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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를 사랑한 번역가 김명남 편] ⑤ 과학 그루피의 세계로! 본문

(연재) 과학+책+수다

[과학자를 사랑한 번역가 김명남 편] ⑤ 과학 그루피의 세계로!

Editor! 2014.11.04 09:35



과학+책+수다 첫 번째 이야기

과학자를 사랑한 번역가 김명남 편



책 속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알고 나면 책이 더 재밌어지는 이야기! 한 권의 책을 놓고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모여 수다를 떱니다!

첫 번째로 ‘과학+책+수다’에 오른 책은, 어마무시한 두께로 출간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그리고 이 어마무시하고도 아름다운 책을 번역한 과학 전문 번역가 김명남과 담당 편집자가 출간에 쫓겨 그간 못 다한 이야기를 수다로 풀기로 했습니다.








➄ 과학 그루피의 세계로!



김명남: 그러면 핑커가 한 번도 한국에 온 적이 없는 거예요?


편집자: 네, 그런 거 같아요. 예전에 대니얼 데닛은 대우 학술 재단에선가 초청해서 왔었고요. 


김명남: 맞아요. 그 얘기는 누구한테 들었었는데. 


편집자: 사실은 이런 학자들은 학술 재단이나 대학 기금 같은 데서 초청을 해야지 한국에 올 수 있는 거잖아요. 

 

김명남: 그렇죠. 무슨 관련 학술 대회라도 있지 않으면, 기대하기 어렵죠.


2013년 서울 디지털 포럼(SDF)에 초청돼 한국을 찾은 『초협력자』 저자 마틴 노왁


편집자: 그래서 저희는 작년에 서울 디지털 포럼(SDF)에서 마틴 노왁을 초청했다는 얘기를 듣고는 “오예!” 이랬었어요. 아니, 그런 데서 초청하지 않으면 언제 마틴 노왁을 한국에서 볼 수 있겠어요. 


사실 SDF에서 노왁을 초청했다는 거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던 게 노왁은 대단히 널리 알려진, 에릭 슈미트처럼 유명한 사람도 아닌데 초청을 했다는 거잖아요. 알고 보니 SDF 담당자가 정말 똑똑한 이공계인이셨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작년 SDF 주제가 ‘협력’으로 정해졌을 때 좀 색다른 눈으로 이 주제를 봐라 봤던 거 같아요.  『초협력자』가 한국에 출간되기 전에 먼저 원서로 읽으셨대요. 무조건 저는 너무너무 감사했죠. 이런 학자를 그런 일반인들도 참석하는 큰 행사에 초청하다니. 



김명남: 그러니까요. 엄청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편집자: 하여간 그런 기회들이 좀 많았으면 좋겠어요. 올해도 매경에서 제레미 리프킨도 초청하고 토마 피케티도 초청해서 한국에 오고 했지만 이렇게 막 핫 하고 유명한 인물들이 아니더라도 과학자들도 좀 소소하게라도 초청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김명남: 그런 강의가 진짜 훨씬 재밌잖아요. 그런 곳에 가서 강의를 들으면 지적 자극도 받고.  


편집자: 사실 과학책은 과학 자체가 사람들이 다가가기가 어려운데다 요즘은 책 자체도 사람들이 접근하기가 어렵잖아요. 거기다 과학책은 저 구석에 있는 책이니까요. 결국 과학책을 많이 읽히려면 과학 자체에 대한 관심이나 호기심도 많이 유발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선생님께서 《한겨레》에 쓰시는 칼럼을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책을 내용적으로뿐만 아니라 책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다른 외부적인 것과도 잘 엮어서 소개해 주시잖아요. 본인이 경험하신 것들, 예를 들면 음악이라던가, 소설이라던가 하는 것들과 과학책을 함께 놓고 이야기해 주셔서 “아, 과학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 거구나.”라는 걸 느낄 수가 있거든요. 그런 경험들을 사람들이 좀 많이 쌓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김명남: 저는 그런 글을 쓰거나 어디 가서 얘기를 할 때마다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요. 제가 전공자도 아니고 학자도 아니고, 주로 과학책을 번역을 하니까 남들보다 과학적인 잡 지식은 많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잡학적인 지식이잖아요. 학문적인 지식은 아닌 거죠. 



그래서 어떨 때는 제가 그냥 그루피인 거 같아요. 과학 그루피. 과학 저자들이 저한테는 아이돌이고, 전 그냥 그 사람들의 팬인 거예요. 팬인데 너무 좋으니까 번역까지 하는, 딱 그 수준이거든요. 그래서, “아 이런 글을 쓰면 오히려 안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사람들을 너무 피상적으로 접근을 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하는. 


아까도 얘기하셨지만, 과학자들은 야사, 뒷이야기, 이런 거 재미있는 게 너무 많잖아요. 막 그런 얘기들을 끌어들여서 서평을 쓴다거나, 블로그 글을 쓴다거나, 아니면 그런 게 책에도 많은데 그것만 인용해서 SNS에서 홍보를 한다거나 그러면 사람들에게 왜곡된 무언가를 심어 주게 되지 않을까. (웃음) 그런 내용만 보고 책에 접근했다가 “아니, 뭐야? 이런 내용이 아니잖아.” 하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그게 걱정되더라고요.



간혹 번역자인 저한테 책 내용을 강연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오기도 해요. 저는 절대로 그거는 못해서 다른 학자분을 추천해 드리거든요. 핑커 대신, 핑커는 못 오시지만 직접 연구하시는 분들이 이 책을 가지고 강연을 할 수도 있죠. 특히 과학책은 간혹 그렇게 책을 해설해 주는 강연이 필요한 것 같아요. 


사실 책 내용은 저도 말씀드릴 수 있지만 더 나아가서 “왜 진화 심리학자인 핑커가 폭력에 관심을 갖게 됐느냐. 여기서 이 사람이 말하는 게 진화 심리학의 주류적인 의견이냐.” 하는 질문들에는 제가 답변을 드릴 수가 없잖아요. 


편집자: 어떻게 보면 학자들이 할 수 있는 얘기는, 신문으로 보면 전문가 서평 같은 거겠지요. 책과 관련해서 내용을 더 깊이 있게 설명해 주고 책에 나온 이론이나 쟁점이 관련 학문 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 하는 큰 틀까지 제시해 줄 수 있는. 오늘 선생님과 제가 나눈 수다는 학자는 아니고 주변에 있는 팬들이 할 수 있는 얘기고요.


김명남: (웃음) 맞아요. 


편집자: 팬심으로 뭉쳐서, “우리 핑커 오빠는 뭐하고 계실까?” 약간 이런 분위기의 수다. 

저는 과학책은 사람들이 그 책을 쓴 사람에 대해 알기조차 힘들기 때문에 팬심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어요.


김명남: 그럴까요. (웃음)


편집자: 물론 책에서 제일 중요한 건 그 속에 담긴 내용이고, 그 내용을 해설해 주거나 책이 놓인 역사적, 주변적 맥락을 잘 설명해 주시는 분들도 분명 있어야 하고요. 그건 사실 그 분야만 깊게 공부한 사람도 하기 힘든, 시야를 넓게 가진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굉장히 어렵고도 중요한 일이죠. 


김명남: 맞는 것 같아요.


편집자: 한쪽에서는 그렇게 책 내용에 충실하게 독자들에게 책을 선보이는 사람들도 있고, 또 다른 쪽에는 이런 잡다한 이야기들을 전해 주는……


김명남: 유통시키는 역할이 따로 있는 거죠.


편집자: 책의 내용을 진지하게 설명하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작가의 와이프 자랑 얘기를 할 수는 없잖아요. 


김명남: (웃음) 그렇죠.  


편집자: 애초에 우리는 핑커의 와이프 자랑 얘기를 하려고 모였으니까. (웃음) 책 표지가 왜 핑크인가 하는 얘기도 하고, 미국 편집자들 욕도 하고……. 




6편에서 계속…



▶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도서 정보 (클릭)



과학+책+수다 [과학자를 사랑한 번역가 김명남 편]은 다음과 같은 목차로 진행됩니다.

① 보기만큼 대단한 책! (연재) 바로가기

② 핑커의 핑크?! (연재) 바로가기

③ 글 잘 쓰고 솔직한 과학자 (연재바로가기

④ 불규칙 동사로 엮인 영혼의 동반자 (연재바로가기

⑤ 과학 그루피의 세계로! (연재)

⑥ 과학 콘텐츠의 유통자 (연재바로가기

⑦ 팬심으로 움직이는 과학 전문 번역자 (연재바로가기


※ ⑥ 과학 콘텐츠의 유통자는 목요일에 게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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