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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나는 생각한다, 고로 수학한다

30편 수학으로 전쟁을 막을 수 있다면

Editor! 2021. 12. 15. 14:29

총알이 날아다니고 폭탄이 터지는 무시무시한 그곳. 전쟁을 생각하면 용감한 군인들과 각종 무기, 전투기 등이 떠오르는데요. 하지만 전쟁 이면에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도 하고 부상자를 살리기도 한 수학자들과 수학 개념이 있었습니다. 고호관의 수학 에세이, 이번 편에서는 군대에 간 수학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함께 읽어 볼까요?


 

 

국 전쟁의 종전 선언이 조만간 이루어질 수 있을까? 휴전 상태로 거의 70년을 이어 온 전쟁이 마침내 공식적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점은 초미의 관심사다. 비록 일상생활에서 전쟁의 위협을 별로 느끼지 않게 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확실한 종전 선언이 이루어진다면 여러 면에서 좋으면 좋지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전쟁을 직접 겪지 않았다고 해도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는 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하기 싫다고 해서 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유야 어쨌든 일단 벌어진 뒤에는 총력을 다해서 이겨야 한다. 전쟁에서 진 국가와 국민이 어떤 일을 겪는지는 역사가 잘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오늘날 전쟁에서는 기술이 대단히 큰 역할을 한다. 발전한 기술은 더 좋은 무기를 제공하고, 좋은 무기는 전장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 20세기 초중반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과학 기술자가 전쟁에 동원되는 일이 늘어났는데, 수학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다른 과학 분야보다는 간접적이지만, 오늘날 쓰이는 무기와 장비는 물론 보급, 운영, 전투 시뮬레이션 등 전쟁의 여러 요소가 수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아르키메데스는 거울로 태양 빛을 모아 적선을 불태웠다고 한다. 위키피디아에서.

 

 

직접과 간접의 경계를 명확하게 가르기는 다소 애매하지만, 수학자가 직접적인 방식으로 전투에 도움이 된 사례가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르키메데스(Archimedes)의 일화다. 아르키메데스는 목욕하다가 "유레카!"를 외친 것으로 유명한 기원전 2세기의 그리스 수학자다. 아르키메데스가 포물선 모양으로 설치한 거울로 태양 빛을 반사해 쳐들어온 로마 전함에 불을 질렀다는 이야기다. 기하학 원리를 활용한 멋진 사례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현대에 들어 정말로 가능한지 실험해 보기도 했는데, 그런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아도 쉽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어떻게 해야 대포를 정확하게 쏠까?

 

확실한 사례로는 탄도학이 있다. 선사 시대부터 전쟁에는 원거리 무기가 중요하게 쓰였다. 처음에는 아마 돌을 던졌을 테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창이나 활, 투석기, 대포, 총과 같은 원거리 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던지든 쏘든 효과가 있으려면 목표 지점을 정확히 맞춰야 한다. 숙련된다면 감만으로도 비교적 정확하게 맞출 수 있겠지만, 수학의 힘을 빌린다면 더욱 정확하게 쏠 수 있다.

 

날아가는 돌이 그리는 궤적을 눈으로 쫓는 것이야 쉬운 일이지만, 돌이 왜 그렇게 날아가는지 설명하는 건 그렇지 않다. 우리가 관성이라는 개념을 전혀 모른다고 생각해 보자. 팔을 휘둘러 돌을 던지는 데까지는 이해가 된다. 팔이 돌에 힘을 가하니까. 그런데 돌이 손에서 떨어지는 순간부터는 돌이 왜 계속 움직이는지 알 수가 없다. 돌에 힘을 가하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돌은 왜 움직이는 걸까?

 

아리스토텔레스는 매질, 즉 공기가 밀어 주는 힘 때문에 날아간다고 이야기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학자가 조금씩 다른 이론을 내놓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가 바로 임페투스(impetus)’. 임페투스는 돌이 계속 날아가게 하는 힘이다. 14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장 뷔리당(Jean Buridan)과 니콜라스 오렘(Nicolas Oresme)은 물체에 처음 가한 힘에서 나온 임페투스가 물체가 계속 움직이게 하며, 공기는 오히려 운동을 방해한다고 생각했다. 임페투스의 크기는 물체의 무게와 처음에 가한 힘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는 질량과 속도의 곱으로 나타내는 오늘날의 운동량과 비슷하다.

 

 

경험적인 분야이던 탄도학을 수학적이고 이론적인 분야로 만든 최초의 인물은 이탈리아의 수학자 니콜로 타르탈리아(Niccolo F. Tartaglia). 타르탈리아는 비스듬히 던진 물체가 직선을 그리며 날아가다가 힘이 다하면 곡선을 그리며 아래로 처진 뒤 마지막에는 수직으로 땅에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지금 우리가 보기에는 말이 안 되는 설명이다.  

 

이후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등 쟁쟁한 수학자를 거쳐 비스듬히 던진 물체는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고, 그 궤적을 수학적으로 예측하는 게 가능해졌다. 근대 유럽에서는 포병 장교에게 필수적인 소양이기도 했다. 수학에 조예가 깊었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éon Bonaparte) 역시 포병 장교 출신이다. 최초의 프로그래밍 가능한 범용 디지털 컴퓨터인 에니악(ENIAC)의 원래 목적이 대포의 탄도 계산이었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통계, 암호, 최적화 

 

간접적으로 수학이 전쟁에 기여한 사례는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간호사이자 행정가였던 플로렌스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은 통계를 이용해 위생이 부상자의 사망률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을 입증했고, 그 결과 사망률을 대폭 낮출 수 있었다.  

 

암호 해독도 수학이 활약하는 대표적인 분야다. 시에르핀스키 삼각형이라는 프랙털 도형으로 잘 알려진 폴란드 수학자 바츠와프 시에르핀스키(Wacław Sierpiński)1919년부터 1921년까지 벌어진 폴란드-소련 전쟁 때 폴란드군을 위해 소련의 암호를 해독했다. 암호라고 하면 영국의 앨런 튜링(Alan M. Turing)도 빼놓을 수 없다. 튜링은 제2차 세계 대전 때 독일군의 에니그마 암호를 해독해 종전을 앞당기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수학자이자 암호학자였던 앨런 튜링은 알고리즘과 계산 개념을 형식화한 튜링 기계를 만들어 컴퓨터 과학 발전의 시초가 되었다. 위키피디아에서.
독일군의 암호 기계, 에니그마. ⓒ Bundesarchiv, Bild 183-2007-0705-502/Walther/CC-BY-SA 3.0.

 

이렇게 전쟁이 도움이 된 연구는 전쟁이 끝난 뒤에 민간에서도 유용하게 쓰이곤 한다. 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자 미국의 수학자 조지 댄치그(George B. Dantzig)는 미국 공군에서 군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비용을 최대한 아끼면서 적에게 더 많은 타격을 줄 수 있도록 물자를 지원하고 배치하는 수학 모형을 개발했는데, 여기서 선형 계획법이 나왔다. 선형 계획법은 방정식과 부등식으로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댄치그의 연구는 1947년까지 군사 기밀이었으나 지금은 경영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최선의 계획을 세우는 데 널리 쓰인다.

 

이제 군사 작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수학을 활용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1916년 영국의 엔지니어 프레더릭 란체스터(Frederick W. Lanchester)가 미분 방정식을 이용해 만든 란체스터 법칙(Lanchester's laws)은 여러 전투 모형의 기본으로 쓰이고 있다. 과거보다 쓰이는 무기와 전쟁의 양상도 다양하기 때문에 이런 전투 모형은 아마 이전보다도 훨씬 복잡할 것이다. 전쟁 시뮬레이션인 워 게임역시 수학의 도움이 없으면 만들 수 없다.

 

 

전쟁 결과 예측할 수 있다면

 

만약 수학으로 전쟁을 완벽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면 어떨까? 두 진영이 전쟁을 시작한다고 할 때 수학으로 어느 쪽이 이길지, 양측의 피해는 어느 정도가 될지 계산해서 예측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전쟁할 필요가 없어질 테니 얼마나 좋을까? 두 나라 사이에 분쟁이 벌어지면, 당시의 상황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뒤 결과에 따라서 지는 쪽이 이기는 쪽에게 얼마를 배상하기로 하고 악수하고 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지는 쪽은 속이 쓰리겠지만, 사람이 죽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어딘가.

 

물론 이건 허황된 생각이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당분간은 누구나 결과를 인정하고 따를 만한 수학 모형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설령 그런 게 있다고 해도 누군가는 붙어 봐야 하는 거지!’라며 싸움을 시작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아무리 훌륭한 수학 모형이라고 해도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는 반드시 있다. 특히 정량화하기 어려운 요소가 너무 많다. 가령 병사의 사기나 숙련도는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이런 요소는 수치로 나타내기 어렵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시시각각 변한다. 평시에는 전쟁이 일어났을 때의 상황이나 심리를 미리 알기 어렵다. 전쟁에 영향을 끼치는 국제 정세도 수학 모형으로 예측하기 어렵다. 그런 상황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세상일이 으레 그렇듯이 어디선가 일어난 작은 일이 나비 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건 누구도 할 수 없고, 어쩌면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만약 수학으로 전쟁의 과정과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면, 그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소리와 같다. 지금으로서는 그런 일이 불가능하지만, 수학을 못 해도 한 가지만은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 한반도의 종전이 휴전보다는 낫다는 것.

 

수학이 전쟁에 도움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발전한 수학이 사회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하지만, 사실 수학이 전쟁을 아예 없애는 데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다. 그런 건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참고 문헌

 

William W. Hackborn, “The Science of Ballistics: Mathematics Serving the Dark Side”, Conference: Canadian Society for the History and Philosophy of Mathematics, 2006 Annual Meeting, York University, Toronto.

 

Bernhelm Booß-Bavnbek and Jens Hoyrup, Mathematics and War(Springer Basel AG, 2003).

 

강정흥, 수학적 전투 모델 이론(교우사, 20015).

 

전투태세 수학으로 완전무장!, 수학동아20176월호.


고호관

대학에서 건축과 과학사를 공부했다. 과학동아기자, 수학동아편집장으로 일했고, 현재 과학 저술가이자 SF 작가 또는 번역자로 활동 중이다. 우주로 가는 문 달을 썼고,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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