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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나는 생각한다, 고로 수학한다

31편 노후는 수학으로 준비한다

Editor! 2022. 1. 5. 16:03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기대 수명, 83세. 점차 늘어나는 평균 수명만큼 고민해야 할 것도 노후에 대한 준비인데요.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필요한 재정 관리 능력은 수리력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합니다. 이번 고호관의 수학 에세이에서는 수리력이 부의 축적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함께 읽어 볼까요?


나이를 먹어 갈수록 가장 걱정해야 하는 것은 '수학력' 쇠퇴 아닐까?

 

나이를 먹어 갈수록 점점 늘어나는 걱정이 있다. 바로 노후 대비다.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지 미리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얼마를 더 벌어서 얼마를 저축하거나 어디에 투자해야 끝까지 안락하게 살 수 있을까? 부모님 봉양이나 자녀 양육과 같은 변수도 있고 인생은 언제나 예측하지 못한 일로 가득하니 갑부가 아닌 이상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안락한 노후는 일정 확률로만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확률을 가능한 한 높이는 게 최선이다.

 

금융에 관해 아는 게 별로 없어서 매스컴에서 관련 단어를 들어도 잘 모르겠고 어쩔 수 없이 국민 연금만 내고 있는 실정인데, 갈수록 더 나이를 먹기 전에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머리는 앞으로 더 좋아질 일이 없을 테니까. 얼마 전에는 볼일을 보러 차를 타고 어디에 갔다가 아차 하는 경험을 했다. 사전에 주차비를 확인한 뒤 그 정도면 저렴하다고 생각해 그곳에 차를 대고 볼일을 보았는데, 나갈 때 정산을 하니 생각했던 요금의 2배가 나오는 게 아닌가. 가만히 보니 내가 계산을 잘못했던 것이다.

 

이때 살짝 충격을 받았는데, 2배라 해도 얼마 안 되는 주차비 때문은 아니었다. 그런 간단한 계산을 실수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수학은 잘 못 해도 잇속에는 밝아 돈 계산에는 밝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어이없는 실수를 하다니. 그까짓 실수 1번 가지고 뭘 그러냐고 할 수 있겠지만, 어쩌면 이게 앞으로 계속 쇠퇴할 계산 능력의 전조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만은 없었다.

 

 

늙을수록 필요한 건 수리력.

 

수리력이 뛰어나야 돈 벌어

 

예전에 수리력과 건강의 상관 관계에 관해 쓴 적이 있다. 수리력이 뛰어날수록 건강 관리를 더 잘한다는 내용을 다루었었는데, (11수학은 장수의 비결?, 링크) 이번에는 건강과 함께 노후의 중요한 한 축인 재정 상태는 수리력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여기서 말하는 수리력은 수학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아니다. 수와 관련된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수 감각이 얼마나 좋은지를 나타낸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돈은 다 수치로 나타내고 있으니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수리력이 떨어진다면 노후를 위한 재정 관리에 유리할 리는 없다. 하지만 단순히 수리력이라는 한 가지 요소만이 재정 상태에 영향을 끼칠 리도 없다. 금융 지식이나 투자 감각, 모험을 선호하거나 싫어하는 성향 등 다양한 요소가 관련되어 있을 게 분명하다. 어쩌면 수리력은 수많은 요소 중 하나일 뿐이라 영향력에 한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2016년에 네덜란드 성인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수리력과 축적한 부의 상관 관계를 조사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논문 링크) 실험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약 53세였고, 5년 동안 몇 차례의 설문 조사를 통해 참가자의 수리력과 모험 선호도, 인지 욕구(생각을 즐기고 인지적 노력을 기울이는 성향), 금융 지식, 금융에 관한 조언을 듣는 정도와 같은 요소를 측정했다.

 

예상하다시피 수리력과 이들의 부 사이에는 강한 상관 관계가 있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부의 유지도 마찬가지였다. 수리력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참가자는 재산이 줄고, 수리력이 높은 참가자는 꾸준히 부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었다.

 

수리력은 고등 교육과 관련이 있고, 고등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일수록 돈을 더 잘 벌었을 테니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교육 수준이나 금융 지식, 인지 욕구와 같은 다른 요소를 통제한 뒤에도 수리력은 강한 상관 관계를 나타냈다. 게다가 여기서 평가하는 수리력의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다. 논문에서 밝힌 예시 질문 하나는 이런 것이다. “여섯 면짜리 주사위를 1,000번 굴린다고 하자. 1,000번 중 짝수(2 또는 4 또는 6)가 모두 몇 번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딱 봐도 수준이 높지는 않다. 확률이 2분의 1이므로 답은 500번이다. 초중등 학생만 되어도 푸는 데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당신의 수리력은 어떻게 되는가?

 

수리력은 재산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까

 

예시만 보면 수리력을 측정할 때 쓰는 문제가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그 정도 수준의 수리력이 재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건지 의문이 든다. 연구진은 기존의 연구를 토대로 수리력이 영향을 끼치는 방법을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해서 정리했다.

 

첫째는 수리력이 확률에 따른 판단을 내릴 때 실수를 줄인다는 것이다. 수리력이 높은 사람은 낮은 사람과 비교해 심리학에서 말하는 틀 효과(framing effect)’비율 편향에 영향을 덜 받는다. 틀 효과는 같은 사실이라도 어떤 틀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사람이 받아들이는 결과를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한다. 가령 성공 확률이 20퍼센트라는 말과 실패 확률이 80퍼센트라는 말은 사실상 같지만, 받아들일 때의 느낌이 다르다. , 사람들은 ‘100개 중 10개가 당첨인 뽑기‘10개 중 1개가 당첨인 뽑기가 있을 때 같은 확률이어도 전자를 더 쉽게 시도한다. 이게 비율 편향과 관련된 현상이다. 수리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이런 데 잘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수리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모험을 할 때 더욱 전략적으로 임해 더 좋은 결과를 끌어낸다. 무작정 덤벼드는 게 아니라 유리한 결과가 나올 때를 잘 판단해 모험한다는 소리다. 게다가 수리력이 높을수록 당장의 작은 보상보다 나중의 큰 보상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마지막으로 수리력이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관련된 정보와 관련이 없는 정보를 잘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그 결과 다양한 정보를 결합해 최적의 결론을 내릴 수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부의 축적에 영향을 끼친다.

 

이런 설명은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렇지만 저렇게 간단한 수리력 테스트에서 나타나는 차이가 축적 재산이라는 결과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다소 놀랍다. 한편으로는 별로 대단하게 쓰는 것도 없는데 이상하게 돈이 잘 새는 사람을 목격한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적금 이자 1퍼센트에 예민하게 굴거나 물건 살 때 할인을 철저하게 따져 볼 수 있는 수준의 수리력이면 노후를 대비하기에 충분할지도 모른다. 물론 돈을 어느 정도 벌고 삶의 굴곡도 너무 크지 않을 때 이야기겠지만.

 

간단한 수리력 차이가 거대한 재산 차이를 만들지도 모른다.

 

수학을 잘해야 보이스 피싱 안 당한다

 

수리력과 관련된 연구를 둘러보다가 흥미로운 연구를 하나 볼 수 있었다. 얼마 전부터 보이스 피싱이 계속 성행하고 있고 특히 세상 물정에 어두운 노인이 피해자가 되는 일이 많은데, 이런 사기에 넘어갈 위험도 수리력과 관련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사기 피해도 노후에 큰 위협이 된다.

 

2016년에 미국에서 나온 이 연구는 요양원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자녀와 떨어져 사는 60세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보이스 피싱과 같은 사기 사건에 휘말릴 가능성을 조사한 것이다. (참조 링크)그 결과 수리력이 낮을수록 금융 사기에 당할 위험성이 컸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가 수리력이 부나 빚의 크기와 상관 관계를 보인다는 다른 연구에 부합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수리력이 낮으면 사기를 당할 위험도 커진다는 내용까지 보고 나면 좀 무섭다. 단순히 노후 대비를 못하는 것을 넘어 기껏 모아 놓은 돈까지 빼앗길 수 있다는 뜻 아닌가. 지금이야 그런 사기에 왜 당하는지 의아해하지만, 나도 나이를 먹고 세상이 급변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참으로 노후 대비는 골치 아픈 주제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아무리 계획을 잘 세운다고 해도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니 말이다. 일단 계속해서 일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소시민으로서는 계속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면서 크든 작든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가능한 한 최선의 선택을 하며 살아가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최선의 선택을 하는 데 내가 지닌 수리력이 조금이나마 더 힘이 되기를 바라며.

 

 

 

참고 문헌

 

Catalina Estrada-Mejia, Marieke de Vries, Marcel Zeelenberg, “Numeracy and wealth”, Journal of Economic Psychology 54 (2016).

 

Stacey Wood, Pi-Ju Liu, Yaniv Hanoch, Sara Estevez-Cores, “Importance of Numeracy as a Risk Factor for Elder Financial Exploitation in a Community Sample”, Journals of Gerontology: Psychological Sciences 71(2016).


고호관

대학에서 건축과 과학사를 공부했다. 과학동아기자, 수학동아편집장으로 일했고, 현재 과학 저술가이자 SF 작가 또는 번역자로 활동 중이다. 우주로 가는 문 달을 썼고,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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