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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손 혜성의 일생

Editor! 2013. 12. 6. 11:07

아이손 혜성의 일생


안상현(한국천문연구원 창의선도과학본부 선임연구원)


아이손 혜성은 2012년 9월 21일 벨라루스의 네브스키와 러시아의 노비초노크가 ISON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함께 발견하였고, 추가 관측을 통해 2012년 9월 24일에 국제 소행성 센터(MPC)에서 새로운 혜성임이 공인되었다. 2013년 스위프트 위성의 관측 결과 혜성핵은 지름이 5킬로미터 정도라고 추정되었으나, 나중에 추가 관측 결과 혜성핵의 지름은 2킬로미터임이 밝혀졌다. 무엇보다도 2013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지구와의 거리가 매우 가까운 곳을 지나면서 세기의 대혜성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아이손 혜성은 근일점에 진입하기 얼마 전까지 멋진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 혜성은 2013년 11월 28일(세계시)에 아이손 혜성은 초속 650킬로미터라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태양 표면에서 116.5만 킬로미터 떨어진 근일점을 통과하였다. 이때 섭씨 2700도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열기와 태양의 강력한 조석력을 이겨내야 대혜성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해의 열기와 강한 조석력으로 인해 해체되고 말았다.


2013년 11월 28일 19시경(세계시) 근일점을 통과한 아이손 혜성의 모습.

태양의 조석력에 의해 혜성핵이 부숴지고 섭씨 2700도에 이르는 태양의 열기 때문에 가스가 사라지고 거의 먼지만 남았다가 먼지마저도 흩어져 가고 있다.

사진 출처 : http://soho.nascom.nasa.gov/hotshots/index.html/


아이손 혜성이 근일점을 빠져나올 무렵, 소호 위성이 보내온 사진에는 작은 코마가 살아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혜성에 대한 희망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듯하였으나, 근일점 통과 직후인 11월 29일에는 그 코마가 어두워져서 안시등급 5등급 이하가 되었고, 11월 30일에는 육안 관측의 한계인 7등급 이하로 어두워져 버렸다. 12월 1일에 이 코마가 더욱더 어두워져서 드디어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 12월 2일에 여러 천문학 연구 기관과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은 마침내 아이손 혜성이 완전히 해체되었음을 공식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손 혜성이 남긴 잔해는 계속해서 원래의 궤도를 운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 항공 우주국(NASA) 등은 활동성을 멈춘 아이손의 파편들이 살아남아 있을 가능성을 추가로 계속 조사하고 있다. 특히 아이손 혜성은 2013년 12월 26일에 지구에서 6400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0.43 au)을 지나게 되는데 이때 지구에 가장 가까이 다가오게 된다. 천문학자들은 바로 이 무렵에 아이손이 남긴 부스러기들을 관측해 보려고 하고 있다.

아이손 혜성과 같이 해를 스쳐가는 혜성들을 ‘해 스침 혜성’이라고 하며, 아이손 혜성의 장렬한 최후를 생생하게 보여 주었던 천문 관측 위성 소호(SOHO)는 만 18년이 된 지금까지 이와 같은 해 스침 혜성들을 무려 2600개 가까이나 발견하였다.


아이손 혜성은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기며 떠나갔다. 그러나 앞으로도 수많은 혜성들이 지구인을 찾아올 것이다. 혜성은 역사적으로 불운의 조짐으로 여겨져 왔지만, 근대 과학의 기원이 되는 뉴턴의 만유인력을 검증해준 천체이기도 하고, 우리 몸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물과,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 물질인 아미노산과 같은 유기물을 지구로 가져다준 고마운 존재이다. 무엇보다도 머리카락을 풀어헤치고 넓디넓은 우주 공간을 수십만 년 동안 날아와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는 아름다운 천체인 것이다.



* 더 많은 아이손 혜성 사진은 천체사진가인 대미언 피이취(Damian Peach)가 찍은 아이손 혜성 사진들은 다음 URL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13년 3월 2일, 9월 4일, 9월 24일, 10월 11일, 10월 27일, 11월 6일, 11월 10일, 11월 15일의 모습) 아이손 혜성이 가장 찬란했던 순간 (11월 15일) http://www.damianpeach.com/ison.htm


사이언스북스에서 12월중 혜성의 역사와 역사 속의 혜성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우리 혜성 이야기』(안상현 저) 출간 예정입니다. 오래전부터 인류를 사로잡아 온, 밤하늘에 긴 꼬리를 끌며 나타나는 혜성에 관한 이야기,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