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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편 수학하는 인간, 숫자 세는 동물 본문

(연재) 나는 생각한다, 고로 수학한다

26편 수학하는 인간, 숫자 세는 동물

Editor! 2021. 9. 1. 16:10

사람은 어쩌다 수학을 할 줄 알게 되었을까요? 아무리 스스로 수학에 젬병이라고 하는 사람도 하나, 둘, 셋……, 숫자를 세고 간단한 사칙연산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걸 응용해 어려운 문제를 푸는 건 조금 다른 얘기겠지만 말이죠. 인간이 가진 수학 능력의 기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흥미로운 동물의 수학 이야기, 함께 읽어 보시죠.


 

많은 사람이 학창 시절 수학 때문에 고생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문명을 이루어 살 수 있는 것은 다 수학 덕분이다. 인간의 수학 능력은 인간과 다른 동물을 구분하는 차이점이기도 하다. 수학 능력은 유독 특별하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수학 능력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모른다. 과학자들은 혹시 실마리를 얻기 위해 동물들의 수학 능력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수학 능력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지 몰라도 꽤 많은 동물이 수에 관한 감각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에는 까마귀나 앵무새 같은 새, , , 물고기 등이 있고, 심지어는 개미나 꿀벌 같은 곤충도 있다. 엄청나게 신기한 일은 아니다. 동물도 살다 보면 수를 셀 때가 있을 테니까. 이쪽에 먹이 3개가 있고 저쪽에 먹이 1개가 있다면, 당연히 많은 쪽을 선택해야 유리하지 않을까? 무리를 지어 사는 초식 동물이라면 맹수로부터 도망칠 때 더 큰 무리에 합류하는 게 유리할 것이다. 그 정도 구분하는 능력쯤은 동물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덧셈하는 개

 

동물의 수 감각을 연구하는 건 쉽지 않다. 동물들이 숫자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말도 통하지 않으니 정교한 실험을 통해 추측하는 수밖에 없다. 제대로 실험하지 못하면 영리한 한스와 같은 꼴이 될 수 있다.

 

영리한 한스는 20세기 초에 살았던 말로 간단한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해 유명해졌다. 예를 들어, 2+3의 정답이 뭐냐고 물으면 발굽으로 땅을 5번 두드렸다는 것이다. 이 말은 상당한 화제를 일으켰지만, 자세한 조사 결과 실제 계산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니라 주위 사람들, 그중에서도 특히 말 주인의 반응을 보고 답을 내놓은 것이었다. 답이 5일 때 땅을 5번 두드리면 말 주인이나 주위의 구경꾼들이 무의식적으로 더 집중한다거나 몸을 움직이는 식으로 반응하게 되는데, 이를 알아채고 두드리는 것을 멈췄던 것이다.

 

그때야 신기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지만, 지금 보면 말이 사람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데서부터 말이 안 된다. 동물의 수 감각을 알아보려면 동물이 인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제시한 뒤 동물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개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수에 대한 감각이 있다고 확인했다.

 

2002년 영국 드몽포트 대학교의 레베카 웨스트와 로버트 영이 개를 대상으로 한 연구(링크)를 보자. 이 연구는 개가 먹이를 쳐다보는 시간을 이용해 개의 수 감각을 파악하려 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가림막 뒤에 접시를 놓고 먹이를 1개 놓았다. 그리고 가림막을 열어 먹이가 1개 있는 모습을 보여 주며 개가 먹이를 쳐다보는 시간을 잰다. 이어서 실험자가 먹이를 하나 더 보여 준 뒤 접시 위에 놓고 가림막을 열어 먹이가 2개가 된 모습을 보여 주며 시간을 잰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실험자가 먹이를 하나 더 보여 준 뒤 접시에 놓지 않고 몰래 숨긴다. 그리고 가림막을 열어 먹이가 여전히 1개인 모습을 보여 주며 시간을 잰다. 세 번째 실험에서는 먹이를 하나 더 보여 준 뒤 접시에는 몰래 2개를 더 놓는다. 그리고 가림막을 열어 먹이가 3개가 된 모습을 보여 주며 시간을 잰다.

 

그 결과 첫 번째 실험에서는 개가 처음에 먹이 1개를 쳐다보는 시간과 2개가 된 모습을 쳐다보는 시간에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실험에서는 먹이가 그대로 1개가 된 모습과 먹이가 3개가 된 모습을 보는 시간이 상당히 길어졌다. 연구진은 개가 1+1=2인 상황을 보고는 당연하게 여겼지만, 1+1=11+1=3인 상황에서는 의아함을 느껴 더 오래 쳐다보았다고 추측했다. 개에게 기초적인 수 감각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까마귀도 0을 안다

 

몇몇 새도 연구를 통해 수 감각을 갖고 있음이 드러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까마귀다. 까마귀가 간단한 수를 셀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독일 튀빙겐 대학교 신경 생물 연구소의 막시밀리안 키르쇼크, 헬렌 디츠 등 연구진이 까마귀가 0이라는 수 개념을 이해한다는 실험 결과(링크)도 내놓았다. 0을 수로 인식하는 건 인간조차 어린 시절에는 어려워하기도 하는 일이다.

 

연구진은 모니터를 통해 0~4개의 점을 보여 주며 사전에 보여 주었던 것과 똑같은 수의 점이 보이면 반응하고 그렇지 않으면 반응하지 않도록 까마귀 두 마리를 훈련했다. 모양이 같은 것을 보고 고르지 않도록 점의 수는 같되 배열이 달라지도록 했다. 그동안 연구진은 까마귀 뇌의 신경 활동을 관찰했다.

 

흥미롭게도 까마귀는 점이 아무것도 없을 때, 2번 다 0개일 때도 반응을 보였다. 과거에도 이런 실험에 참여한 경험이 많은 까마귀는 답을 완벽하게 맞혔다. 그렇지 않은 까마귀는 종종 틀리는 모습을 보였는데, 두 수가 02일 때보다 01일 때 더 자주 틀렸다. 원래 점의 수를 가지고 수를 구별하는 실험을 할 때는 수의 차이가 작을수록 어렵다. 1개와 2개를 구별하는 것보다는 점 9개와 10개를 구별하는 게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들어 까마귀가 0을 자연수와 이어지는 가장 낮은 수로 여긴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0을 인식하는 동물은 인간을 제외하고 2종이 더 있다. 히말라야원숭이와 꿀벌이다. 이번에 까마귀가 추가되면서 총 3종이 되었다. 하나는 포유류고 하나는 조류, 하나는 곤충으로 서로 분류가 다르다. 0을 수로 인식하는 능력이 동물계에서 여러 차례 진화했을 가능성이 크며, 그런 능력이 공통적으로 필요했다는 이야기다.

 

까마귀는 점의 개수를 맞추는 실험에서 0도 하나의 수로 인식했다.

 

식물도 수를 센다?

 

비록 이해하고 하는 행동은 아닐지라도 상당히 고도의 수학을 행동으로 보여 주는 사례도 있다. 이런 경우는 수학 능력이 뛰어나다기보다는 최적화의 결과로 보는 게 맞겠지만, 흥미롭기는 마찬가지다.

 

2013년에는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교 얀 외틀러와 볼커 슈미드가 개미가 페르마의 원리에 따라 이동 경로를 바꾼다는 사실(링크)을 확인했다. 페르마의 원리는 빛이 가장 시간이 적게 걸리는 경로로 이동한다는 원리다. 공기 중에서 물속으로 빛을 비추면 공기와 물의 경계에서 빛이 방향을 꺾는다. 물속에서는 빛의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가장 시간이 적게 걸리는 경로로 가려면 물속에서 움직이는 시간을 줄이고 공기 중에서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이게 바로 굴절의 원리다. 아마 중고등학교 시절에 이 원리를 응용한 수학 문제를 풀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연구는 개미 무리가 재질이 다른 두 가지 표면의 경계에서 진행 방향을 바꾼다는 사실을 보였다. 연구진은 울퉁불퉁한 표면과 매끄러운 표면이 붙어있는 상자 안에 먹이를 놓고 개미가 어느 경로로 먹이를 가지고 오는지 관찰했다. 바닥의 재질 종류와 먹이의 위치를 바꿔 가며 실험한 결과 개미의 경로는 페르마의 원리에 따라 계산한 경로와 비슷했다. 울퉁불퉁해서 걷기 힘든 데서는 조금 걷고 매끄러워 걷기 쉬운 데서 많이 걸었다는 소리다.

 

개미나 꿀벌, 물고기처럼 군집 생활을 하는 동물은 때때로 사람도 흉내 내기 어려울 정도로 효율적인 집단행동을 보여준다. 이런 능력을 연구해 인간 사회의 여러 요소를 최적화하려고 연구하기도 한다.

 

개미는 페르마의 원리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경로를 계산해 이동한다.

 

동물의 수학 능력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우리 인간의 수학 능력이 어디서 기인했는지를 밝힐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어쩌면 수학 능력의 발달은 생각보다 훨씬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갈지도 모른다. 독일 분자 식물 생리학 및 생물 물리학 연구소의 제니퍼 봄을 비롯한 15명의 연구자들은 2016년 무려 식물도 수를 세는 능력이 있다는 연구 결과(링크)를 보였다.

 

주인공은 바로 식충 식물인 파리지옥이다. 파리지옥은 먹이가 와서 앉으면 잎을 오므려 붙잡은 뒤 소화액을 분비한다. 쓸데없이 힘을 낭비하지 않고 먹이를 잡기 위해 파리지옥은 곤충이 잎에 몇 번 접촉했는지에 따라 움직인다. 2번 접촉하면 잎을 오므리고 3번쯤 더 접촉하면 소화액을 분비하기 시작한다. 5 정도까지는 셀 수 있는 셈이다.

 

어쩌면 우리의 수학 능력은 진화 과정의 아주 초기부터 생겨난 것이 아닐까?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게 수학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파리지옥은 곤충이 접촉한 횟수를 세어 반응한다.

 

 

참고 문헌

Rebecca E. West, Robert J. Young, “Do domestic dogs show any evidence of being able to count?”, Animal Cognition(2002).

 

Maximilian E. Kirschhock, Helen M. Ditz, and Andreas Nieder, “Behavioral and Neuronal Representation of Numerosity Zero in the Crow”, The Journal of Neuroscience(2021).

 

Jan Oettler, Volker S. Schmid, Niko Zankl, Olivier Rey, Andreas Dress, Jürgen Heinze, “Fermat’s Principle of Least Time Predicts Refraction of Ant Trails at Substrate Borders”, PLOS One(2013).

 

Böhm, Jennifer; Scherzer, Sönke; Krol, Elzbieta; Kreuzer, Ines; von Meyer, Katharina; Lorey, Christian; Mueller, Thomas D.; Shabala, Lana; Monte, Isabel; Solano, Roberto; Al-Rasheid, Khaled A.S.; Rennenberg, Heinz; Shabala, Sergey; Neher, Erwin; Hedrich, Rainer, “The Venus Flytrap Dionaea muscipula Counts Prey-Induced Action Potentials to Induce Sodium Uptake.” Current Biology.(2016)


고호관

대학에서 건축과 과학사를 공부했다. 과학동아 기자, 수학동아 편집장으로 일했고, 현재 과학 저술가이자 SF 작가 또는 번역자로 활동 중이다. 우주로 가는 문 달을 썼고,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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