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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편 들어는 봤나? 사이비 수학! 본문

(연재) 나는 생각한다, 고로 수학한다

25편 들어는 봤나? 사이비 수학!

Editor! 2021. 8. 11. 12:17

지난 24편에서는 천재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천재성을 발휘했던 수학자들의 집중력과 창의력은 감탄을 자아냅니다. 수학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며 세상에 빛을 낸 수학자도 있지만, 반대로 수학을 잘못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과학이라는 탈을 쓰고 사기를 치는 사이비 과학처럼, 수학에도 사이비 수학이 있지 않을까요? 독자 여러분의 일독을 권합니다.


 

사이비 과학은 흔하다, 사이비 수학은?

 

과학 기자 생활을 할 때 나는 사이비 과학에 관심이 많았다. 사이비 과학 혹은 비과학적인 미신이 싫어서 그런 것들을 박멸하고 싶다고 입사 면접 때 이야기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저런 기사를 쓰면서 사이비 과학을 비판하는 내용을 넣기도 했고, 한두 해 정도는 사이비 과학을 다루는 글을 연재하기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비과학적인 내용으로 사람을 호도하는 수작을 보면 심기가 불편해진다. 부모님이 근거 없는 건강 정보를 듣고 별로 믿음이 가지 않은 약이나 식품을 드실 때면 화가 날 정도다.

 

수학 잡지를 만들던 시절에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사이비 수학이란 게 있다면, 찾아내서 파헤쳐 보자고. 사이비 과학과 달리 사이비 수학이라는 말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그런 사례를 찾기는 어려웠다. 사이비 과학이 추구하는 목적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이다. 많은 사람이 관심 가지는 건강/의학 분야에서 사기가 가장 흔하다. 아무래도 이런 면에서 수학적으로 보이는 것은 별로 돈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굳이 찾자면 통계 왜곡 정도가 있다. 통계를 왜곡하고 악용해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거나 이익을 취하는 것도 분명 사기 행위다. 예를 들어 평균의 함정 같은 게 있다. 최근 인터넷 게시판에서 황당한 글을 봤는데, 몇십 년 전보다 지금이 훨씬 덥다는 내용이었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으니 지금이 더 더운 건 사실이겠지만, 그 글은 1960~1970년대의 평균 기온을 근거로 삼고 있었다. 7~8월 평균 기온이 26도 안팎이니 지금보다 훨씬 시원했다는 주장이다. 평균과 최고, 최저 기온을 구분하지 못한 그 글은 당연히 댓글로 논파 당했다. 표본을 편향적으로 선정하거나 상관 관계를 인과 관계로 호도하거나 그래프를 교묘하게 그리는 식으로 통계를 왜곡하는 일도 흔하다.

 

왜곡이 아닌 완전한 사기로 볼 수 있는 사례로는 로또 당첨 번호 예측 서비스가 있다. 검색하면 몇몇 업체를 찾을 수 있는데, 홈페이지에 가 보면 번호 출현 빈도나 홀수와 짝수의 비, 높은 수와 낮은 수의 비 등을 따져 놓은 자료 따위를 볼 수 있다.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수나 합성수를 따지는 곳도 있었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전혀 근거 없는 분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그럴듯한 말을 갖다 붙여도 로또 번호를 예측한다는 건 전부 사기다.

 

기존 수학을 뒤집겠다는 환상

 

비록 돈과는 무관하다 해도 자신이 대단한 발견을 했다고 착각해서 사이비 과학을 추구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기자 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잘못된 생각에 이상하게 빠져 있는 사례를 보곤 한다. 나도 제보 이메일을 여러 차례 받았다. 가령 모종의 집단이 사람들을 마인드 컨트롤하고 있다는 주장이나 자신이 우주와 생명의 본질을 발견했다는 주장 등이다. 대개는 황당무계한 내용이라서 무시해 버리는데, 가끔 그럴듯하게 보여서 낚이는 기자가 있으면 기사로 나오기도 한다.

 

수학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직접 제보를 받은 적은 없었지만, 간혹 리만 가설 같은 굉장한 수학 난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하는 뉴스를 간혹 접한 적이 있었다. 나 역시 뉴스로 처음 접하면 큰 기대를 하고 살펴보곤 했다. 대부분은 과장 또는 왜곡되었거나 오류가 있는 것으로 판명 났다. 그런 일을 몇 번 겪다 보니 이제는 그런 뉴스를 봐도 거의 기대를 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이미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이 된 뒤에도 계속해서 같은 주장이 되풀이되기도 한다. 내가 가장 처음 접한, 그리고 아마 가장 유명한 사례는 임의의 각을 삼등분하는 문제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린 시절에 학교에서 자와 컴퍼스를 이용해 임의의 각을 이등분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기가 있다. 아마 그맘때였을 것이다. 집에서 신문을 보는데, 신문 하단에 커다랗게 광고가 실렸다. 자신이 임의의 각을 삼등분하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누군가 신문에 광고를 실었다. 처음에는 각을 삼등분하는 게 무슨 대수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읽어 보니 그렇지 않았다.

 

좀 더 정확히 설명하면, 이 문제는 눈금이 없는 자와 컴퍼스만을 사용해 임의의 각을 삼등분하는 각을 작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역사적으로 많은 수학자가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국 19세기 초, 프랑스 수학자 피에르 방첼(Pierre-Laurent Wantzel)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때 방첼은 같은 조건으로 임의의 정육면체의 2배 부피의 정육면체를 작도할 수 없다는 사실도 함께 증명했다. 두 문제는 3대 작도 불능 문제에 속한다. 참고로, 나머지 하나는 임의의 원과 넓이가 같은 정사각형을 작도하는 문제다.

 

그러니까 광고를 낸 그 사람은 한참 전에 끝난 증명에 도전장을 던졌던 것이다. 그때는 몰랐는데, 그런 사람은 세계적으로도 많았다고 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방법에는 전부 오류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지금은 수학자 누구도 그런 주장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신문에서 본 방법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는 오류를 찾아낼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 광고를 스크랩해서 한참 동안 보관했다. 나중에 수학과를 나온 기자에게 보여 주었는데,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부분이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재야의 수학자가 대단한 발견을 한다는 판타지는 유혹적이다. 아마 지금도 어딘가에는 기존 수학 이론의 전복을 꿈꾸는 야심 찬 아마추어 수학자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야심만 너무 커 아집에 빠지게 된다면, 논문 대신 신문에 광고를 내는 사이비 수학자가 되고 말 가능성이 크다.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만 가지고 임의의 각을 삼등분하는 각을 작도하는 건 불가능하다. /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만 가지고 임의의 각을 삼등분하는 각을 작도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한 피에르 방첼.

 

 

생활 속 퍼져 있는 수에 관한 미신

 

사실 이런 사이비 수학은 기껏해야 성가신 정도로(그래도 진위 여부는 확인해야 하니까), 사회적으로 큰 피해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는 별 관련이 없을뿐더러 수학이라는 학문과 그 학문을 이용하는 사회를 위협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믿지는 않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이런 사이비 수학보다는 수와 관련된 미신이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 특정 수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수에 모종의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수비학은 역사가 매우 깊다. 고대 그리스 피타고라스 학파는 수에 신비한 성질이 있으며 만물이 수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다. 1은 모든 것의 기원이며, 시작과 중간, 끝이 있는 3은 이상적인 수를, 10은 완전한 수를 의미했다. , 홀수는 남성스럽고, 짝수는 여성스럽다고 생각하는 식이었다.

 

수에 의미를 부여하는 문화는 고대 그리스뿐 아니라 여러 시대의 여러 문명권에 있었다. 그 흔적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서양에서는 13을 불길하게 여기고 7을 행운의 수로 여긴다. 중국에서는 8이 행운의 숫자다. 우리나라에서는 4를 재수 없는 수로 생각한다. 흔히 죽을 사() 자와 발음이 똑같이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 수비학을 진지하게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수에 관한 미신은 흔적처럼 남아 우리 생활에 조금씩 반영되어 있다. 건물에 4층이 없다거나, 엘리베이터의 4층 버튼을 숫자 4 대신 F로 표기하는 등의 흔적을 우리는 종종 볼 수 있다. 2012년에는 세종시에서 태어난 아기의 주민 등록 번호 뒷자리가 4444로 끝나자 부모가 변경을 요청해 번호를 바꾼 사례도 있었다. 이후 정부는 4444가 나오지 않도록 주민 등록 번호 생성 방식을 바꾸는 조처를 했다.

 

손 없는 날도 비슷하다. 흔히 이사나 개업을 위한 날을 고를 때 손 없는 날을 택한다. 손 없는 날이란 사람을 해코지하는 악귀가 돌아다니지 않는 길일로, ‘은 귀신을 가리키는 손님을 줄인 것이다. 손 없는 날은 음력 날짜로 끝이 0이나 9로 끝나는 날이다. 즉 음력 9, 10, 19, 20, 29, 30일이다. 예로부터 날짜가 1, 2로 끝나면 동쪽, 3, 4로 끝나면 남쪽, 5, 6으로 끝나면 서쪽, 7, 8로 끝나면 북쪽에 이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배웠던 황금비도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잘못된 통념으로 황금비도 있다. 황금비는 어떤 두 수가 있을 때 그 두 수의 비가 두 수의 합과 두 수 중 큰 수의 비와 같을 때 그 값이다. 두 수 a, b(ab보다 큼)가 있다면, (a+b)/a=a/b일 때 이 값이 황금 비율이다. 1.618인 무리수다.

 

대단할 것 없어 보이는 이 수가 유명한 이유는 아름다움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 때문이다. 황금비에 관한 기록은 기원전에 활동한 고대 그리스 수학자 에우클레이데스의 원론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황금비라는 이름 자체는 19세기에 들어서야 등장했다. 오늘날에도 우리가 아름다움을 느끼는 자연물, 혹은 예술 작품이 황금비를 이루고 있다는 내용은 아마 못 들어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흔히 앵무조개나 파르테논 신전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곤 한다.

 

그런데 실제로 측정해 보면 아름다운 대상에서 황금비를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몇몇 수학자가 황금비로 이루어졌다고 하는 앵무조개의 나선을 직접 잰 결과 황금비는 없었다. 파르테논 신전이나 모나리자, 몇몇 유명한 조각상도 마찬가지다. 황금비가 있는 건물이나 예술 작품도 있지만, 그건 처음부터 황금비가 아름답다는 통념에 따라 황금비에 맞춰 만든 결과다.

 

우리가 황금비를 아름답게 느낀다는 이야기도 확실하지 않다. 가로 세로의 비가 제각기 다른 직사각형 수십 개를 놓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게 한 실험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고른 직사각형은 황금비가 아니었다는 실험도 있다. 애초에 모든 사람이 똑같은 대상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이제는 황금비에 관한 잘못된 사실도 많이 알려져 인터넷에서 황금비를 검색하면, 양쪽 내용이 뒤섞여 나온다.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어리둥절할지도 모른다.

 

사이비 과학 목록을 열심히 뒤졌지만, 수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았다. 수학이 어렵다는 인상 때문일까? 하지만 그 어렵다는 양자 역학을 가지고 이상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봐서는 그것도 말이 안 된다. 혹시 가짜 수학 이론은 대중성이 떨어져 관심을 끌기 어려워서일까? 그렇다면 사이비가 적다는 사실에 기뻐할 수만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황금비의 사례로 잘못 알려졌던 파르테논 신전.

 

 

 

참고 문헌

우리 모두는 속은 겁니다! 황금비, 수학동아20172월호.

https://folkency.nfm.go.kr/kr/topic/detail/8421

https://www.yna.co.kr/view/AKR20121016057200063


고호관

대학에서 건축과 과학사를 공부했다. 과학동아기자, 수학동아편집장으로 일했고, 현재 과학 저술가이자 SF 작가 또는 번역자로 활동 중이다. 우주로 가는 문 달을 썼고,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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