠올라서 그 뒤로 어떻게 되고 있는지 찾아보았다.

 

2013년 이후 지구를 위한 수학2013을 뗀 채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수학 연구 및 교육의 한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미국 럿거스 대학교 이산 수학 및 이론 컴퓨터 과학 센터는 5년에 걸쳐 워크숍을 조직했고, 미국 산업 응용 수학회는 MPE에 관한 활동 그룹을 만들어 2년마다 학회를 연다. 2020년부터는 이 분야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다. , 영국에서는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레딩 대학교에 이 분야의 박사 학위 교육을 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서 비공식적으로도 이 분야를 연구하는 수학자가 있다.

 

MPE의 주요 연구 주제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지구 시스템이다. 대기와 바다의 변화를 예측하며 기후, 천연 자원, 지속 가능성과 같은 주제를 다룬다. 둘째, 생명을 지탱하는 시스템으로서의 지구다. 인구 변화, 전염병, 생태계, 생물 다양성 등이 여기에 들어간다. 셋째는 인간이 만든 시스템이다. 도시의 기반 시설, 에너지, 수송, 식량 안정성 등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기후 변화와 같은 위기에 처한 지구다.

 

지구의 변화를 다루며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 분야다 보니 자연히 수학 이외의 다른 학문과 접점이 많다. 통상적인 수리 과학의 경계를 넘어 다른 분야와 적극적으로 교류해야 할 수밖에 없다. 수학은 왠지 세상과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여기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꽤 자연스럽게 들리는 이야기다.

 

 

지구를 위한 수학(Mathematics of Planet Earth, MPE)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홈페이지: http://mpe.dimacs.rutgers.edu/)  

 

 

지구의 미래 예측하기

 

수학이 단독으로 기후 변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수학 모형은 기후 변화의 속도와 양상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면 자연히 우리가 기후가 바뀐 미래에 대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빙하를 보자. 극지나 높은 산간 지대의 빙하는 기후 변화를 보여 주는 좋은 지표다. 어느 산의 빙하가 얼마나 줄었다거나 북극 빙하가 생각보다 더 빨리 줄어들고 있다는 등의 뉴스를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빙하가 녹아 바다로 들어가면 해수면이 높아져 저지대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하는 등 막대한 피해가 생긴다. 따라서 빙하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녹는지 알아내는 건 대단히 중요하다.

 

수많은 변수가 있는 방정식을 이용해 자연 현상을 나타내는 게 쉬울 리는 없다. 문외한의 머리로 생각해도 당장 몇 가지 변수가 떠오른다. 기온과 수온, 일조량, 빙하의 표면적, 반사율 등등. 하지만 실제로는 얼마나 더 변수가 다양하고 복잡할지 나 같은 문외한으로서는 상상이 잘 안 된다.

 

이 분야를 연구하는 케네스 골든(Kenneth M. Golden) 미국 유타 대학교 교수의 연구를 소개한 자료를 보니 내가 생각도 하지 못했던 요소까지 모두 고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바다의 빙하는 내부에 미세한 빈 공간이 많은데, 이 속으로 바닷물이 드나든다. 이때 빙하의 구조와 여기를 드나드는 바닷물의 작용은 빙하가 녹는 현상에 영향을 끼친다. 조금 전에 내가 무심코 언급한 반사율도 알고 보니 생각보다 복잡했다. 빙하 표면에서 얼음이 녹으면서 웅덩이를 이루는데, 웅덩이는 얼음보다 어두워서 태양 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한다. 이 웅덩이가 빙하 표면에 어떤 패턴으로 얼마나 생기는지는 빙하의 태양 빛 반사율 및 투과율에 영향을 끼친다.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얼마나 올라갈지를 예측하는 것도 생각보다 복잡하다. 빙하가 녹아 바닷물이 되는 양을 이용해 계산하면 될 것 같은데, 지구가 완전히 동그랗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땅이 골고루 퍼져 있는 것도 아니다. 지구의 중력 가속도는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극지의 거대한 빙하도 질량이 크기 때문에 중력을 발휘해 바닷물을 끌어당긴다. , 빙하처럼 무거운 물체는 땅을 짓눌러 지구 표면의 모양을 바꾸어 놓는다. 따라서 지구의 모든 곳에서 해수면이 똑같이 높아진다고 할 수 없다. 세계 각지의 해수면 상승을 파악해 그에 맞게 대비하려면 빙하가 녹으면서 늘어나는 바닷물의 양뿐만 아니라 이런 현상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녹아 가는 빙하 위의 북극곰.  

 

 

복잡한 자연을 이해하게 해 주세요

 

이런 내용을 보는 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은 복잡하다! 복잡해!’뿐이다. 요즘 들어 세계적인 위기라고 하는 현상은 하나같이 보면 볼수록 복잡하고 골치 아픈 것뿐이다. 사회의 일원으로 나름대로 다가오는 파국을 늦춰 보려고 노력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내가 하는 행동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아서다.

우습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라면을 끓일 때 찬물을 받아서 끓이는 것과 정수기에서 온수를 받아 끓이는 것 중에 어느 쪽이 에너지를 덜 쓰고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할지 생각해 본 적도 있다. 수학을 이용해 계산한다면 답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기에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코로나19도 이런 점을 절실히 느끼게 했다. 뉴스를 보면 그냥 이러이러하게 하면 되지 않나? 답답하게 왜 저러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나중에 보면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내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수많은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방역이란 게 누구에게 백신을 맞히고 어디를 폐쇄하기만 하면 쉽게 되는 게 아님을 아니 섣불리 정부를 비난할 수도 없다. 기후 변화로 앞으로는 전염병도 더 자주 발생할 전망이라고 하니 갑갑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다. 당면한 기후 변화부터 생태계, 에너지, 식량, 전염병, 도시 기반 시설 등 여러 분야에 퍼져 있고, 서로 엮여 있기도 하다. 대처하려면 변화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데, 다들 너무 복잡해서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걸 이해하게 해 주는 수학이라면 지구를 구하는 수학이라는 이름도 걸맞지 않을까.

 

복잡한 세계를 이해하는 참 열쇠는 수학이 아닐까?  

 

참고 문헌

 

Hans G. Kaper, Christiane Rousseau, ”Mathematics of Planet Earth,“ Notices of the American Mathematical Society, Nov, 2019.

기후 변화, 에너지 고갈, 강력 범죄를 막아라! 지구를 위한 수학, 수학동아20136월호.

 


고호관

대학에서 건축과 과학사를 공부했다. 과학동아기자, 수학동아편집장으로 일했고, 현재 과학 저술가이자 SF 작가 또는 번역자로 활동 중이다. 우주로 가는 문 달을 썼고,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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