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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깁슨의 「아이도루」 본문

사이언스북스의 책

윌리엄 깁슨의 「아이도루」

Editor! 2012. 9. 19. 16:03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 - 윌리엄 깁슨


윌리엄 깁슨의 이 말을 인용하신 분 덕분에, '윌리엄 깁슨이' 살짝 화제가 되면서 간만에 오래 전에 출간한 책을 꺼냈습니다. 한국에서 SF 작가가 검색어 순위에 오를 날이 올 줄은 몰랐네요. 어떤 계기든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니... :-)

윌리엄 깁슨의 국내서로는 사이언스북스의 「아이도루」 외에 황금가지에서 나온 「뉴로맨서」가 있고,  황금가지에서 출간될 「카운트 제로」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인터넷 서점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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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책 소개 자료는 물론 출간 당시 것입니다.


사이버펑크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뉴로맨서」의 작가 윌리엄 깁슨이 예언한

인간과 사이버 인간의 사랑과 결혼



많은 독자들이 알다시피 윌리엄 깁슨은 1984년에 「뉴로맨서Neoromanser」를 통해 <사이버펑크>라는 새로운 문학 개념과 영역을 개척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유행한 이 장르는 단지 문학에 그치지 않고 음악과 미술을 포함한 거의 모든 문화 분야와 과학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 결과 그가 말한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라는 단어는 오늘날 <가상 현실virtual reality>이라는 과학적이고도 세기적인 화두와 더불어 일상으로 다가와 있다. 다시 말해 그가 말한 세계는 유무선 네트워크 위에서 실감나게 진행되고 있다. 한마디로 윌리엄 깁슨은 반세기 이상을 먼저 그려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비평가들은 그를 일컬어 20세기가 낳은 세계적인 천재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물론 아직도 윌리엄 깁슨의 과학적 상상력이 현재보다 앞서 있지만, 아마 수 년 내지 수십 년 이내에 인류는 그가 이야기한 세상 속을 살게 될 것이다.


윌리엄 깁슨의 사이버스페이스와 사이버펑크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용어는 「뉴로맨서」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지만, 사실은 「버닝 크롬Bunning Chrome」이라는 깁슨의 단편에서 가장 먼저 사용되었다. 이 작품에서 유저user는 <사이버데크cyberdeck>라는 기계를 이용해서 자신의 모든 감각 기관을 컴퓨터 네트워크에 연결한다. 마치 컴퓨터 안에 들어간 것처럼…….

흔히 천재들의 기발한 발상이 <우연>과 <영감>에서 온다고 한다. 윌리엄 깁슨 또한 1980년대 초에 캐나다 밴쿠버의 비디오 가게 앞에서 오락에 열중하고 있던 젊은이들을 보고 <사이버스페이스>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그는 게임에 빠진 마니아를 보면서 그들이 믿는 게임 속의 가상 공간 세계를 생각해낸 것이다. 그리고 게임 속의 가상 공간은 그의 작품을 통해 미래에 펼쳐질 컴퓨터와 네트워크 속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그것이 바로  「뉴로맨서」 속의 사이버스페이스이다. 그리고 사이버스페이스는  「 버추얼 라이트Virtual Light 」 , 「아이도루」 올 투모로즈 파티즈All Tomorrow's Parties」 를 비롯한 윌리엄 깁슨의 모든 작품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어 왔다. 윌리엄 깁슨은 사이버스페이스를 인간의 또다른 거주지로 완성하여 그 곳에서 펼쳐지는 인간 군상들의 정신적․육체적 생태를 그려냈다.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아이도루」 에서도 사이버스페이스는 사람의 뇌와 컴퓨터가 연결되어, 사람의 모든 감각이 네트워크 안으로 들어가 데이터를 가지고 상호작용하는 완전한 전자 환경으로 묘사되었다. 아이도루」 의 주인공은 이 가상의 3차원 공간에서 사이버 인간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감정까지 공유한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사람은 이러한 사이버스페이스를 통해 <가상 현실>를 경험하게 되는데, 윌리엄 깁슨의 가상 현실은 전자 기술에 의한 3차원적인 영상, 음향 등으로 어떤 가상을 마치 실제의 세계처럼 경험하는 시공간이다. 여기에서는 촉감과 냄새까지도 현실처럼 느낄 수 있다. 아이도루」 에서 록스타 레즈가 사이버 인간 레이를 사랑한다는 가정이 가능한 것도 이러한 환경 설정 덕분이다.

그리고 윌리엄 깁슨은 자신의 모든 작품을 통해 인간이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겪게 될 부조화 내지 부적응 상황을 그려냄으로써 <사이버펑크>의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사이버펑크>는 윌리엄 깁슨이 만든 단어가 아니다. <사이버펑크>는 1983년에 출간된 브루스 베스크Bruce Bethke의 단편 소설 제목이었다. 윌리엄 깁슨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그리는 자신의 작품들이 <C 문자 문학C-word literature>이라고 불리기를 바랐다. 하지만 1983년 미국 《아이작 아시모프 SF 매거진》의 「올해의 베트트 SF」 편집자였던 가드너 도조이스Gardner Dozois는 브루스 베스크의 「사이버펑크」를 제일 먼저 읽은 사람으로서 윌리엄 깁슨을 포함한 브루스 스털링Bruce Sterling, 톰 매독스Tom Maddox 등 일군의 작가들 작품을 <사이버펑크> 문학이라고 지칭했다. 그럼으로써 <사이버펑크>라는 용어가 널리 알려져 쓰이게 되었다.

<사이버펑크>는 사회를 통제하기 위해 첨단 과학 기술을 이용하는 제도권에 대해 저항하는, 독특한 개성과 뛰어난 기술력을 지닌 아웃사이더들의 신념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사이버펑크 문학은 기술적으로 진보한 문명 안에 동화되지 못한 소수, 즉 사이버펑크족(族)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들은 현실과 가상 현실이 혼재하는 문명의 가장자리에 살면서 주로 스스로의 정신적․육체적 자유를 갈망한다. 아이도루에서는 이것이 더 극명화되어 현실의 인간과 사이버 인간 사이의 사랑과 결혼이 주제가 되었다.



인터넷 시대에 조망하는 사이버 문명의 미래


인물과 배경에 대한 살아 있는 듯한 생생한 묘사와 무미건조한 일상 언어들… 쓰디쓴 위트와 독자적으로 이룩한 전형적 캐릭터가 빛나는 소설 - 뉴욕 타임스


아이도루」에도 컴퓨터에 능숙하고 그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유토피아의 가능성을 찾는 사이버펑크족이 등장한다. <아이도루>라는 말은 영어 아이돌idol(우상)의 일본 귀화어로서 사이버 스타를 일컫는다. 그리고 이 작품의 배경은  「 버추얼 라이트 」 에서와 같은 일본(도쿄)이다.

아이도루에는 그가 묘사해 온 21세기 초․중반의 세계가 더욱 정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과학 기술은 물론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를 치밀하게 고려하여 현실과 사이버스페이스의 형태를 모호한 경계선상에서 조망한다. 하지만 윌리엄 깁슨은 여전히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럴 수도 없을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다. 윌리엄 깁슨은 상황에 맞는 새로운 어휘를 도입하고 그것을 적절하게 활용하게 사이버펑크적인 음울한 극적 구성을 완성함으로써 오히려 SF적인 신비감과 상상력의 도약을 돕는다. 콘솔, 접속 분기점, 퍼블릭 엑세스, 아이폰 등등의 단어들이 낯설 수도 있으나 대부분 현재에 쓰이는 의미를 바탕으로 설정한 것이므로 대강의 뜻만 알면 머릿속에 미래가 그려진다.

비록 윌리엄 깁슨이 미래 사회에 대해 음울하고 비관적으로 접근을 시도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작가가 추구하는 것은 그 반대임을 짐작할 수 있다. 비록 작품 속에서 <현실>이 외면당하고 사이버스페이스가 인간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그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에서 새로운 세계를 꿈꿀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 가능성은 월드 시티라는 가상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과, 인간과 사이버 인간의 결혼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이 작품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기술과 문명의 발전 상황은 달라졌지만 인간들의 모습과 행동 양식은 오늘날과 별다를 것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두 주인공 콜린 레이니와 치아 페트 맥켄지는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이다. 조금은 우울하지만 예의바르고 정직한 주인공들이다. 그래서  「 아이도루 」 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신뢰를 표방하는 작품이며, 이것이 미래가 희망적일 수 있는 기본 전제이다.



줄거리-- 사이버스페이스 시대의 러브 로망

록 밴드 로/레즈의 리드 싱어인 레즈가 사이버 아이돌 가수 레이 토에이와 결혼을 선언한다. 레즈의 경호원 블랙웰은 여기에 모종의 음모가 있지 않을까 의심하며 콜린 레이니를 고용해 조사를 부탁한다. 네크워크 내에서 패턴을 분석하는 천재적인 데이터 전문 분석가였던 레이니는 방송 네트워크의 스캔들을 폭로한 후, 방송사로부터 추적당하고 있는 신세였다.

그 시각, 로/레즈의 팬클럽 시애틀 지부 회원인 열네 살 소녀 치아 페트 맥켄지는 레즈가 인간도 아닌 여자와 결혼한다는 소문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도쿄로 파견된다. 그러나 도쿄행 비행기에서 만난 메리앨리스의 물건을 대신 들어준 것 때문에 밀수업자들의 거래에 휘말리게 되고 결국에는 러시아 마피아인 <콤비나트>들에게 쫓기게 된다. 치아가 메리앨리스에게 돌려주지 않은 물건은 러시아 마피아들이 메리앨리스의 애인 에디를 통해 손에 넣으려 했던 것으로, 개인 소유가 불법인 최첨단 자동 건선 유닛인 <나노테크 어셈블러>였다.

레이니는 로/레즈의 일을 하기로 하고, 레즈가 왜 그토록 터무니없는 결정을 내렸는지 알아내기 위해 네트워크 내에서 레즈의 데이터를 조사하던 중 사이버 인간 레이 토에이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고성능 플랫폼에서 실행되는 거대한 정보 덩어리에 불과한 그녀가 네트워크 내에서 정보를 습득하며 스스로 진화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사이버 인간인 레이가 스스로 꾸는 꿈을 보며 전율을 느낀다. 그러면서 그녀가 인공지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레이니가 레즈와 레이 토에이의 결혼 가능성을 확신해 가고 있을 때, 치아는 마사히코라는 오타쿠의 도움으로 월드 시티라는 네트워크 내의 새로운 공간을 알게 되고 거기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러시아 마피아들의 추적을 피해 러브호텔에서 네트에 접속을 한 치아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아이도루(레이 토에이)와 마주치고 그녀를 하나의 인격체로 여겨서,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다며 도움을 청한다. 이때 러시아 마피아와 에디가 치아와 마사히코가 있는 러브호텔의 방을 찾아내고, 나노테크 어셈블러를 차지한 후 그들을 죽이려 한다. 그러나 아이도루로부터 러브호텔로 가보라는 전갈을 받은 레즈와 블랙웰 때문에 치아는 목숨을 건질 수 있게 된다. 치아는 그곳에서 자신의 우상인 레즈를 직접 만나게 된 것이다.

결국 그 최첨단 건설 유닛으로 자신과 레이 토에이의 인공 섬을 건설하여 거기에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려는 레즈는 러시아 마피아와 거래하여 나노테크 어셈블러를 손에 넣는다. 치아와 마사히코는 레즈 일행의 도움으로 러브호텔에서 빠져나와 그들의 보살핌을 받는다. 레이니는 블랙웰에게 자신이 전 직장 상사에게 위협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고, 블랙웰은 이를 처리해 줄 테니 계속 함께 일하자고 제의한다.

시애틀로 돌아온 치아는 이 사건을 계기로 자신이 더 이상 로/레즈에 열광하는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없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월드 시티에서 레즈와 레이 토에이의 결혼 프로젝트를 지켜보며, 그들의 결합이 이루어낼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된다.



윌리엄 깁슨 William Gibson

1948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콘웨이에서 태어났다. 버지니아 주의 남서부에 있는 작은 고장에서 유년기를 보냈으면, 애리조나 주에서 고등학교를 다이던 중 미국을 떠나 캐나다로 갔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어학 강사인 데보라 톰프슨과 결혼하여 현재 두 자녀와 함께 밴쿠버에 살고 있다. 첫번째 장평소설   뉴로맨서Neuromancer  (1984)로 3대 SF 문학상인 휴고Hugo, 네불라Nebula,  필립 케이 딕Philip K. Dick 상을 한꺼번에 수상하면서 사이버펑크 소설의 기수로 떠올랐다. 윌리엄 깁슨은 탁월한 상상력을 통해 인터넷과 가상공간이 현실화되기도 전에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주요 저서로   뉴로맨서Neuromancer  (1984), Count Zero(1986), Burning Chrome(1986), Mona Lisa Overdrive(1988),  The Difference Engine(1991), Virtual Light(1993), All Tomorrow's Parties(1999)가 있다.


옮긴이 안정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물공학과를 졸업하고 과학기술원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SF 번역 모임 <멋진 신세계>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SF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번역서로는   라마  시리즈,   중력의 임무    스트레인지 하이웨이    아이스바운드    악령    은하를 넘어서    볼케이노    충격의 고대문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