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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편 수학자의 농담은 재미있을까? 본문

(연재) 나는 생각한다, 고로 수학한다

27편 수학자의 농담은 재미있을까?

Editor! 2021. 9. 29. 10:50

언제 어떤 순간에도 엄격하고 진지할 것만 같은 수학자들도 농담을 즐길 때가 있습니다. 바로 수학을 이용한 비유와 풍자가 있는 유머인데요. 수학이 아무리 어렵다 한들, 설마 농담마저도 어려울까요? 이번 편은 고호관이 소개하는 수학자들의 유머 퍼레이드를 준비했습니다. 과연 수학자들의 농담은 얼마나 재미있을지 함께 읽어 보시죠.


 

 

한때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이라는 농담이 유행한 적이 있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이 전공이나 직업에 따라 어떻게 다를지 상상해 보는 놀이였다. 전공의 특성을 잘 모른다면 웃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는 사람들은 한 번씩 웃고 넘어갈 수 있는 그런 농담이었다.

 

수학자가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은 무엇일까. 코끼리를 미분한 뒤 냉장고 안에 넣고 다시 적분한다. (하하하) 또 다른 방법도 있다. 코끼리와 닭이 위상 동형임을 보인 뒤, 코끼리를 변형해 닭으로 만들어 넣는다. 관련된 수학 개념을 알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인데, 썩 재미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어떨 때는 이런 농담이 현실을 풍자하는 방식으로도 쓰인다. “교수가 대학원생에게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으라고 시킨다.”라는 답변은 대학원생이 노예처럼 일하는 현실을 비꼬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학과 수학자에 관한 농담에도 풍자가 들어 있지 않을까? 관련 농담을 살펴보면 사람들이 수학 혹은 수학자에 어떤 이미지를 가졌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수학을 이용한 장난

 

개인적으로 가장 처음 들어 본 수학 농담은 미분 귀신이다. 자연수 마을에 미분 귀신이 나타났다. 미분 귀신은 자연수를 미분해 모두 0으로 만들었다. 그러자 다항식 마을에서 구원군이 왔다. 그런데 미분 귀신은 다항식도 여러 번 미분해 0으로 만들어 버렸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미분해도 0이 되지 않은 e^x가 도움을 주러 왔다. 미분 귀신은 e^xy로 미분해 결국 0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고등학교 수준의 미적분 지식이 있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식의 수학 농담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개는 수학 개념을 엉뚱하게 이용해 웃음을 유발하는 내용이다. 가령 피자의 반지름이 z, 높이가 a일 때 피자의 부피는 π(pi)×z^2×a=pizza와 같은 식이다.

 

 

혹은,

와 같은 계산 유머도 있다. 계산 과정은 (당연히) 틀렸지만, 어쩌다 보니 맞는 답이 나왔다. 이와 반대로 흥미로운 개념을 그대로 이용한 농담도 있다.

 

 

커피와 바지, 셔츠, 양말로 시작하는 위상 학자의 아침을 표현했다.

 

인터넷에서 발견한 위상 학자의 아침이라는 그림이 그런 예다. 위상 수학에 관해 조금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위 그림 속의 각 도형이 커피 잔, 바지, 셔츠, 양말과 위상 동형이라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위의 도형들은 찢거나 붙이거나 구멍을 뚫지 않은 채 구부리거나 늘리기만 해서 각각 커피 잔, 바지, 셔츠, 양말 모양으로 만들 수 있다.

 

혹은 양쪽으로 해석할 수 있는 표현으로 재미를 줄 때도 있다. “세상에는 10종류의 사람이 있다. 이진수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다.” 같은 농담이다. 10이라는 숫자를 보면 거의 모든 사람은 10진법의 10을 생각한다. 하지만 뒤 문장을 보고 나면, 102진법으로 쓰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2진법에서 1010진법의 2와 같다. “수학자는 핼러윈과 크리스마스를 구분하지 못한다.”라는 것도 비슷하다. 이건 영어권에서 통하는 농담인데, 핼러윈인 1031일과 크리스마스인 1225일을 각각 31 OCT25 DEC라고 표시할 수 있다. OCT8진법을 나타내는 Octal의 줄임말이고, DEC10진법을 나타내는 Decimal의 줄임말로 볼 수 있다. 8진법으로 나타낸 3110진법으로 바꾸면 25가 되어 둘이 똑같다.

 

 

수학은 다른 학문보다 엄밀하다!

 

때로는 수학이라는 학문 자체의 특징을 가지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학문적 순수성이나 엄밀성을 강조하는 특징 등을 우습게 나타내는데, 보통 다른 학문 전공자가 출연해 비교 대상이 되곤 한다. , 그 과정에서 수학자는 꽉 막혀 있거나 상식이 결여된 모습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공학자와 물리학자, 수학자가 스코틀랜드로 여행을 갔다. 셋은 기차 창문 밖으로 검은색 양 1마리를 보았다. 공학자가 말했다. “, 스코틀랜드의 양은 검은색이로군.” 그러자 물리학자가 말했다. “, 일부 스코틀랜드 양이 검다는 소리겠지.” 그러자 수학자가 말했다. “아니야.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스코틀랜드에 적어도 1마리의 양이 있으며, 그 양은 적어도 한쪽 면이 검다는 것뿐이야!”

 

검은 양 1마리를 봤을 때 공학자와 물리학자, 수학자의 반응이다. 공학자보다는 물리학자, 물리학자보다는 수학자가 더욱 엄밀하게 상황을 표현한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공학과 엄밀성을 중시하는 수학,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물리학의 특징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다음 농담도 비슷한 맥락이다.

 

 

수학자와 공학자가 섬에 표류했다. 두 사람은 열매가 1개씩 달린 코코넛 나무 2그루를 발견했다. 공학자가 나무 1그루를 타고 올라가 코코넛을 따 먹었다. 수학자는 나머지 나무를 기어 올라가 코코넛을 딴 뒤 다시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가 그 위에 코코넛을 놓는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이제 우리가 풀 수 있는 문제로 환원했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는 간단한 문제로 바꾸어 해결하는 건 수학에서 흔히 쓰는 방법이다. 그리고 어리석어 보이는 수학자의 행동이 엄밀성을 추구하는 수학의 특징을 보여 주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나무를 올라가 열매를 딴다.’라는 똑같은 문제를 봐도 두 나무의 모양이나 열매의 높이 등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일견 같은 문제로 보여도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따지면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공학자와 물리학자, 수학자가 호텔에 묵는다. 공학자가 타는 냄새를 맡고 깨어난다. 복도에 나가 보니 불이 나 있다. 그래서 쓰레기통에 물을 담아 불을 끄고 다시 잠든다. 얼마 뒤 물리학자가 타는 냄새를 맡았다. 복도에 불이 났다. 물리학자는 소화 호스를 들고 화염의 속도, 거리, 수압, 궤적 등을 계산한 뒤 딱 필요한 만큼의 물과 에너지만 이용해 불을 껐다. 얼마 뒤 수학자가 타는 냄새를 맡고 깨어난다. 복도에 나가 보니 불이 나 있고, 소화 호스가 있다. 수학자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는 해답이 존재하는군!”이라 외치고 다시 자러 갔다.

 

이 농담이 풍자하는 각 학문의 특징은 실용성에 대한 관심의 차이로 보인다. 수학자는 실용적인 목적과 무관하게 해답이 존재하는지만 찾는다. 해답이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수학자의 자괴감

 

농담이라고 하면 자학 농담도 빠질 수 없다. 수학자 스스로 자신의 처지를 농담의 소재로 삼는 것인데, 대중적이고 인기 있는 연구를 하지 않는다는 자괴감을 드러내곤 한다.

 

피자와 3명의 박사 중에서 다른 것을 찾는 농담.

다음 중에서 나머지 셋과 가장 다른 것은?

 

1. 수리 생물학 박사

2. 이론 수학 박사

3. 통계학 박사

4. 커다란 페퍼로니 피자

 

정답은 2번이다. 왜냐하면 나머지 셋은 4인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순수 수학만을 전공해서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을 농담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 수학만이 아니라 웬만한 전공에는 다 이런 농담이 있는 것 같다.

 

수학에서 어떤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세상에 적어도 3명 있다면, 중요한 문제라고 부른다. 만약 10명 이상이 관심이 있다면,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부른다. 만약 20명 이상이 관심이 있다면, 그건 대단히 중요한 문제로 여겨지며 해결할 경우 필즈상을 받을 수 있다.”

 

수학자들이 관심을 두고 연구하는 주제가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수학 연구가 그들만의 리그라는 현실을 풍자하는 것처럼 보인다. 수학자를 별종으로 취급하는 분위기를 나타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농담은 수학자들의 자괴감 표현일 수도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우리는 보통 사람이 하지 않는 일을 한다.’라는 자부심의 표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직업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그런 재미와 자부심이 없다면 굳이 수학자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집이 이사한 사실도 잊어버렸다는 일화를 만든 노버트 위너

 

자학은 아니더라도 수학에만 정신이 팔려 얼빠진 행동을 하는 수학자의 일화는 그 자체로 농담이 된다. 미국의 수학자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가 어느 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더니 집이 텅 비어 있었다고 한다. 당황해서 근처에 있던 여자아이에게 물어보니까 그날 다른 집으로 이사를 했다고 대답했다. 위너가 아이에게 고맙다고 하자 아이가 대답했다. “그럴 줄 알고 제가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아빠.” 그러니까 집이 이사하는 날은 물론이고 자기 딸까지 잊어버렸다는 소리다. 설마 딸 얼굴까지 잊어버렸을까 싶지만, 실제로 비슷한 일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한다.

 

농담은 어디까지나 농담이다. 농담을 사실로 받아들이지는 말자. 어느 분야든 기인이 있을 수 있지만, 수학자라고 해도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이다. 다만 농담을 통해 수학과 수학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 수학이라는 학문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은 재미있다. 이번에 소개한 것 말고도 수학에 관한 농담은 많다. 각자 찾아보고 어떤 지점에서 웃음이 나오는지 확인해 보자. 스스로 수학 혹은 수학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참고 문헌

본문에 소개한 농담은 아래의 사이트에 실려 있거나 인터넷에서 출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수집한 것이다.

https://www.math.utah.edu/~cherk/mathjokes.html#topic3

https://twitter.com/masonporter/status/1427460714596225026?ref_src=twsrc%5Etfw


고호관

대학에서 건축과 과학사를 공부했다. 과학동아기자, 수학동아편집장으로 일했고, 현재 과학 저술가이자 SF 작가 또는 번역자로 활동 중이다. 우주로 가는 문 달을 썼고,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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