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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심리 극장 (3관) 거울이 들려주는 무서운 이야기 본문

완결된 연재/(휴재) 한밤의 심리 극장

한밤의 심리 극장 (3관) 거울이 들려주는 무서운 이야기

Editor! 2012. 12. 5. 15:00

11월부터 사이언스북스 블로그에서 새로운 연재물이 시작됩니다. 입자물리학과 진화심리학, 진화경제학 등 최근 들어 과학계에서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크나큰 관심을 끌고 있는 새로운 학문 분야들이 전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우리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알기 쉽게 소개하는 기획 코너들을 신설하여, 순차적으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그 첫 번째 타자는 진화심리학으로 드라마와 영화, 소설, 그림 등을 들여다봄으로써 인간 본성에 한 발짝 더 다가서려는 시도를 담은 <한밤의 심리 극장>입니다.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한밤의 심리 극장

by 홍승효


한밤의 심리 극장 (0관) / 

한밤의 심리 극장 소년 (1관) 질투는 나이 들지 않는다 

한밤의 심리 극장 (2관) 구애의 정석 : 썸남, 썸녀를 만나다 에 이어...


제3관 거울이 들려주는 무서운 이야기

--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 「백설공주

 

21세기 법정.

원고석에는 어린 백설공주의 대리인이, 피고석에는 나여왕이 앉아있다. 나여왕, 수의 차림에 민낯임에도 미처 감춰지지 않는 화려한 외모가 눈길을 끈다.

판사 피고 나여왕은 어린 의붓딸의 미모를 질투하여 살인을 교사이에 실패하자 수차례에 걸쳐 직접 살인을 시도하여 원고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린 혐의를 인정하는가?

나여왕 : (안절부절 못하며거울…… 거울 좀 갖다 주세요.

법정 안 술렁인다판사손을 들어 소란스러운 법정 안을 정리한다.

판사 본 법정은 목격자의 증언과 객관적인 물증에 입각하여 피고에게 유죄를 선고한다이에 피고를 불에 달군 쇠구두를 신고 죽을 때까지 춤을 추어야 하는 극형에 처한다. (망치를 들어 내려친다!

 

판결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터지는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 여왕, 갑작스런 불빛에 어리둥절해하다 곧 자세를 고쳐 잡고 카메라를 향해 얼짱각도로 V자를 그려 보인다.

다음날 신문 1, ‘수의로도 가리지 못한 빛나는 미모’, ‘뛰어난 미모가 특히 돋보인 나여왕’, ‘남성들 구애 편지 잇따라등의 내용이 담긴 기사가 실린다.

 

구전으로 떠돌던 이야기가 그림 형제에 의해 <백설공주>라는 동화로 태어난 게 1812. 인간으로 치자면 백설공주는 올해로 꼭 200살이 되었다. 원래는 백설공주가 왕비였는데 미모의 후처에게 쫓겨난 것이라느니, 백설공주를 독살한 여왕이 계모가 아니라 친모라느니, 근친상간의 혐의가 숨겨져 있다느니 여러 가지 뒷이야기가 많지만 어찌되었든 그림 형제의 최종판만을 가지고 보더라도 백설공주는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계모가 어린 의붓딸을 버리고 수차례에 걸쳐 살해하려 했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지만 그 이유가 고작 나보다 이뻐서라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고 어이를 상실할 지경이다. 그만한 지위에 부와 명예, 거기다 백설공주가 성장하기 전까지는 세계 최고라는 미모를 자랑하던 여왕이 어쩌다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게 된 걸까? 사건을 조심조심 파헤치다보면 그 중심에는 앉은 자리에서 천리를 꿰뚫어보는 심미안을 지닌, 잔인할 만큼 솔직한 절대미의 심판관, 거울이 놓여있다.

앞에 가는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릴 경우 판단하는 방법은? 거울 옆을 지날 때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면 여자, 아니면 남자란다. 물론 요즘 같은 메트로 섹슈얼, 크로스 섹슈얼 시대에는 그다지 잘 들어맞는 판단법은 아니지만 여기에는 외모에 대한 여자들의 관심과 집착이 잘 반영되어 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매일 한 번 이상 거울을 본다. 자신의 외모를 점검하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도 하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나 열등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거울이 아름다움의 심판관으로 등장한다니 참으로 그럴듯한 설정이지만 절대미라니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나지 않는가?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이쁘니?”

여왕님바로 당신입니다

여왕은 절대미의 심판관인 거울에게 매일 미모를 확인한다.

그녀가 듣고 싶었던 말은 바로 당신고작 이 한마디였으나……

 

매년 세계 곳곳에서는 다양한 미인대회가 열린다. 우리나라만 해도 대표적인 미인대회인 미스코리아대회를 비롯하여 미스춘향선발대회, 미즈코리아, 벚꽃아가씨, 영양고추아가씨, 황성더덕아가씨 등 지역별로 자잘한 미인대회들이 많이 존재한다. 그런데 문제는 매회 미인대회가 열리고 나면 꼭 그 결과를 두고 왈가왈부 말이 많다는 거다. 이제는 미인대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수그러들긴 했어도 매회 대회가 끝나면 꼭 선이 진보다 이쁘네’, ‘, , 미 다 별로네’, ‘올해 물이 왜 이래?’ 등 결과의 타당성과 공정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라는 것은 어느 정도 상대적인 기준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라서 1, 2, 3위로 순위를 매기기에는 다소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다. 대표적인 미인 연예인인 김태희와 송혜교를 놓고 보자. 누가 더 예쁜가? 어떤 사람 눈에는 김태희가, 어떤 사람 눈에는 송혜교가 더 예쁘다. 또 어떤 사람은 김태희와 송혜교를 거론한 나의 안목을 의심하며 심하게 이의를 제기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미의 기준을 완전히 상대적인 것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미인들 사이에 순위를 매기는 것에는 의견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를 구분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보편적인 기준이 있다. 김태희와 송혜교를 놓고는 고민에 빠질지언정 김태희와 오나미를 놓고 우리는 거의 고민하지 않는다. 또 김태희가 이쁘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도 거의 없다. 요컨대 절대적인 미의 기준이 존재한다는 것에는 회의적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만한 보편적인 미의 기준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말로 그럴까? 몇몇 아마존 인디언 부족들은 오리주둥이처럼 생긴 나무 접시를 입술에 끼우는 것을 아름답다고 여긴다. 태국의 고산지대에 사는 카렌 족에서는 목이 길어야만 미인이라고 생각한다. 딸을 가진 카렌족 어머니들은 어릴 때부터 여자애의 목에 쇠로된 링을 채워 억지로 목을 길게 늘여 놓는다.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에서는 여자가 입술과 턱에 문신을 한 것을 아름답다고 여기며 케냐의 마사이족 여성들은 귀 돌출부를 길게 뚫어 펼쳐 놓은 것 같아야 이상적인 미인으로 쳐준다. 같은 나라에서도 지역별로, 시대별로 미의 기준은 조금씩 바뀌고 변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인 미의 기준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까? 미라는 것은 학습되는 것이며 현대의 미의 기준은 서구 열강에 의한 학습의 결과라는 주장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목이 긴 카렌족의 미인

카렌족이 목이 긴 미인을 선호한 데에는 목뼈를 억지로 잡아 빼 여성의 시선을 부자유스럽게 함으로써 외도를 막으려는 남성의 의도가 작용했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는 길을 걷다가 얼굴에 심하게 흉터가 남은 사람과 마주치면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린다. 그러나 그런 사람을 자주 만나서 익숙해지면 거부감이나 혐오감은 상당히 수그러든다. 미는 직접적으로 느끼는 것이지만 이 직접적인 느낌에서 벗어나는 특징에 대해서도 반복되어 노출되다 보면 적응하게 된다. , 문화적인 적응이 존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시대별로 지역별로 아름다움의 기준에 약간의 차이가 존재하며 그것들이 미에 대한 거대한 스펙트럼을 형성한다는 점은 맞지만 그것 자체가 보편적인 미의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반면, 보편적인 미의 표준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많다. 미의 기준이 학습되는 것이라면 아주 어린 아이들에서는 미에 대한 판단이 나타나지 않거나 어른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띠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실험 결과를 보면 생후 2~3개월밖에 안 된 영아들도 매력적인 얼굴과 그렇지 않은 얼굴을 구분할 줄 안다고 한다. 생후 12개월 된 유아들은 매력없는 얼굴보다 매력적인 얼굴을 가진 상대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있으려 한다고 한다. 또 다양한 문화에서 온 여러 인종의 사람들에게 사진 속에 나타난 인물의 매력도를 평가하게 했을 때, 문화와 인종을 뛰어넘는 명백한 일치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보편적인 미의 기준은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을까? 진화심리학에서는 배우자로서의 번식적 가치를 드러내주는 징표들이 선호되는 미의 기준으로써 진화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젊고 건강한 여성일수록 번식적 가치가 높다. 도톰한 입술, 투명하고 매끄러운 피부, 맑은 눈, 윤기있는 머릿결, 균형있는 몸매, 좌우대칭인 얼굴, 근육의 탄력성과 체지방의 균형 잡힌 분포 등과 같은 신체적 특징들과 활기찬 표정과 태도, 높은 에너지 수준 등의 행동 특징들은 건강과 젊음을 드러내주는 것으로써 여성미에 대한 남성들의 기준을 구성하는 몇 가지 중요한 요소들로 가정되어 왔다. 그리고 실제로 여러 문화에서 이루어진 연구들은 이런 기본적인 특성들이 여성의 매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간의 얼굴을 컴퓨터로 합성하여 새로운 얼굴을 창조하는 실험에서는 여러 사람을 섞은 얼굴일수록 실험참가자들로부터 매력도가 높은 얼굴로 평가받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합성에 사용되는 얼굴이 많아질수록 합성된 얼굴의 불균형이나 비대칭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신체와 얼굴의 비대칭성은 개인의 건강상태나 발달과정 중의 스트레스, 현재 노출된 환경의 위험성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나이든 사람들의 얼굴은 젊은 사람들의 얼굴보다 훨씬 더 비대칭적이다. 비대칭성은 건강뿐 아니라 젊음에 대한 단서로도 사용된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컴퓨터 합성 실험들에서는 소위 동안얼굴이 노안얼굴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평가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개 동안의 조건으로 짧은 턱, 볼록하고 넓은 이마, 통통한 볼 살, 큰 눈, 짧은 코, 작고 도톰한 입술, 흰 피부 등을 꼽는다. 실험 참가자들은 비슷한 얼굴들 중에서 동안의 조건에 더 부합하는 얼굴을 더 매력있다고 평가했으며, 나이도 어리게 봤다. 매력적인 얼굴을 보는 동안 남성의 뇌를 촬영해보면 보상에 관련된 회로가 존재하는 뇌의 측핵 부위가 특히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결과는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이 남성들에게 심리학적으로나 신경학적으로 즉각적인 보상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의 아름다움에서 얼굴만이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남자들은 장난삼아 나이들수록 몸매를 보게 된다고 말을 한다. 실제로 아름다움을 평가할 때, 신체의 적절한 비율과 균형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서 풍만한 여성을 선호하기도 하고 마른 여성이 각광받기도 한다. 그러나 문화를 막론하고 선호되는 몸매의 비율이 있으니 잘 알려진 WHR(엉덩이 대 허리 비율)이다. 잘록한 허리에 큰 엉덩이는 대표적인 여성미의 상징이다. 반대로 남성들은 허리와 엉덩이의 차이가 크지 않다. 사춘기 이전의 WHR0.85~0.95로 남성과 여성에서 유사하게 나타난다. 그러다 사춘기 후 여성들의 엉덩이 지방이 늘어나면서 WHR 비율은 극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건강한 남성들의 WHR0.85~0.95로 사춘기 이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건강하고 번식능력이 뛰어난 여성들은 0.6~0.8WHR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WHR이 높을수록 임신이 어려우며 당뇨, 고혈압 같은 성인성 질병들을 겪을 확률이 높다. 다양한 인종 집단의 남성들을 대상으로 여성의 선호되는 신체 비율을 측정한 결과 대부분의 사회에서 정상 체중에 낮은 WHR을 가진 여성들이 선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르셋, 1891, 프랑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오브 아트 소재>

코르셋이야말로 WHR을 줄이려는 여성들의 힘겨운 노력을 반영하는 도구다. 여성에 대한 신체적 억압이 많이 사라진 현대에도 코르셋은 많은 패션디자이너들에게 유용한 소재로 활용된다.


다시 백설공주로 돌아가 보자. 책에서 그녀의 외모는 눈처럼 흰 피부, 피처럼 붉은 입술, 흑단같이 검은 머리카락으로 묘사되어 있다. 대개 피부와 안색, 머리카락의 상태는 신체의 건강상태를 드러내주는 지표가 된다. 질병에 걸렸거나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을 때, 내장기관이 건강하지 못할 때, 영양상태가 안 좋거나 극심한 피로에 시달릴 때, 좋지 않은 신체 상태는 피부와 안색, 머리카락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나타난다. 그런 의미에서 꼭 희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잡티없이 깨끗한 피부와 붉은 입술, 끊어지거나 색이 바래지 않은 튼튼한 머리카락은 좋은 건강상태를 드러내주는 간접적인 증거가 된다. 또 선명한 피부색과 홍조는 젊음을 나타내는 주요 조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쩌면 백설공주를 여왕보다 아름답게 만든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그녀의 젊음이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여왕과 백설공주의 실물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섣불리 말할 수는 없지만, 또 거울의 판단 기준도 약간 의심스럽긴 하지만 한때 최고 미녀였던 여왕이 백설공주에게 밀린 데에는 무엇보다도 두 사람 사이의 나이 차이가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어찌되었든 어머니와 딸 사이 아닌가. 게다가 백설공주는 역대 공주들 중에서도 동안으로 유명하다. 얼마나 젊고 생생해 보였으면 저 왕자가 시체에게 키스할 생각을 다 했겠느냔 말이다.

  

생각해보면 미모 경쟁으로 인한 참사는 비단 동화 백설공주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저 유명한 트로이 전쟁의 발발 원인도 최고의 미인 자리를 둘러싼 세 여신들의 미모 경쟁이었다.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혼인잔치에 초대 받지 못한 분쟁의 여신 에리스는 그 보복으로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쓰인 황금 사과를 파티장에 던져 넣는다. 그 문구에 여신들 사이에서는 신경전이 벌어지고 그중에서도 한미모하는 기쎈 여신 3명이 서로 사과의 주인이라고 나선다. 제우스의 조강지처이자 결혼의 여신 헤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전쟁의 여신 아테나. 결국 이 셋은 산에서 양을 치던 트로이의 왕자 패리스에게 미의 심판관 자리를 부탁한다. 그리고 자기를 뽑아주면 헤라는 메소포타미아 지역 전체의 지배권을, 아테나는 언제나 승리할 수 있는 힘을, 아프로디테는 최고로 아름다운 아내를 주겠다고 공약한다. 힘과 권력, 미인. 이중 패리스는 결국 미인에게 넘어가 아프로디테의 손을 들어준다. 결과적으로 패리스는 최고의 미인을 아내로 얻지만 남의 아내를 뺏은 탓에 트로이와 그리스 사이에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 이때 헤라와 아테나가 그리스 편을 들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패리스의 심판, 1636, 피터폴 루벤스, 런던 내쇼널 갤러리 소장>

힘, 권력, 미인 중 결국 패리스가 미인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은 성형에 대한 열기를 생산한다. 국제미용성형수술학회(ISAPS)의 발표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에서 행해진 성형수술 건수는 외과적 성형수술과 비외과적 성형수술을 합쳐 총 659213건으로 미국, 브라질, 중국, 인도, 멕시코, 일본에 이어 전 세계 7위였다. 여기에 인구수를 반영하여 인구 만 명당 성형수술 건수를 구하면 우리나라가 세계 1위라는 분석도 있다. 2009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행해진 성형수술은 지방흡입술이었으며, 성형시술은 보톡스였다. 과거에 비해 미용 성형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졌지만 아직 수술의 위험성과 부작용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요즘에도 성형 수술 부작용으로 죽거나 고통을 겪는 사례들이 심심치 않게 보고된다. 그럼에도 매일 많은 여성들이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수술대 위에 눕는다.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름다워지자 세상이 달라졌다는 비단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여주인공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짝짓기에서 이성을 유혹할 때 갖는 이점은 차치하더라도 아름다운 외모는 여러 가지 이점을 준다. 많은 사람들이 외모가 취업, 승진, 연봉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외모가 연봉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미국 예일대에서 젊은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서 매력적으로 보이는 사람의 연봉은 평범한 사람의 연봉보다 평균 5~1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 대학 심리학과 낸시 엣코프 박사팀의 연구에서는 (무리하지 않은) 화장이 여자의 호감도, 능력, 신뢰성을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는 268명의 사람들에게 단계별로 화장 정도를 달리한 20~50세 여성 25명의 얼굴을 보여주고 개인적인 호감과 매력도를 평가하게 했다. 연구비를 화장품 회사에서 지원했다니 살짝 수상한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잘 꾸민 외모가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금방 수긍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러한 결과들은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가 단순히 남자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만 진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성은 비단 남성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성의 생존과 번식 그 자체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아름다움을 진화시키게 되었다는 말이다.

외모가 어떤 작용을 통해 사람들의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외모가 경쟁력을 가진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그 원인이 미인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든, 아니면 미인 자신의 자신감과 당당함에 있든지 간에 말이다. 그렇다고 다들 성형외과와 피부과로 달려가자는 말은 아니다. 잘생긴 외모도 경쟁력이지만 못생긴 외모도 경쟁력일 수 있다. 사람들은 그냥 칭찬을 들었을 때보다 부정적인 말을 먼저 들은 뒤 칭찬하는 말을 들었을 때 더 기분 좋게 상대의 말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타고난 외모가 부족하다면 이런 반전의 매력으로 승부하자. 개콘에는 김지민, 장도연도 있지만 박지선, 오나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