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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심리 극장 (1관) 질투는 나이 들지 않는다 본문

완결된 연재/(휴재) 한밤의 심리 극장

한밤의 심리 극장 (1관) 질투는 나이 들지 않는다

Editor! 2012. 11. 1. 14:11

11월부터 사이언스북스 블로그에서 새로운 연재물이 시작됩니다. 입자물리학과 진화심리학, 진화경제학 등 최근 들어 과학계에서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크나큰 관심을 끌고 있는 새로운 학문 분야들이 전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우리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알기 쉽게 소개하는 기획 코너들을 신설하여, 순차적으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그 첫 번째 타자는 진화심리학으로 드라마와 영화, 소설, 그림 등을 들여다봄으로써 인간 본성에 한 발짝 더 다가서려는 시도를 담은 '한밤의 심리 극장'입니다. 앞으로 연재될 '한밤의 심리 극장'에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한밤의 심리 극장

by 홍승효


한밤의 심리 극장 (0관)에 이어...


제1관 소년 질투는 나이 들지 않는다


--신사의 품격

맑은 날, 어느 분위기 좋은 식당.

화기애애 즐거운 신사들 앞에 섹시하게 차려입은 네 명의 숙녀들이 등장한다. 짧은 미니스커트에 가슴골이 보일 정도로 깊게 파인 상의, 레드카펫에나 어울릴 법한 등이 훅 파인 원피스. 여자 친구들의 화끈한 차림새에 신사들은 경악하고 각자 냅킨을 들어 애인의 노출 부위를 감싸준다. 남자들의 보수적인 태도에 갑갑해하며 자리를 뜨는 여자들. 그 뒷모습이 사라지기 무섭게 투덜대며 불만을 늘어놓는 남자들.


이종혁 : 아니 누구 좋으라고 옷을 훌렁 벗고 다니는 거야 대체~?

김수로 : 누가 몸매 좋은 거 몰라. 나만 알면 되지. 꼭 저렇게 다 보여줘야 직성이 풀려?

장동건 : 딴 놈들이 쳐다보는 거 신경쓰여 죽겠어. 길에서 서이수 쳐다보는 자식 다 눈탱이 밤탱이 만들어버리고 싶어. 확~!

김민종 : 내 속은 어떻겠냐. 메아리는 어리고 예쁜데.


그 순간 섹시한 옷차림의 여자가 지나가고……

네 남자의 시선은 그곳으로 집중된다.


“그 즈음 우리 네 명은 모두 여자가 있는 인생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계속하여 남자였고 수컷이었다.

 다만 내 여자의 노출은 못마땅하고 불특정 다수의 노출은 반가워하는

 일관성 없고 아이러니한 그런 수컷이었다.”


   

'신사의 품격' ⓒ SBS&SBS Contents Hub. ALL RIGHTS RESERVED


   ‘신사의 품격’ 19회는 이렇게 시작된다. 남성판 ‘섹스 앤 더 시티’로 불리며 2012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드라마 ‘신사의 품격’. 제목만 들어도 로맨틱하고 섹시하며 럭셔리한 내용들이 상상된다. 다만 이 드라마가 다른 로맨틱 코미디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남성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상당한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신사의 품격이 TV시청에서 소외됐던 30대, 40대 남성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남성들의 속내를 그들이 인정할 수 있을 만큼 현실감있게 드러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위 intro에 나타난 남성들의 모습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목격하는, 이중적인 남자들의 태도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즉, ‘내 여자는 지키되 남의 여자는 탐하라! 말이다. 내 여자를 지키기 위해 남자들은 적극적으로 그녀들의 행동과 옷차림을 단속하고 투덜투덜 불평하며 때로는 ‘쳐다만 봐도 상대를 눈탱이 밤탱이 만들어 버리겠다’고 엄포를 늘어놓는다. 동시에 주변 여자들의 외모와 태도는 끊임없이 체크하면서 성적인 것을 연상케하는 작은 신호도 놓치지 않는다. 이런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없는지 남자들은 어깨를 으쓱이며 고백한다. 내가 봐도 난 ‘일관성 없고 아이러니하다’고. 사회적인 명망과 지위도 있고, 인생을 알만큼 경험한 연륜 있는 양반들이 말이다. 그러면서 변명하듯 덧붙인다. 짝이 있든 없든 수컷은 여전히 수컷이며 질투에는 황혼이 없다고.

   물론, 이러한 태도를 비난하려는 생각은 없다. 외도에 대한 욕망과 질투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에는 너무나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이다. 내 안에도 네 안에도 있는 것을 대놓고 비난할 만큼 용기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럼에도 이 두 가지 감정들이 공존한다는 사실이 서로 일관성 없고 아이러니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어떤 면에서는 이기적이며 다소 비도덕적으로까지 느껴진다. 그러나 진화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이 두 감정은 그렇게 서로 모순적이지 않다. 오히려 그 기원에 있어서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또 이기적일 수도 비도덕적일 수도 있지만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는 이 두 가지 감정 중 질투에 보다 치중하여 다룰 생각이다. 질투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외도에 대한 욕망을 자연스레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말이다.

질투란 감정은 사람의 인생을 기쁘게도 슬프게도 하며 때로 파괴시킬 수도 있을 만큼의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분노와 모욕감, 불안과 두려움, 슬픔과 기쁨 등에 관련된 강력한 감정 ‘질투’. 질투는 대체 왜 생겨났으며 어떠한 양상으로 드러날까?


    진화 심리학 이론은 인간의 심리가 인류가 살아가면서 부딪힌 번식과 생존에 관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형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질투도 마찬가지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질투를 남녀의 짝짓기 문제와 연관해서 설명한다. 적절한 배우자를 고르는 일은 짝짓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좋은 배우자는 자식의 자질, 성장과 번식에 큰 영향을 준다. 나아가 짝을 고르는 일뿐만 아니라 짝을 지키는 일 또한 중요하다. 이미 짝을 찾았다고 해서 남녀 모두 마냥 서로만을 바라보며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자식을 만드는 일과 기르는 일은 둘 다 너무나 중요해서 지금 곁에 이미 파트너가 존재한다고 해도 새로운 상대와 기회를 모색하는 일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방심하고 있으면 애써 얻은 짝이 어디선가 나타난 침입자의 유혹에 이끌려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 결과 짝짓기의 기회를 얻기도 전에 상대를 잃어버릴지도 모르며, 더 비참하게는 배우자를 다른 사람에게 뺏긴 채 자식과 둘만 덩그러니 남겨질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에 배우자는 이미 한껏 외도하고 있는데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채 남의 자식을 내 자식마냥 정성스레 기르고 있을 수도 있다. 인간처럼 성체로 자라나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 동물에게 이 문제는 특히 중요하다. 자식을 성인이 될 때까지 안전하게 키우려면 배우자와 장기간의 관계를 맺고 양육을 위해 서로 협동하는 게 유리하다. 낭만적인 관계를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 사랑이라는 감정이 진화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도에 대한 욕망이 항상 존재했기에 질투도 생겨났다. 이처럼 외도에 대한 욕망과 사랑, 질투는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함께 진화했다. 다시 말해 질투는 배우자의 외도나 유기라는 위험에 대한 일차적인 방어 수단으로 진화한 반응이다. 질투하는 조상은 필시 질투하지 않은 조상들보다 배우자의 외도를 막거나 더 빨리 찾아내어 후대에 더 많은 자손들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질투>, 에드바르 뭉크

뭉크의 질투 연작은 실제 그의 연애사를 반영한다.

그의 첫사랑은 유부녀였는데 결국 그를 배신하고 남편에게 돌아갔다.

그 뒤 다시 사랑하게 된 여인은 그와 그의 친구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다

그의 친구를 선택해 결혼한다


   대개 사랑과 질투는 동반한다. 사랑하면 질투하는 마음이 생기고 반대로 질투하는 자신을 보며 사랑을 깨닫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때로 상대의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질투를 이용하기도 하고 사랑의 증거로써 질투를 요구하기도 한다. 질투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짝짓기 상대로서 독점하고 싶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또 그만큼 나를 가치있게 여기며 내게 몰두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신사의 품격’에서 장동건은 자신이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김하늘의 마음을 얻은 뒤, 일종의 보상으로써 상대가 자신을 대상으로 짝사랑 매뉴얼을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 7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짝사랑 매뉴얼 중 하나가 바로 ‘딴 여자랑 이야기하면 질투한다’였다. 그는 김하늘의 질투를 통해 그녀의 마음에 대한 강한 확신을 얻고 싶었다. 이처럼 질투는 외도에 대한 방어 기작으로 진화했지만 거꾸로 질투를 한다는 자체가 배우자가 나를 떠날 가능성이 낮다는 증거로써 사용될 수도 있다.

   그러면 질투는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유발될까? 장동건이 내민 항목을 보면 질투가 작동하는 조건들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질투는 다른 이성의 존재(‘딴 여자’)에 예민하며 그들과의 상호 작용(‘이야기하면’)에 집중하여 활성화된다. 질투는 일상적인 마주침과 대화, 주고받는 눈빛과 미소에서부터 낯선 냄새와 급작스러운 행동의 변화, 수상한 외출에 이르기까지 사소한 사실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소소한 배신의 증거들을 잡아낸다. 그런 한편 나에게만 몰두할 것을 요구한다. 아이돌그룹 2NE1이 사랑에 대해 노래했듯이 말이다. ‘그대 나에게만 잘해줘요. 항상 나에게만 웃어줘요. 우~ 질투하게 하지마요. 우~ 집착하게 하지 마요.’

   남녀의 짝짓기 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남녀 간의 질투의 양상도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 진화의 역사 동안 남자에게 있어 자식의 친자 여부를 확인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반면, 직접 아이를 임신하여 출산하는 여자들에게 아이의 친자 여부는 고민의 대상이 아니었다. 대신 막대한 자원과 노력이 들어가는 긴 임신과 수유, 양육 기간 동안 자신을 효과적으로 부양해줄 이성을 찾고 그의 투자를 유지해가는 문제가 중요했다. 그러다 보니 남자는 여자의 육체적인 정절을 무엇보다 중요시하게 되었으며, 여자들은 지속적인 투자의 신호로써 남자의 감정적인 헌신에 보다 예민하게 되었다. 실제로 연구 결과를 보면 남자들은 여자의 육체적인 부정에, 여자들은 남자들의 감정적인 부정에 좀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신사의 품격’에서 장동건이 질투의 화신으로 변신했던 에피소드를 떠올려보자. 장동건은 야한 옷차림으로 다른 남자와 웃으며 얘기하는 김하늘의 모습에 말그대로 정신줄을 놓는다. 김하늘이 걸친 새빨간 하의 실종 원피스는 그녀 스스로도 ‘거리의 여자처럼 훌러덩 벗고 있다’고 표현했던 옷이다. 늦은 밤 시내 한복판에서 남자와 농을 치는 그녀의 모습은 그의 머리 속에 육체적인 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상상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질투에 눈이 먼 불쌍한 남자는 그대로 엑셀을 밟고 앞으로 돌진하여 상대의 K7 자동차를 들이 박는다. 목숨처럼 아끼던 애마 베티, 그의 메르세데스 벤츠를 처참하게 망가뜨리며. 도대체 왜? 서두르지 않으면 사랑하는 여자가 그대로 상대방 차에 올라탈 것 같아서 그랬단다. 반면 김하늘은 어떤가. 자신 때문에 생사의 고비를 겪은 베티. 장동건의 간호와 보살핌을 받아 마땅한 베티에게 말도 안되는 질투로 대응한다. 자동차를 극진히 대하는 동건에게 그녀는 입을 삐죽이며 질문한다. ‘베티가 좋아요? 내가 좋아요?’

 늦은 밤 추운(?) 옷차림으로 낯선 남자와 웃으며 대화하는 그녀
 남자의 질투는 폭발하고
   무작정 엑셀을 내리 밟는다
   ………

'신사의 품격' ⓒ SBS&SBS Contents Hub. ALL RIGHTS RESERVED


   질투할 때 우리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신호들은 보통 두 사람의 관계를 위협하는 요인들에 대한 적절한 경계경보가 되어준다. 앞서의 예처럼 질투가 가끔 위험한 행동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지나친 게 모자란 것보다 나을 때도 있다. 질투는 본질적으로 유비무환의 방책이다. 일이 벌어진 뒤에 땅을 치고 후회하느니 약간의 설레발로 비난 받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때로 지나친 질투가 잘못된 정보에 반응하여 비극적인 결과를 낳는 경우도 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처럼 말이다. 오셀로는 젊고 아름다운 백인 아내와 결혼하지만 부하의 농간에 말려 그녀의 외도를 의심하게 되고 결국 아내를 죽이고 만다. 뒤늦게 아내의 무고함을 알게 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른 그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현실에서도 이러한 오셀로의 비극은 무한히 반복되고 있다. 비록 오셀로처럼 잘못된 정보에 반응한 것은 아닐지라도 지나친 질투가 두 사람의 관계를 파멸로 이끄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보게 된다. 변심 혹은 외도를 이유로 애인이나 배우자를 죽이거나, 외도 상대나 그 주변 인물을 죽인 살인범들의 기사를 우리는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범죄 사건에 대한 통계 기록은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살해된 여성의 상당수(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약 40% 이상)가 결별 요구나 외도, 혹은 외도에 대한 의심 때문에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 연인 혹은 배우자가 매력적일수록, 파트너 사이의 나이 차이가 클수록 질투로 인해 살해당할 위험이 더 커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내게 상대를 묶어둘만한 매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질 때, 상대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될 때 질투는 증폭되며 치명적으로 변모하기 쉽다. 원래는 매력적인 짝을 지키려던 수단이 결국에는 짝도, 상대와의 미래도 모두 다 파괴해 버리는 것이다.


<베니스의 오셀로와 데스데모나>, 테오도르 샤세리오


(……)

공기처럼 가벼운 하잘것없는 것도,

질투하는 자에겐 성서만큼 강력한 증거가 되지.

(……)

그들은 이유가 있어서 질투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저 질투심이 많아서 질투하는 것이죠.

질투심은 스스로 잉태되어 태어나는 괴물이에요.


-윌리엄 셰익스피어, 『오셀로』에서


   

여자를 남자의 소유물 정도로 여기며 여자의 정조를 남자의 명예로 취급하던 과거에는 변심한 아내를 죽이는 일이 가해자에게 어떠한 타격도 입히지 않았을 수 있다. 실제로 많은 문화에서 배우자의 부정을 목격하고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정상을 참작하여 양형을 결정한다. 어떤 문화에서는 이러한 극단적인 태도가 오히려 권장되기도 한다. 다소 달갑지 않은 얘기지만 이러한 극심한 질투가 배우자의 외도를 막는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미래의 잠재적인 부정에 대한 일종의 위협이랄까? 작은 행동에도 심하게 질투하는 파트너를 보며 외도의 유혹을 일찌감치 접을 수도 있고, 이웃에서 발생한 치정 범죄를 접하고는 부정을 저지르려던 마음을 바꿔 보다 안전한 길을 택할 수도 있다. 의부증이나 의처증은 정신질환임에 틀림없지만 심한 질투와 극단적인 행동이 배우자의 외도를 막는 데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 경우도 분명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우리가 갖고 있는 감정들이 과거 진화의 산물이라면 그만큼 시대착오적인 것일 수도 있다. 과거에는 유용했던 수단이라도 더 이상 적절하지 않거나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용납되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랑에서 질투란 빠질 수 없는 감초와 같다. 남자친구의 지나친 구속에 짜증을 내는 여자도 상대가 갑자기 전혀 질투하지 않으면 어딘가 부족함을 느낄 것이다. 상대의 사랑이 식어버린 것은 아닌가 전전긍긍하거나 그새 애인의 마음을 사로잡았을지도 모르는 묘령의 여자를 질투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무리 쿨한 사람일지라도 성모마리아가 아닌 이상 질투가 빠진 사랑은 상상하기 힘들다. 이런 의미에서 질투는 그 자체로 훌륭한 사랑의 수단이다. 요는 정도의 문제다. 잘만 쓰면 질투란 사랑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말 그대로 나의 힘이 되어줄 것이다. 그러니 오버는 하지 말자. 돌이키기 힘든 결과를 맞이할 수 있으니까. 장동건의 질투에 희생된, 애마 ‘베티’의 운명처럼 말이다. 나는 여기서 다룬 얘기들이 질투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질투란 사랑의 표현이며 사랑을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때로 부족한 자신감의 표출일 수도 있다는 것을, 또 때로 상대와 나를 망가뜨릴 치명적인 무기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신사의 품격' ⓒ SBS&SBS Contents Hub. ALL RIGHTS RESERVED


벤츠가의 영애로 태어나 온갖 호사를 누렸지만

남자의 변심 앞에 간단히 무너지고 만 ‘베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